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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와 안전을 위한 정부의 ‘안보 외교’ 근간이 모두 무너져 내리고 있다.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대응’이 현실화하면서 북핵 저지를 위한 대북 제재에 총력전을 펴는 정부가 오히려 대남 제재를 걱정해야 할 처지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미 대북 압박외교에는 구멍이 뚫렸고, 중국의 비자발급 제한 등 주변국의 ‘사드 철회 압박’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집권 세력은 외교안보에 대한 최소한의 여론 공통분모도 마련하지 못한 채 사드 반대에 ‘매국·사대주의’라고 삿대질하며 분열상만 초래하고 있다. 외교·내치 모두 총체적 난국의 상황인 셈이다.
무엇보다 한반도 주변국 외교 상황이 심각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했던 미·중 균형 외교는 사드 배치 결정으로 미국을 선택한 셈이 됐다. 그 결과 박 대통령이 공들여온 한·중관계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상황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지난 3일 박 대통령 실명을 거론하며 사드 배치 결정을 비판했고, 중국 정부의 미묘한 보복성 조치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인민일보의 언급은 당 차원에서 사드 문제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시그널인 만큼, 중국 측은 점차 제재 강도를 높여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통령이 북한 4차 핵실험 이후 주도해온 대북 압박외교도 실효를 거두기 어려워졌다. 대북 제재 키를 쥔 중국과 러시아가 사드 반대를 고리로 오히려 북한을 끌어안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다음달 2~3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제2차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하는데, 이 자리에서 북·중·러가 사드 반대를 명분 삼아 보조를 맞출 가능성도 있다. 포럼 참석을 계기로 러시아 측에 협조를 구하겠다는 당초 목적과 달리 동시다발적인 사드 비판에 직면하는 등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외교정책을 둘러싼 논란으로 국내는 사분오열 상황이다. 성주 군민들과 야권이 반발하는 것에 대해 여권과 보수층은 ‘반대주장=불순세력’이라는 논리로 공격하고 있다.
하지만 야 3당은 국회 내 사드특별위원회 구성 추진에 합의했고,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6명은 오는 8일 중국을 방문해 중국 측 학자 등과 사드 관련 의견을 교환한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4일 이런 야당 움직임에 대해 “국가 안보에 대해 주변국을 옹호하는 신사대주의적 매국 행위를 즉각 중단하기 바란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정부는 상황의 심각성을 애써 외면하거나 축소하려는 분위기다. 중국이 ‘국내방어용’이라는 정부 설명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있고, 보복조치가 한국 경제와 외교에 미칠 파급효과가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국을 설득하겠다’는 이야기만 되풀이하고 있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이날 중국 보복조치에 대한 질문을 받고 “외교 문제에 대해서 제가 일일이 답변하는 것은 적절치 않고 필요하면 외교부에서 답변할 것”이라고 피해갔다. 인민일보의 박 대통령 실명 비판에 대한 입장을 묻자 “그 역시 (마찬가지다)”라고 했다.
그러다 보니, 무능한 국정운영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특히 중국의 강력한 반발과 보복조치, 국내 여론 분열 등 사드 배치 결정이 초래할 부작용을 정부가 제대로 예상하지 못하고 오판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아주대 김흥규 교수는 통화에서 “사드 관련 정책 결정을 할 때 국방 논리에 의해서, 그리고 경제 부문이라든가 다른 상황들에 대해 충분한 고려가 부족한 상황에서 정책 결정이 내려진 듯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도 “북한은 제재를 예상하고 준비한 것 같은데 한국은 아직 미몽에 잡혀 이(중국의 사드 대응)를 부인하거나 준비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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