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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대학총장도...

교육부는 지난 16일 대구의 경북대에 '총장 임명후보자 재추천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내려 보내면서 1순위 후보자의 임명 요청을 거부했다. 여기에 인용된 교육공무원법 제24조 6항은 교육부장관이 임용 제청을 하기 위해 인사위원회의 자문을 구해야 한다는 내용인데, 결국은 자문의 결과가 '부적격'으로 나왔다는 뜻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유에 대해서 아무런 설명이 없다.

 

경북대는 간선제로 치른 총장후보 선출과정에서 행정 실수로 두 번이나 선거를 치렀고, 두 번 모두 김사열 교수가 1위에 올라 임명을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이 같은 교육부의 '총장 아님' 결정은 선거를 치르느라 지난 4개월 동안 어수선해진 학사운영을 정상화하려던 이 대학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민주적 절차를 거쳤고 내부 검증에서도 하자가 없었던 1위 후보를 일언반구 없이 그저 안 된다고 통보한 교육부의 배짱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까.

짚이는 게 있다면 김 교수의 이력이다.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지역의장 출신에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활동을 하고 과거 국가보안법 폐지 서명까지 한 소신을 문제 삼은 게 아니냐는 말이다.

따지고 보면 경북대만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아무런 이유 설명 없이 국공립대의 총장 임명을 거부한 사례가 4군데나 된다. 경북대를 포함해 공주대와 한국체육대, 방송통신대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 청와대가 직접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방송통신대 총장 후보자였던 류수노 교수는 청와대 직원이 시국선언 참여 여부를 전화로 물어왔다고 밝혔으며, 공주대 김현규 교수도 인사검증을 한다는 청와대의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지난 10월 10일 국정감사에서 나선화 문화재청장이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총장을 선임하지 않는 이유로 청와대가 결정하지 않아서라고 답변한 사실도 있다.

결국 대학 구성원들의 자율적 총의보다 더 위에 있는 것은 이 정부의 사상검증인 셈이다. 다시 말해 절차적 정당성과 자치에 대한 존중은 아랑곳없이 코드나 잘 맞추라는 무언의 압력이 횡행하고 있다. 더군다나 청와대가 직접 나서 대학의 주요 인사까지 관리하려 드는 일은 대학자율을 무너뜨리는 폭거와도 같다. 이 정부 들어 아무리 민주주의가 땅에 떨어졌어도 대학 총장마저 정부의 사상검증에 통과해야 되는 현실이 참으로 개탄스러울 뿐이다.

대학도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정부 예산 지원을 미끼로 둔 대학평가지표에 따라 많은 대학이 총장을 뽑는 데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갈아탔다. 그러나 최고의 수장을 민주적으로 정해 놓고도 윗선의 간택에 따라 간단히 무시되는 일을 두고만 보고 있을 텐가. 정의와 민주의 최후 보루였던 대학마저 본연의 길을 잃고 권력의 위세에 휘둘린다면 이 나라의 미래는 없다. 이왕이면 이번에 문제가 터진 경북대부터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 대학 총장마저 점지하겠다는 이 정부의 독재적 교육행정에 맞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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