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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Feb.2016 :: 창피함

아직 나는 겁쟁이고, 여전히 서툰 멍청이다. 사람 좀 볼 줄 아나 싶었지만 한참 멀었다 하하하. 내가 한방 먹었다고 쓰는 글이긴 한데 좋게 말하면 나는 쉽게 믿고, 쉽게 실망한다. 쉽게 좋아하고, 쉽게 미워하는데 문제는 오래 미워하질 못한다. 대체로 온정이 넘쳐나시는 바람에 내가 본 좋은 것 요만큼은 끝까지 믿는다. 그래서 언제나 누군가를 포기하질 못 해왔다. 어우 등신. 고 작은 희망은 마치 산타같은 걸지도 모르는데. 그치만 사람을 믿지 않으면 대체 무슨 힘으로 이 세상을 계속 살아간단 말인가.

 

여성주의에 대해 말하고, 남성중심주의를 비판하는 남성은 얼마든지 배반적 태도를 취할 수 있단 글을 페북에서 스쳐보게 됐다. 입 밖으로 어떤 말을 하고, 어떤 모습을 보이려고 하는 가와 실제로 사람을 어떻게 대하고, 어떻게 관계 맺고 살아가는 가 사이의 괴리가 적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진짜 좌파는 주변 사람에게 따뜻하지 않을까. 관계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까. 알란 릭맨이 죽었을 때, ㅈㅋ랑 나랑 왠지 밑도 끝도 없이 그 사람을 칭찬했다. 아무런 근거도 없었지만, 좌파였으니까? ㅋㅋㅋㅋ 50년만에 혼인신고를 했던 게 죽음을 앞두고 였다니. 여튼 좋은 사람이었을 것 같았다 왠지. 

 

근 몇년 간의 내 인생 목표가 말하는 거랑 다르게 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이었는데. 내가 생각하고 말하는 대로 사는 것. 내가 사는대로 생각하고 말하는 것. 공과 사를 분리하지 않는 것, 입만 동동 뜬 사람이 되지 않는 것. 

다들 그렇게 살면 좋겠다. 창피하지 않은 삶. 부끄럽지 않은 삶. 적어도 그 창피함의 무한루프에 빠지지 않는 것 정도. 어린왕자에 나오는 주정뱅이의 말을 이젠 이해하는 주정뱅이가 되긴 했지만, 그게 삶의 태도가 되어버린다면 너무 고통스럽지 않을까.  

술을 먹어서 창피하고, 창피해서 다시 술을 먹고, 그래서 또 창피하고. 그 루프를 하나는 끊어야 탈출할 수 있을텐데. 우선 술을 먹지 말던가, 창피해하지 말던가ㅋㅋㅋㅋㅋ 내 삶을 그대로 두고보지 못하고 계속 부끄러워하는 것은 얼마나 힘들어. 그럼 부끄러워하지 말던가 그러질 말던가. 물론 언제나 실패하고 말거다! 맘 먹은대로 살 수 있을리가 없잖아ㅋㅋㅋ

하지만, 그래도 맘을 먹고 해보는 거지. 그리고 안 되면 앞으로는 또 안 그러려고 하면 되지. 라는 이런 낙천적 태도를 기반으로 한 사고이긴 하다. 

(사실 난 요즘 창피함과 부끄러움에 다시 아ㅡ 자살해야지 라고 중얼중얼 거리는 나날을 보낸다 젠장ㅋㅋㅋㅋ 뭐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지겠지...ㅋㅋㅋㅋ 탈출해야지 어서... 팔목을 보며 진정하려 노력중이다.

 

물론 이 모든 것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은 자기합리화를 잘 하는 걸 말하는 게 아니라는 것. 

정신승리만 잘하면 되는 게 아니라 어쨌든 몸을 마음을 움직이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거지.

 

그리고 그럼 내가 뭘 어쩌고 싶은 건지. 뭘 하지 않아야 하고, 어떤 행동이 나를 힘들게 하는 건지 잘 파악해야 할텐데, 그게 늘 참 귀찮다. 들여다 봐야 하니까. 들여다 보기는 언제나 힘들고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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