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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비] 보충수업 유감

손을 내밀어 우리님의 [[가문비] 방과 후 학교를 마다하는 이유] 에 관련된 글.

 

어제 가문비네 반에서는

45명의 학생 중에서 14명이 담임에게 불려갔다고 한다.

방학중 보충수업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저녁에 가문비는 아빠한테 항변했다.

-아니 보충수업을 안하겠다는 것이 왜 학교를 못믿는 거야?

-보충수업을 안한다고 하면 싸가지가 없는 거야?

-보충수업 안하는 것이 사교육을 믿어서라는 게 말이 돼?

-보충수업 안한 학생이 나중에 잘되는 걸 못봤다는데?

-내년에 학교 앞에 각 대학 입학생 명단 붙으면 내가 보충수업 안한 친구들 이름에 동그라미 표시해줘야겠어...

등등등등....

 

가문비의 뜻은 변함이 없고

아침에 급히 선생님께 보내는 편지 하나 썼다.

말하고 싶은 거 다 해버리면

나도 싸가지 없는 부모가 될까봐서

성질 죽이고 썼다.

 

 

OOO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항상 아이들의 생활과 진로에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문비의 학교생활에 대해서 선생님을 믿고 의지하고 있기에 이런 의견을 드리는 것이 다소 망설여지기도 합니다. 혹여 서운하게 여겨지는 대목이 있더라도 제 뜻은 결코 그러한 것이 아니니까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바로 방학 중 보충수업에 대한 얘기입니다.

 

대입 수능이 140여일 남았습니다. 따라서 이번 방학은 아이들이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과목을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보완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께서도 고3 여름방학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계시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학교 보충수업을 통해서 한걸음 더 나아갈 것을 강조하시리라고 믿습니다. 선생님의 판단을 존중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방학 중 보충수업을 받지 않고 집에서 혼자 공부하겠다는 가문비의 생각도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일찍부터 사교육이나 선행학습보다는 학교수업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스스로 공부해온 가문비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선생님께서도 아시다시피 가문비는 야간자습보다 집에 일찍 돌아와 혼자서 공부하는 습관에 익숙해져 있기도 합니다. 또한 자신의 취약점에 대해서도 비교적 잘 분석하고 있기에 방학 중에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도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까닭에 선생님께서 다소 우려하고 계시다는 사실을 가문비를 통해 전해듣고 선생님의 생각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조심스럽게 이런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학교와 선생님께서 주시는 배려와 관심과 사랑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으면서 가문비가 자신의 뜻을 잘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선생님의 건강과 OO고등학교의 발전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10. 6. 25.

이가문비의 아버지 이 성 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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