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

from 단순한 삶!!! 2004/11/29 19:18

큰 병원에 가서 혈관 색전술인가 뭣인가를 한번 받아 보라고 둔산의 의사가 권했고,

그러겠노라고 했다.  

병원에 예약했다가 한번을 연기하고, 지난 목요일 의사앞에 앉았더니

둔산의 병원에서 만들어준 의뢰서를 보고, 몇가지를 물어보더니,

심장을 놓고 약간의 설명을 곁들였다.

그리고서는 입원을 하란다. 그게 오늘(29일)이다.

 

 



점심먹고 병원으로 와서 입원을 했는데,

간호사가 따라 오더니 오늘 저녁이나 내일 아침에 보호자를 데려 오란다.

'보호자? 난 정밀 검사를 하러 왔는데 왠 보호자?'

보호자가 꼭 필요하나고 물었더니, 검사도 하고 시술도 하기 때문에

위험성이 있어서 보호자에게 설명을 해야 한단다.

병원에 제수씨가 근무하고 있어서 올라 왔는데,

이미 내일 오후에 검사와 시술(혈관 색전술이라고 들었은데, 엔지오라 하든가?)스케줄을

잡아 놨고, 그래서 그 검사와 시술은 입원이 필요하고, 또 보호자가 필요하단다.

그리고 의사에 대해서, 또 이 병에 대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선

정확하게 물어 보고서는 검사를 하든지, 시술을 하든지 하란다.

나는 그런 위험성이나 시술을 생각한 것이 아니라, 간단한(?) 검사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당일날 의사와의 소통에 문제가 있었던 거 같다.

 

교수라는 의사는 올라오지 않았고, 젊은 의사가 와서 얘기를 나눈다.

입원을 한다는 것은 곧 이 검사와 시술을 뜻하는 것이고,

다른 검사는 입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지방의 병원에서도 의심소견이 있다는 것이었고,

그래서 정밀검사를 받아 보기 위해서 왔는데,

바로 위험성 있는 검사와 수술을 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젊은 의사는 교수선생님과 의논해 보겠다고하고 내려갔다.

 

그런데, 그보다도 이 병원에서 담당 교수라는 그 의사는 나 같은 환자가 오면

무조건 이 검사와 시술을 하자고 입원하라 하는 것으로 소문이 나 있단다.

다른 의사들은 이런저런 상황을 봐 가면서 쉽게 이 검사와 시술을 쉽게 하라고

권하지 않는데, 이 의사는 바로 그렇게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병원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이 선생에게 환자를 소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듣고 쉽게 이 시술을 받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또 오늘 아침에 아내가 오늘은 어디로 가냐고 물어봐서

오늘은 병원가서 입원해야 한다고 했더니,

그 먼곳에 가서 입원하면 자기는 가 볼수도 없다고 미리 못을 박고 나왔다.

그러니 보호자인 아내를 이 병원으로 오라 하기도 쉽지 않을 거 같다.

 

하루저녁 병원밥 얻어 먹고, 병원침대에서 자고,

그리고는 아무 소득 없이 내일 퇴원해야 할 거 같다..

 

그리고는 어찌할까?

대전에서 올라와서는 좀 차분하게 집에서 가까운 병원에라도 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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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29 19:18 2004/11/29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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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야옹이님의 [전임] 에 관련된 글입니다.

연말 노동조합의 선거가 꽤 많다.

공공연맹과 과기노조, 과기노조의 지부 가운데 여러곳에서도 연말에 선거가몰려있다.

또 대전에는 민주노총 지역본부, 민주노동당의 시당과 지구당에서도 선거가 있다.

 

공공연맹의 선거에는 세 팀이나 등록했고,

과기노조의 지부에서도 경선을 하는 곳이 여러 곳 있지만

과기노조 임원 선거는 세 차례나 공고가 나갔음에도 아직 후보자가 없다. 



2년 전에도 두어달 비대위 체제를 거쳐서 겨우 세명의 임원후보가 급하게 등록해서

6대 집행부를 구성했는데, 또 사람이 없어서 선거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연맹 선거에는 무려 세 팀이나 나와서 경선을 치르고 있고,

또 사업장별로 편제된 각 지부에서도 경선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왜 과기노조 임원선거에는 출마하는 사람이 없는 것일까?

 

우선 연맹의 입후보자들처럼 과기노조에는 해고자가 거의 없고,

또 단협이 쪼그라들면서 본부(또는 상급단체)로 내보낼 추가전임을 확보하지 못한 곳이

많다. 조합원이 수십명인 경우에 지부에 전임자 두고 본부로 또 전임자 추가로내보내겠다고 하면 사용자는 물론이고 조합원들도 쌍수를 들어 반대할 것이 뻔하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본부에서 전임을 할 수 있는 인원이 거의 없다.

 

둘째로는 소산별노조의 위원장은 단협 체결권도 가지고 있고, 4천명 조합원을 대표하는 임원들이라지만, 실제로는 아직도 기업별 노조의 운영형태가 그대로 남아 있어 사업장별로 지부장의 권한이 막강하다.

지부장들은 사업장내에서는 조합원들과 직접 소통하고, 조합원들의 불만과 의견을 모아서 사용자들과 협상하고 싸우는 권한과 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조합원들도 자기 사업장의 지부장과 간부들은 인정(?)해 주지만, 산별노조의 간부들은 외부의 투쟁(정부 등)이나 또는 활용할 가치가 있을 경우 불러서 쓰지만, 사업장내의 치부는 또 숨기려 노력한다. 그러니 본부의 임원이나 간부를 하려는 조합원이 거의 없을 수 밖에...

 

셋째로는 조합원들이 노동조합 전임자를 바라보는 시각에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 이건 간부들의 시각도 마찬가지다. 노동조합 전임을 몇 번 하면, 노조전임을 오래 한다고 비난한다.(노조간부는 선거때마다 항상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관료주의에 물들지 않고, 새로와 지기 위해서...) 그런데 또 노조는 전문성이 없다고 비난한다.(해마다, 아니   2년마다 한번씩 바뀌는데 무슨 전문성이나 일관성이 있을 쏘냐?) 그러니 능력 있는 노동조합 활동가를 만들기 어렵고, 전임을 하려고 나서지 않는다.

 

이런 것들보다 더 중요한 것은 88년 민주노조를 만든 이후, 또 과기노조 만든지 10년 동안 우리는 제대로 된 활동가들을 노동조합에 열정을 쏟을 조합원들을 만들지 못했다. 1-2년 간부 하다가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고, 그리고는 사용자가 되거나 악덕 사용자 노릇을 하는 경우도 보아 왔다.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된 활동가, 간부를 찾고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하면 전임을 하겠다고 나설까?

어떻게 하면 우리 과기노조에서도 임원선거를 경선으로 치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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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26 22:25 2004/11/26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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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파업...

from 단순한 삶!!! 2004/11/26 16:45

오전에 지부에 전화를한다.

"오늘 대전역에서 총파업 집회가 있는데 몇명이나 오실 거죠?"

"저랑 사무간사랑 2명..."

"간부들 더 오실 분은 없나요?"

"요즘 보고서 써야 하고, 바쁜 철이고..."

"............"

 

중앙위의 결의는 간부들의 파업이라고 했는데,

전임자만 집회에 참가하는 수준이 되었다.

 

대전역에 두시에 나갔는데,

1천여명이 모였다.

비가 흩날리는 가운데, 집회 간단히 하고,

30-40여분쯤 행진하고, 그리고 마무리 집회...

행진출발하면서 보니까

빨간 조끼를 입은 사회보험 노조는 꽤 많이 왔다.

언제 어디서나 투쟁을 확실하게 하는 노조다.

 

의무감에 치르는 투쟁처럼 집회를 마치고,

대전역으로 되돌아 와서 피씨방이다.

 

총파업을 파업처럼(?) 하기는 틀려 버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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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26 16:45 2004/11/2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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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 치고 벌써 보름이 넘었는데, 나는 겨우 사흘인가 나흘인가 잤다.

그리고 오늘 실무교섭에서 대부분의 교섭안이 정리되었다.

물론 우리가 바라는 만큼, 또는 그동안의 활동에서 따져보면

너무나 밀렸고, 너무 많은 걸 내주었지만,

그나마 노동조합이 살아 있는 상태에서,

그리고 공세적인 싸움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마무리할수 있다는 건 다행이다.



산자부에 너무도 많이 시달렸고, 또 우리 노조로서는 너무나 많은 것들을 잃었다.

그나마 지금상태에서라도 노조를 살리고, 그리고 다시 전열을 정비하고,

노동조합을 살려 나가겠다는 전략도 필요할 것이라 생각한다.

내일 본교섭을 열어 마무리하지 못한 한 조항을 협상해 봐야겠지만,

이로 인해 더 끌수는 없을 거 같다.

 

아직도 끝내지 못한, 그리고 여전히 정리되지 못하는 지부가 남아 있다.

지부마다 사정이 같지 않으니 남아 있는 지부는 또 어떻게 해야 하나?

 

그래도 싸움이, 단협이 끝나는 곳도 있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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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23 23:32 2004/11/23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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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불능...

from 나홀로 가족 2004/11/21 23:15

오랜만에 주말에 어디로 움직이지 않고,

집에서 개겨야겠다고 맘먹고 토욜 낮은 잘 버텼다.

낮에 잠간 소진로(소설가 김소진의 이름을 따 문인들이 일산 철길옆의 공원길을 소진로로

붙여 달라 했는데, 시에서 그렇게 하지 않은 모양이다. 그래도 산오리는 그렇게 부른다)로

산책나간 거 빼고는 하루종일 집에서 빈둥빈둥거리며(책보기, 음악듣기, 밥 챙겨먹기 등등) 잘 지내고 있었다.

 



저녁먹고 한참이나 시간이 지났고 애들과 아내까지 집에 다 들어왔는데,

(아내는 전전날 김장 담궜다고 피곤하다면서 오후에 들어와서 계속 잤구나)

전화가 왔다. 산오리한테 전화올 일 없는데, 아내가 받으라는 바람에 받았더니

동희가 있느냐고 묻고, 무슨학원이라고 했다. 그래서 동희한테 전화를 바꿔주었다.

부엌에 있던 아내가 갑자기 동희 방으로 가고, 학원을 갔느니 안갔느니 하는 소리가 들리고

아내가 전화를 뺏어서 뭐라고 통화하고....

그랬는가 싶었는데, 우당탕탕 뭔가 부서지는 소리가 나고 악다구니가 들려왔다.

놀래서 동희방에 들어갔더니, 아내는 벌써 동희 '풀스2' 손잡이를 들고 방바닥에 패대기를

쳐 대고 있었다.(순간, 아이구 아까워라, 저거 깨지면 돈푼이 또 들텐데..하는 생각.)

 

"학원안가고, 맨날 엄마한테 거짓말 하고,

 학원 안간다 하면 끊을텐데, 가겟다고 하고서는 왜 안가냐?

 그렇게 하려면 학원 다 끊고 학교에서 자율이나 하다 와라.

 애새끼들이라고 속만 썩여서 못살겠다. 아구 속터져..."

 

하튼 아내의 악다구니는 이런거였다. 언제나 레퍼토리도 일정하다.

결론도 항상 같다.

"아이구 웬수같은 새끼들...."

이 결론은 어찌도 우리 어머니가 우리 형제들 어릴적에 내린 결론과 그리도 같은지..

 

가만히 있다가는 사태수습이 안될 거 같았다.

안그래도 애새끼들 말안듣는 것은

산오리가 대전 내려가 있는 것 때문이라고 아내는 여기는데...

얼마전에는 저렇게 푸념을 늘어놓다가 산오리가 뭐라고 대꾸라도 했드니,

"그래서 가지 말라고 했잖아" 라고 당장 되받아 쳤었다. 대다할 말이 없었다.

 

몽둥이를 하나 찾아서(몽둥이도 그전에는 여러개 있었는데, 다 어디로 사라지고,

겨우 신발장 안에서 마루에 선 안보이게 붙이던 쫄대를 찾아서) 동희를 마루로 불러냈다.

"너 도대체 왜 그러냐? 왜 거짓말하고, 엄마 속을 썩이냐?"

".............."

"학원 가기싫냐?"

"아니..."

"네가 지금 몇살이냐? 고등학교 1학년이면 네할일 좀 알아서 못하냐?"

".............."

뭐 이런 몇마디 있었고, 첨에는 아내의 신경질에도 열이 받아서 정말 오랜만에

좀 두들겨패기라도 해야겠다고 매를 들었는데, 때리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왜 인지는 모르지만, 때려봐야 쓸모없다는 게 얼마전부터의 생각이었으니까...

여전히 대답도 없고, 때릴려면 때리라는 식으로 서 있는 놈에게 무슨 말을 하랴,,

 

풀스2  하던 텔레비전 철수, 풀스2 철수... 그리고 대충 마무리

 

아내는 조금 있다 한마디....

"매를 들었으면 따끔하게 때려야지, 한대도 못때리냐?"

"...................."

 

일요일까지 집에서 개기는 복은 없었나 보다.

막내동생이 애기를 낳았다고 해서

집에 가서 부모님과 함께 수원의 병원에 들러서 갓난애기 구경하고,

네째동생네 집에서 저녁까지 먹고 저녁 느지막히 집으로 돌아왔다.

동희는 머리 깍으러 나갔다가 산오리보다 조금 늦게 들어 왔다.

 

동희와 대화 시도..

"얘기좀 하자!"

동희는 컴화면에 마우스를 가지고 긁어대면서

"해."

"얼굴 좀 보면서 얘기하자!"

"듣고 있으니까 그냥 하라니까."

앉아 았는 의자를 돌려서 산오리를 마주 보게 한다.

"도대체 뭐가 문제 있는 거냐?"

".............."

"문제 있으면 얘기해라"

"아빠가 텔레비 가져 간게 문제지..."

"그야 엄마 속이고 게임만 하고 있으니까 엄마가 뺏은 거잖아. 아빠는 그동안 공부하란 소리는 안했는데, 이제 대학시험보려면 2년 남았는데, 맨날 게임만 하면서 엄마와 싸워서야 되겠냐? 엄마한테 얘기하던지, 이해 시키든지 하면 안되냐?"

"알았어..."

"@#$$%%^&*(()))__&&*@@@"

"응..."

"^&*()$$%%^%%&&##@@@@"

"응....한다니까."

 

소통도 대화도 안된다.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관계를 빼고 나면

40대 아저씨와 10대의 학생이 어찌 소통이 되겠냐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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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21 23:15 2004/11/21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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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행인님의 [본색이 드러나다...] 에 관련된 글입니다.

집안에서 가족이나 친척으로 만나는 사람들은 그런 모습으로,

학교에서 선배나 후배로 만난 사람들은 또 그런 모습으로

회사에서 일로 만난 사람들은 그 모습대로

온라인에서 만난 사람들은 나름대로 그려진 모습대로

차곡차곡 쌓여 있다.

 



당황하게 된다.

 

온라인에서 만나던 사람들이 오프에서 만나면 그렇게 된다.

그래서 산오리는 온라인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오프에서 보자고 하면

사실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내가 예상(상상)하고 있던 그의 모습이 있는데,

이것과 다르게 나타나는 모습에 실망하기도 하고,

또 거꾸로  나에 대한 모습도 마찬가지일테고...

그래서 온에서 만난 사람들은 그대로 온에 남아 있는게

더 아름다울 거란 생각도 해 본다,

그보다는 그의 모습과는 상관없이

내가 맘대로 그리고 있는 그의 모습이

그냥 항상 그렇게 희미하게 내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도

좋을 거란 생각도 들고...

 

그래도 어제 그 주점에서

복잡함속에서, 그 시끄러움 속에서

정신없이 이사람 저사람 만나서

손잡고 인사하고, 얼굴 새기려 노력해 보고...

재밋는 오프였네요.

 

한 번 얼굴 보는 것으로 오히려 '본색'을 밝히지 못했기에

좀더 많은 기대와 아름다운 모습이

여전히 남아 있을 거란 기대를 해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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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20 15:08 2004/11/20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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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접근할수 있는 안을 가져 오라 했는데, 사측은 움직임이 없다.

그러니 예정된대로 파업투쟁 출정식과 삭발식을 거행했다.

위원장과 지부장 두 사람이 삭발을 했다.

두 동지의 삭발을 바라보면서, 아무런 감흥이 일지 않았다.

원래 무감각한 산오리의 감성이라지만,

그래도 요즘 들어서는 유행가 가사를 들으면서도 눈물이 날 것같고,

시덥잖은 가족이나 친구얘기가 라디오에서 나오면 코끝이 찡했는데...

 



오래전에 노동조합에서 파업을 앞두고 지부장(위원장)이 삭발을 하면

흰 천에 '파업투쟁 승리' '결사투쟁' 등이라 쓰인 밑글에다

그 잘라낸 머리카락을 한올, 한줌씩 테이프로 붙이면서 눈물을 흘렸다.

정말 눈물이 나왔고, 여성 조합원들은 엉엉 소리내어 울면서 잘라낸

머리카락을 한줌씩 들고 나가서 붙였다.

 

일주일이고 열흘이고 단식하는 동지가 있으면

정말로 죽는 줄 알았다.

그 단식농성장에 가서 정말 가슴메이게 숙연하기도 하고,

뭔가 할말이 없어서 그저 묵묵히 앉아 있다 돌아 오기도 했다.

요즘에 열흘 단식하면 경찰들도 그런단다.

"40일 단식한 사람도 많은데,,,,그거 가지고...."

경찰 뿐만 아니라, 나도 우리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파업을 한다 해도, 마찬가지다

1백일 파업한 것은 어디가서 말도 꺼내지 말고,

1년 동안 파업한 것 가지고는 명함도 내밀지 말라는 말을

우리 스스로 너무 자연스럽게 한다. 그리고 수긍한다.

그러니 어떻게 감동을 느낄 수 있으랴...

오늘 집회에서 잠간 발언을 한 동지는 140여일 파업한 와중에

열흘(보름?)동안 단식한 노조위원장을 수갑을 채워서 끌고 다니다 유치장에 가두었단다.

열흘동안 굶은 강아지가 있다면 그 강아지 발 다 묶어서 질질 끌고 다니지는 않았겠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도, 우리도, 우리의 적들도 자극에 대해 무디어져 가고 있다.

엄청 무디어져 버렸다.

적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기본적인 인간성마저 잃어 가면서

나는 정말 무엇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 

 

*** 가만 생각해 보니 오늘이 11월 18일이다.

      이제 한달 후면 이 고민도 사라질까?

      사라지지는 않더라도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는 말처럼

      보이지 않음으로 해서 나는 좀 더 인간적일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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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18 21:40 2004/11/18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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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교섭하겠다고 해서 열심히 전향적으로 해서 10개 안쪽으로 중요한 것만

남겨 놓으면 본교섭 열어서 정리하겠다고 했고,

그래서 지부에서는 딱 8개 조항을 남겼다.

내용상으로는 7개 조항을 남긴게 맞다.

 

 



점심시간에 천막에 모인 조합원들이 오늘로 교섭이 마무리되고 끝날 것처럼 얘기하고 있었다. 마무리 이후에 무엇을 어떻게 하고, 부족한 것은 어떻게 메우고, 조합을 다시 정상적으로 만들고....

남아 있는 조항들이 쉽게 끝나지 않을 텐데 이상하다 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 산오리도 그러면 좋겠다는 기대를 가져보기도 한다.

오늘 마무리한다면 그거와 왔다지.

 

교섭에 들어가서 미합의 조항을 서로 확인하고,

서로의 요구안과 당위성을 설명하고,

수정안을 서로 내고, 몇 차례의 정회를 하고...

그리고 밤 9시에 마지막으로 교섭회의를 열어서

더이상 진전이 없어서 그만하고, 상대방의 안에 근접된 안이 있으면 교섭요청을 하는 것으로 정리하고 끝냈다.

그렇게 교섭해서 낸 결과물은,

1개조항은 잠정합의가 가능한 수준으로.

그리고 6개 조항은 여전히 의견차가 큰 채로 그대로 남았다.

 

교섭은 어디서나 쉽지 않다.

더구나 산자부의 탄압을 직접 받고 있는 산자부 산하기관인데야 말해 뭣하랴...

120여개 조항 가운데 110여개를 하향조정해서 내주고도 교섭이 마무리 되지 않는, 

그런 교섭을 하고 있다.

 

어쩌랴, 노동자가, 노동조합이 할수 있는 최후의 발악(?)을 해 보는 수밖에...

붙어보는 것이지....

 

**** 오늘 세번째로 천막에서 자야 하는데,

       아! 천막은 정말 너무 지저분하다.

       돼지 우리 수준?

       같이 잠자는 우리노조의 국장은 '깔끔떠는 인간이 없어서'란다.

       그런 거 보면 산오리도 제법 깔끔을 떠는 편인데,

       귀찮다,

       돼지우리 같은 곳에서 돼지처럼 잠자기로 하자...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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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16 22:12 2004/11/16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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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좀 보내달라고 두꺼비한테 문자 보냈더니 소식이 없더니,

그래도 사진기를 가져갔던 '쫑이'씨한테는 블르고 찾아서 사진 올리라고 얘기한 모양이다.

사진 어떻게 올리느냐고 전화가 왔는데, Guest Book에 올려 달라 했더니 사진 올리는 거 없다면서 본인의 블로그에 올릴테니까 퍼가란다.

블로그에 들어갔더니 오늘 처음 만들고 달랑 이 사진들만 올려 놓았다.

사진 보내라고 해서 억지로(?) 블로그까지 만들고 사진 올린 것도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게 성화를 부려서라도 사진을 받아서 보니, 다시 가고 싶은 생각이 드네.



구름다리에는 바람도 많이 불었구나..


오가는 사람들 붐벼서 구름다리 위에서는 같이 찍지 못하고,

일행이 함께...아버지와 세딸들...

산을 올라가는 것도 날이 갈수록 힘들어 진다...ㅋ

도봉산의 오봉보다 멋있는 봉우리들이 나란이 서 있었고,


그 아래서 사진도 찍었다.. 배경이 멋있을 거라면서...

이런 그림들이 오른쪽에도 왼쪽에도 좌-악 펼쳐져 있어서 내내 입을 다물지 못했는데..

왼쪽이나 중간의 그림들은 별로 못찍었나 보구나..

억새밭의 억새는 절정기가 지났지만, 그래도 햇빛에 하늘거리는 억새꽃은 아름다웠다.




억새꽃에 꽤 어울리는 모습으로..

큰 딸은 사진으로 봐도 이쁘네...


사진 찍던 두꺼비는 앞으로 넘어질 거 같더니...


도갑사쪽 계곡에는 아직도 단풍이 꽤나 남았더라...


단풍보다 아름다운 청춘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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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15 16:20 2004/11/15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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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현근님의 [도장찍고 왔습니다...] 에 대한 트랙백 입니다.

5.1절과 노동자 대회는 전야제와 본대회를 꼭 가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붙잡혀서

참가하다 보니, '도장찍고' 온다는게 적절한 표현인 거 같기도 하다.

그래서 인지 토요일과 일요일은 별다른 일도 생기지 않고 또 무슨 약속이나 일이

생긴다 해도 당연히 안가거나 취소하는 것으로 정리해 왔다.

이번 토요일도 별일(?) 없어서 5시에 민중대회에 가고 그리고는 동국대에 전야제,

그다음날 사전대회와 본대회,,, 이렇게 참석하는 계획을 세웠다.



대구에 사는 박성옥이 토요일 서울에 오니까 얼굴이나 보자는 것이었다. 물론 산오리뿐만 아니라 같이 만나왔던 친구들 몇이 보자는 것이었고, 다들 전야제 간다니까 동국대 앞에서 만나자는 것이었다. 시간은 4시쯤... 그러자고 했다. 다만 민중대회 갔다가 가면 좀 늦을 수 있으니까 다른 친구들 만나고 있으면 7시쯤 가겠노라고 했다.

 

그러고 나니 또 전화가 왔다. 김승호가 전화를 했는데, 오창근 아버님이 돌아가셔서 아산병원에 계시는데, 토욜 저녁 7시에 친구들 같이 만나서 문상하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알았다고 했다. 친한 친구 아버님이 돌아가셨는데, 어찌 노동자대회 땜에 못간다고 할 것인가? 그러자고했다.

 

그리고 토욜에 어떻게 했나? 오후 2시에 집을 나서서 4시가 넘어 병원에 들러 문상을 하고, 6시에 동국대 앞에서 대구에서온 친구와 다른 몇명의 친구들이 만나서 저녁을 먹고, 9시가 넘어서 동국대로 올라갔다. 그러니 민중대회는 못갔다. 그러니 좀 자유롭게 움직인 편인가?

 

전야제에 우리 노조는 거의 전멸...지부장 두명, 조합원 너댓명, 그걸로 끝이었다. 술라와 바다소녀와 마돈나와 최종두와  11시가 되서 주점에 가서 소주를 몇 잔 마셨다. 그리고1시가 넘어서 학교를 나와 술라네서 잠들었다.

 

본대회는 느지막히 종로로 나와서 공공연맹 사전결의대회, 그리고 본대회.... 2시부터 6시까지 꼼짝 못하고 그놈의 종로통에 앉아서 연설듣고, 노래 듣고, 연설듣고, 노래 듣고...로보트처럼 앉아 있었다. 그판에 소주 까서 마시지 않는 조합원들이 어쩌면 바보이고 멍청한 것이지. 조합간부들이, 조합원들이 얼마나 착한 로보트들이라고, 그렇게 너댓시간을 같은 자리에 앉혀 놓고 설교하고, 또 노래 들려주고... 그렇게 하는지.. 산오리도 몸 상태가 좀 좋았으면 아예 2시부터 술이나 먹고 앉아 있던지 했을텐데.. 몸도 별로 따라 주지 않는다.

그리고 왜 행진도 없는 것인지... 정권이 그 종로통에 우리를 가두었는지, 우리가 스스로 그 좁은 도로에 갇히기를 원했는지... 모를일이다. 그렇게 6시가 다되어 갈즈음에 대회는 끝났다. 공무원들이 어디로 가서 파업투쟁을 벌인다는데, 그곳에라도 따라가서 파업분위기라도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서라, 말어라 하는 소리가 내몸뚱아리에서 들려온다.

 

그렇게 2004년 노대도 지나갔다.

 

나는 민주노총 위원장의 '파업명령'을 얼마나 이행할 수 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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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14 22:03 2004/11/14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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