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5일(월) 눈
 
4월이 코앞인데 함박눈이다. 바람도 불고 기온도 떨어졌으니 도로 겨울인 듯싶다. 덕분에 실습실로 쓰고 있는 하우스에 환기를 못해 먼지를 제대로 먹고 있다. 오늘부턴 본격적으로 서까래를 깎아내는데 도리가 없다. 자주 쉬면서 들락날락 하는 수밖에.
 
다행히 원래 4인 1조로 실습이 진행됐었는데 오늘은 2개조씩 더 나누어 오전, 오후 작업을 진행했다. 덕분에 더 많이 연습이 된 것 같으니 이건 덤보다 크다. 다만 일을 하다 보니 이상스레 경쟁의식이 생기는 건지 서까래 깎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어떤 조는 오전에만 2개, 오후에 3, 4개씩 깎아냈으니.
 
잘 깎은 건지 어떤 건지 통 모르는 수준이니, 잘하고 있는 건지 어떤 건지 알 수도 없고. 나중에 짜 맞추고 나갈 때 아쉬워해도 지금은 어찌할 도리도 없고. 하는 수 없다. 남이야 어떻게 하던 배운 데로, 차분히, 조급해하지 말고, 늘 생각하며 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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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까래 치목 요령:

- 평고대가 올라갈 자리는 평평하게 다듬는다.

- 4치 굵기 서까래의 경우 4자 정도 되는 부분은 4치 5푼이 되도록 한다(4치와 똑같이 깎다 보면 결국 서까래가 작아지게 되므로).

- 서까래의 등과 배는 조금 굵게 깎는다 해도 좌와 우는 평평하게 한다.

- 임의의 십반을 긋고 1/4씩 깎아나간다(처음 1/4은 배, 다음 1/4은 좌, 다음은 등, 마지막 우이므로 처음과 세 번째는 조금 굵게 한다는 느낌으로 깎고 두 번째와 마지막은 평평하게 깎는다.).     

 
3월 26일(화) 맑음
 
어제에 이어 오늘도 서까래 깎기다. 틈틈이 체인톱을 이용해서 원목을 다양하게 깎는 요령을 배우기는 해도 주로 하는 일은 서까래 깎기다. 하지만 홈대패도 그렇고 전동대패도 무게가 꽤 무거운데다 손대패로 마무리까지 하고 나면 손목이 시큰한 게.
 
학교장은 하루에 15개도 깎아낸다고 하던데 그건 먼 훗날에나 가능할 거고. 지금으로선 하루 3개도 벅차다. 그래도 다들 이틀 깎아보니 요령도 생긴데다. 어차피 두 사람 이상이 동시에 하기도 힘드니. 원목을 깎고 다듬으면서 생기는 각재니 판재를 이용해 뭔가를 만드는 것 같은데.
 
마지막 사용한 홈대패와 전동대패 날을 갈고 끼우는데 큰 실수를 한 걸 보면. 역시나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되겠단 생각과 배운 데로 차분히 해야겠단 마음이 다시 다져진다.
 
* 동연(단연)은 장연과 달리 위, 아래를 구분하지 않아도 된다.
 
3월 27일(수) 바람 셈, 맑음
 
원래 오후 반나절 체육대회 일정이었는데 오전부터 어긋났다. 그렇다고 수업을 아예 안 한 건 아니다. 다만 싱숭생숭한 마음에 실습이 잘 이뤄지지 못했다. 레벨기라는 다소 생소하지만, 기둥을 세우는 데 꼭 필요한 공구인데도 어영부영 원리만 파악하고 넘어간 것. 한 사람 한 사람 직접 손으로 수평도 맞춰보고 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으니. 친목을 다지자고 한 족구대회가 수업을 방해한 셈. 게다가 여럿 병원까지 가는 무리들을 했으니.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건가, 집 짓는 거 배우러 왔다 몸만 다치는 건가. 당장 내일 수업이 걱정이다. 서까래 깎을 나무가 두 차나 들어왔으니.  
 
* 9자 기둥일 경우 가공석 주초의 경우에는 보통 9자보타 1치 정도 크게 하고, 자연석 주초의 경우에는 1치 반에서 2치 정도 크게 한다.
 
* 레벨기 사용법
① 레벨기가 최대한 수평이 되도록 삼각대(다리)를 고정한다.
② 레벨기 레버를 이용해 물수평을 잡는다(물방울이 최대한 가운데로 오게 하되 빨간 원 안에 있으면 된다. 이때 레벨기를 좌, 우 또는 360°를 돌리면서 어느 방향에서도 수평이 잡혔는지를 확인한다.).
③ 초점 레버를 이용해 초점을 맞춘다.  
 
3월 28일(목) 맑음
 
우려했던 바가 현실이 됐다. 운동회 전, 운동회 중 다친 사람도 다친 사람이지만. 뒷풀이 때 마신 술들로 출석률이 저조하다. 또 나온 사람들 가운데도 미처 술이 덜 깨 작업을 하지 못하는 사람도 꽤 된다. 덕분에 서까래 깎는 연습을 더 할 수 있긴 했지만, 이건 좀 아닌 듯싶다. 점심 먹고 나니 그래도 좀 나아보이긴 해도 여전히 활기가 없으니 말이다.
 
* 서까래 나이매김: 서까래가 휘어진 정도를 표시해나가면서 치목하는 것으로 일정 간격 눈금이 매겨진 좌판을 이용해 앙곡에 따라 눈금을 맞춰 서까래를 치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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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부터 치목한 서까래를 차곡차곡 쌓아놨다>

 

3월 29일(금) 맑음
 
어제는 체육대회 후유증 탓이겠지만, 오늘은 금요일어서인가? 오전부터 사람들이 많이 보이질 않는다. 한 조당 거의 2명 꼴? 덕분에 오늘도 어제처럼 서까래 치목을 더 할 수 있어 좋긴 하지만. 설마 벌써 서까래 깎는 것에 치졌을까? 대체 무슨 일들이 있을까? 이래저래 걱정된다.
 
오후 스케치업 시간엔 다행히 잘 하는 사람 도움으로 지난 주 보단 많이 따라갈 수 있었다. 자칫 필요하면 나중에 동영상 보면서 해야지 하며 포기할 뻔 했는데. 교육하기 전 샘이 준 스케치업 책도 그렇고, 옆 자리에 앉아 차근차근 가르쳐 준 같은 조 막내도 그렇고. 스케치업도 지금보단 더 신경을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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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31 11:02 2013/03/31 11:02
사용자 삽입 이미지바우길 ④ 나눠서 걷는 사천둑방길: 둑방길 끝나자 산 넘어 가는 길,  명주군왕릉을 찾아(2012년 9월 22일)
 
해살이마을은 근래에 붙여진 이름이다. 봄엔 축제까지 열만큼 개두릅 나무가 지천으로 있는 곳이지만, 대략 200년 전 사기 막사발 사기그릇을 만들던 움막이 많았던 곳이라 해서 ‘사그막’또는 ‘사기막’으로 불렸다. 물론 지금도 사기막리가 행정구역상 명칭일 뿐만 아니라, 사천면사무소 앞에서 탄 택시 운전기사분이 말해주듯이. 사기막이라 해야 금방 금방 알아듣는다.  
 
나눠서 걸은 바우길 4구간은 반대편 명주군왕릉에서 출발했다면 긴 내리막 임도(林道)를 걸었겠지만. 지난번에 사천해수욕장에서 출발해 사천천을 따라 둑방을 걸었으니. 오늘은 여기 사기막리에서 산길로 접어들어 길고 긴 오르막을 올라야한다. 하지만 뭐 그렇다고 해서 숨이 헐떡헐떡 거리고 다리가 풀릴 만큼 가파른 길도 아니고. 곳곳에 솔 숲 사이 송이 밭이 널린 만큼 소나무가 빽빽하게 있어. 걷기에 좋을 뿐만 아니라 한여름에도 덥지 않게 오를 수 있다.
 
명주군왕릉은 4구간 출발점이면서 3구간 도착점과 10구간 출발점을 겸하고 있다. 4구간을 거꾸로 걸었던 이유가 애당초 고성에서부터 내려오는 길이기도 했거니와 가능한 바우길을 이어서 걸어보자 했던 이유가 있었으니. 군왕릉에서 다시 10구간과 이어 걷고, 또 11, 5, 6, 7, 8, 9구간을 연달아 이어붙이면 자연스레 동해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물론 해변을 따라 걸었다면 진즉에 동해나 삼척까지 갔을 수도 있었겠지만. 다행히 올 봄에 이사한 곳이 강릉과 가깝다면 가까운 거리에 있고. 또 앞으로 이쪽 언저리에 자리를 잡고 농사를 지어야겠단 마음도 있으니. 급할 것도 없는데다 살만한 곳도 찾아보는 셈치고 에둘러 가는 것이니. 
 
조금 길다 싶은 구간은 이번 걷기여행처럼 나눠서 걷기도 하고. 10년 전 태풍 루사 때 난리도 아니었단 얘기며, 줄 쳐진 산에 잘못 발 들여 놨다간 크게 곤혹을 치를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는 얘기도 물어물어 귀동냥으로 얻어들으며. 사기막처럼 이름만큼이나 예쁘고 아기자기한 마을도 천천히 둘러보고. 내처 걸었다면 10구간까지 마칠 수 있었겠지만 그리하지 않은 이유가 다 여기에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출발했던 사기막과 달리 도착했던 보광리엔 분청사기를 굽던 가마터가 있다고 한다. 강원도에서 유일한 곳이라고 하던데. 명주군왕릉도 그렇고 분청사기도 그렇고. 산 하나를 두고 사기막과 대비되면서 느낌이 묘하다. 지금이야 임도로 연결돼있어 막사발을 굽던 곳과 분청사기를 굽던 곳을 쉽게 둘러볼 수 있겠지만. 예전엔 그러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고. 이쪽 마을과 저쪽 마을이 조금씩은 달랐을까?
 
하기야 분청사기든 막사발이든 굽는 이들이야 다 민초들이었으니. 차이가 있으면 얼마나 있고, 다르면 또 얼마나 다를까 싶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한쪽엔 전통체험마을이 있고 다른 한쪽엔 왕릉이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딱 부러지지는 않지만, 어째 요상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반골기질 때문인지도 모르겠고. 똥 누기 전과 후가 다르다고, 힘들게 산을 넘어와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 명주군왕릉은 신라하대의 진골 귀족으로 강릉 김씨의 시조인 김주원의 묘소다. 김주원은 공식적으론 신라의 왕위에 오른 적이 없다. 그럼에도 그가 명주군왕으로 봉해졌기에 그의 무덤을 왕릉이라 부른다.
 
* 열 번째 여행에서 걸은 길
바우길 4구간 사천둑방길 나머지 구간을 걷다. 해살이마을에서 명주군왕릉까지 임도를 따라 약 km.
 
* 가고, 오고
강릉 시내에선 해살이마을을 가는 버스가 있지만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주문진 쪽에서는 더욱(http://www.gangneung.go.kr/sub/bustime/main.jsp?pp=sub01 참고). 사천면사무소에서 콜택시를 불러 갔더니 따로 콜비는 없고 7,000원을 달라고 한다.  
 
* 잠잘 곳
해살이마을 홈페이지(http://haesari.invil.org/)에 방문하면 농가민박 전화번호와 민박집 내.외부 사진 등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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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27 22:09 2013/03/27 22:09
사용자 삽입 이미지3월 18일(월) 맑음
 
이번 주는 각종 전동공구를 실습하는 시간이다. 전동대패부터 원형톱, 체인톱, 직소기까지. 원목에 직접 사용하며 기능과 사용법을 익혀야 하는데. 먹칼이니 먹줄도 처음이지만 전동공구도 모두 처음. 당연 손에 익기까지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하지만 조급한 마음에 서두르다 보면 안전사고가 날 수 있으니. 차분히 하나하나 손에 익혀야 한다.
 
오후엔 학교 인근 제재소를 견학하는 시간도 가졌다. 때마침 한옥에 들어갈 부재를 치목하고 있어 좋은 견학 시간이었다. 능숙하게 먹을 놓고 전동대패에 원형톱을 사용하고. 때론 끌로 깎아내기도 하고. 누구하나 지시하지 않으나 각자 맡은 일을 능숙히 하는 모습을 보니. 한편으론 언제쯤 저렇게 될 수 있을까, 또 한편으론 잘 해낼 수 있을까. 두려움 반 기대 반이다.
   
* 목재가 평평할 때는 먹줄을 팽팽히 당기고 휘거나 들어간 부분이 있으면 먹줄을 느슨히 잡는다.
* 부재를 치목할 때에는 먹선을 잡아먹게 해서는 안 되며, 가운데는 약간(볼록하면 안 된다는 의미에서 아주 조금) 들어가게 한다.
 
3월 19일(화) 맑음
 
하루 종일 대패질만했다. 톱밥이 쌓이는 만큼 대패가 손에 익겠거니 잠깐 잠깐 쉴 뿐 교대로 대패질. 처음 굵었던 목재가 거의 각목 수준이 되니 어느덧 5시 반. 딱히 메모할 것도 없으리만치다.
 
* 팔각공식
도리간격 × 341 ÷ 141 = 답
보간격 × 141 ÷ 341 = 답
 
* 대각선공식
2×2=4  3×3=9  = 13
√  답은 3.605
 
3×3=9 4×4=16  =25
√  답은 5
 
3월 20일(수)
 
하루 종일 전동대패질만 했다. 현장에서 가장 많이 쓰는 공구 중 하나라는데. 수업 끝날 시간까지 별로 쉬지도 않았건만 손에 익질 않는다.
 
* 도리와 서까래는 힘이 받는 방향이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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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1일(금) 
 
어제 하루 이사 때문에 빠졌는데 얘기를 들어보니 또 전동대패질을 했다고 한다. 아무래도 가장 많이 쓰는 공구를 집중적으로 연습하는 것 같으니. 오늘은 아침 내내 원형톱만 다뤘다. 샘 표현대로 하자면. 먹선이 보일락말락만큼 잘라내야 하는데. 음 역시 타고난 손재주를 가지고 있지 않는 이상 연습만이 살길. 날이 추워 환기도 제대로 하지 못해 목이 컬컬하지만 어쩌겠나. 켜고 또 켜고. 다행히 점심 먹을 때쯤 되니 먹선은 놔두고 그나마 톱이라도 손에 익는다.
 
실습수업이 다 끝나면 매번 스케치업 동영상 강의를 꼭 들어야겠다, 마음먹지만. 몸도 피곤한데다 이번 주엔 이사 때문에 통 강의를 듣지 못했다. 아니 그래도 이틀은 삼십분 이상씩은 해봤지만, 뭐가 잘 못된 건지 영 따라가지가 않았다. 해서 손을 놓고 있었는데. 다행히 지난주에 했던 내용을 방법은 조금 다르지만 처음부터 다시 복습해주시는 게 아닌가. 하지만 지난주 부분이 다 끝나고 나니 또 뒤처지기 시작. 초석과 창방, 도리까지는 잘 올려놓고 보를 만들지 못한다. 아, 차라리 대패질이 낫지 싶다.
 
* 원형톱의 경우 톱날이 처음 잘못 들어갔을 경우 무리하게 톱을 움직이지 말고 톱을 뒤로 뺏다 다시 넣었다 하면서 맞춰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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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24 20:26 2013/03/24 20:26
사용자 삽입 이미지3월 11일(월) 맑음
 
한옥학교 첫날. 설렘 반, 두려움 반.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르겠다. 오랫동안 혼자 시간을 보낸 데다 이제껏 해오던 일과는 전혀 다른 일을 하는 것이기에 그랬을까. 고용센터에서 계좌제 카드를 받고는 학교에 두 번이나 방문하면서 나름 준비를 한다고 했는데도 그랬다. 그래도 자기소개 시간엔 평소 생각했던, 그리고 꿈꿔왔던 일을 동기들 앞에 다짐도 했고. 점심 먹을 때 서울에서 왔다는 한 동기와도 말을 트기까지 했으니. 절반은 성공한 셈.
 
게다가 “공포스럽지 않으세요?”라며 재미나게 ‘공포’를 설명하는 샘. 가만히 있어도 대목 포스가 풍기는 샘. 아마 한옥을 스케치업 프로그램을 이용해 설계를 하는 유일한 사람일 것 같은 샘까지. 짜임새 있게 꾸려진 교수진에, 60대 어르신부터 20대 젊은이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에 직업을 가졌던 이들이 한데 어우러진 동기들이 30여명이나 있으니. 나머지 절반도 성공할 것 같은 예감이다.
 
다만 11기까지 배출했다고는 하지만. 강의시간에 울려대는 학교 전화 벨 소리와 조금은 두서없이 진행되는 이론 교육 시간이. 어딘지 모르게 어설프기도 하고 안정적이지 않은 게 조금은 걱정이 되고. 또 점심은 각자 해결해야 하는데다 학교 청소에 커피 구입까지 학생들이 해야 한다는 게 조금은 성에 안 차지만.
 
이왕 시작했으니. 아침 6시부터 부산을 떠느라 점심 먹고 나면 급격히 졸리고 피곤해 집중력이 떨어지기도 하지만. 3개월. 정신력으로 버티고 하나하나 배워나가면. 동기들 앞에 다짐했던 일을 몇 년 안에 할 수 있을 터이니. 함 한 번 해보자.
 
* 기둥과 기둥 사이의 거리: 9자 내외, 기둥 굵기: 1/10, 즉 9치(5자→5치, 9자→9치)
* 추녀: 서까래 크기의 1.5배
* 대보: 전면 처마도리에서 후면 처마도리까지 거리의 1/10
* 연골벽(당골): 서까래 간격. 4치(아무리 굵어도 4치), 가장 굵은 것 8치, 간격은 4치
* 보의 굵기: 기둥과 기둥 사이의 1/12~1/10(집의 길이)
 
 
3월 12일(화) 맑음
 
어제에 이어 오늘도 하루 종일 강의실에서 이론 강의가 진행됐다. 파릇파릇한 젊은 친구들도 오후가 되니 슬슬 풀어지는데. 50, 60 되신 분들은 어쩔까. 꾸벅꾸벅 조는 건 기본, 쉬는 시간도 5분 늘었다. 하기야 앉아서 하는 일이라면 자신 있었건만. 순간순간 멍하니 있을 때도 늘고, 좀이 쑤셔 몸을 뒤척뒤척, 목을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고. 안간힘을 써 봐도 4시부턴 시계만 보게 되는데.
 
아무리 생소한 용어들이 끊임없이 튀어나오고. 익숙하지 않은 척도법이 나오는 게. 귀에 잘 안 들어오겠기도 하겠지만. 눈이 오면서부터 그만 둔 운동부족에서 오는 체력 저하 때문인 듯. 마음도 피곤하고 몸도 피곤하지만 주말부턴, 아니 오늘 저녁부터라도 조금씩 몸을 움직여야겠단 생각이 든다. 터미널에서 학교까지 왕복 자전거야 겨우 20분 남짓이니 운동이라 말할 것도 아니니.        
 
* 전체 건축물 중 목조 건축은 1%, 목조 건축 중 한옥은 10%
* 20평 형 규모 한옥: 약 1만 2천 재(1재: 1치(3cm)×1치(3cm)×12자(3.6m))
* 원목의 크기 측정 / 길이 측정
크기: 말구(짧은 쪽)의 직경
길이: 원구 쪽의 짧은 쪽에서 말구 쪽의 짧은 쪽까지의 길이
* 물매: 지부의 낙수면이 이루어지는 비탈진 경사도(흘림)
싸다: 급한 경사도
뜨다: 완만한 경사도
 
 
3월 13일(수) 눈, 비
 
회장과 총무도 뽑고 4인 1조, 총 7조로 나누고 나니 자리가 잡히는 듯하다.
 
또래 끼리나 같은 숙소를 쓰는 사람들로 자연스레 모이기도 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하곤 여전히 서먹서먹했었는데.
 
임원진 선출하고 건의사항도 하나씩 정리하고. 필요한 물품 목록도 만들고 연락망도 파악하고. 학교 여기저기 청소할 순번도 정하고.
 
이틀간 앉은자리에서 강의만 듣다 이런저런 말들도 하고 또 의견들도 내놓고 하니.
 
어딘지 모르게 그새 친해진 것 듯.
 
다음 주부턴 본격적으로 실습에 들어갈 예정이니 서두를 필요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만치라도 자리를 잡아야 순조롭게 일정을 소화할 수 있으니.
 
늦지 않게 딱 맞춰 일이 진행 것 같아 다행이다. 
 
* 장혀: 민도리집의 경우 장혀가 없는 경우도 있다. 비교적 작은 규모의 경우 하중이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규모가 큰 경우 보의 굵기나 크기, 간격 등이 넓고 크기 때문에 도리 만으로는 하중을 견디기 어려우므로 장혀를 넣는다. 장혀의 두께는 벽을 어느 정도의 두께로 할 것인가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 처마곡이 있다 하더라도 빗방울은 기와골을 따라 흐르므로 가운데로 모이지 않는다.
* 우리가 현재 쓰고 있는 대패는 몸 쪽으로 당겨서 사용하는 일본식임.
* 대패에서 중요한 것은 대패 몸체이며, 그 다음 덧날, 날이 잘 들고 안 들고는 그 다음.
* 본날과 덧날을 다 갈아 겹쳐 놓고 봤을 때 빛이 들어오면 대패 시 밥이 엉켜서 나오지 않는다.
* 창대패: 본날만 있는 대패로 매끈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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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14일(목) 맑음

 
역시 이론과 실제는 많이 달랐다. 어제 오후부터 오늘 오전까지 꽤나 많은 시간을 대패에 대해 배웠는데 막상 오후 실습 시간이 되니. 전 선생님이 나서지 않으면 도무지 진도가 나가질 않는다. 물론 배운 만큼, 아니 그 보다 앞서가는 사람도 있지만. 또 주문받아 온 대패에 문제가 좀 있기도 했지만.
 
선생님 손을 거친 것과 그렇지 않은 것들이 확연히 다르니. 아무래도 이러다간 선생님이 무지 바빠질 듯하다. 더구나 사람이 많아서인지. 분명 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먼저 시작하는 사람. 이렇게 하라고 했는데 저렇게 하는 사람. 정해진 수업 시간이 애매해지니 아무렇게 누군 쉬고 누군 하던 거 하고. 대패 하나가지고 이러니 원형톱이니 전기톱 가지고 하는 실습에 어쩔까 걱정도 된다.
 
아무래도 선생님 말로는 일주일을 꼬박 대패날만 갈아야 하는 곳도 있다던데. 그만큼은 아니라도 대패 하나만 가지고도 며칠은 꼬박 연습도 해야겠고, 더 배우고 혼도 나야겠지 싶은데. 가만 보니 학교장도 그렇고 선생님들도 그렇고. 너무 무른 게, 일을 이렇게 만드는 것 같기도 싶다. 물론 영 손재주 없는 사람들이 더디게 만드는 것도 있고.
 
* 대패질 요령:
① 원구 쪽을 앞쪽으로 말구 쪽을 뒤쪽으로 놓는다.
② 부재와 몸을 평행하게 한다.
③ 말구 쪽부터 시작해서 원구 쪽으로 해나간다.
 - 대패질을 처음 시작할 때 생기는 자국을 지워 마감하는데 용이함
④ 대패가 끝나는 부분은 옆구리에 오게 한다.
⑤ 몸을 굽힘과 동시에 팔을 뻗고 당기면서 몸을 같이 움직인다.
* 곡척: 우리나라는 공식적으로는 곡척법을 쓰지 않기 때문에 일본에서 만든 것을 사용.
* 장척: 긴 부재의 치목 시 유용하게 사용됨.
* 이동스퀘어: 깎아낸 홈이 직각을 이루는 지 확인 하는 데 쓰이며 45° 각을 그리는데 유용하게 사용.
* 자유자: 자유롭게 각도를 잡을 수 있어 선자서까래 치목 시 거의 필수적으로 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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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5일(금) 맑음

 
오전 실습 시간엔 대나무를 쪼개 먹칼을 만들었다. 보기엔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여도. 대나무의 단단한 쪽을 가늘게 대패질을 해야 하는데다. 가늘게 쪼개는 데 쓰이는 도구 명칭이 정확히 뭔지 모르겠지만. 끌로 최대한 가늘게 쪼개기 위해 눈을 크게 부릅뜨고 신중히 작업을 해야 한다. 거기에 다시 끌로 둥글게 마무리 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게 또 대패날 세우는 것 마냥 쉽질 않다. 결국 한 사람 당 2개의 먹칼 만들고 나니 먹줄 놓기는, 전 선생님 시범만 보고 실습은 진행하지 못했다.
 
오후엔 스케치업 강의가 진행됐다. 이미 동영상 강의를 들은 사람들은 능숙하게 강의를 따라가지만. 나이가 좀 들어 컴퓨터에 능숙하지 못하거나. 미처 강의를 듣지 못한 사람들은 좀체 진도가 나가질 못한다. 가뜩이나 익숙지 않은 프로그램을 쓰는 데다 잠깐이라도 한눈을 팔기만 해도. 어김없이 다음 일을 진행하지 못한다. 한두 번 그렇게 되다보면 결국. 손을 놓고 강의만 듣는 상태가 된다. 아니면 강의와 상관없이 동영상 강의를 듣거나. 아무래도 강의 속도가 너무 빠르지 않나 싶다. 강의를 하는 입장에선 최대한 쉽고 천천히 한다 해도. 처음 스케치업을 접한 사람으로선 쉽지 않으니. 물론 그렇다고 가장 늦게 이해하는 사람을 기준으로 하잔 건 아니다. 하지만 최소 절반 이상은 이해하고 따라 할 정도는 돼야 하지 않을까. 어쩔 수 없다. 주말에 동영상 강의를 들으며 보충해야지.
 
* 먹칼 만들기
: 대패로 3mm가 되도록 깎아낸 후 끌로 처음 1mm, 이후 최대한 얇게(약0.5mm 내외) 쪼갠다. 마지막으로 끌을 이용해 쪼갠 부분을 둥글게 다듬는다. 
 
* 먹줄 놓기: 7치로 깎기
① 좁은 쪽은 중심에 맞춘다.
② 넓은 쪽은 나무가 들어가고 나온 상태를 잘 살펴보고 들어간 곳을 염두에 놓고 줄을 맞춘다.
③ 수평계를 이용해 수직선을 긋는다.
④ 나온 쪽을 먼저 3치 5푼을 잡고, 들어간 쪽도 3치 5푼을 잡는다.
⑤ 반대쪽은 나온 쪽을 조금 희생하더라도 들어간 쪽을 먼저 3치 5푼 잡다.
⑥ 먹줄을 놓을 때 나온 쪽 모자란 부분은 각대를 대고 3치 5푼을 맞춘다.
⑦ 양쪽 먹선을 이어 먹줄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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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17 16:49 2013/03/17 16: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