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말들의 풍경] 진경산수?

고종석 기자(? 아직도 기자라고 불러야 할까? 소설도 냈으니 이제 작가?) 가 한겨레에 몸을 담고 있던 시절, 그의 글을 참 열심히도 읽었더랬다. 하지만 그가 '적'을 옮기고 나서는 가끔 인구에 회자되는 화제성 글 외에는 거의 접하지를 못했었다. 사실, 그 시절 한겨레에는 읽을 거리가 넘쳐났다. 정운영 선생이 있었고, 문학기자로 고종석씨 말고도 최재봉이나 조선희 등이 버티고 있었지 않았나....

블로그 이웃이자 업계 동료인 에셔님의 블로그에 가면 항상 고종석의 글 이야기가 넘쳐난다. 그래서 한번 다시 그를 둘러보게 되었다.

 

고종석의 한국어 산책 - 말들의 풍경 (개마고원 2007년간)

 

 

 



이 책은, 언어학 전공자이자 문학평론가이면서, 한편으로 그 스스로 (문체미학에 집착하는) 작가이기도 하고, 기자 내지는 논설위원(?)이기도 한 그가, 그야말로 말들의 풍경, 말과 글의 주변을 둘러보면서 한국사회를, 문화를, 문학을, 혹은 인물을 성찰한 작은 소품들의 모음이라 하면 되겠다.

 

0.

읽어서 기분 좋은 글들 중 하나는, 나의 잘 다듬어지지 않은 생각들을 명료한 표현으로 콕콕 찝어내어 내 대신 이야기해주는 글들... 맞아맞아,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바로 이거였다구.. 하게 만드는 그런 글들을 좋아하는데, 고종석의 글이 바로 여기에 속한다.

이를테면, 이오덕 선생의 노력과 생애를 존경하면서도 '말글' 집착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유지하는 것 (68쪽, 80쪽), 한자어에 대한 애증 (? 153쪽), 리듬에 대한 해석 (171쪽), '국어' 개념에 대한 문제제기 (177쪽) 등이 그것이다. 이건 내공의 깊이에서 오는 차이라고 할 수 있겠다.

 

 

0.

세대가 세대니만큼 내가 미처 모르던 해괴한 '전설'도 기록되어 있는데, 박정희 정권이 유신 이후 퍼뜨렸다는 말놀이 -  "1 일하시는 대통령, 2 이나라의 지도자, 3 삼일정신 받들어, 4 사랑하는 겨레에, 5 오일륙 일으키시니, 6 육대주에 빛나고, 7 칠십년대 번영은, 8 팔도강산 뻗쳤네, 9 구국영단 내리니, 10 시월유신이로다. "  ㅎㅎㅎ

75년 동아일보 광고 사태 때 실렸던 시민 광고 중 하나 "동아 탄압 발상發想 한 자여/ 세세손손이 잘 먹고 잘 살아라"... ㅎㅎㅎㅎㅎㅎ

 

0.

한국어에 대한 남다른 지식들과 풍부한 어휘... 어흐 부러버...

이를테면, 가르랑말, 으르렁말... 으흠 재밌는 표현이다. 듣기만 해도 척하고 알겠잖아!

그리고, 나는 내가 쓰는 말이 서울내기 사투리라는 걸 몰랐었는데, 그렇다네... ㅡ.ㅡ

'당신'이란 표현도 부부 이외에는 동료/후배를 살갑지 않게 부를 때, 싸움판에서 막말 나오기 직전에 쓰는 표현이라는군. 나는 친구나 후배들한테 엄청 자주 쓰는데... 기분 나빴으려나???

 

 

0.

어쨌든 그는 쿨하고 까칠한 비평가!

김윤식 (117쪽), 김현(231쪽), 전혜린(249쪽), 정운영 (251쪽) 등에 대한 비평(?)은 일견 냉정하면서도, 차마 애정을 거둘 수 없는 그 도저함이 자리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김현과 정운영의 글들이 그리워졌다. 김현의 유작(정확한 의미의 유작이라 할 수 있나?)인 '행복한 책읽기'의 삶을 살고 싶었던 그 시절들도 함께...  그 때가 또 정운영 선생의 글들이 책으로 묶여나오던 시점이기도 했으니...

 

0.

무엇보다, 그가 뽑은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 열개'는 참 재미나고 애틋하다.

가시내, 서리서리, 그리움, 저절로, 설레다, 짠하다, 아내, 가을, 넋, 술, 그윽하다..

그는 책을 읽는 이들도 한번 꼽아보길 권한다.

글쎄...

놀랍게도 10개가 떠오르질 않는다. ㅜ.ㅜ (은근, 한자어 편향이다. 한자라고는 쥐뿔도 모르면서..)

우쨌든, 억지로 뽑아보며, 글을 마친다. 아직, 우리말 풍경으로 세상을 둘러보기엔 내 어휘가 너무 짧다는 걸 실감하며... 

 

애틋하다 - 그 '애틋'을 어찌 다른 단어로 설명할 수 있을까? worried, anxious, regrettable...  이게 어찌 그 느낌을 표현할 수 있겠어?

노을 - 화면 자동연상. 이건 모국어만의 효과 아니겠쓰?

설렘 - 내가 잘 쓰는 단어 중 하나!

올챙이 - 조카들을 맨날 올챙이라고 불러서 정이 들었나???

소담스럽다 - 딱 그 느낌. 이걸 뭘로 설명해...

 

그나저나, 최근에 발간된 고종석의 다른 책들도 조만간 한번 살펴봐야겠구나....

 

* 추가

뭉게뭉게 - 한글의 맛은 다양한 형용사에 있을진데, 아름다운 단어들을 너무 몰라. ㅜ.ㅜ

오솔길 - 입모양 오무리고 '오솔길'이라고 발음할 때의 그 느낌. 그 길과 너무 잘 어울림

맛나다 - '맛있다'와는 또 다른 느낌. 아, 맛나다 ㅎㅎ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지적 장인정신에 관하여"

몇 가지 기억해둘만한 문장들...

 

학문의 길을 업으로 선택하면서, 학문하는 자세 혹은 직업윤리(?)에 대해 진지하게 공부할 기회가 없었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반드시 정규 교과과정에 포함되어 있어야만 '배웠다'고 말할수 있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뒤늦게라도 생각해볼 수 있어서 수 있어서 다행...    

 

On intellectual craftsmanship - C. Wright Mills

 

... the most admirable thinkers within the scholarly community you have chosen to join do not split their work from heir lives. They seem to take both too seriously to allow such dissociation, and they want to use each for the enrichment of the other.

 

 

... To be able to trust yet to be skeptical of your own experience, I have come to believe, is one mark of the mature workman.

 

 

... The purpose of empirical inquiry is to settle disagreements and doubts about facts, and thus to make arguments more fruitful by basing all sides more substantively. Facts discipline reason; but reason is the advance guard in any field of learning.

 

 



(1) Be a good craftsman: Avoid any rigid set of procedures. Above all, seek to develop and to use the sociological imagination. Avoid the fetishsm of method and technique. Urge the rehabilitation of the unpretentious intellectual craftsman, and try to become such a craftsman yourself. Let every man be his own methodologist; let every man be his own theorist; let theory and method again become part of the practice of a craft. Stand for the primacy of the individual scholar; stand opposed to the ascendancy of research teams of technicians. Be one mind that is on its own confronting the problems of man and socienty.

 

(2) Avoid the Byzantine oddity of associated and dissociated concepts, the mannerism of verbiage.... Avoid using unintelligibility as a means of evading the making of judgments upun society - and as ameans of escaping your readers' judgments upon your own work

 

(3) Make any trans-historical constuctions you think your work requires: also delve into sub-historical minutiae....

 

(4) Do not study merely one small milieu after another; study the social structures in which milieux are organized...

 

(5) Realize that your aim is a fully comparative understanding of the social structures that have appeared and that do now exist in world history. Realize that to carry it out you must avoid the arbitrary specialization of prevailing academic departments....

 

(6) Always keep your eyes open to the image of man - the generic notion of his human nature - which by your work you are assuming and implying; and also the the image of history - your notion of how history is being made...

 

(7) Know that you inherit and are carrying on the tradition of classic social analysis; so try to understand man not as an isolated fragments, not as an intelligible filed or system in and of itself. Try to understand men and women as historical and social actors, and the ways in which the variety of man and women are intricately selected and intricately formed by the variety of human societies...

 

(8) Do not allow public issues as they are officially formulated, or troubles as they are privately felt, to determin the problems that you take up for study. Above all, do not give up your moral and political autonomy by accepting in somebody else's terms the illiberal practicality of the bureaucratic ethos or the liberal practicality of the moral scatter. Know that many personal troubles cannot be solved merely as troubles, but must be understood in terms of public issues - and in terms of the problems of history-making.....

 

 

 

* Edmund Wilson (the best critic in the English-speaking world)

"As for my experience with articles by experts in anthropology and sociology, it has led me to conclude that the requirement, in my ideal university, of having the papers in every department passed by a professio of English might result in revolutionizing these subjects - if indeed the second of them survived at all."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직지사 나들이

원래 오늘부터 2박 3일간 타지방으로 출장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어제 밤에 '급' 변경되었다. 가기 싫은 출장 때문에 입이 댓발 나와있다가 갑자기 기분이 완전 상큼해져서 이를 알려준 이에게 감사의 말까지 전해버렸다. 

 

앞으로 10월달에는 주말에 시간 내기가 어려울 듯하여,

밤늦게, 오늘 나들이를 역시 '급' 결정했다.

사실, 이번 학기에는 추석연휴 빼고 한 번도 주말에 못 쉬었다. 사장님(^^)이 개근상이라도 주시려나 은근 기대하면서 주말마다 꼬박꼬박 출근했는데 (사실, 사장님과는 무관한 일이 대부분이었으나), 그러다보니 도대체 요일 감각이 없어져서 아침마다 심한 혼란이 초래되고는 했다.

 

인터넷으로 기차역에서 가까운 절을 물색해보니, 직지사가 딱 걸렸다. 기차역에서 버스로 겨우 25분이라는군. 시내버스 한 방. 기차도 한 시간밖에 안 걸리고...

 



원래는 아침 일찍 출발할 예정이었으나, 예의 그 늦잠 땜시 아침 느즈막히 겨우 출발을 할 수 있었고, 심지어는 기차를 놓칠뻔하기까지 했다.

대전역 지하철 역에서 역사까지 심장이 터지도록 뛰어올라가서 겨우겨우 표를 출력해서 뛰어내려갔더니만 기차 문 닫혀버렸다. 쪽팔림 불구, 떠나려고 소리내는 기차 문을 부여잡고 처절한 표정을 짓는 나의 모습을 멀리서 승무원 아자씨가 목격, 문 다시 열어 주심 ㅎㅎㅎ  액션영화도 아니고 멜로도 아니고, 완전 궁상.... 각본대로라면, 귀에 이어폰 꽂고 책 한권과 커피 한 잔 들고, 쿨한 모습으로 기차에 올랐어야했는데... ㅡ.ㅡ

 

그렇게 생쑈하고 나니 기차에 오른지 30분이 지나도 목구멍이 타들어가는 듯한 갈증이 가시지 않았다. 기다리던 홍익회 아자씨는 나타나지도 않구... 겨우 나타난 아자씨가 가진 물품 중 시원한 거라고는 달고나 스타벅스 병커피. 젠장, 알뜰한 여행 계획하고 5500원짜리 무궁화 탔는데, 3천원짜리 커피가 웬말이야... 문제는, 기차에 내려서도 목구멍 타들어감 증상 지속되어 편의점에서 또 음료수 사먹었음. 흑...

그 뿐이야?

심지어 시내버스 타고 직지사 내리자마자 비 내리기 시작하는 바람에 울면서 우산 구입. 접히는 거는 만원이나 한다는 겨. 한 3천원 받으면 딱 맞겠더만... 아줌마한테 깎아달라고 사정했는데 듣지도 않고 말이지....

내가 스무살 배낭족도 아닌데 왜 이리 지지리 궁상을 떨며 떠돌아야 하는 것일까, 잠시 회의가 들었음 ㅜ.ㅜ

 

근데, 하여간... 직지사 입구에 들어서서 입이 쩍 벌어짐!

 

 

 

 


 

일단 입구에 차들이 백만대나 늘어서 있는데다, 완전 유원지 분위기.

인공폭포와 절벽, 각종 분수대와 조형물들은 그로테스크 그 자체...

나는 마음의 평정심을 찾으러 온 건데... 이건 아니여...

설마 경내도 이렇지는 않겠지, 우려 반 기대반으로 올랐는데 절 바로 입구까지 차량 행렬은 정말 징하게도 .... ㅡ.ㅡ

 

다행히 경내는 바깥 세상만큼 소란스럽지 않았다.

 

하지만 뭐라그래야 할까? 배치와 동선이 특이해서 그런건지, 영, 안정감을 찾기는 어렵더라는...  무위사나 내소사 같은 포근함(?), 뭐라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으나 그런 안온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비오는 처마를 바라보며 쉴 수 있는 작은 툇마루 하나, 아님 인적을 피할 돌계단 하나 찾아내기가 어렵더라구... 사찰이 불공드리러 오는 곳이지, 책이나 읽으려고 오는 곳이냐고 반문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서도...

 

그래도, 경내에 나무들이 많고, 대부분이 단풍인 것이, 가을이 좀더 깊어지면 풍광이 꽤나 아름다워지겠구나 하는 생각은 했다. 지금도 물론 (더구나 비까지 살짝 뿌려서) 풀향기, 나무 향기와 녹음이 수려하기는 했다.

 

 


 


저 나무들이 모두 단풍이란 말이다!!!

일부는 이렇게 변해가고 있었다. (초점이, 초점이.. ㅜ.ㅜ 우산 들고 한손으로 부들부들 올려찍다보니... )


 

경내에 찻집이 하나 있길래,

가을 기념으로 국화차 한잔 마셔줬다.

비로소, 여행자 느낌이 물씬....

야외에서 처마로 떨어지는 빗방물 보며, 음악과 따뜻한 국화차, 완전 맛난 콩고물떡.. 그리고 고종석의 책... (바다소녀가 선물해준 북다트도 보이는군)

 


 찻집이 약간 높은 위치라 담너머 다른 건물들을 내려다볼 수 있다.

 


 

김천역으로 돌아오는 시내버스에서 내다보니, 역이나 시내에서 너무 가깝다는게 새삼 단점으로 생각되더군. 이를테면, 낙안읍성이나 백양사 들어가는 길처럼 구비구비 정겨운 맛이 없는 거여... 입맛 참....  아무래도 직지사는 나의 선호 사찰 목록에는 들어가기가 어려울 듯 싶다.(그쪽도 별로 바라지는 않겠지만서도 ㅎㅎ) 

 

그래도 이 정도면 이번주 버틸만한 호연지기는 충전하고 온 거잖아?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영화 [행복]

며칠 전 야심한 시각에 바다소녀의 꾀임에 의해 영화보러 갔음.

영화 보고 나니까 새벽 한 시가 넘었는데, 아, 정말 피곤하더라.

 

백만년 전, 심야극장에서 영화 세 편 보고 뿌듯한 마음으로 극장을 나와 서늘한 새벽하늘을 바라보며 음하하 호탕하게 웃던 일은 이제 미션 임파서블!!!

 

영화 [행복]은 허진호 감독 작품

 

 

멜로 취향은 그닥 아닌지라, 영화에 몰입하기보다는 팔짱끼고 앉아서 '관찰' 했음 ㅡ.ㅡ



 

 

 영화 보는 내내, 임수정은 과연 '장기요양전문배우'라는 생각이 끊이지 않았음.

[장화홍련]에서 핏기하나 없는 얼굴로 불쑥불쑥 나타나더니만, [사이보그지만 (밥먹어도) 괜찮아]에서 눈썹도 없는 피골상접 모드로 출연. 이 영화에서는 (결핵은 아니지만) 가장 잘 어울릴만한 질병인 폐병 환자로 출연하여 아주 빛을 발하고 있다.  창백한 '청순가련형' 얼굴에 가녀린 몸매의 그녀가 "죽을 때 내 옆에.." 혹은 (미래에 대해) "나는 그런 거 몰라" 운운 할 때, 이 비극적 멜로의 결말을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을만했다.

 

바다소녀는 황정민의 모습이 이따금씩 (각도에 따라) 다니엘 헤니의 필이 난다면서 좋아라했는데... 나는 자꾸 이대근 아자씨 모습이... ㅜ.ㅜ  아마도 그의 초기 작품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 가졌던 첫인상이 강해서인듯하다.

그는 여전히 연기를 잘 했다.

왜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지 않나. '그 사람 알고 보면 착해' 그래, 알고 보면 착하지 않은 사람이 세상에 어딨나? 이랜드 사장도, 전두환 노태우도 집에 돌아가면 인자한 아버지요, 마음 착한 이웃들 아닌가 말이다. 하지만 한발만 떨어져 보면  알 수 있는 모습들, 몰염치와 이기심- 이런 것들을 황정민은 아주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은희와의 동거와 사랑은 진심이었고 그는 매우 착하고 성실한 남자였다. 하지만 나중에는 이별하자는 말조차도 은희의 입을 통해서 하게 만드는 파렴치한이었는데, 이런 복합적인 모습을 아주아주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공효진의 역할을 비롯하여 '자연'과 대비되는 '도시'의 삶이 너무나 정형화되어 그려진게 눈에 거슬렸는데, 글쎄... 그런 자연이라는 것이 도시인의 머리 속에만 들어있는 가상의 유토피아는 아닐런지???

 

감독은 무얼 말하고 싶었을까?

행복이란 무엇인가? 행복이란 얼마나 찰라적인 거인가,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가?

아님, 행복이란 별게 아니다??

 

 

그리고 이건 직업의식의 발로인지 모르겠으나,

문득 영화가 질병관리본부나 국립암센터 홍보 영상 같다는 생각이 들어 혼자 킥킥대고 웃기까지 했음 ...술 담배 계속하면 어떤 말로를 맞게 되는가, 이런 것들이 얼마나 중독성이 강한가... 뭐 그런....

감독님, 죄송해요... (ㅜ.ㅜ)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Amnesty International Take Action

트랙팩님의 [버마 민중항쟁] 에 관련된 글.

국제앰네스티에서 조직하고 있는 탄원행동입니다. 샘플에 있는 대로, 혹은 본인의 견해를 글로 작성하여 이메일, 팩스 등으로 버마 외무장관에게 보낼 수 있습니다. 앰네스티에 일단 탄원 공고가 나면 전세계적으로 수만통의 이메일과 가마니로 담아야 할 만큼의 팩스/엽서가 쏟아진다고 하더군요. 이러한 투쟁방식의 한계도 물론 있지만, 당사자들에게 '생생하게' 압력이 전달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http://web.amnesty.org/pages/mmr-270907-action-eng Dear Minister I am deeply concerned by the reports that hundreds of monks and other peaceful protesters, including well-known comedian Zargana and member of parliament Paik Ko have been detained. I strongly urge the Myanmar authorities to release them immediately and unconditionally, unless they are to be charged with recognizably criminal offences. I call on the authorities to ensure that, while they remain in custody, all the detainees are held only in official places of detention, and are given immediate access to lawyers, their families and any medical treatment they may require. I also call on the authorities to ensure that the detainees are not subjected to torture or any other ill-treatment. I call on the authorities to ensure that all people in Myanmar are able to peacefully exercise the rights to freedom of expression, association and assembly without fear of harassment, intimidation or arbitrary detention, in line with international human rights standards. Yours Sincerely -------------------------------------------------- You can copy and paste this sample letter into an e-mail or a document to print out. If you are planning to write your own appeal please read our letter writing guide. Please send appeals to: Foreign Minister Nyan Win Ministry of Foreign Affairs Naypyitaw Union of Myanmar Fax: +95 1 222 950 OR +95 1 221 719 E-mail: mofa.aung@mptmail.net.mm --------------------------------------------------- * 샘플 편지에 보면 어쨌든 버마 대신 현 정권의 공식 국호인 미얀마라는 쓰고 있으나, 앰네스티 탄원의 성격상 이를 문제삼을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2007/10/01

이 시간에 술 퍼먹고 다시 사무실에 들어와 일해야 하나? 세상을 원망해야 돼? 내 게으름을 원망해야 해?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책 [Forever Peace]

Joe Haldeman 의 97년 작이다.

전작 Forever War 의 후속편 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작가는 전쟁광들과 광신도 종말론자들을 넘어 영원한 평화에 이르는 '투쟁'을 하나도 들뜨지 않은, 침착하면서도 음울한 정조로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 마지막 몇 장을 남겨놓고도 나는 이것이 과연 비극으로 끝날지 희극으로 끝날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Forever Peace (Remembering Tomorrow)

 

 

그러나 결국, 매우 '건조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었다.

인류는 이제 homo sapiens sapiens 와 homo sapiens pacificans 로 분화할 것이다.

과연 타인의 내면을 그토록 깊숙이 이해하게 된다면, 그리하여 집단 지성을 발전시키고 '공감'의 힘을 극대화시킨다면 인간은 모두 평화주의자가 될 수 있을까?

하긴, 가장 초보적인 역지사지의 매너만 지켜준다 한들, 세상은 지금보다 열배쯤 더 평화로울 거다. 

 

10년전에 쓰여진 글이라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오늘날 미국사회를 둘러싼 지정학적 정황들을 잘 그려내고 있다. 라틴아메리카의 관계, 종교적 근본주의, 군사팽창주의... 하긴, 이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기도 하다. 

 

그런데, 할배 모습.... 너무 평범해서 실망이다. ㅡ.ㅡ

나름 해맑게 생긴 할배... 왜 이렇게 책은 우울해요.. 라고 묻고 싶다.

읽고 나면 (심지어 해피엔딩마저도) 진이 빠져요... ㅜ.ㅜ

 

 

 

요즘 포스팅의 반은 바빠 죽겠다, 나머지 반은 그 와중에 본 영화 이야기들이다.

도대체 뭐냐... 이러다 뇌에 주름 없어진다!!!

 

저녁 먹고 한 시간 남짓 창문 앞에 앉아 서늘한 바람, 따뜻한 커피, 낮은 음악과 함께 한 책읽기는 나름 큰 즐거움...  요즘은 이런 여유마저 급상실....

그럼 안 돼...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영화 몇 편

지난 달에 어영부영 보았던 영화들

 

0. 배트맨 비긴즈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2005년)

 

 

뒤늦게 DVD 로 보았음.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후까시의 전형!!!

크리스천 베일은 까칠한 히어로의 전형을 나름 훌륭하게 소화해낸 듯 하지만, 리암니슨이나 게리올드만 아자씨의 포스가 너무 약하게 그려진 것이 아쉬웠음. 집사 할배가 너무 촐랑대는 것도 눈에 거슬림. 그래도 배트카는 나름 고전적 맛이 물씬 ㅎㅎ

근데 도대체 그 어둠의 사도들은 뭐여.... 아, 짜장....

 

 



0. 스타더스트(매튜 본 감독, 2007년)

 

 

이렇게 훌륭한 판타지 영화가 주목받지 못하고 지나갔다니 원통하다 원통해...

배우들 라인업도 진짜 화려한데 말이지... 클레어 데인즈, 로버트 드니로, 미셸 파이퍼, 시에나 밀러에, 신예 찰리콕스 너무 귀여우심

더구나 원작은 Neil Gaiman인데다 그가 시나리오 작업에도 직접 참여했다고...

이야기구조도 탄탄하고 특수효과가 그 이야기를 먹어치우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연기자들도 뛰어나고... 무엇보다 그 썰렁한 듯 하면서도 따뜻한 유머들....

아, 진짜 안타까운 영화로구나!

 

0. 즐거운 인생(이준익 감독, 2007년)

 

 

영화에 대한 사전정보가 거의 없이 Julia 와 함께 보았음.

영화 도중 화면 가득 잡힌 장근석의 얼굴에 그녀와 나는 경악을 금치 못함. 쟤는 도대체 누군데 저리 잘 생겼다냐???  나중에 사람들한테 물어보니, 장희빈인가 무슨 사극에 나와서 이미 상당히 유명한 젊은이라 하더군 ㅎㅎㅎ

음악을 직접 연주하는 건 줄 몰랐는데, 그게 리얼 라이브였다네... 잘 하는지 어쩐지는 잘 모르겠으나 일단 신나기는 하더라. 라이브 현장은 근래 보기 드물게 생생하게 잡아냈음.

이 영화의 성격을 정의하자면, 

아저씨들의, 아저씨들에 의한, 아저씨를 위한 판타지 영화.

대한민국의 악다구니 쓰는 아줌마들, 생활에 지친 아저씨들의 꿈과 희망도 몰라주는 야속한 아줌마들은 사라져야 해. 순수한 꿈을 잃지 않으며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사는' 철딱서니 아저씨들 세상아, 어서 오라구 ㅎㅎㅎ

이 분들... 그냥 영화로 끝내셨으면 하는 작은 바램이 있네... ㅎㅎㅎ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서울 나들이 소회

출장 때문에 주중에 자주 다녀오기는 하지만,

부모님 댁에 들른건 무려 한 달 만이었다. 기차타면 한 시간인데 말이지.. ㅡ.ㅡ

오랜만에 올라가서 그간 밀린 약속들 해치우고,

주지육림의 나날을 보냈노라...

 

0. 영화 Azur et Asmar (미셸 오슬로 감독, 2006년)

 

 

[키리쿠], [프린스 앤드 프린세스] 를 감독했던 미셸 오슬로 감독의 작년 작품이다.

완전 감동의 물결... 내용도 훌륭하고 심지어 발랄하기까지 하지만,

그 궁극의 비주얼이란 진정 beyond description!!!!!

꿈과 환상의 세계란 바로 이를 두고 만들어진 표현이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모든 이에게 강추!

 

 

 

 



0. 친구들 만나 배두들기면서 대한민국 직딩들의 애환 경청...

어느덧 다들 중간관리자로서, Wright 가 이야기하던 자본주의 계급구조상 모순적 위치에 있더라구 ㅡ.ㅡ

 

우쨌든, 사장 아들을 부하직원으로 두게 된 mercury 의 앞날에 신의 가호가 있기를!!!

힘든 일 있으면 너두 아빠한테 이르라고 진심어린 조언을 해 주었다 ㅎㅎㅎ

 

 

0. 일욜 밤에는 실로 오랜만에 술을 퍼 마심.

세상에 술 마실 이유를 대라면야 백만가지도 댈 수 있겠지만,

이 날은 정말 어찌할 수가 없더라.

나름 엄청 퍼 마셨는데 완전 멀쩡해서 새벽 한 시 무렵에는 아예 커피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타인과의 관계가 깊어 정황을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질수록, 냉정한 거리 유지가 어려워지기 마련이다. 더구나 이해당사자 양측과 모두 그러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면... 결국 비난도 지지도 맘껏 할 수 없구나. 

해피엔딩이기를 바랬다.

 

0. 올챙이 조카들과의 사투 1박 2일

온몸이 쑤신다. 쑤셔...

효경이는 1박 2일 동안 바닥에 거의 앉은 적이 없다. 밥 먹을 때 잠깐을 제외하고는 종일 내 무릎 위에 앉아 있거나 등에 매달려 있었다. 심지어 밤에 잠도 같이 잔다고 해서, 온몸 여기저기 얻어 맞지 않은 곳이 없다. 이녀석도 이제 초딩 3학년이다. 이제 나도 넘 힘에 부친다고... ㅜ.ㅜ

우재는 사고 한 건 쳤다. 나랑 같이 [로봇 박물관]에 가기로 했는데, 내심 엄마 없는 곳에서 주전부리랑 장난감이랑 고모한테 실컷 사달랠 심산이었나보다. 그런데 그만 지 엄마가 같이 가겠다고 따라나선 거다. 황급히 엄마를 떼어말리며 오지 말라고 우겨대다가 급기야 '엄마는 따라오면 짐만 돼!'하고 땡깡을 부린거다. 언니가 완전 삐쳤다. 나같아도 그럴거다 ㅎㅎㅎ

 

하여간, 박물관에서 메탈 모형 사달라고 해서 사주었는데, (예상했던 대로) 나보고 다 조립하라고 해서 고생했다. 이런거 좋아하기는 하는데, 볼트 너트의 크기가 너무 작아서 손에 잡히지가 않는 거다.. ㅡ.ㅡ (그런데, 나름 중독성이 있어서 다른 것도 사볼까 생각 중임)

참, 박물관 갔다가 까페에 가서 아이들은 요구르트 아이스크림, 언니랑 나는 커피를 마셨는데, 언니 왈, 시내에 나와 이렇게 앉아 커피 마셔본 게 10년도 넘었다고 한다.

직딩의 애환과는 또다른 애환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몇 가지 단상

0. 이 바닥 진짜 좁다 세상에 어제 대전에서 저녁 먹으며 투덜댄 이야기가 오늘 점심 서울에서 회자되고, 다시 오후에 나한테 돌아왔다. ㅎㅎㅎ 그리고 어떻게 한 다리만 건너면 다 아는 사이인지... 이 동네는 씨족 공동체??? 0. 지난 시간 미니 님의 강의에 대한 학생들 에세이가 인상적이다. 다른 강의들과 달리, 강의 내용보다는 강연자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주된 정서는 '부러움'이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혁명을 꿈꾸었고, 비록 경제적 어려움은 있지만 지금 자신의 삶이 매우 만족스럽고 즐겁다는 그의 진정어린 모습이 나름 충격이었나보다. 새삼, 소금에 절여진 배추처럼 하루 종일 강의실에 널부러져 있는 아이들이 불쌍하게 느껴진다. 0. "미국 노동자들은 오랜 반(反)지성주의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시민들을 희생시켜 전문가의 힘을 강화하는 문화에 참여하고 있다." (Wooding & Levenstein) 한국 사회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으리라. 영화 디워 와 관련한 강준만/김규항의 글은 그래서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IMDB 에 올라온 미국 관객들의 영화평을 읽고 있노라면, 디 워 사태(!)를 오만한 전문가 집단(평론가)에 대한 대중의 저항(ㅡ.ㅡ) 쯤으로 해석한 이들의 글이 정말로 정말로 부질없이 느껴진다. IMDB 에서 아마도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는, horrible, terrible, worst (ever) 등등... (진짜 재밌다...) 미국이나 한국 사회에서 반 지성주의가 위세를 떨치는 맥락을 이해못할 바 아니지만, 그렇다고 전문가 혹은 지식인들까지 이에 부응하여, 스스로를 낮은 곳에 임한 실천적 지식인인양 그려내는 건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집단으로서의 지식인/전문가 계층에 대한 불만과, 개인으로서 지식인/전문가에 대한 의존은 오히려 현존 지식 지배의 질서를 강화시킬 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