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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5일 국무회의에서 ‘청년희망펀드’를 언급한지 엿새 만에 은행 상품으로 출시되어 판매 중이다. 이 펀드는 1호 기부자인 박 대통령을 시작으로 하루 만에 8,631명이 가입하여 현재까지 3억 8031만 원의 신탁을 받았다고 한다. 일부 언론에서는 펀드 가입 수치를 두고 ‘러시’, ‘열풍’, ‘흥행 돌풍’ 등의 낯 뜨거운 표현을 써가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허나 실상은 은행 직원들과 그 가족들 명의로 펀드 가입을 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상품을 가장 먼저 출시한 하나금융은 계약직을 포함한 1만 5천 명 전 직원에게 구두 혹은 이메일로 1인 1계좌 씩 가입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사업본부와 영업점별로 청년희망펀드 가입률을 집계하며 가입하지 않은 직원들을 일일이 확인해 계좌 개설을 주문하고 가족이나 지인 등 다른 사람 명의로 추가 가입까지 요구했다고 한다.
청년희망펀드는 이름만 펀드지 원금을 되돌려 받을 수도 없고 이자가 나오는 것도 아닌 그야말로 공익신탁이다. 원하는 사람만 자발적으로 기부하는 상품인 것이다. 이런 기부 상품을 은행 직원들을 동원하여 반강제로 머릿수를 채우기를 하고 있으니 황당할 따름이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은행 직원으로 그치지 않을 듯하다. 대통령이 1호로 직접 가입한 사업이니 2호로 황교안 총리가 따라 가입하고 이어서 주요 금융그룹 경영진을 비롯한 대기업 CEO, 장관급 공무원들이 ‘알아서 기며’ 줄줄이 가입할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첫 단추를 잘못 꿰면 마지막 단추까지 잘못 꿰게 되는 법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시작된 청년희망펀드는 하나부터 열까지 다 잘못되었다. 박 대통령은 청년펀드 추진 배경을 “노사정 대타협을 계기로 노사 양측의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노사 양측이 아닌 쉬운 해고, 낮은 임금, 많은 비정규직을 만들어 노동자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것이다. 또한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재원을 마련하자.”라는데 현재 청년 고용 문제는 재원이 없어서 발생한 것이 아니다. 수백조원의 사내유보금을 쌓아두고 있는 재벌은 가만 두고 국민들의 가벼운 호주머니마저 털어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기만적이다.
무엇보다도 대통령의 제왕적 업무 스타일이 문제다. 밑도 끝도 없이 청년펀드를 꺼낸 박 대통령의 호통이 두려워서인지 참모들은 기부액 규모, 사용처도 없이 일단 모금창구부터 열었다. 구체적 사업안도 없어서 홈페이지에 청년지원사업을 공모한다는 둥, 아직 구상중이라는 둥의 모호한 대답뿐이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현장 의견 수렴도 없이 어영부영 추진된 사업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광복절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고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되었다. 또한, 추석을 맞이해서 56만 군인에게는 1박 2일로 특별휴가증을 발급했고 동시에 ‘특별간식을 하사 하겠다’고 한다. ‘하사’라니 그야말로 박 대통령은 자신이 여왕이라고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취업으로 힘들어하는 청년들 핑계로 불통정치를 이어가는 대통령에게 이제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것을 말해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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