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꿈

2007/09/12 05:01

(더이상 이런 얘기는 쓰지 않으려고 했는데, 워낙에 꿈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남기고 싶었다.)

 

오늘 낮에 몸이 안좋은 것을 핑계로 낮잠을 자다가, 두가지 꿈을 꾸었다.

 

첫번째 꿈 #1.

 

내가 그 친구와 함께 손을 잡고 시냇가 옆을 걷고 있었다.

그 꿈의 상황은, 아마 헤어짐을 예비하고 있는 상황인듯했고 그래서인지 나는 예민하고 슬퍼져있는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손을 잡고 정답게 걷고 있었고,  그 상황에 있어서만큼은 현실의 어떠한 너저분한  조건

과 체면이 개입되지 않은 채로 그 친구와 나 둘다 어린아이처럼 순수해져있는 모습이었다.

 

그 친구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을 꺼냈다.

 

' 우리 앞으로 한번도 못볼 걸 생각하니까 좀 섭섭하다. 짐 무거운거 너 혼자 들기 그렇지?

혼자 못들겠으면 나 부르고....'

 

그 얘기를 듣자 나는 대답했다.

 

' 뭐 언제는 싫다면서 뭐가 서운해? '

 

그러자 그 친구 얼굴을 정색하며 어두운빛을 띄며

 

' 내가 싫다고 말한적은.... 없어.'

 

그러자 내가 감정이 복받쳐서 흐느끼며 소리를 쳤다.

 

' 애정관계에 있어서는 결국 싫다, 좋다 둘중에 하나만 있는거지 중간은 없어!  

단지 이유를 자신이 설명하지 않을 뿐이지, 좋아하지 않을때는 싫다고 느끼는 이유를 마음

속으로는 다 느끼고 있는거야. 싫다고 명시적으로말만 못할뿐이지, 좋아하지 않고 묵시적으로

가만히 있는것은 결국 싫어한다는 것이나 같아!

 

그러자 그 친구 약간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 너의 그런 이분법적인 태도가 관계에 문제를 만든다는 생각은 안하니?'

 

 

 그리고 그 뒤에는 내가 계속 울었던 것 같고,

 

어떤 대화를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고, 계속 손을 잡고 걸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 걷는동안 옆의 시냇물이 정말 세차게 콸콸 흘러가고 있었다.

 

마치 폭포가 쏟아지는 듯이 시원하고 계곡의 물소리처럼 청명한 소리를 내며 흘러가고

 

있었고 그 친구도 나도 이별에 관한 대화를 나누어 우울해졌어야 할 모드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그 힘차게 흘러가는 시냇물의 소리에 힘을얻은듯 그저 다른 아무것도 생각할 필요없이

 

앞만 바라보며 걸었던 것 같다.

 

 

 

두번째 꿈#2

 

두번째 꿈에서는 전쟁이던지, 무엇때문인지  큰 난이 벌어져서 다들 피난을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나는 가족들과 이모(?) 그리고 초등학교때 내내 짝이었던 장난꾸러기 남자애(?) 와 강에서 짐

 

꾸러미를 머리에 이고 이제 피난을 가기 위하여 강위로 흘러갈(?) 만발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모 왈

 

 

' 지금 가면 안늦어~ 빨리 가자!'

 

(다들 웅성웅성)

 

 

그런데 나는 무엇을 놔두고 온듯한 느낌이었다. 그게 내 소지품인지, 그리운 사람인지

 

무엇인지는 알수 없었다.    꿈속에서는 그때 내가 피난을 떠나면 매우 안전하게 피할 수 있지만,

 

지금 가지 않으면 다시는 출발할 수 없는 듯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나는 무언가인지 모르지만 절대 그것을 놔두고 갈수는 없을것 같았다.

 

' 나는 지금 못가겠으니 먼저가세요'

 

라고 이모에게 말했다.

 

그리고 그 내게 남겨진, 내가 찾아야 할것이 무엇인지 확실치는 않지만 저 멀리에 보이는

 

숲인지 성인지 모를 미지의 곳으로 강에서 물을 헤치고 나와 올라갔다.

 

----------------------------------------------------------------

 

 이 꿈 두개를 꾸고나서 마음으로 너무 그리워졌다.

 

그리워서 잠자리에서 일어나고싶지가 않았다.

 

바로 옆에 늘 함께 있는데 내가 찾아 헤메었던 것 같고

 

그래서 바로 옆집으로 가면 불러낼 수 있을것만 같았다.

 

헨드폰을 정지해둔것이 다행인게

 

어쩌면 너무 그리움에 온몸이 익어서 전화라도 두들겨서 혼자 감상에 떠들려

 

헛소리를 지껄였을지도 모르겠다.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것만큼 황당

 

한게 없을게다)

 

 글쎄,

 

 교통사고라도 나서 온몸을 못쓰도록 크게 다쳐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적도 있고

 

알고보니 너 역시 비겁한 인간이라고 경멸하기도 하였으나

 

그것이 나의 마음 100%를 차지할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내 꿈속에서  나와 함께 손을 잡고 걸었던 그 소년같은 모습에 대한 그리움은

 

내가 이성과 의식을 무방비 상태로 놓고 그저 가만히 나의 느낌에 순응하는 상태가되면

 

안개처럼 피어올라 나의 마음을  메워버릴수밖에 없다.

 

나의 그런 그리움은 매우 허상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사실 현실의 그 친구에게 있어서 내가 꿈속에서 본 것같은 그런 모습은 착각일수도

 

있고, 결국 현실에서 길러지고 타협하며 어느새 목이 굵어져버린 30대의 남자의 모습이 사실

 

은 그의 본 모습일수도 있겠다.

 

 

 그러나 어차피 나의 시선이 얼마나 잘못된 초점이든,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것은

 

결국 내가 바라보던 그 한 면만을 바라본다는 것이겠지.  

 

 

힘들때면 언제든 짐을 들어주겠다고 씩씩하게 말하던 소년은

 

눈을 뜨고 정신을 차려보면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아

 

결국 나의 머리를 병신같이 짓찟고 으깨버리는 냉소로 남았을 뿐이지만.

 

 

............ 그리고 잠기운이 깨면서 다시 현실을 인식했다.

 

 

 

 

그리고 오래전에 내가 알던 다른 이의 블로그에 아주 굉장히 오랜만에 들어가보았다.

 

그가 몇년전에 올린 짧은 일기들을 보며

 

 내가 그의 마음을 아주 아프게 했던 것이 생각났다.

 

그리고 그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나서 나도 아팠던 것이 생각났다.

 

아팠지만 그에게로 갈수 없었기에 괴로웠던 그 느낌이

 

생생하게 살아났다.

 

그의 조용했던 말투, 피부의 체취, 얼굴을 보면 느낄 수 있었던

 

 오롯이 무공해로 순수하기만했던 그의 마음이 생각났다. 

 

괴로웠지만 참기가 힘들었고  아마 그 친구는 더 했을 그 시절.

 

 광화문 뒤편을 느리게 걸어올때 무척 세상이 휘청거렸고

 

감당하기 힘들게 휘둘리고있어서 오직 살아 ' 있기만' 했던.

 

지금은 그에게나 나에게나 그건 다 지난 일이고

 

이제는 아마 그 정도 일에 그렇게 아프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서투르고  우스꽝스러운 선택의 연발이라 지워버리고 싶은 일일지도.

 

그렇지만 오직 그 '기억' 때문에

 

그의 글을 보고

 

 ' 기억'이 생생하게' 아직도 느껴져서

 

나는 울었다.

 

두번째 꿈에서처럼, 나는 현실에서는 모두 놔두고 떠나야 하지만

 

만일 생의 마지막 순간이 된다면 무엇을 끝까지 놔두고

 

떠날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절대  놔두고 떠날 수 없어 강물을 헤치고

 

나와서 다시 성으로 찾으러 들어갈 그것은 무엇인지.

 

져버릴 수 없는 기억은 허상이고 집착에 불과할 지 몰라도

 

모두 지나간일이지만

 

그 옛날의 일이나 지금의 일이나

 

여전히 나를 생생하게 지배하여

 

그 두개가 겹쳐져 나를 눈물흘리게 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TAG

Trackback

Trackback Address ::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

Comments

  1. 혜정 2007/09/12 12:02

    나도 요즘 비슷한 패턴으로 반복되는 꿈 때문에
    밤이 아주 괴로운데,
    그 여운이 남는 아침은 더 괴롭고,

    perm. |  mod/del. |  reply.
  2. 오징어땅콩 2007/09/12 23:00

    무의식속에 뭐가 있길래 그리 괴로운 꿈들을 꾸는 것이요...?

    perm. |  mod/del. |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