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7시에 일어나 짐을 싸고 체크아웃을 하고 걸어서 캠랑집에 도착했다. 미리 방을 넓게 치워두고 있었다. 나에게 집안의 여러가지 유의사항을 알려준다. 화장실은 물을 부어야 되며 티비는 이렇게 켜고 소장해놓은 야한 포토 씨디 보는 법을 알려준다. 고맙지만 난 이미 그런건 졸업했다네. 캠랑은 1불짜리 자전거를 빌려주고 여분열쇠를 하나 주고 나서야 오토바이로 출근한다.

 

2.

여행 후 모처럼 방다운 방에서 묵게되었다. 그것도 열흘씩이나. 오랜만에 티비좀 볼까? 미국 팝음악 시상식인 그래미상 어워드를 방송한다. 올해 컨셉은 20년전인 80년대 팝가수들을 다시 회상하는 자리인가 보다. 내가 중학교 2학년때 한창이었던 신디로퍼의 얼굴도 보인다. 그녀의 독특한 목소리가 생각난다. 타임 에프터 타임, 걸 저스트 워나 해브 펀... . 이런건 잊어버리지도 않는다. 10시가 되었다 이제 좀 나가 볼까?

 

3.

우선 앙크로와트가 있는 북쪽으로 가보자. 한 3-4키로 가니 티켓 검문소가 나온다. 내일 끊는다고 하니 못 들어간단다. 다시 돌아나와 큰 쪽 길로 가니 편의점과 상품쇼핑가가 한 건물이 붙어있다. 세속적으로 이쁘다는 여자들만 골라 뽑아놓은 거 같다. 캄보디아 크메르 족은 확실히 베트남 사람들과 얼굴에서 구분된다. 더 까무잡잡하다. 점점 보면 볼 수록 이목구비도 뚜렸하고 더 나아보인다. 북쪽이 막히면 남쪽으로 가자.

 

4.

지도를 보고 6번도로인가 남쪽 큰 호수로 방향을 잡았다. 대지는 점점 달아오른다. 호수까지는 한 15키로는 넘어 보인다. 거기까지 가면 북쪽 간거 합쳐 한 40키로 땡볕에서 자전거 타는 건데 이건 무리다. 조금만 가다가 돌아오자. 생각은 이렇지만 한 번 발동이 걸려 패달을 젖는 발은 물러설 줄 모른다. 몸에 탄력에 이끌려서 생각이 바뀐다. 그냥 한 번 가보자. 혁명도 이런 것일까? 

 

5.

중간에 대나무음료 파는 곳이 있다. 하나 사먹고 계속 패달을 밟으니 집들은 사라지고 초원이 펼쳐진다. 중간에 한 레스토랑이 있다. 들어가 매뉴판을 달라하니 주는데 좀 비싸다. 1불짜리 과일을 시켰다. 어디가 어디쯤이냐고 지도를 펴놓고 묻는데 여러명이 다가온다. 3분의 2는 왔단다. 다행이다. 여기의 사장격으로 보이는 남자는 자기 여동생이 한국에 공부하러 갔단다. 내가 대학공부냐 물어보니 그건 아니란다. 아마 직업훈련생으로 간 모양이다. 더이상 묻지 앉았다.

 

6.

나와서 조금 더 가니 비포장 길이 나온다. 트럭이 흙을 싣고 와서 길 중간에 작은 산을 만들어 놓는다. 버스는 겨우 빠져나가고 한국인 아줌마 아저씨들이 양산을 쓰고 걷는다. 먼지가 엄청나다. 이 곳 길 양쪽 편은 발로 제대로 차도 무너질 것 같은 집들이 이어진다. 하여튼 가고 있는데 오토바이 툭툭이 지나친다. 뒤에탄 동양인 여자가 어찌 이런곳을 자전거 타고 있나고 신기하다는 눈으로 쳐다본다. 호수가에 도착했다. 가보니 큰 배가 정박하는 호수가가 아니라 여기서 작은 배로 타고 나가야 호수를 갈 수 있단다. 왕복하는데 15불이라나? 나의 이동수단인 자전거가 하루 1불인데 15불은 너무 비싸다.

 

7.

강가에 여러 식당들이 있다. 한곳에서 비디오 cd를 틀어주고 있다. 옆테이블에서 먹고있는 냉커피 비슷한 맛의 음료를 시켰다. 이곳은 파리들이 엄청나다. 쫒아보내지 못하고 같이 있어야 하는 수준이다. 한국관광객들이 계속 지나다닌다. 일본은 이미 동남아를 훝고 아프리카나 남미로 가있다면 한국이 이제 붐을 타나보다. 국내는 왠만큼 가본 아저씨 아줌마들 이제 동남아로 진출이다. 하얀 살결에 뽀샤시한 옷에 양산을 하나씩 쓴 한국아줌마들이 지나간다. 맨뒤에 한 아줌마 사진 좀 찍나보다. 옆의 아줌마 둘이 사진 찍을때 행여나 살 탈세라 양산을 받쳐준다. 지저분한 꼬마아이를 찍으려고 한다. 여기 꼬마아이들은 관광객이 먹는 걸 달라한다. 한 한국아줌마 콜라 방금 땃나보다. 아이가 달라하자 한 번 길게 마시고 준다. 정말로 베리 리치한 폼으로 우아하게들 여행들을 다니신다.

 

8.

티비는 어느새 만담프로로 바뀐다. 그냥 무대에 나와 치고 받는 단순한 화면들인데 재미가 있나보다. 남녀노소 다들 웃느라고 정신이 없다. 이제 돌아가야겠다. 또 먼지를 뒤집어쓰면서 패달을 밟았다. 다시 포장도로가 시작되는 곳에서 다른 길로 가니 한 사원이 나오고 설교를 하고 있다. 좀 듣다고 돌아와 캄보디아식 빙수 파는 곳에 가서 앉았는데 줄 생각을 안한다. 한 오토바이 운전수가 말을 건다. 나보고 교회다니냔다. 크리스찬인가 보다. 이 불교와 힌두교의 거대한 유적도시에서 그는 소수파다.

 

9.

다시 벌판이 나온다. 아이구 덥다. 햇빛이 굉장히 무게감있게 내리쬔다. 썬크림 발랐어야 하는데 팔과 다리가 벌겋게 달아올랐다. 저기 오두막에 그물침대를 줄줄이 매달아 놓았다. 한 잠자는 휴게소인가 보다. 들어가서 한 그물침대에 누웠다. 음료하나를 시키니 얼음통과 함께 가져온다. 한 한시간 쯤 누워있었나. 훨씬 개운하다. 자전거를 오래타면 엉덩이가 아프다. 좀 편하게 못만드나? 

 

10.

숙소에 돌아왔다. 샤워를 하고 자전거 반납하러 옆 게스트하우스에 갔는데 중국 아줌마들이 나와 앉아있다. 아침에 앙크로 갈때도 만났는데 또 만났다. 여기서 저녁을 같이 먹기로 했다. 캠랑도 뒤에 왔다. 내일 아침 버스로 방콕으로 간단다. 그리고 하루 이틀뒤에 광저우로 돌아가 일을 해야 한단다. 아쉬워들 하신다. 영어 잘하는 아줌마는 광저우의 사회복지관같은 곳에서 근무한단다. 캄보디아는 16세까지는 무상의료란다. 어느정도수준인지는 몰라도 자본의 기준에 못사는 이나라도 무상의료한다. 하나 있는 딸이 영국에 3년째 유학중이란다. 여성학을 공부한단다. 서쪽으로 조금씩 이동하는 나의 여행방식을 딸에게 얘기해 주겠단다. 다른 아줌마는 잡지 만드는 일도 했었단다. 장쩌민 후진타오 얘기도 꺼내보았는데 후진타오 잘한단다. 모택동 등소평은 공산주의자들이라 아니고 장쩌민부터는 나아지고 있단다. 노선이 분명한 아줌마다. 북한 사람들 너무 불쌍하다면서 중국과 대만이 빨리 통일이 되어야 한다는 말도 덛붙인다.  

 

11.

아줌마들과 헤어지고 캠랑과 오토바이로 드라이브를 하러 나갔다. 내가 캄보디아송 듣고 싶다고 하니 조명이 화려한 곳으로 안내한다. 들어가 보니 일종의 가라오케 카바레다. 이곳도 건전 카바레다. 아이들과 가족끼리 온 테이블도 잇다. 집에서 입는 반바지에 슬리퍼 끌고 나와 노래를 부른다. 노래 부를때 뒤에 댄서 다섯정도가 응원을 한다. 맥주 큰 거 한병만 나눠먹고 돌아왔다. 

 

12.

온 몸이 화끈거린다. 노출된 부위는 따갑다. 내일부터는 꼭 썬크림을 발라야겠다. 방은 한낮의 열기가 가시지 않은듯 덥다. 하지만 오늘 피곤했다. 스르르 잠이 들었다.

 

 

* 050214 (월) 여행81일차

 

(잠) 캄보디아 인 캠랑 원룸 3150원 (3불)

(식사) 아침 중국식당 면 750원 (3000리알)

          저녁 복음밥 1050원 (1달러)

(이동) 자전거 대여 1050원 (1달러)

(간식) 타이거 맥주 750원 (0.7달러)

         대나무음료 250원 (1000리알)

         커피음료 500원 (2000리알)

         그물침대대여 , 음료 750원 (3000리알)

 

.............................................................. 총 8,2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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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27 19:09 2005/02/27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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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anjang_gongjang
    2005/02/28 10:57 Delete Reply Permalink

    글을 읽다보니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것 같군요.
    아무쪼록 몸조심해서 다녀오신후 만납시다. 건강하게 좋은 여행 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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