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6시에 일어나 짐을 꾸리고 1층으로 내려가니 한 친구가 기다리고 있다. 가까운 거리에 버스 터미널이 있다. 내가 탈 7시 출발 버스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저쪽에서 코끼리 한마리가 어슬렁거리며 걸어온다. 그위에는 안장하나 없이 갈고리 같은 거 하나 들고 사람이 타고 있다. 코끼리 아침 산보 시키는 거 같다.

 

2.

내 자리는 25번이다. 7시 10쯤 차가 출발한다. 외국인은 나 혼자다. 9시쯤 차가 휴계소에 선다. 각종 풀들과 함께 먹는 국수를 먹었다. 2000리알을 주니 1000리알만 받는다. 이렇게 조금 시골만 가도 순박해진다.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10시 30분 휴게소에서 파인에플 작은 거 한 봉지 얼마냐니 2000리알이란다. 프놈펜에서도 600이면 되는데 2000이라니 기분이 좀 나빠진다. 여행을 하다보면 이렇게 생각이 단순해진다. 우리는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의 일들을 미리 끄집어내 고민하느라고 불행해진다. 미래는 고민할 것이 아니라 꿈꾸어야 한다.

 

3.

1시가 좀 넘어 씨엡립 터미널인가에 도착했다. 여기가 씨엡립의 어디쯤인지 가늠이 안된다. 내리기도 전에 여관 오토바이 툭툭이 등 각종 호객꾼들이 장사진을 친다. 내리니 서너명이 집요하게 따라붙는다. 일단 정신을 좀 차리자. 매점 의자에 앉아 맥주 한 캔을 사서 먹었다.

남은 둘에게 얼마냐 물으니 10불과 7불이라나. 사람 잘 못 골랐다. 미안하다고 하고 배낭매고 나오는데 한 오토바이 친구가 명함을 내민다. 파퓰러 게스트하우스다. 여기 3불짜리 방이있다. 오케이하고 이 친구 오토바이 뒤에 탔다.

 

4.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데 앞에 운전하는 친구가 여기 친구있냐고 묻는다. 처음 오는 곳에 친구가 있을리 없다. 그냥 가는데 한 오토바이가 따라 붙는다. 캄보디아 넘어올때 국경에서 만난 광저우 아줌마 둘이 나를 알아보고 쫒아온 것이다. 자기들은 도쿄 게스트하우스에 묵는데 여기 괜찮단다. 난 오늘은 파퓰러 하우스에서 묵어야 한다고 말했다. 내가 저녁때 그쪽으로 가겠다고 하고 명함을 받고 헤어졌다. 세상은 넓기도 하고 좁기도 하다.

 

5.

파퓰러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다. 3불짜리 방은 없고 5불짜리 더블방으로 안내한다. 이해도 간다. 호객한 오토바이 운전수에게 수수료 줘야하는데 첫날은 좀 더 써라는 의미다. 방은 깔끔하고 화장실도 안에 있다. 체크인을 하고 2층 레스토랑에서 피자와 과일쉐이크를 시켜 먹고 5시까지 잤다. 밖으로 나가 도쿄 게스트하우스를 찾기 시작했다. 명함뒤의 지도가 꽤 난해하다. 이리저리 해메다 결국 한 사람에게 물어 방향을 잡았다. 주택가 뒷 골목의 조용한 곳이었다. 아줌마들을 만났다.

 

6.

앙크로 놀랍단다. 원더풀, 원더풀 이란다. 3일짜리 티켓을 끊었는데 내일이 마지막이란다. 티켓 끊은 날 저녁에는 무료로 가 볼 수 있단다. 오늘 오토바이 운전해준 캄보디아 친구가 아주 굿이란다. 바로 옆에 집이 있는데 나보고 같이 가 보잔다. 좋다고 하고 따라 나서는데 정말 바로 옆 집의 1층 원룸이다. 일본을 동경하는 일본인 친구 사진과 프린트 물이 죽 붙어있다. 인사를 하고 내가 열흘쯤 머무를 것이라 하니 나보고 얼마짜리 숙소에 묵고 있냐고 물어본다. 내가 3불짜리라 하니 그럼 30불에 자기 집에 묵으란다. 내가 그래도 괜찮겠나고 하니 자긴 좋단다.

 

7.

광저우 아줌마는 숙소로 들어가고 캠랑이라는 이름의 이 친구와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캠랑의 오토바이 뒤에탔다. 가까운 캄보디아 식당이다. 볶음밥을 먹었다. 호텔에서 일한단다. 내가 과일주스 먹자고 하니 자기가 아는데가 있단다. 식당을 나와 잠깐 캠랑이 일하는 호텔에 들렸는데 하루 밤 숙박료가 제일 싼게 340달러란다. 이름이 라플레스 그랜드 호탤 앙코르인데 씨엡립에서 최고 수준이다. 1000달러 넘는 로열스위트룸도 있단다.

 

8.

캠랑이 잘 가는 생과일주스 집으로 갔다. 베트남 캄보디아의 생과일주스는 설탕시럽도 타고 거기에 아이들이 먹는 진득한 우유도 넣어서 걸죽한 맛이다. 첨가물을 빼달라고 해야겠는데 그러기도 번거롭고 그냥 먹었다. 난 그동안 2000리알에 먹었는데 현지인은 1500이란다. 먹고 나와 공항까지 드라이브를 했다. 돌아오는데 군데군데 고급한국식당 간판들이 보인다. 한국사람들 많이 오나보다. 하닌 내가 여길 올 정도니... . 평양냉면이라고 크게 간판이 있는 북한식당도 하나 있다. 여긴 와봐야 겠다.

 

9.

캠랑의 집에 아침 8시까지 가기로 했다. 숙소 근처에서 내려줘서 인터넷 1시간 했다. 한시간에 1불이다. 서울 일반 피씨방 가격이다. 숙소에 들어왔다. 중국 아줌마 만나고 연결해서 캄보디아 친구 만나고, 우연이 두 번 겹쳐 캄보디아 친구 집에서 열흘간 묵게 되었다. 이런게 여행의 맛이다.

 

 

* 050213 (일) 여행 80일차

 

(잠) 씨엡립 파퓰러 게스트하우스 욕실있는 선풍기 트윈 5250원 (5불)

(식사) 아침 야체국수 250원 (1000리알)

          점심 피자 생과일주스 2600원 (2.5달러)

(이동) 프놈펜-씨엡립 버스 5250원 (5달러)

(간식) 과일주스2잔 750원 (3000리알)

         맥주 캔 500원 (2000리알)

(기타) 인터넷 1000원 (4000리알)

 

............................................ 총 15,6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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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27 15:01 2005/02/27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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