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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방문’ 하루 앞두고 긴장감 도는 광주 “망월동 영령 참배 허용 못 해”

광주 시민사회단체들 “광주의 분노 표현할 것”, 대학교 곳곳에 ‘윤석열 거부’ 대자보도

광주시민단체협의회 등 50여 개 시민단체가 9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5·18민주광장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광주 방문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11.09.ⓒ뉴시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방문을 하루 앞둔 9일, 광주 곳곳이 분노로 들끓고 있는 모습이다. 광주 시민사회단체들은 '전두환 망언'과 '개 사과' 사진으로 파문을 일으킨 윤 후보의 광주 방문을 단호히 반대하며, 정치적인 의도로 5월 영령에게 참배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태세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 등 50여개 광주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정성 없는 사과 방문으로 5.18과 광주를 더럽히지 말라"고 반발했다.

이 단체들은 "윤 후보의 광주 방문은 진정성 있는 사과를 위한 것이 아닌 5.18과 광주를 이용해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고도로 기획된 정치 이벤트"라며 "윤 후보가 진정한 사과와 용서를 구하려고 한다면 5.18의 헌법 전문 포함, 당내 5.18 왜곡 세력 청산, 전두환 등 헌정질서 파괴자의 국가장과 국립묘지 안장 배제, 5.18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약속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5.18민주유공자유족회와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구속부상자회 등 '5월 단체'와 5.18 기념재단도 윤 후보의 광주 방문을 규탄하는 입장을 냈다.

이들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에 대한 우리의 분노는 현재 진행형"이라며, 윤 후보를 향해 "무엇을 사과하겠다는 건가. 어떻게 사과하겠다는 건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들은 "윤석열 후보에게 명확하고 분명한 답변을 요청한다"며 "사죄의 진정성을 구체적으로 보여달라.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로서 5.18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하겠나"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5.18 희생자를 기리려는 윤 후보의 참배나 방문을 반대하진 않겠다면서도 "5.18을 능멸하고 모욕하는 사람들에게는 단호하게 맞서 과감하게 싸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진보당 광주시당도 윤 후보의 광주 방문을 "정치 쇼"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진보당 광주시당 김주업 위원장은 같은 날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또다시 5.18과 광주를 지지율 회복 도구로 활용하려는 윤 후보는 광주에 올 자격이 없다"며 "윤 후보가 지금 할 일은 '광주 방문 쇼'가 아니라 광화문 앞에서 아픈 현대사를 간직하고 있는 온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전날 광주를 찾았던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도 페이스북 글을 통해 "망언 이후 1일 1사과를 했어도 모자란데 제대로 된 사과도 없이 도대체 무슨 염치로 광주를 찾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5.18자유공원, 5.18 민주묘지 방문하는 윤석열
세부 일정 조율 과정서 어려움 겪은 것으로 전해져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자료사진.ⓒ뉴시스 / 공동취재사진

윤 후보는 10일 오후 2시 전라남도 화순군 도곡면에 위치한 고 홍남순 변호사 생가를 방문하고 유족과 만난 뒤 광주로 이동한다. 이후 5.18자유공원을 방문한 다음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할 예정이다. 전두환 비석이 깔린 구묘역을 들릴 것인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11일에는 전남 목포 김대중 노벨평화상기념관을 찾고, 경남 김해시에 있는 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는 것을 끝으로 1박 2일 일정을 마무리한다.

윤 후보는 세부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윤 후보 측에서는 오월 어머니를 만나는 일정과 '임을 위한 행진곡'의 주인공 윤상원 열사와 관련된 일정을 타진했지만 끝내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 시민사회단체들은 윤 후보가 5.18 민주묘지에 참배하는 것만큼은 최대한 저지하겠다는 계획이다. 물리적인 충돌은 피하되, 광주 시민들의 분노는 충분히 전달하겠다는 것이다.

홍성칠 광주진보연대 집행위원장은 9일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정식으로 사과도 없고, 재발방지책도 없고, 또다시 정치적 필요에 의해 광주와 5.18을 농락하는 데 대해 분노하고 있다"며 "다른 일정은 후보 본인이 알아서 하더라도 (현재와 같은) 이런 태도로 국립묘지 영령을 참배하는 건 허용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홍 위원장은 "시민들과 함께 윤 후보가 망월동 영령에 참배하는 건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시위를 할 것"이라며 "물리적 마찰은 하지 않겠지만, (참배에 대한) 판단은 후보가 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주 지역에 위치한 대학교 곳곳에는 윤 후보의 방문을 거부하는 내용의 대자보가 다수 게시된 것으로 전해진다. 광주전남대학생진보연합 등 일부 학생 단체들은 9일 밤부터 광주 망월묘역 앞에서 1박 2일간 철야 농성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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