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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인생역전(6)

3. 

‘김순애, 넌 죽었어.’

 

영철은 순애와 경찰서 대기실에서 20여일 만에 만났다. 순애가 들어서자 반쯤 벗겨진 머리에 작고 마른 체구, 한쪽만 쌍거풀진 작은 눈을 가진 영철이 벌떡 일어나 입을 앙다물고 그녀를 쏘아보았다. 당장이라도 한대 후려칠 듯한 영철의 눈빛을 피해 순애는 대기실 의자에 앉아 고개를 떨구고 발장난만 했다. 

 

그가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영철은 한바탕 육박전을 치루고 순애가 가출한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순간부터 복수를 계획했다. 순애가 자신이 던진 유리 재떨이에 가슴팍을 맞고 짐승 같은 울음소리를 내며 달려들었던 생각만 하면, 그는 지금도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처음 순애를 데려올 때만 해도 그가 예상했던 건 이런 게 아니었다. 조선족이란 이름에 걸맞는 순진하고 나긋나긋한 ‘조선처녀’를 꿈꿨다. 남영동 후미진 뒷골목이긴 하지만 당구장과 노래방을 하며 동네에선 돈 좀 만지는 축에 속하는 영철은 한국에서도 재혼 상대를 구할 수 있었다. 그가 굳이 멀리 중국까지 가서 신부감을 고른 건 드세고 돈만 밝히는 한국 여자들이 싫어서였다. 3년전 교통사고로 죽은 아내와 20년 결혼 생활로도 충분히 넌더리 날만큼 겪었다.     

 

재혼하기로 마음먹은 영철은 결혼상담소의 안내로 중국 심양에 신부감을 고르러 갔다. 그는 도착한 날부터 서너명의 아가씨를 소개받고 가장 어리고 늘씬한 순애를 선택했다. 조선족 여성들과 결혼하려는 다른 한국 남성들에 비해 경제력이 있는 그는 어딜 가나 환영 받았다.

 

고3인 큰아들보다 불과 여섯 살 많은 여자에게 처녀장가 든다는 기쁨에 영철은 자기보다 두 살 어린 장모를 ‘어머니’라며 존대하는데도 거리낌이 없었다. 순영이 일찍 남편과 사별하고 자신과 단둘이 살아온 장모 걱정을 하자 그는 결혼하면 장모에게 작은 슈퍼마켓 하나 차려주마, 큰 소리도 쳤다.

 

그렇게 만난지 일주일 만인 3월25일 영철과 순애는 결혼했다. 순애의 집 가까운 곳에 위치한 조선족 식당을 빌려 하루 종일 먹고 마시는 중국식 결혼을 치렀다. 고개를 젖히고 술잔에 담긴 술을 입에 탁 털어 넣는 순간 식도가 타 들어갈 것 같은 독한 중국술을 적잖이 마신 영철은 그날 밤 자신이 묵고 있는 호텔로 순애를 데려왔다.

 

너무 흥분한 나머지 10분도 안돼 사정하고 만 것은 그가 만취해서도, 20대 중반의 탄력 있는 순애의 몸 때문도 아니었다. 그 몸을 자신만이 독점할 수 있다는 희열이 더 컸다.(계속)

 

덧붙이는 말 : 이 소설을 기다리는 분이 적어도 두 분이나 된다는 걸 알면서도 여섯번째를 올리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네요.

 

사정을 말씀드리자면

요즘 좀 슬럼프입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고, 그저 글 쓰는 게 조금 피곤한 상태입니다.

 

좀 지나면 나아지겠죠^^

(이건 일곱번째도 늦어질 거란 암시? ㅎㅎ)

 

날씨가 너무 추워요....다들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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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메디에 대한 추억

어릴 적 심형래, 임하룡, 맹구(그의 이름은 기억이 안 난다...) 등이 출연하던 코메디 프로그램을 즐겨봤었다.

 

하지만 지금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는 개콘(개그콘서트)나 웃찾사(웃음을 찾는 사람들) 등 코메디 프로그램은 거의 보지 않는다.

 

이 프로그램들이 모두 내가 보기 힘든 시간 대에 방송된다는 물리적 이유도 있지만

그 프로그램들 속엔 굳이 내가 시간을 내 보고 싶을 만큼의 동인이 없다.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왜 재미가 없나...

 

'웃음' 이란 것만큼 맥락과 상황(소위 콘텍스트)이 중요한 것도 없다.

 

그래서 '웃음'은 곧 '문화'다. 



어린 시절의 심형래 등이 했던 코메디는 슬랩스틱 코메디였다. 업어치고 넘어지고 메치고....

 

슬랩스틱 코메디의 미학은 '자학'이다. 자기 몸이 깨지면서, 자기가 바보가 되면서, 자기를 낮추면서 남에게 웃음을 주는 것이다. 다른 연기자들은 우리 주인공 바보가 넘어지는 상황을 만들기까지 스토리를 만드는 보조자였다. 보는 이들은 때론 무대 위의 바보를 비웃기도 하고 때론 그의 바보스러움에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한다.

 

반면 요즘 유행하는 많은 코메디는 '가학'과 '피학'의 코드를 무대 안으로 끌어들였다. 떼로 몰려나와  제일 덜 떨어진 한명을 다른 연기자들이 놀리면서 웃음거리로 만든다. 이 과정에서 관객(시청자)들은 '가학'과 '피학'의 장에서 한발 멀어진 관찰자다. 특히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게 못생기고 뚱뚱한 여성과 예쁘고 날씬한 여성을 비교하면서 웃기려 하는 코메디다. 

 

이런 변화가 무얼 의미한다고 규정지을 능력은 없다. 물론 과거의 슬랩스틱 코메디도 지금 다시 보라고 하면 마찬가지로 재미없어 하겠지만 요즘 코메디는 너무 잔인해서 도저히 못 봐주겠다.

 

오늘 아침 국민일보에 실린 '우찾사'라는 엄청난 만평을 보고 떠오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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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뽀삐뽀...노대통령 긴급기자회견

삐뽀삐뽀....1월23일 '일요일' 오전 11시 노무현 대통령이 긴급기자회견을 가졌다. 정말 '긴급' 기자회견이었다. 기자들에게 사전 연락이 간 게 오전 10시20분이니 말이다. (오늘이 휴무였던 한 언론사 1진 기자는 차 위에 삐뽀삐뽀 경보등을 켜고 달려왔다고 한다. 기자회견은 조금 늦춰져 11시20분께 시작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이 마련된 춘추관 1층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선의로 한 일인데 교육부총리 인사를 두고 이런 저런 오해들이 있는 것 같아 그 문제에 관해 여러분들이 국민을 대신해 궁금해 하는 부분들이 있을 거 같아 해명 좀 해 드러려 왔다"고 '김효석 파문'에 대해 입장을 밝히기 시작했다.  

 

요즘 좀 뜸해졌지만 노 대통령의 긴급기자회견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회의 탄핵안 통과를 앞둔 지난해 3월10일에 긴급기자회견을 가졌고,  앞서 2003년 10월에도 재신임과 관련된 긴급기자회견을 가졌다.

 

지난해 6월 신행정수도 찬반 논란이 한창 일었을 때도 노 대통령은 예정에 없이 춘추관을 찾아 기자회견을 했다.

 

노 대통령이 긴급 기자회견을 하는 경우는 특정 중요 사안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지배적일 때, 특히 이와 관련된 각종 '음모론'이 창궐할 때다.

 

대통령 긴급 기자회견은 참모들보다 오히려 노 대통령이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다고 한다. 

 

이는 '직접 해명'을 좋아하는 노 대통령의 정치 스타일이기도 하고, 대통령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그만큼 무게가 실리는 한국 정치 상황을 엿볼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날 정말 예정에 없이 기자회견을 가진 건 '이기준 파문'에 이은 '김효석 파문'까지 교육부총리 인선을 둘러싼 '파문'을 정권 차원에서 그만큼 위협적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이런 직접 해명이 등돌린 민심에 어느정도 효과적일지는 정말 미지수다.

 

노 대통령은 '오늘 설명이 야당에 해명이 될 거 같냐'는 질문에 "야당이 납득할지는 상식으로 판단하는 것, 평소 얼마만큼 신뢰할 것이냐 상식으로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야당 뿐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일 것이다. 또 노 대통령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갈 수도 있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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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의 신비(?)

대학원 시절 교육 등 후천적 요소가 인간 형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하며 살았다.

 

대학시절 자연과학을 전공하며 생물학적 결정론을 신봉했던 것을 속죄라도 하듯 말이다. 

 

다행히 사회적 인식이 "원래 그렇게 생겨먹었다"는 게 차별로 이어지는 건 부당하는 수준으로 발전해가고 있다. 



어쨌든 나를 놀라게 하는 자연의 신비를 발견하는 일이 종종 있다.

 

며칠 전 한 친구를 만났다.

 

그녀는 두돌이 안된 딸의 '변비' 증상에 대해 얘기했다.

 

그 어린 것이 2-3일에 한번씩 화장실을 가며

마치 얘 낳는 것처럼 뭔가를 부여잡고

열심히 힘을 줘야

배설물이 나온다는 것이다.

(다행히 항문이 찢어진다거나 이런 외상을 없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그 배설물의 크기는

흠흠...

일반인의 것과 비교할 수 없다고 한다.

 

이 철없는 엄마는 담배갑을 옆에 놓고 크기 비교 사진을 찍기도 했다.

 

요구르트에 야채쥬스에 온갖 과일 등

변비에 좋다는 건 다 먹여봤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해답은 내 친구의 딸이 쏙 빼닮은 자신의 아버지에 있었다.

(내 친구가 아이를 낳은 뒤 한동안 우린 내 친구와 딸의 닮은 곳을 찾으려

무진장 애썼다. 우린 '손'이 닮았다고 결론 내렸다.)

 

그녀의 아버지 또한 동일한 증상을 갖고 있는 '환자'였다는 것이다.

 

내 친구는

 

"부녀가 화장실 한번 가려면 아주..."

 

웃음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근데 이거 치료가 불가능한가...혹시 치료 방법 아시는 분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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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인생역전(5)

김 형사가 몸을 돌려 순애에게 대답을 요구했다.

 

“어디를 맞았어요?”
“머리하고, 온 몸이 다 아팠어요.”
“주먹으로 얼굴을 몇 대나 때렸어요?”
“다섯 개, 여섯 개?”
“발로 찬 건?”
“기억이 잘 안 나요.”
“주변에 사람은 없었어요?”
“네. 손님들 다 나가라고.”



향숙이 다시 참지 못하고 말을 가로챘다.

 

“야가 거기 있으면 계속 맞을 것 같으니까 사정을 했대요. 우리 조금 더 생각을 해보자고. 그래서 마음이 풀렸는지 박영철이 나가서 맥주 사오라고 그러더래요. 야가 계속 있으면 맞을 것 같으니까 그 길로 택시 타고 교회로 튀었죠.”

 

“다음엔 칼로 죽인다고 그랬어요.”

 

순애가 볼멘 목소리로 불쑥 말했다.

 

“다음에 또 말 안 들으면 칼로 죽인다고 그러니까 애가 겁을 집어먹고.......”

“어디 피나고 그런 것 있어요?”
“아니, 그래도 멍들고 시큼시큼하고 그러니까 슈퍼 아저씨가 택시 타고 빨리 도망가라고 그랬겠지.”
 
“맥주 사면서 슈퍼 주인 아저씨한테 맞았다고 이야기 했어요?”
“안 했대요.”
“그러면 슈퍼 아저씨가 딱 얼굴 보고 알았을 것이다?”
“네, 야가 막 울고, 머리도 다 헝크러지고 그러니까.”

 

김 형사가 다시 순애한테 물었다.

 

“남편이 술 마셨어요?”
“많이 마시지는 않았는데.”
“같이 싸우지는 않았죠, 같이 때렸어요?”

 

“네.”

 

순간 김 형사의 타이핑 소리가 멈췄다. 순애의 대답을 받아치던 그는 고개를 들어 순애를 약 5초간 빤히 쳐다봤다. 그리곤 다시 기계적으로 물었다.  

 

“박영철씨를 때렸어요?”

“네.”

 

순애의 대답에 놀란 향숙은 정색을 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너도 때렸어? 니가 몇 줌이나 때렸어? 남자를......”

“아니 막느라고......”

 

순애가 고개를 떨구며 말을 흐렸다. 향숙은 순애에게 눈을 살짝 흘긴 뒤, 바로 표정을 바꿔 김 형사에게 한껏 웃으며 목소리를 한톤 높여 말했다. 

 

“응. 때린 건 아니고 방어하느라고 그랬다는 소리예요.”

 

“박영철씨, 법대로 처벌하길 원해요?”

 

김 형사의 물음에 순애가 고개를 끄덕였다.

 

김 형사는 작성된 고소장 내용을 읽은 뒤 순애에게 맨 뒷장을 내밀었다. 순애는 김 형사가 시키는 대로 서툰 글씨로 이름을 또박또박 쓰고 엄지 손가락 끝에 붉은 인주를 듬뿍 묻혀 이름 옆에 지장을 꾹 찍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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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 쓰나미

쓰나미(津波·tsunami). 일본어로 지진이나 화산 폭발 때문에 일어나는 ‘지진해일’을 뜻함. 

 

최근 남동아시아 지진해일로 '쓰나미'라는 용어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이후 권부 내에서 발생한 몇몇 사태에 대해 일부 언론이 '쓰나미'라는 용어를 붙여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우선 집권 3년차를 의욕적으로 시작하려던 노무현 정부를 강타했던 '이기준 쓰나미'가 있다.

 

또 거의 같은 시기에 언론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구찌 쓰나미'.

 

두 사건의 공통점은 셋 이상의 인명 피해(?)가 있었다는 점이라는 해석이다.  

 

'구찌 쓰나미'는 MBC 강성주 국장, 신강균 차장, 이상호 기자의 부적절한 접대와 로비를 받은 사건. 이 사실이 이 기자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알려지면서 MBC가 9시 '뉴스데스크'를 통한 사과와 이긍희 사장의 사과 성명 발표, 또 관련자들은 징계를 받게 됐다. (강성주 국장 정직 3개월, 신강균 차장 정직 2개월, 이상호 기자 감봉 3개월)

 

오늘 일부 기자들과 정부 관계자가 점심을 하는 자리에서도 '구찌 쓰나미'가 화제에 올랐었다. 당문간 언론계 안팎에서 이 일이 자주 화제로 등장할 것이다.  (이 자리에서 이런저런 얘기가 오갔지만 이번 일에 연루된 기자들에 대한 특정 판단의 근거가 되는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언급하지 않겠다.)  

 

요즘에야 많이 사라졌지만 기자에 대한 향응 제공과 선물, 촌지 공세야 다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소위 보수언론이 신강균 기자 등을 맹렬햐게 비난하는 것은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을 진행해온 이들에 대한 보복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것도 익히 알려진 사실이고.

 

다만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선 '양심 고백'을 한 이상호 기자에 대한 징계를 철회하라는 운동이 일고 있다고 해 좀 씁쓸하다.

 

평소 탐사.고발 전문기자를 자처하며 열심히 발로 뛰던 이 기자를 생각하면 같은 기자 입장에서 '억울하기도 하겠다' 이런 생각이 안 드는 건 아니지만, 만약 이번 사태가 MBC 기자가 아닌 소위 조.중.동 기자들이 연루됐을 때도 네티즌들이 이런 운동을 벌일까 의문이 들어서다.

 

이상호 기자는 징계 결정이 내려진 직후 1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핸드백 선물은 불의의 자본공세였으며, 공론화를 위해 의도적으로 글을 올렸다"고 밝혔다. 이 기자의 말을 백분 받아들여 그의 항거를 의미있게 하기 위해서라도 섣부른 이 기자 구명운동 따위는 안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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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식, 왜 못 자르나

조선일보는 11일 노무현 대통령이 김우식 비서실장을 자르느냐, 못 자르느냐가 노 대통령이 오른쪽(보수)으로 선회하느냐, 마느냐의 풍향계라고 규정지었다.

 

나도 노 대통령이 김우식 실장을 감싸는 이유가 집권 3년차를 맞이해 시행하려는 '국민통합 프로젝트' 때문이라고 썼다. 김 실장은 청와대 인사 가운데 드물게 재계와 보수언론(김우식 실장과 조선일보와의 돈독한 관계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고, 취임후 줄곧 '상생과 화합'을 강조해온 김 실장은 조.중.동 관계자들과 비공개 회동을 수차례 가져왔다) 등과 두터운 인맥을 구축하고 있다. 따라서 탄핵정국을 무사히 넘기고 지난해 후반기부터 권부 내에서 김 실장의 발언권이 급속히 커지고 있다고 한다. 이번 '이기준 파문'에서 의혹의 핵심으로 떠올랐듯이 말이다.



하지만 바삐 오른쪽으로 가고자 하는 노 대통령 입장에선 김우식 실장을 어쩔 수 없는 품고 가야하는가에 대해선 고개가 갸우뚱 기울어진다.

 

보수세력의 가교 역할을 할 사람은 김우식 실장 하나 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이기준 사태에서 김 실장의 도덕성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으며, 앞으로도 김 실장에게 던져진 의혹의 시선은 쉽게 거둬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김 실장을 자르면 이해찬 총리에게까지 겨눠진 칼끝을 돌릴 수 있다. 노 대통령 입장에서 국정운영의 파트너로 더 절실한 건 '실세 총리'이면서도 충성도가 높은 이해찬 총리다(총리직 수행에 그가 적합한지는 논외로 하자).

 

어쩌면 노 대통령이 김 실장을 자르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이미 권력 내부에 형성된 특정 이너서클 때문이 아닐까 의혹을 품게 된다. 참여정부 초기 노무현 대통령의 양대 측근인 안희정씨와 이광재씨 중에서 안희정씨가 대선자금 수사로 낙마하면서 권력이 이광재 당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축으로 급속히 재편됐다.(여권 핵심관계자에 따르면 이광재 의원보다 안희정씨에 대한 노 대통령의 신뢰가 더 컸다고 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형성된 게 청와대내 연세대 인맥이다. (이전부터 현 윤태영 국정상황실장, 천호선 비서관, 김만수 부대변인 등 노무현 캠프 쪽에는 연대 출신이 많기도 했다.)

 

연대 총장 출신인 김 실장이 이 인맥을 타고 들어온 것은 언론을 통해 수 차례 보도된 것이다. 청와대 386 핵심 참모들의 학창시절(80년대 초반) 김우식 실장은 학생처장으로 이들 참모들이 데모하다 파출소에 끌려가거나 했을 때, 이런저런 도움을 주면서 나름대로 돈독한 관계를 맺었었다고 들었다.

 

특정 학맥이 '유임'의 결정적 이유는 아니겠지만, 특정 인연을 중심으로 권력 내 이너서클이 형성돼 이들이 대통령의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면 이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청와대가 대통령의 측근, 대통령 측근의 측근들로 가득 메워지는 건 권력형 비리 뿐 아니라 국민과 상관없는 정치를 하게 되는 지름길이라는 건 과거 정권에서 이미 증명된 일이다. 

 

참여정부는 다를 것이다? 근거없는 자신감이다. 대선자금 수사 때도 노 대통령은 '다르다'고 했지만 받은 액수의 차이지, 질적인 차이는 아니었다.   

 

덧붙이기 : 이글 올리고 보니까 프레시안에 손호철 교수 인터뷰가 실렸는데,

손 교수는 동일한 지적을 했네.

 

손 교수는  청와대의 '김우식 감싸기'와 관련해서도 "김 실장의 보수인맥을 전략적으로 활용하자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이 역시 오만과 오기일 수밖에 없는 것은 보수세력과 다리를 놓을 수 있는 사람이 김우식 실장 하나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손 교수는 특히 "노 대통령이 연세대 운동권 등 비공식 이너써클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김 실장이 연대 총장 출신이고, 노 대통령의 특정 386에 대한 의존이 이번 결정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겠는가 하는 얘기도 들리더라"며 "만약 그렇다면 위험스런 징후라고 볼 수 있다"는 의혹을 던지기도 했다. 손 교수는 결국 "최소한 김우식 실장까지는 책임을 져야할 것 같다"고 경질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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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인생역전(4)

2.

 

한달 반전인 11월14일, 순애는 서울 구로에 위치한 ‘조선족 동포의 집’에서 일하는 정은희 간사와 함께 구로6동 파출소를 찾았다. 정 간사는 서울에 온지 채 6개월이 안되는 순애의 사연을 듣고, 가정폭력으로 남편을 신고하라고 조언했다. 2년 전 한국 남자와 재혼해 안양에서 살고 있다는 순애 사촌 언니 향숙도 한국말이 서툰 순애를 돕겠다며 파출소에 나타났다.

 

짧은 스포츠 머리와 떡 벌어진 어깨에서 느껴지는 남성성을 뚝 떨어뜨리는 불쑥 나온 배. 중년 형사다운 외모를 가진 김 형사가 순애의 조서를 쓰게 됐다.

 

김 형사가 묻고, 순애가 대답했다.  



“주민등록증 있어요?”
“몰라요. 박영철이 서류 다 가지고 있어요.”
“생년월일?”
“1978년 5월13일.”
“직업 있어요?”
“없어요.”
“핸드폰 있어요?”
“없어요.”
“지금 사는 곳은 어디예요?”
“구로에 있어요.”
“구로 어디?”
“교회에 있어요. 외국인 노동자 교회.”
“혼인신고 언제 했어요?”
“중국에서요? 중국에선 3월25일.”
“법적으로 남편이에요?”
“네.”

 

김 형사는 이틀 전인 11월 12일 있었던 사건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몇 시예요, 남편한테 맞은 시간이?”
“3시 반.”
“새벽?”
“네.”
“주먹으로만 때렸어요? 다른 흉기 같은 것은 없었고?”
“재떨이. 유리로 된 둥근 거.”
“어떻게 맞았어요?”
“저보고 사기 결혼이라고 1천7백만원 도로 달라고. 돈 안 준다니까 밤에 술 마시고 때렸죠.”

 

옆에 있던 향숙이 거들었다.

 

“야가 친오빠가 있어서 자꾸 일요일마다 밖에 나가니까, 남편이 그게 싫어 가지고 ‘살기 싫으면 나가라’고 했더니 까만 비닐 봉투에다 바지 하나만 들고 나왔더라구. 한국말을 잘 이해 못하니까 나가라니까 나온 거예요. 그래서 야 오빠하고 내하고 내 남편하고 한번 집에 데려다 준 적이 있어요. 그때 박영철이 하는 소리가 할 줄 아는 것도 없으면서 집에서 살림할 생각은 안 한다는 거예요. 아침에 애보고 고추를 빻으러 방앗간에 갔다 오라고 했는데 못 하니까 자기가 가서 빻아 왔대요. 말도 제대로 모르는 애가 어케 하겠어요. 그래서 내가 그랬죠. 살려고 왔으니까 자꾸 가르쳐야지 못 한다고만 하면 아니 되지 않겠는가. 그랬더니 노력해보겠다 하더라구.

 

그리고나서 불과 한달도 못 되어서 야가 또 튀어 나왔더라구. 왜 그러는가, 도저히 자기는 다른 여자 데리고 왔다갔다 하는데 못 살겠다. 그러니까 박영철이 너 그러면 중국 보내 줄 테니 돈 천칠백만원을 돌라 하더래. 야보고. 결혼 경비 그렇게 썼으니까.”

 

김 형사가 다시 순애에게 물었다.
 
“어떻게 때렸대요, 주먹으로 얼굴을 때렸어요, 발로 찼어요?”
“주먹으로 얼굴을 막 때리고 발로 밟고. 제가 당구장 보고 있는데. 당구장에 살림집이 겸해 있어요.”
“당구장에서 때린 것입니까? 당구장 이름이?”
“열림 당구장.”
“몇 층이예요?”
“2층.”
“친오빠 만나러 일요일마다 나갔어요?”
“일요일마다 만나러 나간 건 아니고, 처음에 네 번만.”
“당구장에 여자를 데리고 와서 잔 게 언제입니까? 당구장에 딸린 방은 하나 밖에 없지 않나요?”
“제가.......”
“아, 나가 있을 때요?”
“아니요. 당구장 카운터에 앉아 있을 때.”
 
향숙이 또 끼어들었다.

 

“한국에 야를 데리고 와 가지고 한 주일은 같이 생활하고 그 다음부터는 그냥 외박을 했데요. 야보고는 당구장 지키라고 해놓고 밤에 와서 돈 가지고 나가서 외박하는 거지. 2-3일에 한번씩 들어오고. 그러니까 말 대상도 없고 심심해서 일요일날 오빠한테 가서 놀고 그런거죠.”

 

향숙은 어눌한 순애의 태도가 답답한 듯 의자를 앞으로 당겨 자세를 고쳐 앉더니 순애 대신 김 형사의 질문에 답하기 시작했다. 

 

“당구장에 방이 몇 개인가요?”
“하나예요. 가정집은 또 따로 있고.”
“여자를 데리고 온 게 가정집이에요, 당구장이에요?”
“당구장이죠.”
“그러면 세분이 같이 잔겁니까?”
“그 여자랑 둘이 방에 같이 있고, 야한테는 당구장에 카운터를 보라고.”
“그 때가 언제, 어디서죠, 맞은 날이 며칠?”
“11월12일, 새벽 3시 반. 당구장에서.”(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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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인생역전(3)

제 소설을 기다리시는 분이 적어도 한분은 있다던데 하하

'이기준' 때문에 정신이 한개도 없어서...이번 건 좀 짧습니다.

(흥미 유발을 위해 말씀드리면 박 검사가 주인공은 아닙니다.^^) 

 

팬티 바람의 박 검사는 실내화를 질질 끌며 옷장 앞으로 다가갔다. 옷장 문을 열고 혹시나 양복 사이에 와이셔츠가 끼어 있지는 않나 싶어 가지런히 걸린 옷 사이사이를 헤집어 보았다.
 
아! 양미간을 찌푸리며 옷장 안을 한동안 뒤지던 그의 얼굴에 갑자기 환한 미소가 번졌다. 그의 시선과 손길은 어느새 옷장 한 귀퉁이에 걸린 여름옷으로 옮겨갔다.



반팔 와이셔츠라.......박 검사는 세탁소 비닐에 싸인 비교적 도톰해 보이는 흰색 여름 셔츠를 꺼냈다. 그는 비닐을 벗기고 셔츠를 이리저리 살피며 여러 가능성을 타진해 보았다. 겨울이라 실내에서 양복 윗도리를 벗을 일도 없고, 크게 표가 날 것 같지도 않았다.

 

‘그래, 오늘 하루만인데....’

 

박 검사는 반팔 셔츠를 입고 그 위에 감색 겨울 양복과 검은색 반코트를 겹쳐 입었다. 차 열쇠와 서류 가방을 챙겨 집을 나서며 “내일 아침까지 와이셔츠 다 다려놔”라고 아내가 있는 부엌을 향해 큰 소리까지 치고 나니 기분은 한결 나아진 듯 했다.
 
이날 출근하자마자 공교롭게도 박 검사를 기다리는 첫 사건은 가정 폭력 사건이었다.

 

‘아, 오늘 정말 재수 옴 붙은 날이군.’

 

짜증이 다시 확 밀려왔다.

 

‘김순애, 25세, 중국 국적.......조선족이군. 아니, 이거 뭐야? 박영철, 50세? 완전 아버지와 딸이잖아. 도대체 제정신이 있는 사람들이야.......’

 

자기 나이의 곱절인 남자와 결혼한 조선족 여성의 사연에 호기심을 느끼며 박 검사는 짜증스런 마음을 다잡고 경찰서에서 넘어온 조서를 찬찬히 읽기 시작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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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빅카드'-이기준

가히 이기준 신임 교육부총리는 '홍석현 주미대사'에 이은 집권 3년차를 맞이하는 노무현 정부의  두번째 인사 '빅카드'라 할 만하다.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주미대사 내정으로 웬만한 충격엔 담담할 것 같았던 국민들과 기자들을 또다시 메가톤급 충격에 휩싸이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사실 어제 교육부총리로 이기준 전 서울대 총장이 임명됐다는 소식을 오전 11시께 처음 전해들었을 때는 문제의 심각성을 깊이 깨닫지 못했다. 

 

개각을 앞두고 계속 물먹고 있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앞섰다.

 

(난 '인사 기사'가 싫다. '인사 특종'은 기자가 얼마나 권부의 핵심과 내통하고 있느냐의 척도로 이 바닥에선 젤로 높이 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인사를 앞두고 쏟아져 나오는 숱한 기사가 과연 '국민들의 알 권리'나 '공익'에 얼마나 부합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엉뚱한 사람을 교체대상이나 후임자로 들먹여 '선의(?)의 피해자'를 만드는 경우도 많다. 인사 기사는 소위 일부 '선수들'-임명권자에게 발탁되기 위해 전방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후보자)과 이를 한시라도 빨리 캐치하기 위해 후방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기자)-만을 위한 '리그'다.)

 

그저 어렴풋이 "저 양반이 서울대 총장 시절에 문제가 많았었는데..." 기억났을 뿐이다. 이제껏 한번도 물망에 오르지 않았던 다소 뜬금없는 인사라는 점에서 '이기준 카드'는 또 뭔가 싶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이기준 서울대 총장'이라는 검색어를 치는 순간 문제의 심각성을 절감했다.

 

그때부터 하루종일 이기준 부총리의 뒷조사에 전력해 일주일동안 쓸 분량의 기사를 하루에 다 쓴 거 같다.

 

이 부총리 뒤를 캐면서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이헌재, 홍석현, 김우식, 오명, 이희범, 윤종웅....심상치 않은 이름들이 그의 뒤에 따라 나왔다. 혹자는 '인사는 운'이라고 하지만 결코 운이 아니다. 임명된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눈물겨운 노력의 달디단 열매'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늘 이기준 부총리 관련 기사가 조간신문 주요면에 실렸다. 그중 압권은 경향신문 만평.

 

또 예상대로 조선일보에선 이 부총리의 도덕성 시비와 관련된 기사를 최대한 죽였다. (이기준 총리 인터뷰로 처리) 중앙일보는 기사에선 비중있게 처리하지 않았으나 개각 관련 사설에서 잠깐 언급했다. 참여정부 이래로 '일등 정부 비판 신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동아일보는 역시나 이 부총리 도덕성 시비를 별도의 기사로 비중있게 다뤘다.

 

청와대에선 이날 김우식 비서실장과 개인적 친분을 언급하면서 '정실인사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경향신문 보도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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