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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판에 종북타령이라?...

정윤회 스캔들에 이어 15일엔 박근혜 대통령의 친동생인 박지만씨까지 검찰에 출석했다. 집권 2년이 채 되기 전에 대통령의 측근들이 국정을 농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이들과 대결적 자세를 취해 온 친동생이 검찰 조사를 받은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크고 작은 친인척 문제를 겪었고, 측근들 사이에서 자리다툼이 없었던 것이 아니지만 이렇게 빠른 경우는 없었다. 그런데 이 난장판 시국의 한 가운데에 대통령이 내놓은 말은 어이없게도 ‘종북타령’이다.

박 대통령은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정윤회 스캔들이나 박지만씨의 조사에 대해서는 입을 닫은 채 “소위 종북 콘서트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우려스러운 수준에 달하고 있다”고 있다며 재미동포 신은미씨를 지목하여 비난했다.“몇 번의 북한 방문 경험이 있는 일부 인사들이 북한 주민들의 처참한 생활상이나 인권침해 등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자신들의 일부 편향된 경험을 북한의 실상인양 왜곡·과장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신 씨 등의 통일콘서트만 놓고 보자면 큰 틀에서 자기 경험의 소개이다. 북한의 다양한 면을 직접 다녀온 인사가 알린다는 행사의 취지는 민족의 동질성을 찾고 통일을 바라본다는 점에서 장려할 일이지 비난할 일이 아니다. 실정법상의 처벌 가능성도 없다. 굳이 박 대통령이 지적한 ‘사회적 갈등’이라고 한다면 아무 일도 아닌 통일콘서트를 ‘종북 콘서트’라고 부르면서 사실을 왜곡한 종편 방송이나, 종교시설에서 열린 평화로운 대화의 마당에 사제폭탄을 들고 뛰어든 극우 청년의 난동을 가리키는 표현이어야 한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피해자를 갈등의 주범으로 몰고, 가해자의 인식에 손을 들었다. 어안이 벙벙한 일이다.

만약 신 씨 등의 콘서트가 문제라면, 스스로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난 자신의 처신은 어떻게 설명할텐가? 박 대통령은 과거 김정일 위원장에 대해 좋은 말을 많이 했는데 그건 “헌법적 가치와 국가의 정체성을 지킨다는 대원칙”에 맞고, 신 씨 등의 말은 “헌법적 가치와 국가의 정체성”을 훼손한다는 것인가? 제 논에 물대기도 이 쯤되면 보는 사람까지 낯이 뜨겁다.

설사 신 씨 등의 통일콘서트에 대해 할 말이 있더라도 지금이 그럴 때는 아니다. 몇 주 째 대통령의 전현직 비서관들이 서로를 물어뜯고 과거 자신을 모셨던 사람과 자신의 친동생이 아웅다웅하고 있다. 자신이 임명했던 장관이 청와대의 전횡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심지어 검찰의 수사과정에서 현직 경찰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설령 이 모든 것이 아무 근거가 없는 뜬소문이라 하더라도 최소한 국민의 마음을 어지럽힌 것에 대해서 한마디 사과가 있어야 정상인 상황이다. 그런데 막상 나온 것은 ‘종북타령’이니 대통령의 눈과 귀에는 이런 현실이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는가?

박 대통령으로서는 ‘종북’ 몰이를 다시 시작함으로써 지금의 난맥상을 감추고 싶은 유혹을 느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 옳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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