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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협조자 유우성 측에 옥중 '사과 편지'

[전문] "우성 군에게 진심으로 사과… 고통 헛되지 않을 것"

서어리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4.07.04 23:16:21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증거 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 중인 피의자 국가정보원 협조자 김모 씨가 피해자 유우성 씨에게 '사과 편지'를 보냈다.

김 씨는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국 4급 직원 김모 과장과 함께 유 씨의 중국-북한 출입경기록 관련 문서를 위조, 모해증거위조, 모해위조증거사용 등 혐의를 받아 구속기소된 인물이다. 검찰 조사에서 3건의 위조 문서 중 중국 싼허변방검사참의 정황설명에 대한 답변서를 위조했다고 진술한 바 있으며, 현재 구치소에 수감돼있는 상태다.

김 씨는 편지를 구치소에서 지난달 25일 작성했으며, 이 편지는 김 씨 변호인이 유 씨의 변호인 측에게 4일 전달했다.

"유우성 군에게 사과드립니다"로 시작하는 김 씨의 편지에는 국정원이 김 씨에게 문서 위조를 부탁한 내용이 소상히 드러나 있다. 아울러 김 씨는 편지를 통해 유 씨에 대한 사죄와 뼈저린 반성의 마음을 여러 번 밝혔다.

김 씨는 "국정원에서 저에게 '답변서'를 부탁할 때 그것이 불법이라는 것을 알고 주저했었다"며 "그러나 국정원은 '한국에서는 문제되지 않는다. 정상적으로 입수할 수 없기에 이렇게 하는 것이다. 중국에 확인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국정원은 '유가강 출입경기록'이 위조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상당히 긴장하였으며 완전히 곤경에 빠진 것 같았다"며 "'세는 이미 기울어졌다. 그러나 물러설 수 없다'며 그 요구가 간절하였다"고 했다.

그는 국정원과 검찰을 믿었다고 변명했다. 그는 "나는 대한민국을 사랑하였고, 국정원과 검찰도 한국의 국가기관이니 믿었다"고 거듭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당시 이 '답변서'가 우성 군에게 어떤 피해를 주거나 모해하려는 의도는 생각도 못 했다"며 "어리석은 생각뿐이었다. 저의 무지하고 부덕한 처신이었다"고 했다.

그는 국정원에 의해 간첩 누명을 썼던 유 씨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했다. 그는 "우성 군은 이번 사건으로 많은 고통을 겪었겠지만 그 고통은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우리 사회에 수구 권위주의 이데올로기를 청산하는 데 큰 기여를 하였고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렸다"고까지 했다.

그는 두 장에 걸친 편지를 "우성 군의 앞날에 대성을 기원한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국정원의 부탁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힌 점, 거듭 반성한다고 한 점 등을 미뤄보아 김 씨의 '돌출 행동'은 재판부의 선처를 구하고 형량을 줄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김 씨는 지난 17일 열린 첫 공판에서 변호사를 통해 "국정원으로부터 유우성이 간첩이라는 것을 전해 듣고 국익과 국가를 위해 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국정원 협조자 김 씨가 유우성 씨 측에 보낸 편지 전문.
 
유우성 군에게 사과드립니다.
 
저의 잘못을 깊이 깨달았습니다. 우성군에게 진심으로 사과합니다. 우성군은 이번 사건으로 많은 고통을 겪었겠지만 그 고통은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에 수구 권위주의 이데올로기를 청산하는 데 큰 기여를 하였고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려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나는 잘못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어리석게 국정원 일방의 주장을 믿었던 것입니다. 국정원에서 저에게 '답변서'를 부탁할 때 그것이 불법이라는 것을 알고 주저했었습니다. 그러나 국정원은 "한국에서는 문제되지 않는다. 정상적으로 입수할 수 없기에 이렇게 하는 것이다. 중국에 확인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걱정하지 말라." 그 말을 믿었습니다. 당시 국정원은 '유가강 출입경기록'이 위조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상당히 긴장하였으며 완전히 곤경에 빠진 것 같았습니다. "대세는 이미 기울어졌다. 그러나 물러설 수 없다"며 그 요구가 간절하였습니다. 나는 대한민국을 사랑하였고 평소에 대한민국을 숭배하는 마음이 깊었으며 국정원과 검찰도 한국의 국가기관이니 믿었습니다. 또한 국정원과 검찰이 이렇게 곤경에 처하여 도와주면 앞으로 국적문제 뿐 아니라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당시 이 '답변서'가 우성군에게 어떤 피해를 주거나 모해하려는 의도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단순히 곤경에 빠진 국정원과 검찰을 …준다는 어리석은 생각뿐이었습니다. 저의 무지하고 부덕한 처신이었습니다. 대단히 죄송합니다.
 
사실 2013. 9. 경 국정원은 "유가강의 출입경기록 등 해달라는 부탁을 두 번이나 있었습니다. 그때 모두 입수할 수 없다고 거절했습니다. 국정원에서 '답변서'를 의뢰할 때 거절하지 못한 참말로 안타깝습니다. 국정원의 요구가 그처럼 절박하였습니다.
 
나는 잘못을 절실히 깨닫고 뉘우쳤습니다. 억울한 점도 있지만 누구에게 하소연하겠습니까?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사과드리며 우성 군의 넓은 양해와 용서를 빕니다.
 
우성 군의 앞날에 대성을 기원합니다.
 
2014. 6. 25
 
김 하 씀.
 
▲국정원 협조자 김모 씨가 유우성 씨 측에 보낸 편지. ⓒ유우성 제공

▲국정원 협조자 김모 씨가 유우성 씨 측에 보낸 편지. ⓒ유우성 제공

ⓒ유우성 제공

ⓒ유우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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