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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18

세 군데 발품 팔았다. 두 군데 들렀을 때부터 허리가 아프더니, 두 군데에서 세 군데 째로 가는 동안에는 허리가 끊어지는 줄 알았다. 제대로 잠도 못 자고 나간 길이라 심지어 시청 역안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한 20분 잠을 청했다. 올록볼록한 부분만 없었으면 아예 드러누워 자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건 울고 싶은 거랑 비슷한 심정이다. 오가면서 간혹 고갯짓으로 인사하거나 눈짓으로 인사하거나 '안녕하세요' 하고 소리내어 한 인사까지 얼추 열 번? 그 중 몇 번은 안 해도 되었을 인사였고 몇 번은 상대가 나를 알아보지 못 했다. 전에는 사람 기억하는데 재주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다. 재주가 있다. 것도 남들보다 훨씬. 심지어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파악도 잘 한다. 그리고 나를 어쩌면 알 지도 모를 사람인 걸 알더라도 사실은 나를 모르길 바라면서 모르는 척 한다. 다 겁이 많은 탓이다. 말을 하게 될까봐. 나는 때로 누가 말만 붙여도 얼굴이 빨개진다. 아는 사람이건, 모르는 사람이건. 오늘, 역시 나는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구나, 라는 걸 다시 깨달았다. 나는 언제나 약간 뒤쪽에 떨어져 있거나 앞쪽을 오가거나 옆에서 서성인다. 아마도 그래서일 거다.

 

사람을 대하는 일에 관한 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게 되었던, 대학 시절 이후부터,

똑바로 다가가 코가 닿아도 괜찮을 만큼 알게 된 건 딱 세 사람이다.

일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한 사람이 채 안 된다.

 

섭섭할 것 없는 한 철이 지나고 또 오고 있다.

 

피곤하면 잠이 안 온다.

하루 뒤에 잠이 쏟아진다.

 

재작년엔가 죽었대.. 하고 두세 다리 건너 두서없이 건네지는 소식, 이 내 것이었으면 한다.

명랑.한.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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