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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오는 19일 오전 10시에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선고를 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를 법무부와 진보당에 통보했다고 17일 밝혔다. 불과 이틀을 남겨 놓고 선고기일을 통지한 것이다. 지난 11월 25일 변론이 종결된 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사상초유의 정당해산심판 선고가 이뤄진다는 것은 상식적이지도 않고 석연치도 않다.
정부는 작년 11월 5일 불과 6일의 일정으로 대통령이 해외방문 중에 있을 때 대통령도 참석하지 않은 국무회의에서 즉석 안건으로 상정하여 의결하고 해외에 있는 대통령의 전자결재를 얻어 진보당 해산심판 청구서를 헌재에 제출하여 빈축을 산 일이 있다. 이번에는 그 날림의 전통을 헌재가 이어 받을 모양이다. 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사건이 해산으로 종결된다면 진보당 정당해산청구의 시작과 끝 모두 날림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우리는 헌재의 이번 선고가 이른바 이석기 의원 등 내란음모 사건이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되지도 않은 시점에 이뤄지는 점에 주목한다. 진보당 해산심판 사건의 최대 쟁점은 진보당을 장악한 지하혁명조직 ‘RO’가 내란을 음모하고 선동했는지 여부였다. 이에 대한 사실관계를 다투는 형사재판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변론 기일에서 ‘RO’ 관련 사실관계는 형사재판에서 가릴 문제라고 하여, 국정원 프락치 A씨에 대한 증인신문도 ‘RO’와 관련된 것은 하지 못하게 하였다. 지하혁명조직 ‘RO’의 실체 여부 등 사실관계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당연히 진보당 측 소송대리인들은 이 부분에 대한 사실관계를 헌법재판에서 다투어 보지도 못했고, 그럴 필요도 못 느꼈던 것이다.
박한철 헌재 소장이 국회에 나와 연내 선고 가능성을 내비친 적이 있지만, 이를 사실로 받아들인 법조인들은 많지 않았다. 대법원의 선고가 내년 1월 말 이후에나 가능하고, 내란음모 등 형사재판에서 사실관계가 확정되어야 진보당에 대한 해산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헌재가 갑자기 정부여당의 압력에 못 이겨 연내 선고를 강행한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헌법재판소가 내란음모 사건 항소심에서 ‘RO’의 실체 및 내란음모가 부정되었기 때문에 더 살펴 볼 필요 없이 정부의 정당해산심판 청구를 기각하는 것이라면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정부의 청구를 받아들여 진보당의 해산을 명하는 선고라면 헌법재판소는 그 절차부터 헌법을 위반한 것이 된다. ‘RO’의 실체 여부 등 다투어 보지도 않은 사실관계를 기초로 정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간에는 헌재가 대법원과의 관계에서 헌재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조기 선고를 강행한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헌재의 위상은 대법원과의 기 싸움에 있는 것이 아니라 87년 민주항쟁의 결과로 만들어진 현행 헌법질서를 수호함으로써만 지켜질 수 있다. 헌법재판소를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 일컫는 것은 다수결의 횡포로부터 소수의 권리를 지켜달라는 국민의 명령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쪼록 이번 선고가 헌법의 이름으로 헌법을 유린하는 불행한 비극의 출발이 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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