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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피 묻은 손으로 인권타령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9.11테러 이후 감금했던 용의자에 대해 끔찍한 고문을 자행했음을 인정한 미 의회 보고서가 9일(현지 시각) 공개됐다. 이 보고서는 9.11테러 이후 테러 용의자에 대한 고문 의혹이 일자 상원 정보위가 5년 동안 약 630만 페이지에 달하는 CIA 문서를 분석해 작성한 6천 페이지의 보고서를 요약한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CIA는 물고문, 잠 안재우기, 구타와 가족 살해협박, 심지어는 성고문에 이르기까지 온갖 잔인한 고문을 자행했다. 용의자를 공포로 몰아넣기 위해 ‘러시안 룰렛’과 전동 드릴을 사용한 위협도 했다는 것이다.

고문은 어떤 경우에도 인정될 수 없는 심각한 범죄다. 더우기 이번에 공개된 CIA의 고문은 일부 요원들의 과오가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조장된 조직범죄라는 면에서 충격이 더하다. 부시 행정부의 고위 관료들은 ‘선진화된 심문’이라는 미명하에 고문을 장려했다. 이들은 지금에 와서도 자신들의 범죄 행위를 옹호하고 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CIA 직원들은 애국자"라며 이들을 옹호하고 있고, 딕 체니 전 부통령도 “(이들의 고문은) 완전히 정당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러 공화당 의원들이 보고서의 공개를 반대했고, 이번 보고서의 공개가 오히려 미국의 국가안보에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주의 나라의 정치인이 아니라 마피아의 보스나 할 수 있는 처신이다.

미국의 고문 범죄가 이른바 ‘우방국’의 협조 위에서 벌어졌다는 점도 놀랍다. 이번 보고서에서 CIA를 도왔던 국가들과 관련된 부분은 편집되어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폴란드에 위치한 CIA의 비밀감옥이 사실상 확인됐고, 폴란드 당국과 영국의 정보기관인 MI6가 CIA에 협조한 정황도 드러났다. 민주주의의 선진국이라 불려왔던 나라들이 미국의 ‘피 묻은 손’을 잡은 협조자들이었음이 확인된 것이다.

미국은 ‘인권 외교’라는 이름으로 중국과 북한 등을 압박해 왔다. 하지만 인권을 말하는 입과 고문을 행하는 손은 결코 한 몸일 수 없다. 미국은 “국제법에 따라 고문에 책임이 있는 CIA 및 정부 관리들을 기소해야 한다”는 벤 에머슨 유엔 대테러·인권 특별보고관의 주문을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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