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들이 특고·플랫폼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이 중요하다고 밝힌 다음날 경찰이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김동국 본부위원장과 송광수 해운대지부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윤석열이 없앤 안전운임제를 다시 쟁취하기 위해 투쟁을 벌였다는 이유다.
안전운임제는 화물노동자가 받는 운임의 기준을 정부, 대기업화주, 운송사, 노동자가 함께 논의해서 결정하고 그 이하로 운임을 지급 할 때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다. 운임을 적게 주면 화물노동자들이 소득을 채우기 위해 과로 과속 과적을 하게 되고 이는 곧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게 된다. 운임의 하한선이 무너지면 영세한 운송사들이 노동자에게 줄 운임을 중간에서 착취해 생존하기 때문에 화물산업 혁신을 위해서도 안전운임제가 필요했지만 윤석열은 안전운임제를 없애 버렸다. 안전운임제가 늘어나는 특고·플랫폼 노동자의 적정소득을 보장하는 대안이라는 점에서 윤석열은 시대를 역행하는 대통령이었다.
실제 특고·플랫폼 노동자가 처한 현실은 심각하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와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에서 4월 15일부터 4월 21일까지 방과후학교·늘봄학교 강사 1681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최저임금보다 적은 월평균 수입 180만 원 미만을 받는 강사가 55.2%를 기록했다.
지난 4월 28일 실태조사결과 기자회견에 참석한 음악강사 임준형씨는 2019년 3만 원이었던 강사료가 6년이 지난 2025년에도 3만 2000원에 불과하다고 성토했다. 게다가 방과후강사들은 폭설과 임시공휴일 등으로 휴교를 하면 임금을 받지 못한다. 방송스태프들도 올림픽, 월드컵, 계엄 등과 같은 비상상황이 벌어지면 제작한 방송이 나가지 못해 임금을 받지 못한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휴업급여나 최저임금의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임금이 실시간으로 바뀌는 노동자도 있다. 플랫폼 기업은 앱을 통해 배달노동 한 건당 4000원을 노동자에게 제시한 후 배달주문이 잘 처리되면 3500원으로 삭감하고, 3500원으로도 배달이 잘 되면 3000원으로 삭감하는 식으로 실시간 변동요금을 지급한다. 10년 전에도 배달 한 건당 3000원은 줬는데, 2025년에 이 선마저 무너져 건당 2500원이 됐다(배민·쿠팡 기준).
헌법과 법률에 보장된 노동3권을 행사해 적정임금을 쟁취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플랫폼기업은 노동자 스스로 앱 프로그램을 설치하게 하고 작업도구를 구매하도록 함으로써 실시간으로 노동력을 모집할 수 있다. 파업을 하는 순간에도 대체인력이 충원되는 셈이다.
심지어 특고·플랫폼 노동자들은 사실상 단체행동권을 박탈당했다. 기적적으로 노동자들이 화물연대나 건설노조처럼 탄탄한 조직을 만들어 제대로 된 투쟁을 한다고 해도, 국가가 개입해 특고 노동자들에겐 노동3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며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처벌하거나, '건폭몰이'를 한다. 힘이 없으면 허울뿐인 노조설립필증을 주고, 힘이 있으면 공권력을 이용해 탄압하는 방식이다.
이걸로는 부족했던지 최근 배민과 쿠팡은 하청사장들을 배달라이더 구하듯 모집하고 있다. 사업자등록증을 낸 하청사장들은 배민 쿠팡과 약속한 배달물량을 완수하는 조건으로 보너스를 받는데, 이 때문에 하청사 소속 라이더들은 약속한 물량을 반드시 수행해야 한다. 라이더들이 배민 쿠팡에 분노해 배달을 거부하더라도, 하청사들이 조직적인 대체인력 공급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라이더들은 배민과 쿠팡과 위탁계약을 한 특고 노동자에서 배민과 쿠팡과 위탁계약을 맺은 하청사사장들과 다시 위탁계약을 하는 '특수 특수 노동자'가 되었다. 이런 현실에서 특고·플랫폼 노동자의 적정임금을 보장하기 위해선 화물의 안전운임제를 재도입하는 걸 넘어서, 특고·플랫폼노동자의 적정임금을 결정할 수 있는 임금결정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는 세계적인 흐름이기도 하다.
호주에서는 '구멍막기법안'이라는 이름으로 플랫폼 노동자와 화물노동자의 적정임금을 보장하는 법이 통과됐다. 뉴욕시에서는 배달라이더 임금을 시간당 2만 3000원 이상으로 보장하는 최저임금이 도입됐다. 특고·플랫폼 노동자의 노동3권을 보장하기 위해 노조법 2,3조를 개정해 원청 대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산재휴업급여 4만 8232원... 깁스하고 일하는 노동자들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