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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까지 민영화?

지난 11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하 서비스법)이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합의로 국회 기획재정위 경제재정소위에 상정되었다. 이 법안은 2012년 이명박 정부 당시 ‘서비스산업 선진화’라는 이름으로 사회공공서비스 영역을 민영화하기 위한 입법과제로 출발했다가 여론의 반대에 밀려 폐기됐는데, 19대 국회 들어 다시 부활한 것이다. '민영화 만능법'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서비스법에 대해 국회 차원의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이를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의 움직임도 보다 거세지고 있다.

서비스법은 박근혜 정부가 관철하려는 경제활성화 1호 법안이다. 돈만 가져다 준다면 다 허용할 수 있다는 논리가 곧 경제활성화로 풀이되는 게 이 정부의 기조다 보니 1호란 의미도 예사롭지 않다.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은 모든 규제를 풀어 서비스업을 성장시켜야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몇 차례나 강조했고, 최경환 부총리도 틈만 나면 규제를 풀어 서비스산업을 키우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문제는 서비스법이 정하는 대상의 범위가 매우 포괄적이라는 데 있다. 이 법의 2조는 이를 ‘농림어업이나 제조업 등 재화를 생산하는 산업을 제외한 경제활동에 관계되는 산업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산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의료나 교육, 철도와 같은 공공재는 물론 유통, 금융, 문화예술등의 분야까지 오로지 이윤 축적을 위한 시장으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이미 대통령의 입에서 규제 ‘기요틴’(단두대)이라는 말까지 나온 마당에서는 인간의 존엄을 최소한으로 보장하려는 공공복지도 그 살벌한 심판대에 올려질 게 뻔하다.

서비스법에 따라 구성될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의 속내를 봐도 이 같은 문제는 더욱 심각하게 드러난다. 기획재정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위원 역시 해당 부처의 장관이 추천하는 민간위원을 기획재정부 장관이 위촉하는 형식이다 보니, 비판적 의견이 자리할 데가 없다. 사실상 기획재정부 독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야말로 막강한 권한을 쥔 위원회가 민영화를 위한 정책을 일사천리로 진행하겠다는 말이다. 결과적으로 환자 치료보다 영리 추구에 혈안이 될 의료민영화, 해외교육기관 유치를 허용하는 사교육 편중, 공익적 통제를 벗어난 철도와 해양운송, 카지노 같은 사행산업 육성 등 서비스법이 양산할 사회적 위험은 우리의 상상 이상일 게 분명하다.

먼저 박근혜 정부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윤보다는 생명, 효율보다는 안전을 일깨워 준 세월호 참사의 교훈을 벌써 잊었단 말인가. 공공 복지의 울타리마저 민영화하려는 데 이르러서는 도대체 이 정부가 지닌 탐욕의 끝이 어디까지인지 섬뜩하기만 할 뿐이다.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책임도 매우 엄중하다. 의료계등 직능단체의 반발로 표류해 온 이 법안에 왜 날개를 달아줘야 하나. 일단 상정해놓고 논의는 하되 나중에 폐기시키겠다는 항간의 말은 무책임하기까지 하다. 담배세 인상 반대도 처음에는 큰소리치더니 결국 힘이 없다며 새누리당의 안을 그대로 받아버린 게 엊그제다. 다시는 우리 사회를 세월호 이전의 위험한 질주로 떠밀어서는 안된다. 이 책임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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