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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손을 내밀어 우리

562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6/11/20
    마파소스
    손을 내밀어 우리
  2. 2006/11/18
    진보넷 창립 8주년(8)
    손을 내밀어 우리
  3. 2006/11/17
    어떤 부고(4)
    손을 내밀어 우리
  4. 2006/11/16
    밤에...(3)
    손을 내밀어 우리
  5. 2006/11/13
    이번 주(11/13- )(4)
    손을 내밀어 우리
  6. 2006/11/10
    가끔(4)
    손을 내밀어 우리
  7. 2006/10/30
    이번 주 일정(2)
    손을 내밀어 우리
  8. 2006/10/30
    지난 주(3)
    손을 내밀어 우리
  9. 2006/10/30
    낮술
    손을 내밀어 우리
  10. 2006/10/29
    손을 내밀어 우리

마파소스

마파두부는

우리집 아이들이 즐겨먹는 메뉴이다.

 

문제는,

주중에는 밑반찬을 빼고는 도무지 아이들에게

음식을 해 줄 수 없는 내 사정이다.

 

마파두부에 관한 여러가지 레시피들을 두루 섭렵했지만

결론은 아이들이 직접 해먹을 수 있도록

간편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만든 레시피는 참 간단하다.

 

-설탕 1큰술

-두반장 2큰술

-간장 4큰술

-청주 4큰술

 

요런 것이 밀폐용기에 담겨서

우리집 냉장고에 늘 보관되어 있다.

이걸 어떻게 쓰냐고?

 

두부면 두부, 감자면 감자, 버섯이면 버섯,

(파프리카 같은 거 같이 쓰면 모양도 맛도 좋고...)

대략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서

(둥글고 깊은) 팬에 넣고 볶다가 익으면

(파기름이나 마늘향을 내고 볶으면 더 좋다)

이 소스를 넣고 지글지글 한번 더 볶은 다음에

참기름 한두방울 떨어뜨려 마무리하면 된다.

 

중국집에서 먹는 마파두부처럼

돼지고기나 피망, 갖은 야채도 같이 먹고 싶다면

생강, 마늘, 파를 신경써서 더 넣고,

걸죽하게 만들어 먹으려면

육수 좀 더해서 끓이다가 물녹말로 모양새를 갖추면 된다.

 

한번 해 보시라,

엄마나 아빠 없어도

아이들이 알아서 해 먹게 된다.

 

레시피 왜 안올리냐고 한 소리 들은 게 좀 오래 되었는데

모처럼 생각나서 올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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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넷 창립 8주년

紅知님의 [진보넷 8주년 생일파티] 에 관련된 글.

쓸쓸한 가을날,
진보넷 사무실로 가는 길은
가쁜한 오르막길이었다.

 

짐짓 육중하게 생긴 철문을 열자
사무실 바닥에 모여앉아
회의에 집중하고 있는 동지들이 보였고,
얼굴 발그레하게 그 곁을 지나
운영위원들이 자리잡은 곳으로 갔다.

1시간 가까이 늦었지만
회의자료는 막 1쪽을 넘어가고 있었다.

 

2006년 11월 16일 현재 회원 590명,
개설된 블로그 2128개,
일평균 페이지뷰 ***,***
메일링리스트 686개,
메타 블로그 사이트 -Plog 개발중
나열된 몇가지 수치만 보면 반갑고,
월수입을 초과하는 부채금액에 이르면 미안해진다.

 

개인정보보호기본법 입법운동,
유전자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대응,
의료정보화,
에이즈예방법 대응 공동행동,
정보운동포럼,
월간 네트워커 발행,
한껏 벌여놓은 일들을 보면
하나같이 나도 뛰어들어 함께 하고 싶은 것들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얼마나 알까,
세상의 소중하고 소중한 일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와 똑같은 사람들이
밤샘의 노동과 숙명같은 신명으로
하나 하나 해치우고 있다는 것을.

 

갈곰탕과 갈비탕과 새싹비빔밥,
맛깔스런 깍두기, 상추무침, 갓김치, 표고볶음 따위,
거기에 딱 어울리는 파릇파릇 소주병,
생일잔치라기보다는
평소 먹는 밥상이었면 좋았을 조촐한 저녁식사,
그래도 한쪽 벽면을 스크린으로 하여
일년의 사업보고가 있었다.

 

연일 술과 일로 지친 몸,
이 날 하루 쉬어가자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참세상 식구들까지 포함하여
모르는 일꾼들이 부쩍 늘어났고
나는 궁금하고 친해지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한켠에서는
일터에서 늘 부대끼는 사람들 사이에
항용 있기 마련인 갈등과 불화가 느껴지지만
일년에 한두번 끼어드는 나로서는
그저 남의 일처럼 지나칠 밖에.

 

사랑하는 딸 지지의 교통사고로 말미암아
간병에 여념없는 참세상 편집장이 뒤늦게 오고,
쉬고 있다던 지음도 헐레벌떡 오고,
인권운동사랑방에 빚을 지고 있다고 했던 행인은
아마 진보넷에도 그 못지 않은 부채감이 있는 듯
떡 한꾸러미 들고 달려왔다.

 

옛 얘기, 노동자대회와 전야제 얘기,
민주노총 얘기, 오지 못한 동지들 얘기,
동소심, 스밀라디, 채경,
새로 만난 동지들과 인사하기,

쥬느, 홍지, 여러번 만나고도 첨 만난듯 술 나누기,
소주와 맥주를 번갈아 마시며
2차는 2차답게 떠들썩했다.

이 자리 저 자리로 옮겨다니며
사는 얘기 일 얘기 끄덕끄덕 듣다보니
슬그머니 취한다, 아, 취했다.

 

막차는 모르는 체 보내고
자정도 보란 듯이 지나쳐 버리고
끝내
내 사랑하는, 나를 기다리는 이들에게 가지 못하고
한적한 찜질방에서 드렁드렁 잤다.
그래도 철없이 좋았다.

 

진보넷 생일은 11월 14일이고,
어제는 그것을 기념하여
나같은 사람까지 포함해서 진보넷 식구들 밥과 술 한번
즐겁게 또는 마지못해 먹는 날이었다.
9주년, 10주년, 20주년,
해는 또 가고 오겠지만,
나같은 객들보다는
진보넷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보람차게 알차게 기다려지는 날이 되면 좋겠다.

 

아침에, 술 덜 깬 눈과 몸으로
KTX를 타고 오면서 이 글을 썼다.

 

<덧붙임>

이 글을 보는 동무들아,
더도 덜도 말고
블로그 갯수의 절반쯤까지만 진보넷 회원이 늘어나면 좋겠다.
그만큼 참세상 회원도 늘었으면 좋겠다.
참세상 기자 동무들 말마따나
기자 서너명 더 늘면 좋겠다.

 

한달에 1만원쯤 기부할 수 있는 주머니라면
진보넷이든 참세상이든 회원으로 가입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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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부고

"우리 엄마 돌아가셨뿟다

 발인 18일 07시 대구 모레아 장례식장

 이영원 11/16 4:55 pm"

 

수년째 병들어 누우신 노모를 수발하느라

위중하다는 소식만 오면 부리나케 대구로 달려갔던 동지,

지난 주말부터

어머님이 산소마스크에 의존한 채

마지막 숨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병실을 지킨다던 동지,

그러면서도

시름에 잠긴 모습을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동지,

그 자신의 나이도 어느새 쉰넷인가 되었는데

웃음 마냥 천진, 소탈, 난만하고

몸은 빼빼 말랐어도 몸가짐 여유롭고 넉넉하더니,

어머님 부고를 이렇게 문자로 보내셨다.

 

어제 저녁, 영동에서 교육 하나 끝내고

조합원들과 어울려 저녁을 먹다가 부고를 받았다.

 

늦은 밤에

다른 동지의 승용차에 몸 싣고 대구로 달려갔다가

입관을 하지 않아 고인께 절도 바치지 못하고

소주 몇 잔 걸치고 대전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서도

우리 엄마 돌아가셨뿟다,

하고 속삭이듯이 보낸 문자가

갱상도 사투리 억양 그대로 입안에서 맴돈다.

돌.아.가.셨.뿟.다.

으헤헤,

중년에도 무구한 동지의 목소리 들리는 듯하다.

그러고 보니 아뿔사,

고인의 얼굴(영정)도 뵙지 못했구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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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철도노조,

민주버스노조,

화물통준위,

민주택시연맹,

15일까지

산별전환과 4조직 통합에 관한 조합원총투표를 실시한 조직들이다.

 

철도노조는 파업과 산별전환 모두 가결되었고,

버스노조도 산별전환과 통합 건이 모두 압도적으로 통과되었다는 소식을

해저물기 전에 총파업 집회장에서 들었는데,

화물과 택시 소식은

게시판을 이리저리 쏘다녀도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개표결과가 나오는대로 연락해 달라고

한 동지에게 미리 부탁도 해놓았는데 역시 소식이 없고,

이 시간에 아무에게나 전화를 걸 수도 없고

궁금해서 잠이 안온다.

 

....................

 

그냥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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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11/13- )

11월 13일 월요일

-임원회의(08:30)

-상집, 사무처 회의(10:00)

 

11월 14일 화요일

-전기안전공사노조 산별교육(09:00, 충주)

-전기안전공사노조 산별교육(17:00, 제천)

-공공서비스공대위 광화문 농성

 

11월 15일 수요일

-민주노총 파업 집회(14:00, 국회앞)

 

11월 16일 목요일

-전기안전공사노조 산별교육(10:00, 청주)

-전기안전공사노조 산별교육(17:00, 영동)

-4조직 통합추진위원회 대표자, 집행위 연석회의(20:00, 영등포)

-공공연맹 광화문 농성

 

11월 17일 금요일

-민주노총 사무처장단 회의(08:00, 민주노총)

-연맹 중집위(투본회의)(10:00, 연맹)

-진보넷 운영위원회(17:00)

-진보넷 창립 8주년 기념 조촐한 행사(18:30)

 

11월 18일 토요일

-아내 생일

-석치순 위원장 장남 결혼식(13:00, 궁전예식장)

-모임 하나

 

11월 19일 일요일

-결혼식 하나 더(12:30, 용산웨딩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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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가끔은

물처럼 흘러가고 싶은 때가 있다.

밀가루처럼 허공에 풀어져 버리고 싶은 때가 있다.

달리는 차 안에서 문득 맞이하는

진한 흙냄새로 세상에 스미고 싶은 때가 있다.

 

그래서였을까,

아무도 이해하지 않았을텐데

지난 주말

1박 2일로 술만 퍼부어댔다.

 

밤에 급히 마시고 취한 술에 이어

아침에 길을 나서다가 다시 술을 퍼부어 또 취하고

거기에 또 술을 더했으니

그게 어디 사람의 모습이었겠나.

 

참 드물게 생긴 인간의 모습을 하고는

술 취한 나를 내가 찍어두었더라.

 

한두 잔의 술이야 일상이라 치고

오늘 여러 동지들 만나서 술을 마셨다.

 

남들 마시는 양만큼만 마시면

남들 마시는 속도만큼만 마시면

밤 지새고 남들 다 취하고 쓰러져도 이렇게 평온할텐데

 

지난 세월

난 참 주제 넘게 급히 많이 마셨구나.

 

생각해보니

이즈음 어디서쯤이라도

나는 하염없이 그냥 흐르고 풀어지고 스미고 싶었던 모양이다.

 

가끔 그랬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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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일정

이번 주에 내가 참석해야 하는 공식 일정이 대강 이렇다.

 

10월 30일 월요일

-임원회의(08:30)

-상집회의(09:00)

-사무처회의(10:00)

 

10월 31일 화요일

-대전충남지역본부 순회투쟁(12:00): 충남도청

-총연맹 중집/투본회의(14:00): 민주노총 회의실(상당히 빠듯함)

-4조직 통합추진위 집행위(16:00): 운노추 회의실(겹쳐서 야단났네)

 

11월 1일 수요일

-연맹 중집/투본회의(10:00)

-FTA저지 범국본 집행위(15:00)

-임원, 조직담당자회의(18:00)

 

11월 2일 목요일

-상황실 회의(08:30)

-부산울산지역본부 순회투쟁(15:00): 부산시청

 

11월 3일 금요일

-총연맹 사무처장단회의(08:00): 민주노총 회의실

-공공연대 사무처장단 회의(10:00): 아직은 잠정

-한미FTA저지 '활력충전' 토론회(14:00): 이화여대

 

11월 4일 토요일

-모처럼, 집회나 수련회가 없고나.

=>아니란다. 11/3-4 강화도에서 수련회 있단다.

-결혼식이 하나 있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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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10월 25일,

제16회 과학기술노동자 대동한마당.

몸으로 부대껴야 하는 날인데 그러지도 못하고,

이 천막 저 천막을 전전하면서 참 많은 동지들을 만났다.

 

 

10월 26일,

이용석 열사가 분신한 지 꼭 3년 되는 날,

오전엔 교육(건엔노 만영/도우지부 조합원 산별교육)이 있었고,

오후에는

11월 총파업투쟁승리를 위한 공공연맹 서울지역 결의대회가 있었고~(15:00)

 

 

"산별노조 건설과 비정규노동자 조직화와 투쟁" 토론회가 있었고~(16:00-18:00)

 

 

이용석 열사 3주기 추모문화제가 종로에서 있었다~(19:00-)


 

 



10월 27일,

하반기 총파업, 총궐기 투쟁 승리를 위한 서울남동지역 행동의 날,

아침 8시에 민주노총 사무처장단 회의가 있었고~

 

오후 3시에 서울남동지역 행동의 날 강남구청 집회가

산기평지부, 르네상스, 포이동주민, 서울정화환경노조 한성지부 동지들과

연대하는 많은 동지들이 참가해서 힘차게 열렸고~


 

집회 끝나고,

오랜만에,

민주노동당 유성구위원회 운영위원회에 참가하느라 급하게 가는 길에

갑천 위로 엄청나게 쏟아대던 불꽃놀이와 만나기도 했지.

 

10월 28일, 토요일이다.

광화문에서 열렸던

파업으로 일어나라! 공공노동자!

공공연맹  총력투쟁 결의대회~

 

2시부터 세 곳에서 사전대회를 하고

4시에 광화문에 모여 본대회를 하기로 했는데,

정작 본대회가 시작된건 5시가 지나서였다.

해지는 시간(5:30)에 쫓겨서 정말 서둘러 진행했다.



 

에피소드 하나,

집회 사회를 보려고 단상 옆에서 준비하고 있는데,

한 젊은 친구가 나한테로 왔다.

(착한 대학생쯤으로 보였다)

=이런 쓸모없는 일을 왜 하지요?

-예?

=이렇게 헛된 짓거리를 왜 하냐고요?

-누구시죠?

=지나가는 시민인데요, 이렇게 해서 사람들을 불편하게 해서 무얼 얻고자 하는 겁니까?

-이렇게 모이는 것이 쉽겠어요? 이렇게 사람들이 모이고 싸워서 그동안 많은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우리는 생각하거든요.

=그거야 일방적인 주장이지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얘기할 시간이 충분치 않습니다만...

=(난데없이) 집회 끝나면 쓰레기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우리가 직접 다 치울 건데요.

=쓰레기가 하나라도 남으면 (당신이) 책임질 수 있습니까?

-그럼요. 제가 책임지지요. 쓰레기를 치우는 노동자들도 우리 조합원들이고, 오늘도 여기 와있거든요. 우리가 그 분들에게 쓰레기를 떠넘기고 갈 것 같습니까?

=어디, 두고 봅시다!

 

그리고는 그는 잔뜩 화난 기색으로 사라졌다. 쓰레기가 걱정되어서 왔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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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술

손을 내밀어 우리님의 [11월의 나무] 에 관련된 글.

어느 단위노조 간부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고생하는 연맹 간부들에게 점심을 사겠다고 했다.

 

저마다 밥만 먹고 우르르 일하러 몰려갔는데

나 혼자 현장의 동지들과 어울려 소주를 연거푸 마셨다.

 

생각해 보니

이른바 중앙의 관료가  된  이후로 낮술이나 밤술이나

일정과 사정에 쫓겨 자유롭지 않다.

 

혼자서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다시 11월의 나무 "화살나무"를 만났다.

 

작년에 만났던 바로 그 나무,

지난 주(24일)에 산기평 동지들과 함께 그 곳을 지나면서

혹시나 하며 살펴봤지만 

붉은 기운이 약간 서렸을 뿐,

올해는 가물기도 해서 작년같은 자태를 못볼 줄로만 알았다.

 

아니었다.

낮술을 머금은 내 붉은 낯빛에 비하면

소주 10병은 족히 마신 듯 활활 불타고 있는 화살나무,

다시 내 품에 안는다.

 

그렇게,

그렇게 불타는 마음으로,

보고 싶은 동무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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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핵...하면서 급히 써서는 네트워커에 보냈습니다.

 

 

새벽길님의 [북의 핵개발에 대한 설문결과] 에 관련된 글. 

어느 블로그에 들어갔다가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에서 학생당원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게 되었다. “이북의 핵개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1. 미국의 대북압박정책에 대항하기 위한 자위적 조치이다(52.63%). 2. 반전반핵의 견지에서 볼 때 옳지 않은 조치이다(41.05%). 3. 평화적 이용목적의 핵개발은 괜찮지만 군사적 핵개발은 옳지 않다(4.21%). 4. 기타(2.11%). 핵문제가 태생적으로 갖고 있는 복잡다단한 문제를 하나로 뭉뚱거려 질문한 것도 억지스럽고, 예시한 답변 항목들을 보니 마치 편가름을 하려는 것 같아 쓴 웃음이 나온다.


민주노동당의 각급 회의에서의 논쟁도 학생당원들의 인식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니 당혹스러움을 넘어 화가 치민다. 어떠한 이유의 핵무기 개발에도 명확히 반대하고 이른바 핵의 평화적 이용이라고 하는 핵 발전까지 반대하는 것은 당의 강령을 떠나서 진보정당의 확고부동한 정책일 수밖에 없다. 그것은 시시때때로 당 간부들이 모여 다수결로 결정할 성격의 것이 아니라 어떠한 상황에서도 당이 흔들림없이 지켜야 하는 이념이자 가치이다. 따라서 북핵 문제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최근 논란은 당의 정체성에 커다란 의구심을 자아내게 하는 것이다.


한편, 평화적 목적과 군사적 목적의 핵개발은 따로 분리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그렇지 않다. 핵에너지는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과는 달리, 에너지 자원을 새롭게 개발한 결과가 아니라 원자폭탄 개발이라는 군사적인 목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나온 파생물이다. 핵에너지에 관한 연구는 공통의 핵물리학적 기초, 공통의 과학기술적 연구, 공동의 경제적 예산과 관리에 기반하고 있다. 2차 대전 후에 핵개발을 주도했던 미국 원자에너지위원회(AEC)와 영국 원자에너지청(AEA), 프랑스의 원자에너지원(CEA)은 핵의 군사적, 비군사적 사용을 모두 관장했다. 순수한 과학연구 목적의 원자로를 이용해 핵무기를 개발한 인도 사례에서 드러나듯이, 핵의 민간․상업적 이용이라는 것도 처음부터 정치․군사적 목적과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다.


그런데도 핵개발 초기에 핵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확산된 것은, 핵에너지의 장점에 대한 각국 정부의 과장된 선전, 관련된 과학자들의 열광적인 지지, 산업체의 낙관주의, 언론의 대대적 호응, 원자로의 안전성에 대한 이해 부족과 핵폐기물의 위험에 대한 인식 부족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이러한 긍정적인 반응도 옛 얘기일 뿐이다. 본격적인 반핵운동이 벌어지고, 1979년 스리마일섬 원전사고와 1986년 체르노빌 사고를 거치면서 핵에 대한 대중의 환상은 모두 깨졌고, 핵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이데올로기도 힘을 잃었다.


유감스럽게도 대한민국의 사고는, 핵에 관한 한 20세기 중반에 머물고 있고, 진보정당 또한 냉전을 벗어나지 못했다. “핵무기의 두려움 때문에 전쟁이 영구히 억제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환상”이라고 갈파했던 노벨상 수상자 52명의 마이나우 선언(1955)처럼, 이판에 핵에 관한 과학기술자 선언을 조직하자고 하면, 당신은 대략난감하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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