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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새정치연합 비대위원장이 10일 비대위 회의에서 ‘진보당 해산 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동안 문재인 의원이나 박지원 의원 등이 개별적으로 반대 입장을 내기는 했지만, 새정치연합 지도부 차원의 공식 입장 표명은 이번이 처음이다.
새정치연합의 이런 태도는 과거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 시절엔 아예 진보당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자제하라고 했던 것과 뚜렷이 대조된다. ‘나는 아니’라는 식으로는 박근혜 정권의 종북공세를 버텨낼 수 없다는 점에서 원칙적이면서도 현명한 판단으로 보인다. 진보당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당내외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해산 반대의 목소리를 낸 일은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어이 없게도 새누리당이 여기에 시비를 걸고 나섰다.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정당해산 결정에 대한 판단은 헌법재판소의 몫”이라면서 “재판관들이 원칙과 양심에 따라 판단하면 될 일에 정치권이 부당하게 간섭하고 압력을 가하려는 언사는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나 대변인들까지 헌법재판소에 대한 개입과 압박이라고 가세했다. 새정치연합의 진보당 해산 반대 입장이 나오자 새누리당 지도부가 총출동하다시피 한 셈이다.
헌재를 압박해서는 안된다며 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최근 벌어지는 극우단체를 중심으로 한 ‘연내 선고’ 압박의 진원지는 새누리당 자신이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은 해산 결정이 늦어지고 있다며 헌재를 추궁했다. 변론이 3주에 한 번씩 열리는 것조차 문제 삼을 정도였다. 박한철 헌재소장이 연내 선고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이 때였다. 올해 초에도 새누리당은 국회 법사위 업무보고나 최고위원회 등의 자리에서 지방 선거전에 해산 결정을 내리라고 윽박질렀다.
심지어 새누리당은 작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결정이 있기 전부터 정당해산심판을 빨리 청구하라고 법무부를 상대로 종용하기도 했다. 헌재 국정감사에서도 김진태 의원은 아예 ‘진보당은 북한의 지령을 받고 만들어진 정당’이라 주장하는가 하면, 현 해수부장관인 이주영 의원은 정당해산심판 관련 연구를 주문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의원들은 해산된 정당의 공직자의 출마 제한, 국고보조금 환수 소급 적용, 국가보안법이나 내란음모 사건 피의자 변호인 접견권 제한 등 위헌 소지가 다분한 법안을 경쟁적으로 발의했다. 최근까지도 하태경 의원은 출처 불명의 문서를 흔들면서 여론몰이에 앞장서고 있다.
새누리당의 이 같은 행태야말로 헌법이 부여한 국회의 권한을 악용한 헌재에 대한 부당한 압력이다. 정치공세를 하더라도 정도껏 해야 한다. 자신들의 행위는 깡그리 묻어버린 채 야당에 눈을 부라리는 뻔뻔함, 3권 분립마저 정면으로 부정하는 듯한 몰상식함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진보당 해산심판은 최종변론을 마치고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어떤 결론이 나든 후폭풍은 만만치 않다. 기각되면 박근혜 정권은 치명적 타격을 입게 된다. 설사 해산 결정이 내려지면 국가가 강제로 정당을 해산시킨 정치 후진국이란 국제적 망신을 사게 될 것이다.
확실한 것은 어떤 결정이 나더라도 새누리당이 모든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진보당 해산 여론몰이를 하고, 협박하다시피 헌재를 압박한 게 새누리당이었기 때문이다.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물리적 제거도 서슴지 않는 파시스트 정당으로 불리지 않으려면 새누리당은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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