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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창원 "권은희 수사과장, 경찰 사명감 위해 나서"

누리꾼 "권은희를 지켜라"

13.04.20 16:09l최종 업데이트 13.04.20 16:09l

 

 

"게시글을 분석해 볼 때 정치 관여 행위는 인정할 수 있지만, 선거법 위반이라고 판단하지 않았다."

지난 18일 서울 수서경찰서 이광석 서장이 국가정보원 직원의 댓글 대선 개입 사건을 수사 발표를 하면서 한 말이다.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라는 해괴한 논리가 대한민국 경찰서장 입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을 보면서 '법과 질서'는 오간데 없는 대한민국을 다시 확인했다.

그런데 하루만에 경찰 내부에서 경찰 윗선이 수사에 개입했다는 주장이 나와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일보>는 20일 권은희(39) 전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현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은 19일 "국정원 여직원 등에 대해 민주통합당이 고발장을 제출한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2월 초까지 경찰 상부가 지속적으로 수사에 개입했다"며 "윗선의 흔들기 때문에 실무진은 수사에만 집중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 20일자 1면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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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도 같은 날 권 과장과 인터뷰를 통해 "서울경찰청은 16일 밤 분석을 끝낸 자료를 중간 수사 결과 발표에만 이용한 뒤 이틀이 지난 18일 밤에야 수서경찰서에 건네줬다"며 "국정원 직원 김씨가 제출한 하드디스크 등을 김씨에게 돌려주려다가 수서경찰서 수사팀의 강한 항의를 받고 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한겨레>는 다른 기사에서 "국가정보원 직원의 대선 개입 의혹을 수사하던 경찰이 지난해 대선을 사흘 앞둔 12월16일 갑자기 발표한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중간 수사 결과는 일선 수사팀이 아닌 서울지방경찰청이 만든 수사보고서에 근거했고, 서울 수서경찰서는 이를 넘겨받은 지 30분 만에 보도자료로 언론사에 배포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만약 경찰 상층부가 수사에 개입했다면 국정원 직원 댓글만큼 심각한 문제다. 명백한 불법행위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경찰청과 서울경찰청이 수사를 맡은 수서경찰서에 전화까지 했다. 국정원 직원이 대선에 개입하는 것도 모자라 진실을 밝혀야 할 경찰 수뇌부까지 정치에 개입한 것이다.

권 과장 폭로가 사실이라면 민주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정원과 경찰이 특정 후보 당선을 위해 공모했다는 의혹마저 들게 하는 일로 경악할 일이다. 우리는 공권력이 정치에 개입한 아픈 역사를 가졌다.

이승만 독재정권은 투표함을 통째로 바꿔치기까지 했다가 결국 정권 종말을 맞았다. 독재자 박정희가 1972년 10월 '유신쿠데타'를 일으킨 이유 중 하나가 1971년 대통령 선거에서 김대중 후보에게 투표에서는 지고, 개표에서는 이겼기 때문이다. 부정개표가 없었다면 박정희는 이기기 힘들었다는 말이다. 1980년대 군대생활을 한 사람은 경험했을 것이다. 전두환-노태우 정권때는 대놓고 군부정선거를 하지 않았지만 투표소에 들어갈 때 은근히 압력을 행사했음을.

그러므로 공권력이 선거에 개입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경찰은 "정치 개입은 맞지만, 선거개입은 아니"라는 초등학생보다 못한 논리를 주장했다. 이런 결론을 내리기 위해 축소은폐를 지시했다. 이게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인가? 그럴 수 없다. 검찰은 국정원 선거개입만 아니라 경찰 수뇌부의 축소은폐 시도도 철저히 수사해 엄벌해야 한다.

한편 누리꾼들은 축소은폐를 폭로한 권은희 과장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DrPyo)는 "권은희 과장은 경찰관으로서의 직업윤리, 사명감 위해 나섰다"면서 "원세훈, 김용판 등은 권력위해 선거개입 수사개입한 혐의로 수사받고 있습니다. 누가 더 행복할까요? 전 권은희 과장이 앞으로 죽 훨씬 더 행복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권은희 과장의 '국정원 사건 진실 규명' 수사노력은 일단 실패했습니다. 원세훈, 김용판의 '대선 승리' 공작은 일단 성공한 것 같다"며 "하지만, 권 과장 앞길엔 밝고 당당한 미래가, 원과 김 앞엔 불안하고 두려운 미래가 기다린다"고 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은 작은 승리를 했지만, 진짜 승리자는 권은희 과장이란 말이다.

그러면서 표 전 교수는 "'원세훈의 몰락' 이제 보이시나요? 이미 김형욱, 장세동 등 수없는 몰락들을 봤으면서도. 경찰 고위간부들은 어떤가요? 권력에 충성바치고 국민 국가 농락하다 쇠고랑차던 모습들 다 잊었던 건가요? 현직있는 분들 제발, 잘보고 잊지마세요"라며 경찰들이 진실을 위해 싸워라고 촉구했다.

@hcr****는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을 경찰수뇌부가 은폐한 정황이 일선 경찰간부의 용기로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군요"라며 "두려움 없이 진실을 밝힌 참경찰 권은희 수사과장께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보내자고 했다. @jyk****도 "권은희 수사과장폭로 트친님들 이나라에 진정한 양심있는 경찰 권은희씨를 우리가 지켜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welov*****는 "국정원직원의 하드디스크 분석뒤 결과도 수사실무팀에 안알려주고 컴퓨터 돌려주려한 서울청에 만약 권은희 수서 수사과장이 '당신들 위법행위다'며 항의 안했더라면 우린 지금의 반쪽짜리 수사결과마저 못 볼뻔했다"고 한탄했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닉슨이 하야 한 이유는 '도청'보다는 진실은폐와 '거짓말'때문이다. 국정원과 경찰이 진실을 숨기고, 은폐했다면 그 결과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을 수 있다. 그것이 두려워 검찰도 경찰처럼 축소 수사를 한다면 국민은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진실은 영원히 숨길 수 없고,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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