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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Mar.2016 :: 죽음과 삶, 애도와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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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태어나는 것 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몰리고 몰려서 도달한 죽음은 그렇지 않다. 09년 이후로 자신이 없어졌고, 우선 눈을 돌렸다. 하루가 지나고 확인했다. 세상의 구성원으로서 밀리고 밀린 사람들을 부여잡지 못한 죄가 없다 말할 자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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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2주기가 다가온다. 마음이 하루하루 무겁다.

그 때도 내 죄라고 생각했다. 내 죄라고 말할 순 없지만 내 죄가 없다고 말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 나라를 이렇게 되기까지 적당히 눈감고 살아왔던 내가.

 

내가 좋아하던 권나무가, 4/16, 17 양일간 2집 발매 콘서트를 한다고 한다. 맘이 괜히 복잡했다.

세월호 추모 앨범 '다시, 봄'에 실린 노래로 올해 대중음악상을 받은 그는 콘서트를 한다.

괜한 기대였나. 분명 열릴 것인 집회에 그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공연을 하든, 행진을 하든,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음에 대한 분노와 잊지 않았다는 무언가를 책임 회피와 어영부영 지나가기만을 기다릴 저들에게 보여주는 그 날이니까.

잊혀졌던 것에 노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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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을 하고 있을까.

죽지 못해 산다는 우스갯소리.

새싹을 보며 느끼는 기쁨.

옷이 발송되서 느끼는 기쁨.

맛있는 음식을 해 먹으며 느끼는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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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드 새싹이 너무 예뻐서 온종일 틈이 날 때마다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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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을 붙들고 웃고, 혼자 종알거렸다.

정작 키워야 할 게 옆에 있는데 내가 덜 힘든, 더 좋은 것만 키운다. 나는 동물 키우기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혹은 나는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마음이 이런 거겠지. 새싹은 나를 힘들게 하지 않는다. 일방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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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맛있는 것들을 먹었다.

내일은 아침에 사과를 갈아먹어야지라고 결심하고 잤다. 그리고 진짜 먹었다.

망좋에서 받아온 치즈가 내일까지라 냉동실에 있는 떡국떡을 데쳐 양파, 파프리카를 볶아 올려 치즈를 얹어 먹었다.

다 너무 맛이 좋았다. 그 맛있음이 너무나 기뻤다. 나의 기쁨은 너무 쉽고 잘 온다. 슬픔보단 기쁨이 가깝다. 

욕망과 욕망과 욕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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