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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정윤회씨 국정 농단 의혹에 대해 어제 박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지도부와 예산결산특위 의원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찌라시에나 나오는 이야기들에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은 정말 대한민국이 부끄러운 일”이라며, “소모적인 의혹제기와 논란으로 국정이 발목 잡히는 일이 없도록 여당에서 중심을 잘 잡아주셨으면 한다”고 새누리당에 ‘오더’를 내렸다.
박대통령과 김무성 대표가 한자리에 앉아 ‘찌라시 탓’을 한 것은 대한민국 역사에 길이 남을 코메디이다. 2년 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고 노무현 대통령은 NLL을 포기했지만 자신은 NLL을 사수하겠다며 문재인 후보를 향해 종북몰이를 했다. NLL을 활용한 종북몰이의 정점에 김무성 대표가 있었다. 새누리당 선대본부장 김무성 대표는 부산 유세에서 NLL 관련 발언을 공개하겠다며 녹취록 원문과 8개 항목 744자가 일치하는 문서를 읽었다. 그런데 2013년에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자 김무성 대표는 ‘증권가 찌라시’를 참조한 발언이었다고 말했고, 검찰은 김무성 대표를 무혐의 처분했다.
108만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된 선거에서 최대의 이슈로 부각시킨 것이 NLL 종북몰이였는데, 찌라시를 보고 종북몰이를 한 사람은 집권여당의 대표이고, 찌라시를 통해 최대의 이익을 본 사람은 대통령이며, 찌라시를 보고 전직 대통령과 관련하여 어떤 이야기든 해도 괜찮다고 무혐의 처분해준 것은 대한민국 검찰이다. 이제 와서 정권 잡았다고 ‘찌라시 때문에 나라가 흔들리는 것이 부끄럽다’고 말하는 것은 너무 낯 뜨거운 언사 아닌가?
일주일 전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한 발언에 이어 어제 새누리당 의원 초청 오찬 발언 역시도 박대통령이 전혀 사태 파악을 못하고 있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 세월호 참사 당일 “아이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있다는데 아이들 찾기가 그렇게 어렵나요?”라는 말과 똑같은 느낌이다.
지금 정윤회씨를 비롯한 ‘십상시’의 국정 농단 사건은 증권가 찌라시의 이야기들이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 아니다. 세계일보가 보도한 내용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작성한 내부 문건임을 청와대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청와대 안에서 작성한 문건을 보도한 것이 왜 찌라시인가? 이야말로 국격을 무너뜨리는 발언이며 언론 탄압이다.
승마 선수인 정윤회씨 딸과 관련하여 문체부 국장, 과장 경질을 박대통령이 직접 요구했다는 주장도 박대통령이 임명한 유진룡 장관의 입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자신이 임명한 장관이 한 말을 찌라시라고 하는 것 역시도 대통령답지 않은 언행이다.
향후 정국은 박대통령이 원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지 않을 것이다. 박대통령이 비난하는 찌라시 발언들을 박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돕던 사람들이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은 최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정윤회씨가 언론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관계를 묻는 질문에 ‘대선 끝나고 그냥 감사 전화 한통 받은 것 밖에 없다’고 이야기하는데, 감사 전화 받은 사람 몇 명 안 된다. 랭킹으로 따지면 그 안에 든다는 이야기”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상돈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진실 여부와 관계없이 온 국민이 안방이건 식당이건 간에 정윤회, 최태민, 박근혜를 입에 올리지 않겠느냐. 대통령에게 무슨 신뢰가 있겠느냐. 한마디로 신뢰가 붕괴한 거다”라고 비난했다.
박대통령이 정윤회와 십상시의 국정 농단 의혹에서 빠져나오려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화근을 도려내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그런데 박대통령의 언행은 계속 그들을 옹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들을 옹호하면서 찌라시 탓을 하면 할수록 국민 여론은 더 등을 돌릴 것이다. 박대통령의 시국인식이 정말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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