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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부사장이 미국 공항에서 일방적으로 항공기를 회항시켜 승무원을 내리도록 한 사태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대한항곡 측은 조현아 부사장이 담당 임원으로서 정당한 감독권을 행사했다고 해명하지만 국제항공규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적 항공사의 해명 치고는 너무 궁색하다. 이번 사태는 명백히 조 부사장의 월권이 부른 것이다.
승무원의 서비스가 부족하고, 그 상급자가 이를 잘 설명하지 못했다면 한국에 도착한 뒤 적절한 절차에 따라 조치를 취하면 될 일이다. 한 해 수천만 명의 승객과 수백만 톤의 화물을 운송하는 항공사에 이런 시스템이 없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회사 임원이라고 하나 안전이 최우선인 항공기에서 다른 승객이 들릴 정도로 큰 소리로 고함을 치며 직원을 나무랐다는 것은 자칫 기내난동 또는 테러위험으로 몰릴 수 있는 위험한 일이다. 조 부사장이 오너의 맏딸로서 ‘낙하산’으로 내려온, 갓 마흔의 임원이라지만 명색이 항공사 부사장이라면 이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이는 그가 강조한 고객서비스도 크게 위배되는 일이지 않은가.
특히, 해당 항공기가 뉴욕 JFK공항 관제당국에 회항사유를 허위로 보고했을 가능성까지 대두돼 자칫 국제적 문제로 불거질 수도 있다. 항공기의 회항은 기체이상, 테러위험, 응급환자 발생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허용된다. 기장이 사실대로 보고하고 회항했다면 공항 측이 사유 외 회항을 허용한 셈이고, 그렇지 않다면 기장과 대한항공 측이 관제당국에 허위로 사유를 보고한 것이 되니 진상규명은 불가피하다.
사태를 이렇게 키운 바탕에는 이 나라 부유층 특유의 특권의식, 안하무인격 언행이 도사리고 있다. 당사자와 소통해 사안을 파악하고, 문제가 있다면 규정과 절차대로 처리하는 것은 아주 사소하지만 중요한 절차적 민주주의다. 1987년 6월항쟁과 수평적 정권교체,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우리사회는 절차적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자리잡았다고 평가됐다.
그러나 정치권력의 시대역행과 맞물려 ‘법 위에 선 특권층’의 발호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크게는 수백 조원의 가치를 가진 우리나라 최대 그룹을 편법·탈법적으로 아들딸에게 승계하는 것부터 작게는 분신까지 부른 강남 아파트 입주민들의 인격말살 행위가 그러하다. 이는 결코 개인의 성격이나 교양의 문제가 아니다. 가진 자들 쪽으로 편향된 법조차 지키지 않겠다는 이들의 늘어날수록 이 사회는 더욱 불행해지고 불안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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