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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회 씨의 국정개입 의혹 사건은 세간의 우려대로 ‘문서 파동’으로 마무리되는 형국이다. ‘십상시’도, ‘7인회’도 없었으니 ‘비선’은 존재하지 않으며 남은 것은 박관천 경정과 한 모 경위, 숨진 최 모 경위의 일탈행위 뿐이란 얘기다.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의 회유 의혹,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밝힌 인사 개입 논란 등의 의혹이 남아 있지만, 수사가 제대로 되리라 보기 힘들다. 정치적 의혹이 있는 사건 수사를 검찰이 공정하게 하리란 기대는 이미 여러 차례 깨졌지만, 이번 사건 수사는 해도 너무 했다. 고작 문서 유출 사건 때문에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는 얘기인가. ‘태산명동서일필’이란 말이 딱 들어맞는다.
검찰 수사의 한계가 확인된 수사였지만, 역설적으로 드러난 사실은 ‘몸통’이 다름 아닌 박근혜 대통령 자신이었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두고 많은 비판과 우려가 쏟아졌다. 출범하자마자 국무총리 후보자 낙마를 비롯한 인사파동은 ‘수첩 인사’ 논란을 낳았다.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나 국무회의에서 나타난 만기친람식 행보는 ‘깨알 리더십’이란 비판을 받았다. 국민 여론은 고사하고 청와대 수석비서관이나 장관조차도 대통령에게 개별적 보고를 거의 못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회자될 정도로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채동욱 검찰총장에 대한 ‘찍어내기’나 양건 감사원장 사퇴 외압 논란에서 보듯, 마음에 들지 않은 인사는 가차 없이 권력에서 밀어내는 양상을 보였고, 다른 한 편으로는 적임자가 없다며 다수의 공공기관장을 장기간 공석으로 두기도 했다.
국정운영 행태 뿐 아니라, 정책적으로도 심각한 난맥상을 보였다. 정부 출범 초기에 기초연금에 대한 대선공약을 번복했고, 주무 장관인 복지부장관이 이에 반발해 사퇴하기도 했다. 대통령 자신이 재가한 조세정책마저 나흘 만에 번복하는 일도 있었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심각한 혼란을 초래했고, 사달이 날 때마다 ‘불통 정치’, ‘1인 통치’, ‘측근 정치’란 비판을 받았다.
꼬일 대로 꼬여가는 국정을 보며 많은 국민들은 ‘대통령이 왜 이럴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국민적 바람은 물론 상식과도 동떨어진 박 대통령의 언행을 보며 국민들이 모르는 ‘비선’이 있지 않고서야 도저히 그럴 리 없다는 인식에 이르렀다. 이는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세력도 마찬가지였다.
비선 개입 의혹 수사에 대한 국민의 요구는 이를 명백히 밝히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검찰은 ‘십상시’는 없다는 결론을 내린 채 ‘문서 보안 사고’로 마무리하고 있다. 국정 운영 실패 원인으로 지목됐던 ‘비선’은 실재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사실이 그렇다면 ‘국정 농단’의 주체는 결국 박 대통령 밖에는 없다는 결론 또한 도출된다. 따지고 보면, ‘비선 그룹의 농단’ 때문에 국정 혼란이 가중됐다는 인식도, 대통령이 당연히 떠안아야 할 책임을 분산시키는 착시 효과였을 수 있는 것이다.
검찰은 의혹의 실체를 밝히지 못한 부실한 수사로 많은 국민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검찰 수사에서 역설적으로 드러난 진실은,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우려했던 국정 난맥상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박 대통령 1인의 무능과 독단이 원인이라는 점이다. 단순히 검찰 수사로는 풀 수 없는 문제다. 이제부터는 정치의 역할이고, 국민이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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