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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한국 배치가 기로에 섰다. 10월 한미정상회담과 11월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사드 한국 배치 문제가 가닥이 잡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와 4차 핵실험을 한다면 이를 빌미로 사드 한국 배치가 전격 결정될 수도 있다. 2009년 이명박 정권이 북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핑계로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에 참여했던 것처럼.
미국에서는 국방부의 관료와 군부가 앞장서는 것은 물론이고, 국무부와 의회까지 총동원되어 파상적으로 사드 한국 배치를 압박하거나 기정사실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지난 5월 방한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사드 한국 배치를 시사한 데 이어, 프랭크 로즈 미 국무부 군축·검증·이행담당 차관보는 "한반도 사드 포대의 영구 주둔“까지 거론한 것 등이 그 사례다.
사드 한국 배치가 안보와 국방에 도움이 된다고?
이른바 ‘3NO’(“요청이 없었기 때문에 협의도 없었고 결정된 것도 없다”)를 되뇌이던 한국 정부도 입장이 미묘하게 바뀌고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국방부와 군은 오래전부터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연구를 해왔으며, 청와대에서도 기술적인 효용성 검토를 했다”며 “그 결과 사드가 안보에 상당히 도움이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중앙일보, 2015. 5. 21)
지난 5월말 쑨젠궈 중국 부총참모장이 사드 한국 배치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에 대해 한민구 국방장관은 “우리의 국익과 안보 이익을 고려해 우리 정부가 주도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한 장관은 2014년 10월 국정감사 때 “(주한미군에 사드) 배치가 된다면 우리의 안보와 국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두 발언을 연결해 보면 주한미군의 사드 한국 배치는 우리 안보와 국방(국익)에 도움이 되므로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특히 지난 6월 방미를 앞두고 있던 박근혜 대통령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주한미군의 사드 한국 배치에 대해 “우리 국가 안보 이익에 맞는지를 포함해 다양한 요소를 고려할 것”이라면서, 중국의 사드 배치 반대에 대해서는 “특정 국가 입장에 따라 결정할 게 아니고 우리 국민을 어떻게 보호할지가 최우선”이라고 답한 바 있다.(매일경제, 2015. 6. 16)
일각에서는 미국의 반대를 뿌리치고 한중관계를 고려하여 중국의 전승절 행사에 참가한 박 대통령이 중국이 강력히 반대하는 사드 한국 배치를 허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것 같다. 그러나 역으로 중국의 전승절 참가 요구를 들어주었으니 이제는 미국의 의구심을 씻기 위해서라도 미국의 사드 한국 배치 요구를 들어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문제의 핵심은 사드 한국 배치가 정부의 주장처럼 우리의 안보와 국방(국익)에 도움이 되는가 하는 점이다.
우선, 사드미사일로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은 효용성이 매우 낮다. 북한의 일부 단거리 미사일의 비행 궤도가 사드미사일의 요격고도(40~150km)와 약간 겹치지만 북한이 발사 장소를 뒤로 물리거나 발사 각도를 낮추면 사드의 요격고도를 피할 수 있다.
정부는 주일미군기지 등을 겨냥한 사거리 1,300km의 노동미사일의 발사각을 높여 남한에 쏘면 PAC-3로는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발사각을 높이면 자세제어가 어려워 정확도가 떨어지고, 비행시간이 길어져 요격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북한이 그 비싼 무기를 이런 방식으로 발사한다는 것은 미친 짓이다. 북한이 굳이 노동미사일을 남한으로 발사한다면 발사각을 낮춰 탐지를 어렵게 하는 방식을 택할 것이라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런데도 한.미 당국이 노동미사일 발사각을 높여 남한으로 쏠 거라는 시나리오에 집착하는 이유는 그래야만 노동미사일의 비행고도가 사드미사일의 요격고도 사이를 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북한 미사일에 대응한다는 사드미사일 배치의 명분을 확보하기 위해 노동미사일 고각도 발사라는 현실성도 없는 시나리오를 조작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국방부도 2013년에 사실상 사드가 수도권 방어에는 무용지물이라고 인정했고(한국일보, 2015. 5. 21), 미국 의회조사국(CRS) 보고서도 “한국에서는 미사일방어가 효용성이 낮다”(2015. 4)고 밝히고 있다.
이처럼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은 현실성 없는 얘기다. 따라서 사드 한국 배치가 우리의 안보와 국방에 도움이 된다는 정부의 주장은 타당성이 없는 것이다.
중국 미사일 능력 무력화 겨냥한 사드 한국 배치
그렇다면 미국은 왜 사드 한국 배치를 강요하는 것일까. 그 핵심은 중국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정보를 한국에 배치된 사드 레이더를 통하여 조금이라도 더 빨리 탐지하여 미국과 일본에 전파함으로써 중국 미사일에 대한 요격 가능성을 최대한 높이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은 상대방을 교란하기 위한 모형탄(가짜탄)이 실제탄(진짜탄)에서 분리되는 과정을 중국의 최근접 거리에 배치된 사드 레이더가 포착하면 실제탄 요격 가능성이 훨씬 높아질 것을 우려한다.(월간중앙, 2015. 5, 중국이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이유 - “한·미·일 방어체제, 감시의 ‘눈’은 이미 작동 중이었다”)
이와 관련하여 사드 레이더(AN/TPY-2)의 탐지거리가 문제가 된다. 일부 진보적인 인사들조차 사드 레이더의 탐지거리가 2,000km 정도여서 중국 내륙 깊숙이 들여다보지 못하기 때문에 중국 미사일을 감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의 MD 전문가인 포스톨 교수는 사드 레이더의 탐지거리를 4,000km 이상으로 보면서 2,000km라는 주장을 난센스라고 일축했으며(한겨레 2015. 6. 1), 미국 <타임>지는 이스라엘 배치 사드 레이더의 탐지거리를 4,600km로 보도한 바 있다.(2012. 5. 30) 이 경우 사드 레이더의 탐지 방향이 북한을 향하더라도 북극궤도를 지나 미국을 향하는 중국의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탐지할 수 있다는 것이 포스톨 교수의 시뮬레이션 결과다.
사드 레이더를 멀리 보는 전진배치모드가 아니라 짧게 보는 종말모드로 고정하면 중국을 탐지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우리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미국 국방부 ‘미사일방어청 2012년 예산추계’에 따르면 “두 모드는 8시간 안에 전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한겨레, 2015. 6. 3)
중국이 사드 한국 배치를 강력히 반대하는 것은 이와 연관된다. 미국이 50여기 밖에 안 되는 중국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 정보를 한국에 배치된 사드 레이더로부터 받아 요격에 나선다면 중국의 미사일 능력이 무력화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사드 레이더가 한국에 배치되면 그것이 주한미군이 들여온 것이든, 한국이 들여온 것이든 중국의 미사일 능력을 무력화한다는 점에서 동일하기 때문에 중국 입장에서는 둘 다 용납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렇게 되면 중국의 대미 미사일 억지력이 상실됨으로써 미중 간 전략안정이 무너진다. 2011년 9월 미국 과학자연맹이 미국 MD가 미중 간 전략안정을 흔들 수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이유다.
한미일 MD 및 삼각동맹으로 이어지는 사드 한국 배치는 백해무익
이처럼 사드 한국배치는 핵심적으로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서 우리의 안보나 국익에는 백해무익한 일이다. 사드 한국 배치는 한국이 미국과 일본의 미사일방어체제(MD)의 하위체제에 편입되고, 나아가 한미일 삼각 군사동맹에 끌려들어가는 것이다. 한미일 MD와 삼각동맹이 구축되면 동북아의 군비경쟁과 군사적 대결이 격화되어 한반도 평화와 안보는 심각한 위험에 빠지게 될 것이다.
남과 북이 서로 대결하는 강대국들의 원심력에 끌려들어가 평화통일의 길도 그만큼 멀어진다. 최대교역국인 중국을 적으로 돌림으로써 우리 경제도 중대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러시아와의 관계도 악화되어 북방 진출 기회도 잃게 될 것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과 한미주둔군지위협정에 따라 우리는 무상으로 부지를 제공해야 할 것이고 이에 따라 해당 지역 주민들은 자신들의 생활터전에서 쫓겨나게 될 것이다. 사드 레이더 기지 주변의 전자파와 소음 피해도 심각할 것이다.
평통사는 동북아 안보지형을 뒤흔들고 우리에게 막대한 피해를 안기는 사드 한국 배치와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를 막기 위해 9월 4일부터 50일 동안 전국 50개 도시를 순회하는 평화행동을 전개하고 있다. 절박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영상을 보여주고 유인물을 나눠주며 서명을 받고 있다.
회원들의 땀과 정성으로 목표했던 유인물 10만 장 배포를 훨씬 넘길 것 같다. 어떤 젊은이는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느냐고 묻고, 어느 촌로는 3만6천원 밖에 없는 지갑에서 꼬깃꼬깃한 3만원을 꺼내 차량 기름값에 보태라는 눈물겨운 경험도 하고 있다. 물론 빨갱이라 욕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우리가 사드 한국 배치를 막아낼 수 있다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성공적 출범이 미국의 금융패권에 일정한 파열구를 낸 것처럼, 미국의 동북아 군사패권에도 일정한 파열구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자주와 민족의 평화통일에도 활로가 열릴 것이다.
사드 한국 배치의 기로에서, 평화 해치고 경제 망치는 백해무익한 일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이 문제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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