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대선 개입 쇼’ 벌인 경찰, 이젠 ‘깃털 뽑기’

 

 
 
[집중분석] ‘도둑질’맞는데 ‘가택침입’ 일 뿐 ‘절도’는 아니다?
 
육근성 | 2013-04-20 09:33:56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인쇄하기메일보내기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이 불거진 건 지난 12월 11일. 대선 8일 전이었다. 경찰은 여직원 김씨의 노트북 등을 제출 받은 지 사흘 만에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한다. 투표 시작 50여 시간 전에 강행된 수사결과 발표는 어떤 식으로든 18대 대선에 영향을 주기에 충분했다.

 

 

지난 12월 16일 밤... ‘경찰의 대선 개입 쇼’

 

 

경찰은 12월 16일 밤 11시에 진행된 중간수사결과 발표에서 “국정원 직원의 컴퓨터에서 대선 후보를 지지하거나 비방한 댓글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국정원 여직원과 국정원에게는 면죄부를, ‘국정원 댓글 여론조작’의 최대 수혜자인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측에는 난처한 국면에서 탈출할 수 있는 ‘퇴로’와 함께 역공의 빌미까지 챙겨준 셈이다.

 

 

3일 만에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던 경찰이 대선이 끝나자 뒷짐을 지기 시작한다. 국정원이 정치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언론에 의해 폭로되면 마지못해 움직였다. ‘여직원 김씨의 아이디가 새롭게 발견됐다’, ‘김씨가 오유 사이트에서 게시글에 대해 찬반 표시를 했다’, ‘정치·사회 관련 글을 올린 흔적이 있다’라는 식으로 최소한의 사실을 인정하는 시늉만 했다.

 

 

그러던 경찰이 최종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시간을 질질 끌다가 공직선거법 공소시효 두 달 앞두고 비난여론에 밀려 내놓은 수사결과다. 경찰의 발표는 예상보다 더 황당하다. 제대로 된 수사결과가 아니다. 권력 눈치 보느라 부단히 고심한 결과물에 지나지 않았다.

 

 

‘도둑질’ 맞는데 ‘가택침입’일 뿐 ‘절도’는 아니다?

 

 

경찰은 국정원 직원 김씨(29.여)와 이씨(39), 일반인 이씨(42)를 국가정보원법 위반(정치 관여) 혐의로 기소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인 공직선거법 위반과 관련해서는 ‘면죄부’를 줬다. 수사결과를 발표한 수서경찰서장은 “이들이 올린 게시글에서 선거에 영향을 주기 위한 적극적인 의사 표시를 발견하지 못해 선거 운동에 이르지 않았다고 판단했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고 밝혔다.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글을 게재하고, 특정 정당을 비호하는 댓글을 조직적으로 달았던 이들이다. 이런 행위가 대선 직전에 이뤄졌는데도 선거법을 위반한 게 아니라니. 법 적용의 상당성과 형평성을 무시한 처사다. 그렇다면 이들이 국정원법을 위반하면서까지 ‘댓글 여론조작’에 나선 이유가 뭐란 말인가.

 

 

선거 시기에 특정 후보의 정책과 공약에 대해 간단한 의사를 표시해도 선거법 위반으로 시민단체들을 처벌했던 사례가 수두룩하다. 동일한 법적 잣대를 적용했다면 국정원 직원들을 선거법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했어야 옳다. 도둑질을 했는데 가택침입죄만 묻고 절도죄는 적용하지 않는 거나 다름없다.

 

 

 

 

5개월 동안 경찰이 한 일? 국정원 봐주고 새 정부 눈치보고...

 

 

국정원 3차장 산하의 심리전단이 ‘댓글 여론조작’에 동원됐다는 정황과 제보가 많다. ‘댓글’ 목록이 상부로부터 하달되면 그 것을 인터넷 상에 유포하는 식으로 ‘댓글 공작’이 진행됐다는 증언도 있고, 이를 확인한 언론보도도 있다. 그런데도 경찰은 달랑 3명만 검찰에 송치했다.

 

 

깃털만 처벌하고 몸통은 비켜가는 전형적인 ‘꼬리자르기’ 수사다. 경찰의 수사발표대로라면, 저들 3명은 윗선의 지시도 없이 근무 중에 사무실을 빠져나와 온종일 특정 정당과 후보에게 유리한 댓글을 달았다는 얘기가 된다. 말이 되는가?

 

 

소환에 불응한 국정원 심리정보국장에 대해서는 기소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단다. 5개월 동안 여직원 김씨의 직속 상관에 대한 수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5개월 동안 대체 경찰이 무엇을 했을까. ‘국정원을 봐주고 새 정부 눈치 보는 것’이 전부였나 보다.

 

 

“서울경찰청이 집요하게 수사에 개입했다”

 

 

경찰에게 수치스러운 수사결과 발표였다. 5개월 전에는 ‘국정원의 정치개입 행위는 없었다’고 말해놓고 이제 와서 말을 바꿔 정치개입 사실을 인정한 경찰이다. 경찰 스스로 대선에 개입한 사실을 증명한 꼴이 됐다. 공범’이 공범을 수사한 셈이다.

 

 

<연합뉴스>는 “이번 수사과정을 잘 알고 있는 경찰 A씨부터 ‘민주당이 수서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한 이후 수사 내내 서울경찰청의 지속적인 수사개입이 있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보도해 파문이 일고 있다. A씨의 증언에 의하면 서울경찰청이 얼마만큼 집요하게 축소 수사를 요구했는지 잘 드러난다. <연합뉴스>가 보도한 A씨의 증언 내용이다.

 

 

“수서경찰서가 김씨의 컴퓨터에서 대선과 관련한 78개의 키워드를 발견해 서울청에 분석을 의뢰했으나 그쪽(서울청)에서 이러면 신속한 수사가 어렵다며 수를 줄여서 다시 건네 달라고 한 것으로 안다”

 

 

“서울청은 김씨(국정원 여직원)의 컴퓨터에서 나온 문서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일일이 김씨에게 허락을 맡고 파일을 들춰 봤다.”

 

 

“(증거물품인 김씨의 컴퓨터 2대에 대해) 수서경찰서의 잇따른 반환 요청에도 서울청에선 그들이 알아서 하겠다고 했다. 수사팀의 강한 항의를 받고서야 뒤늦게 돌려준 것으로 안다.”

 

 

▲대선 50여시간 전. '경찰 대선개입 쇼'를 주관한 두 주역. 김기용 전 경찰청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모두 떠났다. 왜 일까?

 

 

새누리당의 황당한 ‘비틀기’, 국민 공분 부추겨

 

 

국민들은 경찰 수사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데 새누리당이 불쑥 나서 황당한 주장을 했다. 국민의 울화통을 터지게 하려고 작심이라도 한 건가. 새누리당 이철우 원내대변인의 말이다.

 

 

“당시 야당이 국정원 직원을 감금하고 인권을 짓밟은 불법사항을 경찰이 수사했다는 얘기를 못들었다. 이에 대한 수사를 촉구한다.”

 

 

 

참 입 가볍고 철 없는 대변인이다. 국정원 여직원이 불법을 저지른 게 사실로 드러났는데도 감금과 인권 타령이다. 제 정신인지 모르겠다. 당시 박 대통령의 목청 높인 주장에 대해 여론의 비난이 쏟아질 것이 우려되기 때문에 선수를 친 것인가.

 

 

검찰이 대규모 수사팀을 꾸려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을 전면 재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래도 국민들은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지 우려하고 있다.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의 최종 수혜자가 박 대통령이기 때문이다.지난 12.19대선이 부정선거로 결론 나는 것을 박 대통령과 새 정권이 앉아서 구경만 하겠는가.

 

 

그 입 다 어디갔나?

 

 

그 입들 다 어디 갔나 궁금하다. 성폭행범이나 쓰는 수법으로 국정원 여직원을 감금해 놓고 인권침해를 했다고 핏대를 올렸던 그 입 다 어디로 갔을까. 국정원 여직원이 피해자가 아니라 헌법질서를 문란케 한 가해자의 하수인이라는 게 밝혀졌다. 그 입들에게 충고하겠다. 깨끗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여론을 호도한 주장을 한 것에 대해 사과하기 바란다.

 

 

12.16 중간수사결과 발표는 김기용 전 경찰청장과 김용판 전 서울청장이 주연과 연출을 맡아 벌인 ‘쇼’라는 게 드러났다. 경찰의 대선개입 ‘쇼’를 연출한 장본인들이다. 처벌해야 마땅하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