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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전주교구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시국미사에서 ‘박근혜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채택하였다. 그간 청와대는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을 비롯한 총체적인 관권부정선거 의혹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해왔다. 축소은폐와 수사방해의 혐의가 짙어질수록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고 그래도 끝내 외면하면 마침내 사퇴 촉구로 이어지는 것은 필연적인 수순이다.
'대통령 사퇴' 촉구에 대한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과잉반응이 가관이다. 새누리당 민현주 대변인은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을 “아직도 냉전의 타임캡슐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그래서 시대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일부 소수 극단적 정치세력”으로 몰아 세웠다. 청와대는 “그 사람들의 조국이 어디인지 의심스럽다”고도 했다. 도적이 매를 드는 격이다. ‘NLL을 팔아넘겼다’는 터무니없는 날조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부관참시한 것이 누구이며, 프락치 공작으로 내란음모사건을 조작해 종북몰이에 악용한 시대착오적인 냉전 세력이 누구인가. ‘조국' 운운한 비난은 듣기 민망하고 볼썽사납다. 22일 미사에서 강론을 한 박창신 원로신부는 1980년 당시 5.18의 진실을 알리다가 사제관에 들이닥친 경찰들에게 무자비하게 구타당해 지금도 다리가 불편한 광주민주화운동유공자이다. 5월 학살의 주역과 군사쿠데타의 후예 집단이자, 병역 면제자와 이중 국적자가 판치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조국'이란 말을 입에 담을 자격이 있는가. 비이성적인 히스테리 증세가 아닐 수 없다.
22일 박 신부의 강론은 국가기관의 선거 개입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이에 책임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구속수사하고 국가기관의 선거 개입을 이용해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은 사퇴하라는 요지였다. 찬반이 나뉠 수 있으나 사제로서 양심에 따라 충분히 할 수 있는 발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말꼬리를 트집 잡고 침소봉대 왜곡하면서 이제 종교계마저 ‘종북몰이’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태세다. 김태흠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24일 “정의구현사제단의 일부는 ‘종북구현사제단’에 가깝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고 비난했다. 비판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이 아니라 이성을 상실한 듯한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오히려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처럼 비칠 따름이다.
임기 중 사퇴한 최초이자 유일한 미국 대통령으로 기록된 닉슨의 사임 원인은 워터게이트 사건 그 자체만이 아니었다. 국가안보를 핑계로 CIA(중앙정보국)를 통해 FBI(연방수사국)의 수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관련 증거를 인멸하며 진실을 축소 은폐함으로써 의회에 의해 사법방해죄, 권력남용죄, 의회모욕죄로 탄핵을 당하게 되자 사임을 발표했던 것이다. 대선 기간 국가정보원을 앞세워 경찰로 하여금 허위조사결과를 발표토록 했고, 이후 검찰 특별수사팀이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들춰내자 부당한 압력으로 수사를 방해하고 부정을 은폐하려고 하는 작금의 상황은 청와대가 닉슨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성 잃은 과잉대응의 저의는 뻔하다. 대대적인 종북몰이로 눈덩이처럼 커져가는 관권부정선거 의혹을 덮어보자는 속셈일 것이다. 그러나 어둠으로 빛을 가릴 수 없다. 얕은 술수로 부정선거의 진상을 은폐하고 국민의 눈을 속일 수 없다. 사제단의 '대통령 사퇴' 촉구는 거스를 수 없는 민심의 반영이다. 결단의 시간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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