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대의 비극, 홀로코스트 - 이스라엘의 강력한 정치적 자산
홀로코스트는 20세기 인류가 저지른 가장 끔찍한 범죄 중 하나다. 나치 독일은 1933년부터 1945년까지 약 600만 명의 유대인을 조직적으로 학살했다. 아우슈비츠, 트레블린카, 소비부르 등 절멸 수용소에서 벌어진 살육은 인간이 인간에게 가할 수 있는 잔혹함의 극한을 상징한다. 홀로코스트를 기억하고 이러한 살육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인류 전체의 도덕적 의무이다.
문제는 이 비극이 언제부터인가 이스라엘 국가 권력의 가장 강력한 '정치적 자산'으로 배타적으로 전용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홀로코스트가 이스라엘의 건국 서사를 정당화하는 핵심 논거가 되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은 곧 홀로코스트 부정 내지 반유대주의와 동일시하는 담론 구조가 형성되었다. 이것이 이스라엘에게 사실상의 '홀로코스트 면죄부'가 되었다.
이 구조는 매우 교묘하고도 공고하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가하는 폭력을 비판하면, 즉각 '나치의 편에 서는 것'이라는 낙인이 찍힌다. 유대인의 역사적 고통을 강조하는 일이 현재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게 가하는 고통을 가리는 방패가 된 것이다. 이스라엘의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이자 평화 운동가 아모스 오즈는 생전에 이렇게 말했다. "홀로코스트를 이용해 팔레스타인 점령을 정당화하는 것은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에 대한 모욕이다."
피해의 역사가 가해의 면허가 될 때, 그 피해의 기억은 치유가 아니라 무기가 된다. 그리고 그 무기는 지금 가자의 어린이들을 향해 겨누어져 있다.
기억을 팔아 권력을 잡는 ‘홀로코스트 산업’
홀로코스트의 기억이 정치적으로 도구화되는 현상을 가장 정면으로, 용감하게 비판한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유대인 학자였다. 미국의 정치학자 노르만 핀켈슈타인(Norman Finkelstein)은 2000년에 출간한 저서 『홀로코스트 산업』(The Holocaust Industry: Reflections on the Exploitation of Jewish Suffering. Verso, 2000. 한국어판: 『홀로코스트 산업—홀로코스트를 초대형 돈벌이로 만든 자들은 누구인가』 한겨레출판, 2004)』에서 미국 유대인 기득권 집단이 홀로코스트의 기억을 조직적으로 산업화하여 정치적·재정적 이익을 취해왔음을 정밀하게 분석했다.
핀켈슈타인의 부모는 모두 홀로코스트 생존자였으며, 그의 친척 대부분은 나치의 손에 살해당했다. 그는 어머니의 실제 경험과 미국 유대인 기관들이 공적으로 재현하는 홀로코스트 서사 사이의 극심한 간극이 있다고 판단하여 연구를 시작했다고 회고한다. 그의 논지는 충격적이다.
홀로코스트는 (1948년 건국부터) 1960년대 중반 이전까지 약 20여 년간 미국 유대인 사회에서 그다지 중심적인 의제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러다 거대한 정치적·문화적 산업으로 부상한 것은 1967년 이스라엘의 '6일 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이집트·시리아·요르단 영토를 점령하여 국제적 비판을 받기 시작한 시점과 정확히 겹친다. 다시 말해, '홀로코스트 산업'의 본격적인 가동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 정책에 대한 국제 여론의 비판을 차단하고, 미국 내 유대인 기관들의 정치적·재정적 영향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적 필요에서 추동되었다는 것이다. 핀켈슈타인은 이 과정을 '기억의 착취(exploitation of memory)'라고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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