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희 기자 | 기사입력 2026.04.20. 07:01:20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이 내년에는 선진 비기축통화국 평균을 넘어서리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에 대해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적극 반박했다.
19일 저녁 김 실장은 페이스북에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부채 관련) 발표가 나올 때마다 다소 자극적인 제목의 보도가 국내 헤드라인을 장식하곤 한다. 그러나 국가부채비율을 둘러싼 논쟁은 종종 숫자 자체보다 정치적 프레임에 의해 과장되거나 단순화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같은 날 기획예산처 등에 따르면 IMF는 최근 발간한 '재정모니터(Fiscal Monitor)' 4월호에서 한국의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비율이 올해 54.4%에서 내년에는 56.6%로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일반정부부채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채무에 비영리 공공기관 부채까지 포함한 지표다.
한국의 이같은 전망치는 비기축통화국 중 IMF가 선진국으로 분류한 11개국의 내년 평균치 55.0%를 웃돈다. 올해 한국의 부채비율(54.4%)은 이들 국가 평균치인 54.7%를 소폭 밑돌았으나 내년에는 평균을 넘어선다는 게 IMF 예측이다.
이는 고령화 등으로 인해 복지지출 수요가 갈수록 커지는 한국 상황에 대한 우려, 아울러 특히 이재명 정부의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재정정책 등에 대한 우려와 맞물리면서 국내에서 정치적으로 논쟁이 될 소지가 있다는 게 김 실장의 지적이다.
김 실장은 구체적으로 "한국 국가부채비율은 과연 보도대로 높은가"를 따졌다.
김 실장은 "2025년 결산보고서 기준 한국의 국가채무비율(D1)은 49% 수준인 반면, 2024년 OECD 평균은 109%에 달한다"며 "절대 수준만 놓고 보면 한국은 여전히 재정 여력이 있는 국가군에 속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외국환평형기금채권처럼 대응 자산이 존재하는 채무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며 "단순한 총부채 숫자만으로 재정 부담을 판단하는 것은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적극 반박했다.
'한국이 비기축통화국이어서 한국의 부채비율 증가는 더 우려스럽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김 실장은 현실과 동떨어진 우려라고 반박했다.
김 실장은 "최근 '한국은 비기축통화국이므로 같은 그룹 국가들과 비교해야 하며, 그 안에서는 부채비율이 높은 편'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일정 부분 참고할 만한 시각이지만, 기축통화 여부가 재정 건전성을 가르는 결정적 기준인지는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실장은 "2022년 영국의 이른바 '트러스 모먼트'"를 사례로 꼽았다. "기축통화국인 영국도 시장 신뢰를 잃자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파운드화가 급락했다"는 게 김 실장 지적이다.
'트러스 모먼트'란 영국의 최단 재임 총리 기록을 세운 리즈 트러스 전 총리의 정책 실패를 지적한다. 트러스 전 총리는 경제 건전성 재고를 목적으로 대규모 감세안을 발표했으나 오히려 시장은 즉각 국채를 투매하면서 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하고 국채 금리는 급등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트러스 전 총리는 결국 취임 45일 만에 그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 실장은 "최근 미국-이란 전쟁 발발 이후에도 영국·프랑스·독일·일본·미국 등 주요 선진국 국채 금리가 한국·인도 등 일부 국가보다 오히려 더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반박했다. "기축통화 보유 여부만으로 적정 국가부채비율을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게 김 실장 지적이다.
김 실장은 단순히 부채비율만으로 국가 재정 건전성을 평가하는 건 현실과 동떨어진 진단이라고도 강조했다.
김 실장은 "2011~2012년 남유럽 재정위기 당시 ‘PIIGS’라 불리던 국가들의 최근 국채 스프레드가 오히려 독일보다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반대로 부채비율이 상대적으로 양호했던 독일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장기국채 금리가 크게 뛰었다. 국가부채비율의 절대치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나라 경제의 미래와 중기 재정 여건"이라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아울러 한국의 국가부채비율이 선진국 중 가장 빠르게 늘어날 우려도 크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는 "미국·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 일부가 최근 GDP 대비 6% 안팎의 재정적자를 이어가는 반면, 한국은 3% 내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최근 발표된 중기재정계획 역시 비교적 신중한 재정 운용 기조를 반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부채는 분명 관리해야 할 위험 요인"이지만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바라보는 성숙 경제에서의 재정 논쟁은, 단순히 부채비율 숫자 하나를 놓고 이념 공방을 벌이는 수준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대신 "핵심은 성장 잠재력"이라며 "기업 경쟁력이 높아지고 자본시장이 성장하며 생산성이 개선된다면 세입 기반은 자연스럽게 확대된다. GDP가 커지고 차입 수요가 줄면 부채비율은 충분히 관리 가능한 범위에 머무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그 맥락에서 "최근 정부가 경기 대응을 위해 확장적 재정을 일부 활용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며 "경기 침체기에는 재정이 완충 역할을 해야 하고, 위기 상황에서는 신속한 대응도 필요하다. 다만 그 과정에서도 중장기 지속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IMF의 이번 보고서에 관한 언론 보도에 대한 반박이면서 동시에 현 정부의 확장 재정 정책에 대한 우려를 일축하는 발언으로 풀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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