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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숙
2008년 11월 출장유보로 시작한 우리들의 투쟁이 해를 넘겨 오늘 여기까지 왔습니다. 어느 투쟁가요 가사처럼 우리에겐 신념과 의리로 뭉친 죽음도 함께 하는 동지가 있기에 지금 이 자리에 같이 있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노동조합을 시작해 몇 번의 투쟁이 있었지만 이번투쟁만큼 길었던 적이 없었기에 하고 싶은 말도 참 많은 것 같습니다.
먼저 왕창 바가지를 쓰면서도 설익은 쌀로 만든 김밥을 맛있다고 먹어준 여러분께 이 자리에서 고맙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새벽 4시가 되면 손에 바리바리 솥단지며 야채를 들고 우르르 몰려 눈곱도 떼지 않은 채 김밥을 말던 생각이 납니다.
어느 날은 짜고 또 어느 날은 밥알이 뿔뿔이 흩어질 만큼의 된밥이라 넘어가지 않는다고 투덜 되면서도 맛있다고, 잘 먹었다는 말로 힘을 실어준 조합원 여러분 고맙습니다.
여러분의 따뜻한 말에 힘이 나서 사실 조금은 힘들겠지만 김밥을 말면서도 힘이 났고 이른 시간 회사로 싸 들고 가서 팔던 조합원도 힘이 났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눈물 나는 김밥을 우리 투쟁이 끝나 웃을 수 있는 날엔, 밥알 하나하나에 행복을 담아 여러분과 다시 나누어 먹었으면 좋겠습니다.
출장유보가 되고나서 참 앞이 캄캄해졌을 때 친구랑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스스로 직장을 떠나는 한이 있어도 이렇게 쫓겨나듯 직장을 그만두고 싶진 않노라고... 지금은 그 마음이 더 커져 오기가 발동하였고 누가 먼저 지쳐 나가떨어지나 두고 보자는 마음이 더 커져 가는 것 같네요.
난 아직 젊은데, 갈 곳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에 컴퓨터로 구인난을 뒤져본 적이 있었습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고 하지만 우리 직업 특성상 우린 우물안 개구리인 것 같습니다. 벌어놓은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남들보다 뛰어난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닌 전... 남들도 모두 가지고 있는 건강한 몸뚱아리 하나로 경쟁자들을 뚫고 들어가기엔 나이가 너무 많았습니다.
돌이켜보면 노동조합이 생기고 단협이 만들어져 지금까지 일을 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노동조합이 있으므로 우린 힘을 하나로 뭉칠 수 있었고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었기에 말입니다. 왜 이번 싸움에서 힘이 들고 시간이 걸릴지라도 이 싸움을 계속해 내 직장을 지켜야 하는지 전 이번 겨울에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일이 있으므로 힘든 시간을 이겨낸 적이 있는 저는 쉬면서 튀어나온 뱃살도 빼고 기본적인 생활비도 충당하고 또 바쁘게 지내다보면 이 투쟁이 짧아질거란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으려고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하고 자리를 찾아봤지만 갈 곳이 많지 않았습니다.
전 나이를 속이고 최대한 멋을 내고 어느 곳에 면접을 보고 시간당 오 천 원짜리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조합에 양해를 구하고 또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시작한 아르바이트에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야간수당도 붙지 않는 저녁 5시에 시작해서 새벽 2시까지 일을 하면 하루 4만원을 받습니다. 이 4만원이라는 돈이 이렇게 큰 줄 몰랐습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참 많은 생각이 납니다. 이건 정말 못할 짓이구나. 사람구실을 못하는 구나. 이른 새벽 별을 보고 출근을 하더라도 또 달을 보고 퇴근을 하더라도 내가 하던 일이 절실했습니다. 그렇기에 난 이 투쟁이 힘들더라도 시간이 뒷걸음치더라도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동지 여러분
짧은 시간이었어도 저는 느꼈습니다. 차가운 시멘트바닥에 앉아 투쟁가요를 부르고 길거리 밥을 먹는 한이 있어도 우린 해야 한다는 것을. 우린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여러분보다 한 발 앞서 바깥세상을 구경한 사람의 마음입니다. 모두 많이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앞에서 이끄는 쟁대위, 뒤따르는 선후배 여러분. 조금만 더 힘을 내야하지 않을까요. 우리 밥그릇을 찾기 위해, 조금 더 안정된 내 가정을 위해, 또 커가고 있는 내 자식을 위해, 가장 큰 목적인 나 자신을 위해 여러분 힘냅시다. 우린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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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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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힘냅시다. 여러분의 투쟁은 결코 여러분만의 투쟁이 아닙니다. 이땅을 살고 있는 수많은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지요. 어떤 결말이 나든 우리 투쟁이 정당하고 아름답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거예요부가 정보
비밀방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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짹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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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아 네가 발언 할때 눈물이 났었다 아르바이트와 투쟁을 열심히 씩씩하게 하는 너의 모습이 참으로 휼륭하고 아름답더라 우리모두 힘내서 희망이란 씨앗을 뿌리자구나부가 정보
88캐디는 투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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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읽어도 눈물이 나요... 조합원들 현장발언 하나하나가 제 가슴에 살아숨쉽니다. 우린 분명 이길 것입니다. 힘냅시다- 총무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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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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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매일 힘들어 하면서도 알바하며 투쟁하는 친구들을보면 정말 대단한것같습니다. 여러분 모두 힘내세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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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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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알고 계시죠? 당신의 계획속에 우리의 투쟁이! 승리야 당연하지만 지루한 일상은 이제는 내려놓고 싶습니다. 당신의 약속은 현금이 아니라 약속어음인걸,, 그약속어음 이제는 현금으로 주실수 있겠죠 속히!!!부가 정보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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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하나님 감사해요 속히 이렇게 로또복권으로 우리에세 희망을 주신 주님께영광과 찬양을 모두드립니다.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