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것저것 심는다 2010/04/26
  2. 밭 만들기 2010/04/19
  3. 퇴비 넣어주기 2010/04/12
  4. 올 농사 계획 2010/04/04

이것저것 심는다

from 10년 만천리 2010/04/26 17:25

감자와 호밀 심기(4월 19일/가끔 비 10-19도)

 

감자는 어제에 이어 이틀째다. 작년에도 이틀에 걸쳐 씨감자를 심었는데. 올해도 이틀째 감자를 심는다. 아무래도 자전거로는 나를 수 있는 무게가 한정돼 있어 일을 해나가는데 시간이 다소 걸린다. 박스채로 갖다놓으면 반나절이면 끝날 일이 늘 이틀, 사흘이 걸리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일기예보로는 한때 비가 온다고 하더니 아침부터 하늘이 잔뜩 찌푸려있다. 양은 많지 않을 거라 하니 일을 하는 데는 지장이 없겠지만. 그래도 밭에 나가 있는 동안 비가 오면 대략 난감이다. 비를 피할 곳은커녕 그늘 여름 땡볕에 그늘 하나 만들지 못하는 게 지금의 밭이니.

 

거의 감자를 다 심을 쯤 결국 비가 쏟아졌다. 서둘러 일을 마무리 짓고 자전거에 오르는데 언제 비가 왔냐 싶게 그치니. 쏟아졌다는 표현은 쫌 그렇다. 모래부턴 비가 제법 온다고 하니 오후에는 호밀을 심어야 하는데. 비가 오락가락 하니.

 

다행인지 점심 먹고 또 한잠 푹 자고 나서 밭에 오는 길에 잠깐 비가 오더니 이내 그친다. 20도 가까이 오르는 더위에 비까지 오락가락하니 등이며 목에서 땀이 난다. 본격적인 농사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이런. 밭에 나온 지 두 시간 만에 감자 심은 곳과 고추 심을 곳 이랑과 이랑사이에 호밀을 산파(散播)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니 어둑어둑하다.  

 

호밀 심기 - 둘째 날(4월 20일/맑음 10-24도)

 

어제부터 급 따뜻해졌다. 아니 조금만 늦어도 금세 20도까지 오른다. 해서 아침 일찍 나오더라도 서둘러 일을 마쳐야 한다. 시간상으론 세 시간 남짓이다. 아무래도 다음 주부터는 새벽에 나와 일을 하고 늦은 아침을 먹는 걸로 바꿔야 할 듯하다.

 

오늘도 11시가 조금 지나자 땀이 주르륵 난다. 넓디넓은 콩 밭을 보니 오후에 다시 나와 할까,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모래 비가 온다는 얘기에 연신 땀을 훔치며 호밀을 뿌린다.

 

“거, 뭘 그리 심으슈?”

“아, 예. 호밀이요”

“호밀? 호밀은 가을에나 심는 거 아닌가?”

 

아까부터 밭 둘레에 나있는 나물을 캐던 할머니께서 일하는 모양새를 보고 궁금해서 물어오는데. 이런. 한참 더운 것도 더운 데다. 이젠 종아리며, 허벅지까지 당기며 온 몸이 뻐근한 바람에 뭐라 대꾸도 못한다.

 

‘아. 예. 호밀로 잡초를 잡으려구요. 지금 뿌리면 잡초가 자라기 전에 호밀이 자리를 잡아 잡초가 발을 못 뻗는다고 하네요.’

 

마음 같아선 할머니께서 캐고 계시는 나물이 뭔지, 먹을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어떻게 구분하는지, 나물의 종류에 대해 이것저것 묻고도 싶고. 호밀로 제초를 할 수 있다는 데 올 해 처음 시도하는 거라 얘기도 하고 싶지만 말이다.

 

결국 할머니께서 저만치 다른 밭으로 가시는 동안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일을 끝마치고는 연장 챙겨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채소 씨앗(4월 21일/흐린 후 비 9-18도)

 

곡식의 싹을 틔우는 단비가 내린다는 곡우(穀雨)가 어제였다. 딱 맞춰 내리지는 않았지만 올 해도 어김없이 비가 내린다. 절기만 알아도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다고 하더니. 먼저 농사를 지었던 농부님들의 지혜가 남다르기만 하다.

 

예보로는 밤늦게나 온다고 했는데. 오전에 상추며, 치커리, 아욱, 근대, 장파 등 여러 가지 채소 씨앗을 뿌리고 돌아와 점심 먹고 또 밭에 나서려고 하니. 심상치 않던 어둑어둑한 하늘에서 곧 비가 후두둑 떨어진다.  

   

채소 씨앗 - 둘째 날(4월 25일/맑음 2-22도)

 

또 비가 온다고 하니 아직 다 심지 못한 채소 씨앗을 뿌려야한다. 엊그제는 오랜만에 학곡리 농협에 들러 시금치며, 부추, 봄무우 씨앗도 사고. 모종이 언제쯤 나오는지 물어보기도 했다. 종묘상이나 시장통에는 벌써 고추며, 토마토 모종이 나왔으나 농협은 다음 달이나 돼야 판다고 하니. 느긋하게 못다 심은 채소도 더 심고. 땅콩과 옥수수도 심어야 할 듯.

 

벌써부터 낮 기온이 20도에 육박하니. 씨 뿌리는 일이 아니어도 일찌감치 나와야 한다. 조금만 늦어도 등줄기로 땀이 흐르니 말이다.

 

 

 

옥수수는 두 번에 나누어 심는데. 오늘은 위쪽 밭에 채소를 심어 놓은 곳 둘레와 고추며, 고구마를 심을 곳 둘레다. 그리고 아래쪽 밭은 보름이나 다음 달 말쯤에 심을 예정인데. 이래야 두고두고 옥수수를 나눠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옥수수와 농협에서 사온 씨앗을 다 심고 나니 어중간한 시간이 돼버렸다. 밭에 나온 지 채 한 시간도 안 된데다 밥까지 든든하게 먹고 나온 바람에 이대로 돌아가기 뭔가 아쉽기만 하다. 해서 땅콩 심을 곳 두둑을 손보자며 괭이를 집어 들었는데.

 

어째. 땅콩은 골이 넓어야 한다는 말이 있어 두둑 하나를 무너뜨리고 양쪽으로 쌓았더니. 이번엔 골이 너무 넓어져 버렸다. 두둑을 손대기 전엔 너무 좁아 보였는데 일을 하고 나니 이번엔 넓어 보이는 게다. 어쩔 수 없다. 땅콩은 올 해 처음 도전하는 것이니. 한쪽은 골을 쪼금(?) 넓게. 한쪽은 쪼금(?) 좁게 해서 어느 것이 나은지 나중에 판단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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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6 17:25 2010/04/26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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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 만들기

from 10년 만천리 2010/04/19 14:20

밭 갈기(4월 14일/흐림 0-8도)

 

그제 비만 아니었어도 밭을 다 갈고 이랑을 만들고 있을 터인데. 주말에는 서울에 다녀오느라 일을 못하고. 월요일엔 밭 갈아줄 아저씨하고 토요일에나 연락이 되서 못하고. 어젠 그제 내린 비 때문에 하루 쉬고. 마음은 급한데 이래저래 일이 더디다.

 

분명 아침 10시에 보자고 했는데 사람이 없다. 혹 늦나 싶어 20분 남짓 기다리다 전화를 하니. 헉. 따른 밭일을 먼저 하고 계신다. 어찌된 일이냐고 하니. 되레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이 무신 소린가. 미안하단 말 한마디 하고 금방 오겠다고 하면 될 것을. 끝까지 10시에 왔는데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더 얘기해봐야 안 될 것 같고. 빨리 끝내고 오시라고 부탁할 수밖에. 기계 가진 이는 저쪽이고. 급한 건 이쪽이니. 하는 수 없다.

 

1시간이면 온다고 해놓고는 결국 12시가 훌쩍 넘어서야 나타난 아저씨. 슬슬 화가 나기 시작할 때쯤이었는데. 넉살좋게 웃으시는 모습에 할 말이 없다. 서둘러 달라는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일을 시작하시는데. 급한 일이 있으면 먼저 가라고 하신다. 알아서 잘 해놓고 가시겠다며.

 

위쪽 밭 로터리 치는 것까지만 보고 자전거에 올라 시계를 보니 그새 1시가 넘었다. 아저씨 오시기 전까지 1시간가량 떨어진 콩 주운 거 빼곤. 찬바람 쌩쌩 부는 밭에 세 시간 넘게 하릴없이 서있었더니 으슬으슬 춥다.  

 

<손으로 했다면 며칠은 걸렸을 일이 금방 끝난다. 하지만 땅에게는 그리 좋은 일이 아닐 터이다>

 

밭 만들기 - 첫째 날(4월 15일/ *3-14도)

 

퇴비도 넣었고 밭도 갈았으니 이제 심을 것에 따라 이랑을 만들어야 한다. 채소와 고추 심을 곳은 평이랑을 감자와 고구마, 콩 등을 심을 곳은 골이랑으로. 해서 당분간은 괭이질을 해야 하는데. 일단 오늘은 채소와 고추 심을 데만 손을 댔다.    

 

밭 만들기 - 둘째 날(4월 16일/ *1-15도)

 

어제 아래쪽 밭을 마저 갈아주신다고 했는데 아침에 나오니 그대로다. 마음 같아선 당장 전화를 하고는 싶지만. 아침나절부터 전화하기가 조금 그런 것 같아 한 시간 남짓 괭이질을 하고 난 후에야 겨우 통화를 한다.

 

다행이도 마실 나왔다 집에 들어가시는 아저씨를 직접 보고 말씀을 드렸다. 월요일과 수요일에 비가 오니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 중으로는 마저 다 갈아야 한다고. 아저씨 말로는 이가 아파 병원에 다녀오는 길인데 걱정 말라 하시는데. 헌데 어제도 그렇고 처음 약속했던 그제도 그렇고. 영 못 미덥다. 하지만 어쩌랴. 기다리는 수밖에. 내일 또 서울에 올라갈 일이 있어 모래 일요일에나 밭에 나올 수 있는데. 만약 밭이 그대로라면.

 

어제에 이어 오늘도 고추 심을 곳과 채소 심을 데에 이랑 만들고 나니 뭐 한 것도 없는데 시간이 훌쩍 지난다. 오후에는 씨감자도 주문해야 하고. 시외버스터미널에 나가 버스도 예매해야 하니 시간이 없는데. 겨우 정신없이 땅콩 심을 곳 이랑만 만들고 터미널로 향한다.  

 

<채소를 심을 곳은 평이랑으로, 고구마, 땅콩, 콩 등을 심을 곳은 골이랑으로 만들어야 한다>

 

감자 심기 - 첫째 날(4월 18일/맑음 3-18도)

 

올해는 강원도농업기술원 특화작물시험장(평창분소)에서 구한 씨감자로 감자 농사를 짓게 됐다. 값도 값이거니와 다른 때보다 빨리 준비를 할 수 있게 돼서 다행이다.

 

사실 전업농이라면 전년도에 미리 씨감자를 주문해 준비를 하겠지만. 텃밭 수준의 농사를 짓는 사람일 경우엔 이게 쉽지 않다. 아는 이장이 있다면 모를까. 결국 종묘상이나 개인 농장에서 씨감자를 구입해야 하는데. 일단 정부에서 공급하는 것에 비해 값이 비싸다. 또 때를 놓치면 이마저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자칫 감자 농사를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금요일에 통화를 했는데 어제 도착했으니. 월요일과 수요일 비 소식을 감안하면 딱 맞춰 온 셈이다. 서울에 다녀올 일만 아니었으면 어제와 오늘, 이틀 작업으로 씨감자를 다 심을 수 있었을 테지만. 또 자전거만 잃어버리지 않았더라면 오늘 아침부터 일을 해서. 씨감자 다 심고 내일은 호밀도 뿌릴 수 있었을 텐데.

 

한창 햇볕이 따가울 때를 피해 새로 장만한 자전거에 씨감자를 가득 싣고 나와 두 시간 만에 다 심고 나니 남겨두지 말고 다 가져올 걸,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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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9 14:20 2010/04/19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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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비 넣어주기

from 10년 만천리 2010/04/12 12:40

퇴비를 사다놓고(4월 5일/맑음 0-18도)

 

아침부터 부산하다. 마음 같아선 퇴비를 사는 김에 아예 다 뿌려놓을까도 싶지만. 한쪽에 다 털지 못한 콩도 남아있고. 밭을 갈기 전 비닐 쪼가리 하나라도 더 집어내려면 아무래도 무리일 듯싶다.

 

퇴비는 작년에 비해 포대 당 이백 원이 내려갔는데 용달비는 만원이 올랐다. 기름 값도 안 나온다는 말에 그럽시다, 했지만. 삼십분이면 끝나는 일에 사만원이라니. 좀 심하다 싶다. 하지만 그렇게 일하고 나면 오전 중엔 다른 일을 하기가 쉽지 않으니 이쪽 입장에선 비싸다해도 저쪽 입장에선 그렇지가 않을테다. 그래. 아무 말 않고, 고맙습니다, 하고 말았다.

 

한 귀퉁이에 퇴비를 쌓아놓고는 콩을 밭 가운데 경계가 되는 돌무더기 쪽으로 옮기고 나니 여기저기 떨어진 콩이 꽤나 많다. 우선 눈에 띄는 비닐부터 치우고 또 지주들도 한쪽으로 옮겨놓고는. 근 한 시간 반이 넘게 쭈그리고 앉아 콩을 줍는데. 오가는 사람들마다 뭐 하는가 싶어 힐끗힐끗 쳐다본다. 봄나물이라도 캐는가 싶어서.

 

그렇게 콩 줍고 쌓아놓은 퇴비에 가림막을 쳐놓으니 그새 점심때다. 많이 오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내일 오전에 비소식이 있어 마음 같아선 퇴비를 다 뿌리고 싶지만 뱃속 시계가 어찌나 정확한지. 아무래도 퇴비는 내일이나 뿌려야 할 듯. 

 

퇴비 넣어주기(4월 6일/맑고 바람 셈 5-14도)

 

잔뜩 찌푸린 날씨 탓에 하늘만 바라보다 허망하게 오전을 다 보냈다. 예보로도 비가 온다고 했고, 금방이라도 비를 쏟아낼 것처럼 먹구름이 있었는데. 빗방울 하나 떨어지지 않더니 점심때가 되서는 해가 배꼼 얼굴을 내민다. 이런.

 

서둘러 이른 점심을 먹고 밭에 나가 어제 사다 놓은 퇴비를 넣어준다. 바람이 세게 불긴 해도. 4월 날씨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치 따가운 햇볕에 땀이 날 지경인지라 되레 이편이 낫다. 두 시간 남짓 퇴비 뿌리고 어제 줍다만 콩 마저 주워 담으니. 밥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그새 배가 고프다.   

 

게으른 농부(4월 8일/맑음 *1-19도)

 

작년 가을에 털어내지 못한 콩이 아직 밭 한쪽 편에 쌓여있다. 다 게으른 탓이다. 부지런히 오고가며 일했다면 마저 다 수확을 했을 텐데. 쉬엄쉬엄 다니니 일이 그리 되고 만 것이다. 겨울 내내 썩지 않고 있어준 것만도 다행이지 싶다.

 

그제 퇴비를 넣어줬으니 밭을 갈고 이랑을 만들기 전까지 시간이 있으니 콩을 털어내야 한다. 씨감자며 고구마도 주문을 해야 하고 고추대도 손봐줘야 하니 이래저래 오늘과 내일 중으로 일을 끝내야 한다.

 

엊그제 바람이 불 때 콩을 털고 골라냈으면 좀 나았을 것을. 오늘은 어째 바람이 시원치 않다. 터는 데는 금방인데 아무래도 콩깍지며 돌 골라내는 게 쉽지가 않다. 겨우겨우 절반 넘게 털고 골라내고 나니. 어이쿠. 또 밥 먹을 때다. 참 시간도 빨리 간다.

 

* 다음 주 금요일에는 씨감자를 주문해야 한다. 잊지 말자!!

 

때 이른 더위(4월 9일/맑음 1-20도)

 

농사만큼이나 날씨로부터 받는 영향이 큰 것도 없을 터인데. 4월 초 치곤 더운 날씨가 걱정이다. 오늘은 낮 기온이 20도까지 올라간다고 하니. 이만하면 초여름 날씨니. 갑자기 따뜻해진 것도 그렇지만. 점점 빨리 찾아오는 봄 같지 않은 봄 날씨가 이래저래 반갑지만은 않다. 

 

아침부터 부쩍 기온이 오르지만 그래도 바람이 좀 부니 낫기는 하다. 그리고 마저 남은 콩을 털어내야 하니 좀 덥더라도 오늘처럼 바람이 분다면 일하기는 더 수월하다. 그래서일까. 두 시간 남짓 일을 하고 나니 몸도 가뿐하고. 미뤄뒀던 일도 다 끝내니 마음까지 가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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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2 12:40 2010/04/12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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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농사 계획

from 10년 만천리 2010/04/04 21:33

가는 날이 장날(4월 3일/맑고 강한 바람 *3-13도)

 

겨우내 놀려두기만 했던 밭을 정리하러 나갔더니.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바람이 세다. 다른 일이라면 바람이 불어도 괜찮겠지만. 고추와 참외를 심었던 곳에 멀칭용으로 깔아놓은 비닐을 치우는 일이라. 흙이 신발이며 바지며 여기저기 흩어지는 거야 툭툭 털면 되겠지만. 바람에 날리는 비닐을 잡으러 뛰어다니는 꼴이라니.

 

역시. 겨우겨우 한 시간 넘게 밭 이곳저곳을 헤매며 다 걷어내고 나니. 올 해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 검정 비닐을 대신할 것을 찾아야겠단 생각이 더 든다. 누군 볏짚으로 멀칭을 한다고 하기도 하고. 누군 신문지, 낙엽으로도 한다니. 이도저도 아니면 플래카드라도 재활용을 해야겠다.

 

올 농사 계획(4월 4일/맑음 *3-17도)

 

봄밭갈이를 한다는 청명(淸明)이 내일이니 이제 준비를 슬슬 해야 한다. 어제는 겨우내 잠깐잠깐씩만 들여다봤던 밭에 나가 고추대도 뽑아내고 멀칭으로 깔아놨던 비닐도 걷어냈다. 마저 다 털지 못한 콩이 조금 남아 있긴 하지만.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토마토 지주를 뽑아내고 나니 대충 준비는 된 듯한데.

 

작년에 비하면 근 한 달 가까이나 빠르다. 물론 밭을 새로 구한다고 이리 뛰고 저리 뛰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올 농사를 가름할 호밀 때문에 서둘러 준비를 한 것이다. 물론 하지 감자를 거두기 위해선 지금쯤 씨감자를 넣어야 하긴 하지만. 장마가 끝나고 나서야 감자를 수확한 후 곧바로 김장 배추며 무를 심는 게 낫다는 게 작년 경험인지라(3월 중하순에 감자를 심고 장마 전에 거둔 후 콩을 심을 수도 있지만 콩은 옥수수와 섞어짓기로도 가능하다). 감자보다는 호밀 때문인 게 맞다.  

 

호밀은 올 농사를 가름할 중요한 작물인데, 잡초를 잡기 위해 헛골에 뿌릴 예정이다. 물론 고추나 참외와 같은 것들은 따로 멀칭을 하겠지만. 한 여름 뙤약볕 아래서 조금이라도 호미질을 덜 하려면 이랑과 이랑사이 제초만이라도 무슨 수든 내야 하는데. 요놈의 호밀을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요맘때쯤 호밀을 뿌려두면 잡초가 자라기 전에 뿌리를 내리고 장마 전까지 무성히 자랄 것이다. 그리고 비가 그치면. 풀들을 밭에서 몰아낸 호밀은 잠시 숨을 죽였다가 찬바람이 불면 다시 일어설 것이다. 그럼 제초는 성공이다.

 

고추와 참외는 멀칭을 하되 비닐을 대신할 것들을 찾아야 한다. 급한 마음에 용도가 다 된 플랭카드 한 박스를 준비하고 있긴 하지만. 고추의 경우 한 이랑은 플랭카드로, 한 이랑은 신문지로, 다른 한 이랑은 볏짚이나 낙엽으로, 그리고 또 한 이랑은 멀칭을 하지 않은 채 키워볼 요량이다.

 

작년엔 욕심으로 메주콩을 꽤나 많이 심었는데. 이번엔 옥수수와 함께 섞어짓기로 조금만 심기로 한다. 대신 팥과 서리태를 새로이 도전하기로 했다. 또 들깨와 참깨는 싹도 틔어내지 못했는데 무슨 일이 있어도 참기름과 들기름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 외에 이것저것 밥상에 올릴 채소들과 참외, 토마토는 작년과 같고 고구마는 조금 줄일 것이다.

 

4월엔 서울에 올라갈 일이 많다. 거의 주마다 한번 꼴은 기차를 타야하니. 이것저것 모종을 심는 건 4월 말부터지만. 퇴비도 미리 넣어줘야 하고. 밭도 갈고 이랑도 만들고. 감자심고 호밀까지 뿌리려면 느긋하게만 일을 할 수 없다. 마음은 급한데 내일 비 소식이니. 비가 그치고 나면 곧 농협에 들러 퇴비를 사다 날라야 한다. 늦어도 다음 주엔 밭 모양을 만들고 호밀을 심어야 하니.  

 

* 호밀을 골에 뿌려 멀칭, 제초하기

* 고추, 참외는 두둑에 플래카드, 신문지 등으로 멀칭, 제초하기

* 새로운 작물로 팥, 서리태, 수수 등 심기

* 들깨, 참깨 성공하기

* 고구마 100주 / 고추 200주 / 감자 20kg

* 토마토, 방울토마토, 애호박, 오이, 참외 - 각 20개씩

* 메주콩은 절반으로 줄이고 팥, 서리태, 수수 심기

 

* 장마 전까지 할 일

4월 16-30일: 호밀, 감자, 옥수수 심기

5월 1-15일: 각종 채소, 고추 모종 심기, 옥수수, 메주콩, 서리태 심기, 들깨 모종 만들기

5월 15-30일: 고구마, 참깨 심기

6월 1-15일: 팥, 콩나물콩, 고구마, 들깨 모종 심기

6월15-30일: 들깨 모종, 조, 기장, 녹두 심기, 서리태 윗순 지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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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4 21:33 2010/04/04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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