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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lle sagrado

꾸스꼬에 가면 대략 세 가지 투어상품이 흔한데, 하나는 시티 투어, 하나는 바예 사그라도 즉, 성스러운 계곡 투어, 그리고 마추삐추 투어가 그것이다.

 

언제나 투어를 통할 것인지, 혼자 갈 것인지 고민하게 되는데, 장단점은 뚜렷하다. 투어를 통하면 정보를 얻는 대신, 별로 어울리고 싶지 않은 다른 관광객들과 하루를 부대껴야 하고, 또 한 장소에 원하는 만큼 머무를 수가 없다. 어딜 가도 천천히 움직이는 나의 경우, 투어를 한 번 다녀오면 넋이 나가고 진이 빠진다.

혼자 가면 복잡한 교통편 찾아서, 매연 들어마시면서 기다려서, 꽉 찬 꼴렉띠보에 끼어타는 것까지 다 좋은데,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고 돌은 돌일 뿐이어서 그게 문제다. 아, 물론 그게 좋기도 하다. ㅎ 좋기만 하지. 쩝.

 

가까운 시티투어(시내의 주요 유적과 삭사이와망, 껜꼬, 땀보마차이 등 근교 유적을 포함)는 동네에서 엽서 팔던 소년들과 다녀왔고, 마추삐추도 뭔가 설명을 들으며 바삐 돌아다니기 보다는 느린 시간을 즐기는 게 나을 것 같아 혼자 가기로 결정했고, 결국 성스러운 계곡 투어만 여행사를 통하기로 했다.



삐삭, 친체로, 우루밤바, 오얀따이땀보 등 잉까 유적이 남아 있는 곳과 주변의 안데스 마을들을 포함하는 성스러운 계곡은, 어느 순간 정말 성스럽다는 느낌이 드는 그런 곳이었다.

험준한 산맥 사이로 흐르는 강과 자그만 마을들과 그들의 농경지가 마치 처음부터 그러했던 것처럼 잘 어우러지는 공간들. 어쩌다 저 먼 계곡으로 태양빛이 흘러들면, 저기가 바로 신화가 태어나는 곳이구나 싶은 느낌이 들었다.

 

 

투어가 있는 일주일에 3일, 투어버스들이 지나가는 길엔 민예품 장사꾼들과 전통복장에 아기양을 안은 아이들이 잔뜩 나와 있다. 그러면 지나는 투어버스들은 적당히 사이좋게 그들 앞에 나누어 멈춘다.

 

 

철없는 동생들이 놀이에 집중하는 동안,
큰형인 이 녀석은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다.
관광객을 부르고, 포즈를 취하고...

 

오얀따이땀보에 다시 갔다.

 

 

가이드였던 배불뚝이 사무엘 아저씨의 설명에 따르면, 건축술 축면에서 볼 때 오얀따이땀보가 마추삐추보다 우월하다고. 건축엔 문외한인 내가 봐도, 대체 변변한 도구 하나 없던 시절 어떻게 저리 돌을 다듬을 수 있었고, 조합해 냈는지, 놀라울 따름. 심지어는 접힌 돌도 있었다! (뭐, 실제 돌을 접은 건 아니었을테고, 그만큼 도려내고 다듬었다는 얘긴데, 그 완만한 곡선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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