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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타!!! (2006.6.22.)

결정타!!!

 

 

40여일 전, 이우 고등학교 1학년에 다니는 큰 애한테서 문자메세지가 왔다.

"아빠 나 머리 좀 튀게 자를께" / "어떻게?"

"음 닭머리, ㅋㅋㅋ", "아빠는 어떻게 생각해?" / "너무 튀지 않겠니?"

"음 그걸 노린건데 ㅜㅜ 해도 괜찮지?" / "니가 감당할 수 있겠니? 알아서 결정해라"

"나 닭머리 결심했어"

영국 축구 선수인 베컴의 닭머리를 생각했는데, 웬걸 결이는 그날 저녘에 가운데 머리털만 남기고 나머지를 다 밀어버린 '스킨해드'를 해서 집으로 들어왔다. 당황 --- 분노(?) ---

결이를 붙들고 협박(?) --- "스킨해드는 안된다. 스킨해드는 극우 인종차별주의자들이다. 이건 개성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나는 스킨해드족과 한 집에 같이 살 수 없다. 니가 아무리 니 마음이 그렇지 않다고 해도 결국 그렇게 비춰질 수 밖에 없다. --- 운운"

결국 결이를 끌고 이발소로 데려가 머리를 빡빡 밀게했다.

 

간신히 한 고비를 넘겨 안심하던 중, 열흘 뒤에 다시 결이로부터 문자 메세지가 왔다.

"아빠 나 축구공 스크래치해도 돼?" / "축구공 스크래치가 뭔데?"

"음 그냥 해보고 싶은건데 머리에 축구공 모양으로 파는거야" / (심각한 고민 끝에) "결아, 네 개성이 꼭 머리로만 나타나야 하는거니? 다른 것으로 개성을 표현할 수 없니?"

"음 나도 다시 곰곰히 생각해 볼께" / "그래"

 

드디어 설득시켜 냈다고 안심하던 중, 다시 열흘 뒤 --- 문자메세지로 최후 통첩!

"아빠 저 오늘 머리 자를께요. 돈은 그냥 제가 하고 싶어 하는 거니까 용돈으로 할께요"

그날 축구공 스크래치한 결이의 머리를 보며, 화를 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억지로 잘했다고 할 수도 없고, 어찌할 바를 모른 채 그냥 무시해서 지나쳤는데 ---

다음 날 결이 엄마로부터 전해들은 결의의 한마디 때문에 하루종일 넋을 잃고(?) 지낼 수 밖에 없었다.

"아빠는 내가 곰곰히 생각한 결론이 꼭 아빠의 생각대로 되야한다고 생각하나봐"

 

2006.06.22.

관악산 밑자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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