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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7/09/30
    어떤 세상의 끝 (2)
    ninita
  2. 2007/09/30
    la paz / 여행 140일 째... (6)
    ninita
  3. 2007/09/30
    la paz / 수도
    ninita
  4. 2007/09/30
    puno / 전통춤경연대회?
    ninita
  5. 2007/09/30
    lago titicaca
    ninita
  6. 2007/09/30
    chuquito / 우연한 결혼식
    ninita
  7. 2007/09/30
    ju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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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2007/09/22
    puno (2)
    ninita
  9. 2007/09/16
    arequipa / monasterio de santa catalina 3
    ninita
  10. 2007/09/16
    arequipa / monasterio de santa catalina 2
    ninita

어떤 세상의 끝

 

아...... 잉그마르 베르히만,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에드워드 양...

이들의 죽음만으로도 충분히 안타까운데,

마르셀 마르소 할아버지가 지난 22일, 세상을 떠났단다.

 

오로지 하얀 조명 아래 작지만 유연한 그가 펼치는 조용한 수다..

그것이 마침내 끝났을 때 한참 눈물을 흘렸었다.

 

어떤 세상이, 끝났다. 그와 함께.

하지만, 그는 분명, 더 가벼워진 몸으로 다른 별로 여행을 떠났을 거다.
말이 필요없는 그는 어딜 가든 어느 누구와도 아름답게 잘 어울릴 수 있으리라.

 

안녕, 마르셀.

비프도 안녕.

 

오랜만의 김윤의 시, 말1

말이 길어집니다.

말을 할수록 나는 말에 다칩니다.

그러니 그대 얼마나 많이 나의 언어에 상처 입었겠습니까

꽃이라 했더니 그 꽃된 것 울었습니다.

사랑이라 했더니 그 사랑된 것 떠났습니다.

나는 자꾸 중언 부언합니다.

의미가 된다는 건 말이 아니라는 걸 마르셀 마르소 는 언제부터 알았을까요?

나의 시는 또 이렇게 무참히 깨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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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paz / 여행 140일 째...

오늘 tiwanaku에 다녀오면서, 이상하게 어렸을 적, 그리고 오빠 생각을 많이 했다. 사실 나를 남미로 이끈 최초의 모티브는 '태양소년 에스테반'이었다. 띠와나꾸의 쓰레기통에 그려진 콘돌 형상을 보며 그 생각이 문득 떠오른 거다. ㅎ 에스테반과 함께, 리더스 다이제스트 특별판 ´세계 제7대 불가사의'를 빼놓을 수 없겠군. 사실 어릴 때 가장 가 보고 싶어했던 곳은 '버뮤다 삼각지대'였다. 이건 데이빗 카퍼필드의 영향인가? 아무튼 나를 이루고 있는 문화적 배경들은 상당히 키치적이고 잡다한 것 같아 새삼 재밌다.


생각해 보면, 지금의 오빠의 삶이 이 대목에서 상당히 궁금해지는 것이, 어릴 적 오빠는 공부에 소질이 뛰어났다기 보다는 잡학상식이 장난 아니었고, 그건 소년과학으로부터 시작해 과학동아에 리더스 다이제스트 특별판을 경유해 수많은 sf 서적이며 온갖 시리즈물을 탐독한 결과였다. 난 오빠만큼 독서를 즐기는 편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어쨌든 오빠 주변에 늘 책들이 널려있으니 안 볼 수도 없고, 그걸 통해 온갖 꿈들을 키워왔다. 아마 종종 오빠랑 그것을 나누기도 했을 거다. 지금도 내 책꽂이에 티벳 사자의 서나 천수경이 있다면, 그것은 오빠의 영향이고, 반지의 제왕 역시 일반에 알려지기 한참 전에 읽은 것도 순전히 오빠 덕이다. 초자연, 초현실적인 이야기나 고대 문명 혹은 외계에 대한 궁금증은 우리의 주요 관심사였다. 물론 여기에는 ET, 례이더스, 인디아나 존스, 스타워즈를 비롯한 성장기의 수많은 헐리우드 영화들도 한몫한다. 지금도 여행다니면서 마치 그 영화들의 세팅 같은 공간을 발견하면 - 주로 중세의 도서관이나 카타콤 같은 지하묘지, 띠와나꾸 등의 태양문이나 모노리스 문양 등 - 발광하고 싶을 만큼 열광한다. 아무튼 우리 둘 다 너무나 세상을 알고 싶어 했다. 다만 이 세상 뿐만 아니라 세상 이편과 저편까지도. 대학에 갔을 때 오빤 전공이 전공인터라 군대에 가지 않고 4년인가 배를 타고 세상을 돌아다녔다. 가끔 메일이 올 때면, 아프리카 희망봉을 지나고 있어... 그랑블루에서처럼 돌고래떼가 지나가고 있어.. 그 구절들 하나하나에 부러워하며 나도 언젠가는 오빠처럼 세상을 돌아다닐거라 다짐하곤 했었다. 마침 영국에 머무는 동안 오빠가 탄 배가 네덜란드를 지나게 되었고, 앤트워프에서 만나자고 약속하고 유로스타표까지 끊어뒀는데,(앤트워프, 그보다는 네덜란드에 대한 로망은 순전히 피터 브뤼겔의 그림을 좋아해서 시작된 것이고, 민중미술에 대한 관심 역시 그 때부터였던 것 같다. 웃기는 건, 엄마가 나 영어공부 시킨다고 없는 살림 쪼개가며 프뢰벨 영어테이프를 사 준 적이 있는데, 내 관심은 그것보다는 테이프 무더기에 묻어 온 그림 한 장에 가 있었다. 바벨탑 그림이었는데, 마침 그 즈음 집에 들어온 동아대백과사전의 컬러화보에서 본 브뤼겔 그림과 무척 비슷했고, 난 그 그림들에 매료된 나머지, 사전을 찢었다간 뼈도 못 추릴테고, 프뢰벨의 바벨탑 그림을 몇 달 동안이나 벽에 붙여놓고 매일 같이 들여다보곤 했었다.)갑자기 수술하고 한국에 들어가게 되는 바람에 '앤트워프 항구에서 맥주 한 잔'의 꿈이 깨진 이후, 오빠는 빠르게 일반적인 삶의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취직을 하고,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지금 오빠는 아주 사랑스러운 꼬맹이와 아내와 함께 하는, 여유있고 행복한 핵가족의 가장이다. 여전히 다양한 관심사를 자랑하지만,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이번 여행을 떠날 때도 그저 몸건강히 잘 다녀오라고 했을 뿐이다. 그러고 보면 오빤 내 연애사 따위엔 관심을 둔 적이 없고 - 하긴 나도 그랬다, 심지어 결혼한다는 데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었다 - 결혼하라는 말 따위는 꺼내지도 않고, 부모님과는 달리 전공 선택 때부터 내 편이었고, 내 삶이나 나를 그냥 별스럽지 않게 봐주는 것 같다. 이제는 1년에 열 마디도 하지 않는, - 명절에 집에 가지 않는 관계로 오빠 만날 일이 거의 없다 - 관계지만, 나쁘지 않다. 나는 마치 무슨 요양원 같이 한적하고 깨끗하고 조용한 지방 소도시에서 자랐고, 내 주변엔 책이, 그리고 TV 보다는 라디오가 가까이 있었다. 어쩌면 내 머릿 속은, 얼마 전 어딘가 이동할 때 버스 안에서 보았던 never was(내가 사모해 마지않는 이안 맥켈렌 경이 나오는 2005년 영화)의 주인공과 비슷했을 지도 모른다. 비현실이라고 밖에 여기지 않았던 것들이, 차츰 현실로 다가오거나 어느 틈에 과거로 지나가고 있는 지금, 이 현실이 오히려 마치 시공의 경계가 무너진 초현실 같다. 지금 나는 남반구의 해발 3800 고지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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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paz / 수도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수도.

 

이런 길도 있고...

 

 

이런 길도 있고...


 

어느 대학에 그려진 벽화.

"우리의 모든 행동은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전쟁의 외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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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no / 전통춤경연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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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go titicaca


titicaca는 회색 퓨마라는 뜻.

 

 

또또라배.



 

아만따니 섬에 이틀을 머물었다.

 

살아온 세월만큼 닳아떨어진 신발을 신고 내일도 어제처럼 사는 사람들.

 

그 섬에서의 첫 식사는 꼬까차, 찐오까와 감자, 잘게 썬 당근과 양파.

이 소박한 밥상.


물가에 내려와, 저 계단에 앉아 오랜 시간을 흘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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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quito / 우연한 결혼식

그 마을의 소박한 전망대에 보러 갔다가,

 

 

 

우연히 마주친 한 커플의 결혼식.

 

 

하객들은 색종이를 한움큼 뿌리며 오늘의 주인공들을 축하한다.




 

모두 함께 축배를 들며 salud y feliz matrimon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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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i


orka fiesta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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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no

 

 

띠띠까까 호수를 접하고 있는 도시.
저 멀리 보이는 게 띠띠까까 호수.
띠띠까까란 께추아어로 ´회색 퓨마´란 뜻이란다.
호수의 모양새가 토끼를 잡는 퓨마를 닮아서라는데, 사실 하나도 안 닮았다.

어떤 건 모르는 게 더 낫다. ㅡ.ㅡ

 

huajspata 공원 가장 높은 곳으로 가면 망꼬 까빡(몇 대 잉까였는지는 까먹음) 상이 있고, 뿌노 시내와 띠띠까까 호수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울퉁불퉁 바위가 많은데, 공원 계단 구석구석부터 연인들이 숨어 있는 게 심상치 않더니, 바위 뒤에 숨어서 뽀뽀하는 커플들 방해할까봐 그 앞으로 가지도 못 하고.. ㅡ.ㅡ 약간 뒤쪽에 쪼그려 앉아있다 돌아왔다.

 

주로 유명한 키스 사진들은 유럽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내 머릿 속에도 그 이미지만 박혀 있었는지, 처음에 남미에 도착했을 때 공원에서 키스하는 갈색 피부의 연인들을 보며 참 신기해 했었다. 지금은 하도 많이 봐서 지겹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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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equipa / monasterio de santa catalina 3


 



산따 까딸리나 수도원은 16세기에 지어졌다. 아레끼빠가 삐사로의 명령으로 만들어진 지 10년이 채 안 되어서다.
열여덟에 결혼했다가 서른에 아이없이 혼자가 된 마리아 데 구스만이라는 여인이 수녀가 되기로 결심하고 이 수도원을 지었다고 하는데, 아마도 엄청난 부자였던 모양이다.

 

이 수도원의 초기 수입원은 수도원에 들어오기를 원하는 수녀들이 내는 돈 500뻬소였다는데, 수녀가 될 어떤 소녀의 아버지가 중세의 고풍스런 글씨체로 쓴 편지를 보면, 딸아이가 일단 들어갈 때 100뻬소를 내고, 정식 수녀가 되는 날까지 나머지를 다 내겠다고 적혀 있었다.

 

도시의 거의 두 블럭 가까이 차지하는 이 수도원은 도시 안의 도시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 수도원 안에는 스페인의 지명을 딴 몇 개의 거리가 있고, 각 수녀의 집(대개 거실-침실-부엌), 예배당, 공동부엌, 작업실, 공동빨래터, 묘지, 바깥 세상과 소통하는 공간인 로꾸또리오, 몇 개의 회랑... 등등등 그들의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이 있다.

 

게다가 미로 같은 공간들은 사랑스럽기 짝이 없다. 수녀들 개인 공간은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세 개의 공간이 다 연결되어 있고, 마지막 공간은 바깥 길과 연결되어 있는 식이다. 문을 열면 또 문이 있고 그 문을 열면 또 문이 있는....

 

그러나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수녀들은 이 비밀의 공간에 스스로 유폐된 생활을 한 걸까? 다람살라에서 오체투지하는 스님들을 보면서 경외감을 느끼면서도, 도대체 저것으로 무엇을 이루겠다는 것인지 당최 이해할 수 없었던 것과 비슷한 감정이었다. 오직 신만을, 혹은 오직 어떤 경지만을.......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수도원에서 한 가지 이상했던 것은, 막다른 벽으로 올라가 닿아 있는 계단들이었다. 그 계단을 오른다 해서 어딘가로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바깥 세상을 볼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화분 한 두개 층층이 놓아두려고 힘들여 계단을 만든 것은 아닐테고.. 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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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equipa / monasterio de santa catalina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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