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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문건을 유출한 혐의로 수사를 받던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 소속 최모 경위가 숨진 채 발견됐다. 최 경위는 이른바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을 언론사로 유출한 혐의로 지난 9일 검찰에 체포돼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해 12일 풀려난 상태였다. 유족에 따르면 최 경위는 유서를 통해 검찰 수사에서 심한 압박을 느꼈고, 너무 억울하다는 내용을 남겼다고 한다.
얽히고 설킨 것처럼 보이지만 이번 ‘정윤회 스캔들’은 의외로 단순하다. 청와대의 공식 조직인 공직기강 비서관실에서 정 씨의 국정 개입과 관련한 문건을 작성해 보고했고, 이 문건이 언론에 보도됨으로써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상태였다. 청와대든 검찰이든 이와 관련해서 사실 관계를 명확히 하면 그 뿐인 일이다. 정 씨가 무단으로 국정에 개입했다면 이를 끊어내면 되고, 한 때 의혹이 있었으나 확인해보니 사실이 아니었다면 그렇게 밝히면 될 일이었다.
그러나 사건이 불거지자마자 박근혜 대통령이 내놓은 해법은 ‘문건 유출 수사’였다. 문건 유출만 놓고보면 청와대는 올 상반기에 이미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고 자체 감찰도 한 바 있다. 이미 끝난 일이었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국기 문란’을 거론하자 검찰은 고강도의 수사를 시작했다. 최 경위에 대해 구속 영장을 청구한 것도 지나쳤다. 최 경위가 직접 청와대에서 해당 문건을 빼 온 사람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에게 적용할 수 있는 혐의가 불분명했기 때문이다. 법원이 영장을 기각한 것만 보아도 이는 명백하다. 그런데도 검찰은 다시 영장을 청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압박을 이기지 못한 최 경위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따른 검찰의 고강도 수사가 결국 최 경위를 죽음으로 몰아간 셈이다.
박 대통령은 자신에게 제기된 비판에서 다른 논점을 제기해 이를 피해간 적이 많다. 대표적인 경우가 대선 직전 불거진 국정원의 ‘댓글’ 사건에서 엉뚱하게 여직원의 인권 문제를 제기한 경우다. 이번에도 비슷하다. 정윤회 씨가 대통령의 측근들과 어울리면서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생뚱맞은 문건 유출에 대한 수사를 지시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스캔들은 박 대통령의 주변에서 벌어진 일이다. 문건을 만든 사람도, 유출한 사람도, 문건에 등장하는 사람도 모두 박 대통령의 전현직 비서관들이다. 이 쯤되면 누구를 탓하기 전에 자신을 돌아봐야 마땅하다. 최 경위의 자살이라는 참극에도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박 대통령이나 우리 사회나 모두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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