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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비] 방과 후 학교를 마다하는 이유

그저께 밤이었나,

새벽 2시쯤 집에 왔는데, 

느티는 자고 가문비는 아직 깨어 있다.

 

아빠를 보고는 가문비가 사인 받을 게 있다고 뭔가를 들고 왔다.

여름방학에 학교에서 실시하는 보충수업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그걸 부모도 동의한다는 의사표시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러지 뭐.. 근데 뭐라고 써?

-아, 내가 이유서는 써놨어.

=어디 보자.

-여기...

 

아래, 가문비가 쓴 "방학 중 방과 후 학교 불희망 사유서"를 그대로 옮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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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학 중 공부는 자신에게 부족한 과목을 보충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게 가장 취약한 과목은 영어이며, 그래서 이번 여름방학 때는 영어를 집중적으로 공부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동안 제가 들었던 학교의 영어 보충 수업은 저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학교에서 하는 한국어 해석 방법보다는 영어 그 자체를 받아들이는 방법으로 영어를 배우고 싶고, 앞으로 그 방법으로 공부를 계속 해 나갈 생각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앞에서 선생님께서 불러주시는 단어의 뜻을 받아 적고 주요 숙어에 밑줄을 긋는 것보다는, 혼자 집에서 영어 뉴스를 반복해서 듣고 따라하며 머릿속에 청각 이미지가 자리 잡게 해 영어를 쉽게 파악하는 것을 공부하는 쪽이 훨씬 더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도상의 문제이겠지만, 방학 보충의 일관적이고 수박 겉핥기식인 수업도 맘에 들지 않습니다. 작년 겨울 방학, 수학 같은 경우에는 약 30시간 동안 수학1 전체 범위를 배웠는데, 짧은 시간 동안 어렵고 복잡한 내용들을 많이 배워서 효율이 떨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개념 설명을 듣고 대표적인 예제 몇 문제를 다룬 뒤 바로 다음 단원으로 넘어가 버리니까 무언가를 배웠는지조차 헷갈리고요. 다른 과목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어 같은 경우에도 현대문학, 고전문학, 비문학 등 많은 분야들이 있는데도 모든 학생들은 고전 문학만 배워야 했습니다. 과목마다 몇 분야로 나눠서 학생들이 원하는 수업을 들을 수 있는 방식으로 방학 보충이 진행된다면 좋겠지만, 현재 우리 학교는 그렇게 하지 못하니까 저는 그저 잘하는 부분 못하는 부분 상관없이 훑어보는 식의 수업을 하는 것이 시간낭비라고만 느껴집니다.


또한 저는 흔히들 말하는 야행성입니다. 동생이 잠자리에 들고 난 후인 밤 11시 이후에 공부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실제로 그 때 훨씬 효율이 좋기도 하고요. 방학 때만이라도 그런 생활 습관을 제가 조금 더 효율적인 시간대에 공부를 할 수 있는 쪽으로 바꿔서 공부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수능을 대비해서 아침형 인간이 되라고들 많이 말씀하시지만, 그건 내년에 가서 생각해도 될 문제이고 일단 조금이라도 더 효율적인 시간에 공부를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이유들로 저는 이번 여름방학 보충 수업을 희망하지 않습니다. 의지만 있다면 집에서도 충분히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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