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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마음(2014) - 양창근 :: 가장 위로가 필요했던 순간 나를 위로해줬던

아마도 2008년이었나. 민들레와 나다가 함께 있던 시절, 특강이 끝나고 여름 밤 집에 가려고 했었는지 길을 걸었다. 몽자야 앞에서 누군가 노래를 하고 있었다. 그 시점 있었던 한 사건으로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속이 썩어가고 있을 무렵이었다. 너무 아팠던 15살의 나는 양창근의 노래를 들으며 엉엉 울었다. 길거리에 앉아 소년같은 미성으로 예쁘게 불러주는 노래를 들으며 혼자 울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위로받은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처음이었다. 그런 위로는. 그렇게 돌아와 그 프린지에서 양창근이 하는 공연을 다 찾아갔다. 버드와이져 병을 두고 노래를 하던 사람. 매번 바닥에 앉아 눈이 그렁그렁해서 위로를 받고 돌아왔다.

산청출신이라는 말에 왠지 느껴졌던 친근감도 있었다. 산청으로 간 오빠의 친구의 형이라던가, 산청 졸업한 친구의 선배라던가. 산청을 졸업한 녀석이 내가 양창근을 좋아한다는 말에 겨울비 앞부분을 따라하며 웃었다. 내가 아는 사람의 노래는 왠지 웃기기도 하니까. 농담이었겠지만 왠지 나는 '아니야. 짱 좋아!'라고 반박했던 것 같다.

그 여름이었을까? 그 다음 여름이었을까. 언제인지 잘 기억나진 않지만 특강 뒷풀이로 부산 오뎅 근처 무대에 앉아서 다같이 술을 마셨다. 그 때 양창근이 지나가며 인사를 하곤 근방에 앉아 친구와 술을 마셨던 것 같다. 나는 괜히 당황했다. 미성년자인 내가 술마시고 담배피는 상황에 누군가 인사를 한다는 건 그 때는 참 곤란한 일이었다.

 

다른 공연도 찾아갔었다. 아직도 기억나는 공연. 처음으로 라이브클럽이 아닌 카페에서 본 공연. 지금은 없어진 '가게'. 양창근과 복태와 석준이 나왔을 거다. 복태의 홍차야 미안해 하는 노래가 좋았고, 석준의 이름모를 노래가 좋았다. 그리고 그 날 양창근은 술을 많이 마셨었나 뭔가 컨디션에 에러가 있었던 기억이 있다. 

그 시절에 나는 앨범이 안 나온 밴드의 노래를 공연장에서 녹음하거나 동영상으로 찍어서 오디오를 추출해 듣곤 했다. 대부분 잘 안들렸지만. 그렇게 가게에서 했던 녹음해온 노래와 올라온 동영상들을 찾아 노래를 한 곡 한 곡 파일로 만들었었다. 아직도 나는 그 때의 양창근 노래들을 듣는다. 참 좋다. 지금 나에게, 겨울비, 노을, 그때까지, 이젠 그렇게. 다 좋다. 소년같은 그 불안한 목소리가 좋았다. 어딘가 중2스러운 간절함도 좋았다. 약간 오글거리는 가사도 좋았고, 그냥 다 그냥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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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청소년이었던 나는 양창근이 군대에 갈 무렵 나왔던 EP를 결국 사지 못했다.

그리고 군인이던 시절의 그를 우연히 SPOT에서 마주쳤다. 찾아보니 2010년 여름. 루나틱이 나온 걸 보면 루나틱을 보러 갔을 거다. 그리고 옐로우 몬스터즈의 첫 공연이었을 거다.(예전 홍보글에 홍대 클럽씬에 그 첫선을 보인다고 써있다.) 계단에서 마주쳤을 때 옐로우 몬스터즈를 보러 왔다고 했다. 제대 후 마법사들도, 양창근의 솔로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언제나 공연은 보지 못했다고 해야할지 안봤다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보통 돈이 있으면 시간이 안맞고, 시간이 있으면 돈이 없다. 돈도 시간도 있는데 귀찮거나 돈을 쓰기 무섭거나. 언제나 보고 싶지만 보지 않(못)았다. 돈도 시간도 많았더라면 얼마든지 봤을테니 못한 걸로 해보자. (악착같이 루나틱 보던 걸 떠올리면 결국 의지의 문제일 거다. 물론 루나틱은 종종 게스트로 봐줬긴 하다.)

 

내가 그래서 이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하게 된 건, 오늘 들은 오래된 마음이 너무 좋아서 양창근에 대한 기억과 애정이 무럭무럭 솟았기 때문이었다. 나에겐 나름 사연도 의미도 큰 뮤지션이니까. 가장 위로가 필요하지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시절의 나를 위로해 준 노래였으니까.

 

홍성으로 떠난 훈창에게 개기월식이 시작됐다는 연락을 받고 옥상에 올라갔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의 폰으로 김동률의 신보를 찾아들었다. 듣고 있는데 참 좋다. 따뜻하다. 그러다 내려와서 양창근의 노래를 다운받았다. 나의 잔잔한 노래이자 마음을 흔들흔들 하는 노래는 좀 양창근이다. 1월에 나온 신보를 이제야 찾아들었다. (변명을 해보자면 양창근은 앨범을 사야하니까라는 마음으로 다운받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 스트리밍도 안하고 있었다.) 

몇 달 전, 네이버 뮤직에서 1분 미리듣기로 쭉 들어봤지만 1분으로는 간에 기별도 안간다. 앨범을 사자니 요즘 돈이 잘 없다. 그렇게 미루고 미루다 드디어 오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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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래된 마음

2. 우린

3. 꽃

4. 5am

5. …..

6. 장마

7. 지금 나에게

8. 고백

9. 눈이 내리면

10. 그대가

 

1분으로 들었을 때는 몰랐다. 이렇게 좋은 지. 예전의 소년소년하던 느낌과는 많이 달라졌다. 조금 더 세련되고 정제된 것 같다. 그 살짝 거친 느낌을 좋아했었다. 하지만, 충분히 좋다. 더 좋다. 그 때로부터 6년이 지났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노래인가 싶은 마음도 든다. 나는 이 사람의 화려하지 않고 담백함이 참 좋았다. 기타도 목소리도 (가끔 과한 감성일 수 있지만)과한 소리를 내지 않는 점이 좋다. 담담한 목소리가 좋다. 담담한 기타가 좋다. 드러내려고 애써서 드러나는 것이 아닌, 그냥 솔직한 소리가 좋다. 감정이 실려있는 목소리가 좋다. 뭘 좋아하는 지 모르겠지만, 좋다. 

루나틱을 보며 마음이 움직이는 것처럼 왠지 나를 움직이는 소리가 있다. 양창근은 참 따뜻하진 않은 목소리다. 다정하거나 따뜻함이 없는데 나는 왜 여기서 위로를 받았을까.루나틱은 루나틱의 감정에 내가 공감했기 때문에 늘 위로가 됐다. 양창근에게 받았던 위로는 상황 탓도 있었겠지만 그것만은 아니었을 거야. 이 목소리가 담담히 자기 이야기를 해나가는게, 너무 다정하게 다가오지 않고도 저만치서 노래를 해줘서. 여전히 다정하진 않지만, 여전히 위로받는다. 옆에 딱 붙어서 안아주고 챙겨주는 위로는 아니지만, 묵묵히 옆에 있어주는 그런 위로. 

 

한밤중에 너무 마음이 쿵 하고 울렸다. 이제야 들은 걸 너무 후회했다. 내가 나래에게 양창근을 알려주고, 나래가 기타를 가르치는 사람들에게 겨울비로 수업을 하는 것처럼. 이 노래도 알려줘야지. 그리고 월급을 받는대로 앨범을 사와야지. 그래서 나래가 쳐주는 양창근의 노래를 듣고, 돈이 생긴다면 공연을 가서 양창근의 노래를 직접 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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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Jan.2014 :: 새해 첫 글이 우울하다

왠지 맘이 힘들다. 싱숭생숭의 시기가 지나고, 자꾸만 눈물이 나는 시기가 와버렸다.

그냥 운다. 또 운다. 왜 우는지 잘 모르겠다. 그렇게 힘든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결국 2014년도 감정조절을 제대로 못해내는 걸까?

 

아마 감정기복을 조절하고 평온하게 컨트롤하지는 못할테니까 주변에 폭발시키는 것만이라도 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뭐 티야 나고, 불편하겠지만. 붙들고 울지는 말자는 것 정도.

 

초등부 수업이 끝났다. 마지막 날 눈을 떴을 때 이대로 죽어야하나. 이대로 짤리는 건가. 뭐 이런 생각들에 휩싸였다. 수업이 끝나고 1주일의 만남을 즐겁게 마무리 하며 놀았지만, 난 기쁘지가 않다. 후련하지도 않다. 부끄럽고 또 부끄럽고. 화가 난다.

 

그렇게 주말을 내내 힘들게 보냈다. 맘이 너무 힘들었고, 또 힘들었는데 힘들다고 말할 사람이 없었다. 말하지 않아야지 했지만 말 할 사람도 없어서 그냥. 그냥 잤다. 이런 식의 도피성 수면이 반복되고 있다.

 

잘한 일은 아니지만, 아슬아슬한 기분으로 나름의 SOS를 보냈지만 그 신호는 어딘가에 흩어져버렸다. 나만 힘든 건 아닌 게 분명하지만, 순간 순간 기껏 아닌 척 하던 마음들이 왈칵 쏟아져 미움 받아버렸다.

 

말들은 목 끝에서 멈춰버리고 눈물은 자꾸 흐른다. 토할 것 같다.

결국 2014년의 다짐은 실패하고, 2013년의 후회는 반복된다.

 

 

*

연말의 여행들은 강행군이었고, 즐거웠다. 생일은 한껏 챙김받고, 사랑받았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좋다. 고맙다.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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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Dec.2013 :: 게토밤즈가 짱짱이라고!

나다wom 이번 잠 못드는 밤은 게토밤즈 검은나로 글을 써야지 결심했다. 좋은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늘 아니라 불안해. 이런 거.

 

근데 게토밤즈는 들을수록 너무 짱짱이다. 원래도 짱이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장난아니다 ㅋㅋㅋㅋ

 

연대에 대해서 외치는 우리 여기 모여 ㅋㅋㅋㅋㅋㅋ 모순된 자유는 법에 의해 통제된데... 난 비록 약하지만 우리는 강하다네!!!!

 

이런 젠장할은 진짜 짱짱이고.

제 아무리 열심히 해도 부당한 대가 일하는 자 따로 있고, 돈 버는 자 따로 있지 이런 젠장할! 당하는 건 항상 나인가! 머리 어깨 무릎 성한 곳이 없어!!!!!!!!!!!!!!!!!

 

뭐 말은 이래도 실천은 어떤지 모르지만.... 거기까진 좀 모르겠지만 여튼 좋긴 좋다.

 

게토밤즈를 1년만 일찍 알았어도 공연도 볼 수 있었을텐데 하하 젠장 나는 늦었다. 

 

정말 씨발 세상이 좇같아서 음악을 시작했던 이들이 있을까?

음악으로 세상을 바꾸고 메세지를 전달하고 다 필요없고 씨발 그냥 좇같다고!!!! 하면서. 갈기던 사람들.

 

아아... 칼럼엔 이런 말을 쓸 수 없어서.. 페북에도 쓸 수 없어서. 블로그에 쓰는 수 밖에 없다.

 

그냥 갑자기 게토밤즈를 들으면서 게토밤즈에 대한 글을 쓰니까 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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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Nov.2013 :: 끙끙

글쓰기가 싫으니 다시 블로그로 찾아왔다. 서문은 인문학 잡지라고 하기엔 부끄럽단 이야기를 쓰려나. 칼럼은 좋은사람이 아닌 것 같단 그 불안에 대해 말해볼까.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생각하면서도 끝까지 블랑꼬를 안 열었다. 저 무거운 노트북 지고 와 놓고 열지도 않고 엄마 데스크탑으로 감자별을 보다가 블로그나 뒤적뒤적.

 

 

*

그냥 그렇게 시간이 지나가고 할 일들은 주렁주렁 열리고, 그래서 요즘 주말이 좋다. 참 좋다. 푹 자고 뒹굴뒹굴. 감자별도 보고, 간식도 먹으며 침대에서 뒹굴뒹굴. 몸은 점점 안좋아진다. 운동 하네 하네 해놓고 대체 언제쯤 정말 하게 될까나. 피로가 많이 쌓인건지 잘 때마다 끙끙이다 정말. 

 

얼굴이 자꾸 빨갛게 일어나는 걸로 스트레스도 받았고, 아빠가 걱정하는 것도 속상했는데. 그냥 이제 포기하는 걸로. 희야말대로 요모양으로 살면서 어디 할 말이 있겠는가 허허. 대신 집에와서 엄마가 요즘 쓴다는 걸 막 썼더니 쪼꼼 가라앉은 기분. 뭐지 플라시본가?

 

 

*

내가 이상한 건지 그래도 되는 건지 그럴 법 한건지 예민한 건지. 혼란스러워서 끙끙 거렸다.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누굴 탓해야하는 건지 어떤 이야기부터 꺼내야하는 건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너도 밉고 너도 밉고 다 미워지는데 그러면 내가 나쁜 사람인 것만 같아서. 그래서 미워하고 싶지 않은데 그런데 왜 하필 둘다 나에게 연락을 해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왜 하필.

 

웃으며 볼 시간도 그리 많지 않은데 만나서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하기 싫다. 몰라 짜증난다. 짜증. 짜증. 화. 화. 그냥 처음부터 괜찮은 걸로 넘겨야되나 생각하지 말 걸. 내가 이렇게 불편할 거면 그냥 이야기 다 풀 걸. 젠장

 

전화를 붙잡고 엉엉 울었다. 울고 또 우는 건 언제까지 계속될까. 사람답게 이야기 할 수는 없나. 내가 싫어진다. 차근차근 하나하나 이야기 해나갈 수 없는 게 아닌데, 얘기하고 싶어하지 않을 것 같아서 말을 할 수가 없으니 눈물만 난다. 말을 할 수 없게 하지 말아달라고 말을 할 수가 없다.

 

감정이 순간 너무 격해져서 심장이 쿵쿵 거리고, 그렇게 몇시간 쯤 잠을 못 자며 멀뚱멀뚱 게임을 하다가 어느 순간 내가 미친 사람 같다. 그 순간의 감정이 너무 격하다. 감정폭주라며 낄낄거리던 것들은 우울이었다면, 요즘은 감정이 너무 격한 순간들이 자꾸 있다. 그 속에서 그냥 감정의 범람 속에서 헤어나오질 못한다. 그래서 이제 그런 순간이 다 지난 후에 차분히 생각해보자고 마음 먹었었는데 잘 안된다. 그냥 그 순간에는. 별일없이 산다고 생각하면서 뭔가 자꾸 폭발이다. 화가 난다. 뭐 때문에 이러는 건지 속에 뭐가 쌓여있는 건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어디부터 풀어야 이런 일들이 안생기게 할 수 있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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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Sep.2013 :: 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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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진짜 부르기 싫은 제목이야 참) 그니까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를 다시 봤다. 난 이거 보고 우디 앨런에게 관심을 갖게 됐던, 나름 좋아하는 영화였는데 내 말을 기억한 나래가 영상자료원에서 상영하는 걸 알려줬다. 이 영화를 봤던 빠이의 테라스와 그 기분과 감상들이 몽글몽글하다. 그냥 하필 그 때에 그 영화를 봤다니 거 참.. ㅋㅋㅋ 다시봐도 웃겼고, 재밌었고, 그 때와는 또 다른 기분. 흐릿해져버린게, 그러다가도 영화의 한 장면을 보고 대화가 떠오르는게 이상하다. 현실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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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머리를 비우고 정신을 쏙 빼놓고, 몸을 피곤하게 만들고 싶었다. 사랑방언덕을 등반하고, 영상원에서 나래가 두고 간 자전거를 타고 돌아왔다. 한강 구경한다고 월드컵 공원에 진...입했다 길을 헤맸지만 좋았다. 담에 놀러가야지. 그렇게 강을 찾다 멍청이 같이 홍제천을 한참 따라가버렸다. 돌아와보니 고작 4키로면 오는 거리를 한시간이 걸렸다. 바보 멍청이. 일 좀 하다가 맥주마시며 허무주의+도피 본성을 꺼내놓은 덕분에 허벅지는 터질 것 같고, 잠이 부족해 눈이 아픈데 잠이 안온다.

나의 노력은 별 가치가 없고, 노력하긴 했을까? 나의 본성은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종종 현실감 없이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순간들이 찾아오는 게 두렵다. 사는 게 재미가 없나보다. 아니 맘에 차질 않나보다. 별 거 없다는 걸, 그냥 사는 거라는 걸 알긴 개뿔. 끊임없이 뭔가 더 특별하길, 더 나은 삶이 있을 것만 같은 건가. 내가 위선이랄까 가식적인가 싶다. 싫다. 참 싫다.

다 부질없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싫고, 애착을 잃어가는 순간들이 싫다. 뭐라도 붙들고 싶은데 그런다고 다시 붙는 건 아닌가보다. 편두통은 끈덕지게 달라붙고, 이질감도 자꾸 찾아오는데 왜 붙들고 싶은 건 안붙들어지나 모르겠다. 술마시는 건 아직 즐거워서 다행이다. 자꾸만 내 세상이 사라지면 좋겠다. 그냥 세상에서 나만 쏙.

그래도 뭔가 해야할 일들을 하고, 슬렁슬렁 살아갈테니까. 휴일이 끝난 사람의 투정으로 남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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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Aug.2013 :: 특강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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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주까지 스트레스가 폭발이었다. 수업 준비를 끝마쳐야하는데 본격적으로 시작한 게 2주전ㅋㅋㅋㅋㅋ 야호 미쳤어!ㅋㅋㅋㅋ 우린 정신이 나갔나?ㅋㅋㅋ 뭐 다 안되고 다 하기 싫고 초등부 나 못하겠고 나는 못할 것 같고 ㅋㅋㅋㅋ 막 아 짜증이 막 ㅋㅋㅋ 아 ㅋㅋㅋㅋ 허리도 겁나 아프고ㅋㅋㅋㅋ

 

그치만 막상 월요일. 첫번째 수업이 시작되고 너무 씐난다!!! 애들이 참 좋으다. 재밌다. 뭐랄까 수업은 멘붕의 위험이 꽤 많은 일이지만, 준비는 짜증나고 미추어버릴 것 같지만, 준비했던 이야기를 잘 풀어놓고, 애들이 그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재밌어 해줬을 때의 그 충족감과 뿌듯함(?)이 너무 크다.

 

행사를 잘 치뤄내고 느껴지는 그런 충만감 같은 것. 디자인을 끝내고 완성작이 나왔을 때의 그 마음. 그런 거. 저번주까지는 시간이 미친듯이 안갔다. 물론 내가 한 일에 비해 시간이 너무 빨리가서 미친듯이 쫓기는 맘도 있었지만. 뭔가 그 날은 다가오고, 왠지 이 긴장감이 끝나지 않는 기분에 미칠 것 같았다. 게다가 일 하기 시러1!!!! 으으윽!!!!!!  12-13살이 어떤지도 전혀 감도 안오고ㅋㅋㅋㅋ 보조교사일 때야 뭐 재밌고 그랬지만 우리가 하려는 수업은 어쨌든 새로운 수업이고.. 여덟살을 겨우 이해했더니 젠장ㅋㅋㅋ 갑자기 5-6학년이라니ㅋㅋㅋ 그러다 막상 애들을 만나고 첫 수업이 끝나니 더 이상 무섭지 않다. 말도 되게 잘 들어주고, 귀엽고, 편하고, 나이가 가깝다는 게 어떤 강점인지 확 다가왔다.

 

아직 2번이 남았지만, 겨우 중간 왔을 뿐이지만 재밌었다. 아직까진 다 재밌었어. 애들이 너무 고맙다. 너무 너무.

 

 

*

누군가를 만나고 있다. 3주정도 되었나? 좋다. 불안불안이 끝나기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단호함에 위축되어있다. 만나다보면, 괜찮아지겠지.

하필 이리 바쁠 때라서. 매일매일 새로운 수업을 해야하는 때라서ㅋㅋㅋ 겁나 활동가스러운 연애를 한단 말을 들었다. 만나서 수업준비 의견 묻고, 나는 일하고 그이는 잤어. 같이 카페가서 노트북 켜고 일했어ㅋㅋㅋ 젠장! 우리 주말엔 꼭 예쁘게 하고 데이트하자고, 일하지 말자고ㅋㅋㅋ 다짐하고 데이트하고. 그게 고작 저번주 토요일인데 다시 만나서 일하고 있다. 일하기로 하고 나는 겁나 블로그나 하고 있고. 그치만 피노키오 메뉴얼이 쫌 짜잉나고. 거짓말 이야기 복잡하고. 아니 사실 맘이 좀 헤이해졌엉. 3번 안망했더니 긴장이 풀렸어ㅋㅋㅋㅋ 그치만 그래도 열심히 준비해야지. 부끄럽지 않을 정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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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July.2013 :: 저는 유리 같은 멘탈의 소유자에요!!!!

*

특강이 시작되었다. 요즘은 매번 나에게 특별한 경험이 되고 있다. 예전보다 해야할 몫이 늘어났으니까. 늘 피터라던가 초등부에 보조로 들어갔었는데 이번에는 첫 날 백업만 했다. 희야가 없었지만 엠건이 같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오랫만에 만나는 이들의 훌쩍 자란 모습에 대화를 나누거나 새로 만난 이들과 친해질 겨를이 없다. 특강에서 초등부 수업을 맡았기에... 내가 제안했다. 초등부 책언니 6학년판 만들어서 하면 어떻겠느냐고. 그리고 멘붕!!! 일이 겁나 많아ㅋㅋㅋㅋ 젠장.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건 나에게 맞지 않는데.. 나는 그럼 바로 붕괴하는데...  그렇게 붕괴를 맞이했다.

 

자람은 자람대로 멘붕이었고, 혼자 가고 있는 마포는 A랑 B랑 미쳐버리겠는 몇 주였다. 한시간 반 동안 온갖 폭언을 듣는다. 너 싫어, 너가 죽었으면 좋겠어. 너가 없으면 좋겠어. 너 때문에 괴로워. 너랑은 친구도 아냐. 맞고 싶냐? 다음주에 좀 맞을 줄 알아. 너 좀 맞아봐야 되겠구나. 내가 왜 너 말에 대답해야돼? 손대지마. 시끄러워. 그리고 던지고 때리고 아아.. 저번주에는 마포에서 수업하는데 여덟살들 앞에서 두번이나 엉엉 울었다. 그 전주부터 자기랑 놀지 않기 때문에 화가난다고 화를 내고 방해하는 A가 저번주에는 더 했다. 그림책 한권을 읽는데 1시간이 걸렸다. 다른 이야기는 개뿔. B는 내가 A랑 있는 동안 혼자 있어야 하는 걸? 자꾸 나에게 죽었으면 좋겠다는데 너무 못 견디겠어서 엉엉 울었다. B가 나를 달래고, A는 우는 척 하지 말라고 비웃는다. 눈물 닦고 다시 어떻게든 해보려다 반복되는 말들이 나를 후벼판다. 진심이고 진심이 아닌 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너무 못 견디겠어서 다시 울어버렸다. B가 A에게 조근조근 이야기 한다. "A야.. 너가 울고 있을 때 누가 그렇게 하면 좋겠어?" "A야 누가 너한테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하면 좋겠어?" 둘 다에게 미안해서.. B에게 고마워서 부끄러웠다. 그렇게 끝나고 A의 한마디에 부끄러워서 울며 집으로 돌아갔다. 모두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싶어하는 A는 불을 꺼버린다.  B가 부탁한다. "A야 미안한데 불 좀 켜주면 안돼?" 정말 예쁘게 말한다. 그러자 A가 불을 켜준다. 아마도 올해의 명대사 5위 안에 들 B의 한 마디. "A야. 너는 이렇게 착한데 왜 자꾸 나쁜 척 해?" 엉엉. 엉엉. 나는 진짜 못난 사람인 것 같아. 진짜 나쁜 사람인 것 같아. 너는 너무 좋은 사람이구나. 말을 걸기 위해 고민하고 방법을 찾았을 B의 마음에 내가 너무 부끄러웠다. 나같은게 뭐라고. 뭘 하고 있는 거니 정말.

 

 

이번주는 나름 고민을 하고 갔고, 처음부터 수업을 좀 흔들고 그냥 이야기를 했다. 오늘은 A가 기분이 조금 좋은 상태였고, 책에 관심도 가져줬다. 먼저 와있던 B와 A는 재미없어 하는데 우리 어떻게 해야 할까? 이야기를 했더니 또 애써준다. 언어치료를 받고 있는 A의 이야기를 들을 때 시간과 집중이 필요해서 늘 B가 기다려줬다. 하지만 오늘은 같이 말해버린다. 미안하다. 너도 힘들지..

 

그대로 집에 와서 오늘은 그런 멘붕은 아니었고 나름 재미도 있었으니까 웃다가 변에게 저번주 이야기도 하고 하다가 부천 이야기도 나오고, 나다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은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건 결국 나의 문제가 되어버리는 것 같아 마음이 힘들었다. 나의 이기심의 문제인 것 같아서. (나의 노력과.)

 

 

*

경험이라는 것도 알고, 이렇게 고민하는 시간들이 도움이 될 거라고도 생각하지만 힘들었다. 회의 전까지 잠깐 누워있는다는게 잠이 들었다. 초저녁에 든 선잠이 늘 그렇듯이 뒤숭숭한 악몽(?)이었다.

 

http://blog.jinbo.net/JJeongYul/240

 


깨서 엉엉 울고 싶고 부끄럽다. 내 꿈은 언제나 이렇게 노골적일 수가 없어. 내 속이 너무 부끄러워져. 내가 가진 최근의 죄책감들이 폭ㅋ발ㅋ

 

 

*

아무리 생각해도 멘탈이 너무 약하다. 요즘 한참 듣던 김일두의 괜찮은 사람을 떠올리면서, 저는 유리같은 멘탈의 소유자에요... 엉엉.

 

요즘 만나고 있는 이가 주는 고민들이 꽤 된다. 관계의 책임과 허상에 대해 이런저런 고민들. 즐겁기도 즐겁고 따스하기도 하지만, 연애 인문학 교재에 쓰인 말처럼 연애를 하는 것 자체를 즐기고, 누군가를 좋아하는 나의 모습을 좋아하는 것에 대해 떠오른다. 금사빠의 특징이라던데. 그래서 또 내가 싫다. 나는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못된사람인 것 같아서. 슬펐다.

 

그리 복잡하게 생각하지도 않았고, 좀 냉소적으로 생각하는 편이었는데 갑자기 그거 나쁜 것 같아졌다. 그렇다고 환상을 쫓을 자신은 없다. 그게 없다고 생각하면 냉소가 되어버리는 건 이분법인것 같아. 대안을 찾아야지. 그리고 잘 만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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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 준비


우리가 그 구조의 거짓말을 볼 줄 알아야 한다.
그걸 꿰뚫지 못하면 거짓말을 하며 살아야 하지만 변하는 건 없다.
그 구조에 휘말릴 뿐이다. 구조가 거짓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한다.

거짓말은 자기를 지키기 위해 하는 거지 않냐.
우리가 거짓말을 한다고 하지만 이 동화도 거짓말이다.
세상에는 청소년들보다 어른들이 더 거짓말 많이 하고, 힘 센 사람들이 더 많이 한다.
구조가 갑이다. 사실 그 구조도 거짓말이다.

권력관계가 없다면 거짓말도 없을 것이다.
우리가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살려면 어떤 세상이어야하냐.
구조의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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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꾼Bleak Night, 2010

힘들다. 너무 힘들 것 같아서 안보고, 차마 못보고, 같은 이유로 못보고 있는 어쓰랑 보자고 했었는데 혼자 봤다. 내가 생각했던 힘듦에는 폭력적이라길래 걱정했던 것도 있는데 다른 결의 힘듦이 온다.

 

남자애들은 저런가? 라고 생각을 해보기도 하고, 청소년이라 그런가? 생각을 해보기도 하고.

말을 못해 왜 미안하다고, 말을 하면 될 걸, 남자애라 그런가?

조금만 참지 조금만 아껴주지.. 청소년이라 마음의 여유가 없나?

헐 나 꼰댄가. 결국 다 개소리.

 

아직은 내 주변사람은 10대에서 20대 초반이 더 많으니까. 우리를 비춰봐도 짠하고

저것과는 또 달랐지만 서교동 나다에 살던 그 시절을 떠올려도 짠하다.

얼굴만 보면 싸우던 그 때를 이야기하며 "참 우리는 왜그랬을까" 허허 웃으면서 서로에게 사과하고, "근데 그럴 수 밖에 없었어 그 때는ㅋㅋㅋ" 이렇게 웃게 된다. 그러면서 무섭다. 지금도 우리는 누군가에게 상처입히고 있을까? 아마도 그렇겠지. 조금만 챙기고 눈뜨면 되는 걸 잡을 수 있는 걸 놓치고 있으면 어쩌지?

 

너무 외롭다. 다들 너무 아프고 너무 외롭다. 그래서 그런 건데.. 어떻게 해야하지..

참 자주 이야기 하던 건 다 자기만 아프고 자기만 보여서 문제랬는데 다들 외로워서 서로를 아껴줄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런 세상이 아닌 걸.. 어쩌지.. 그리고 부천애들은 어쩌지...

 

파수꾼이 처음 나오고 대박을 쳤고, (내 주위에서는 우선) 어딜가도 파수꾼 이야기.

욕이 많이 나온다고, 불편할 수도 있다고 얘기한 사람들도 있었던 것 같다. 그치만 부천역의 경험도, 중학교의 경험도 아직은 멀지 않은 나에게는 좋았다. 너무 애들같아서. 말한마디 표정하나가 너무 애들같아서. (범죄소년의 어색했던 그 느낌보다는 훨씬 나았다.) 처음엔 너무 나이가 많지않나.. 싶었지만 다들 잘한다. 정말.

 

계속 황량하다. 과거를 회상하기 때문일까? 황량한 화면들 뿐이다. 철로의 아지트에서 노는 모습도, 심지어 월미도 여행도.

 

사실 나는 날 것의 폭력에 굉장히 약하다. 그러니까 뭐랄까.. 액션영화의 그런 거나 선생이 애들 빠따로 때리는 건 차라리 익숙해졌고, 그래서 그냥 어느정도 건조하게 볼 수 있다. 그치만 기태가 희준이 뺨을 날리는 그런 건 참 힘들다. 뭔가 모순적이다. (그래서 박하사탕이 진짜 힘들었는데..)

 

사람을 챙겨야 한다. 사람이 살려면 사람이 필요하니까. 근데 잘 좀 했으면 좋겠다.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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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쉬백Cashback 2006, 플라이트Flight 2012

이제 주말에 시간이 많이 남는다. 일을 해야하는데 노는 거 아니냐고 물으면 그 것도 사실이지만, 사람을 안만나면 주말엔 쉬니까!

요즘엔 딱히 재밌는 게임도 없고, 판타지도 없다. 드라마도 지치고 영화도 지치고 할 게 없다!

 

그래도 영화는 한동안 안보면 한동안 또 몰아보니까 허허. 요즘은 소설이나 영화나 왜이렇게 부질없게 느껴지는 지 모르겠다. 미스터모노레일도 뭔가 부질없었고... 어제 오늘 본 캐쉬백이나 플라이트도 좀 부질없었고.. 좀 의아해졌다. 사람들이 영화를 왜 찍는 건지. 소설을 왜 쓰는 건지.

 

그래도 소설을 안 읽는다고 생각하면 왠지 좀 슬퍼지니까, 영화를 안본다고 생각해도 좀 슬퍼지니까 계속 본다 허허. 재밌는 영화도 좋은 영화도 아직 많으니까. 재밌는 책도 어딘가에 있을테니까!

 

단지 취향의 문제일까?

 

 

1. 캐쉬백Cashback, 2006

 

음.. 올리버 우드가 나와서 봤다. 사실 옛날옛적 아즈가 보면서 낄낄거렸고, 영국 남자애들의 또라이같은 이야기라고 소개받았서 좀 기억하던 제목.

 

보고나서 깨달은 점은 아즈가 우리에게 한 장면은 보여줬구나. 형우랑 겁나 웃었었는데ㅋㅋㅋㅋㅋ

 

사용자 삽입 이미지

너희 뭐함?ㅋㅋㅋ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점장이 우리보고 선반을 채워놓으라길래ㅋㅋㅋㅋㅋ


 

 

대체로 병맛개그에 풉풉.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제일 웃었던 건 이거.

점장: 너희 좀 앉아봐. 거기 말고 이쪽!

(의자에 앉아서 다같이 꿈틀꿈틀 이동하기)

 

 

단순히 코미디로 생각하고 봤다가 로맨스의 기습에 깜짝 놀랐다. 게다가 대체로 몽환적인 분위기. 마트에서 야간알바를 하는 것 답게 한 밤중의 마트같은 느낌이었다. 깜깜한 어둠속에 건물 안만 환한 그런 거. 설명이 안되는 느낌이다.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 때문일까? 화면은 꽤 예뻤고, 달달했다. 마지막 전시회의 그림과 벤의 눈에 비친 샤론의 아름다움도 예뻤다. 몽환적인 느낌과 예쁜 화면과 병맛 개그정도 남은 것 같다.

 

 

2. 플라이트Flight, 2012

 

설특집 씨네21에서 덴젤 워싱턴의 연기를 칭찬했던 기억, 줄거리를 보고 봐야지 봐야지 하다가 결국 오늘 봤다. 내 평가는 좀 글쎄. 틀기 전에 아 우울해질까? 잘못된 선택일까? 싶었는데 결국 우울하지는 않았다. 별로 이입이 되지 않았다.

 

덴젤 워싱턴 연기는 좋았다 정말. 좀 멋있었다. 환갑이라니..

그치만 분위기는 너무 무거웠고, 질문은 좀 빤했다.  아, 알콜중독은 진짜 무서운 거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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