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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사실 난 이 영화가 좋지 않았다. 관념에서 관념으로.

결국 소통하기 어려운 또하나의 '실험' 혹은 '스타일'

늘 궁금했다. '실험적인 영화'는 왜 그 자체로 말할 뿐, - 도저한 자기반영? 켁.

다른 것에 대해서는 말하지 못 하거나 소통하기 어려운 것일까.

 

이 영화의 주인공이 반전집회에서 카메라를 들고 움직이고 스탭들이 그를 좇고 그 모습을 또다른 시선이 포착하고, 일종의 퍼포먼스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시선을 모두 보여주는 씬이 있는데, - 관객이 보는 감독의 카메라는 분명히 주인공의 뒷모습을 좇고 있지만, 편집된 장면에는 그 장면도 있고, 주인공이 빠진 빈 공간을 보여주는 장면도 있다. 관객들에게 있어 감독의 카메라가 주인공을 좇고 있다는 것이 '사실'일 수 있으나, 작품에서 보여지는 사실은 그것만일수도, 혹은 그 이전의 것이나 이후의 것일 수도 있다. 감독이 어떤 의도에서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배제했는가에 따라.

그것이 다큐멘터리 '만들기' - 즉 현상적으로 보여지는 다큐멘터리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  르네 마그리트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에서 충실하다 못해 과다하게 인용했다 느껴지는. 펩시콜라는 오바잖아.. - 에 대해 관객들을 각성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겠지만,

내가 묻고 싶은 건, 굳이 반전집회라는 공간이었어야 하는 이유다.

그 이유에 대해 나에게 말걸기가 되었다면 나는 이 영화를 무척 좋아했을 것 같다.

결론부터 말했듯이 그러지 못 했고, 감독이 '액티비즘적인 다큐'와 그 자신의 다큐를 나누어서 말한다는 점에서 이 영화가 형식실험에서 더 나아가지 않았다는 생각을 다시금 확인했다고나 할까. 

 

물론 이 작품의 감독들이 던진 화두는 여전히 유효하며(그러나 다른 방식으로 해석되고 적용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들의 다음 작품은 이 의미있는 시행착오를 넘어설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이 포스트를 끄적이다가, 그리고.. 몇몇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궁금해 진 건,

이들 작품에 레퍼런스가 되었을 만한 것들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하는 점이다. 일견 도식적으로까지 보이는 나의 해석이나 반응과 달리 즐거운 무언가도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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