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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편없이, 동의해.

인간에게는 자신만의 폐허가 있기 마련이다.


나는 그 인간의 폐허야말로 그 인간의 정체성이라고 본다.


아무도 자신의 폐허에 타자가 다녀가길 원치 않는다.

이따금 예외가 있으니 사랑하는 자만이 상대방의 폐허를 들여다 볼 뿐이다.

그 폐허를 엿본 대가는 얼마나 큰가.

무턱대고 함께 있어야 하거나, 보호자가 되어야 하거나, 때로는 치유해줘야 하거나 함께 죽어야 한다.

나의 폐허를 본 타자가 달아나면 그 자리에 깊은 상처가 남는다.

사랑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다.

어느 한 순간에 하나가 되었던 그 일치감의 대가로 상처가 남는 것이다.

- 신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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