쿰부히말라야 에베레스트 트레킹 3일차

시발리아(1790)-데우달리고개(2730)-토둥(3130)-데우달리고개(2730)-반다르(2210)

 

1.

아침 8시에 일어났다. 요즘 계속 꿈을 꾼다. 옛날에 만났던 사람들과 친척, 친구들이 수시로 등장한다. 뭔가 도움을 요청하고 싶을때 꾸는 꿈이다. 간단한 아침식사를 했다. 매일 머무는 로지들은 방값으로 장사하는게 아니다. 저녁식사와 다음날 아침식사를 그 로지에서 하는게 예의다. 먹는 걸로 장사한다. 9시에 출발했다. 백두산 정도의 높이인 데우달리 고개를 오르기 시작했다.

 

2.

숨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날씨는 화창하다. 한 이 삼십분오르다 쉬고 쉬고를 반복했다. 포터들이 계속 보인다. 시발리아까지는 차가 들어올 수 있다. 여기서 에베레스트까지는 차길은 없다. 이런 포터들이 쉴세없이 생필품과 식료품을 나르고 있다. 저 무게가 얼마나 될라나? 썬크림을 발랐다. 난 살이 잘 타는 체질이다. 대학때는 그 땡볕 집회때문에 하도 살이타 아잡토라는 별명도 얻었었다. 그때는 핀컬 파마도 했던 시기다. 두가지 뜻이 있다. 아프리카에서 잡아온 토인, 아가씨만 잡아먹는 토인. 내 써클의 학번별로 깜상라인이 있었다. 과 여자후배들이 지어준 다른 스타일의 별명도 있었다. 황마담, oo댁.

 

3.

풍선놀이하는 아이들과 포켓볼과 알까기를 결합한 네팔대중놀이를 하는 아이들을 지나쳤다. 한 500미터는 오른거같다. 한 깔끔한 식당 앞 나무의자에서 쉬는데 트레킹 스타일의 네팔남자가 혼자 올라와 옆 쪽에 앉는다. 영어로 대화를 나누었다. 자기는 셀파인데 트레킹 중이란다. 셀파는 클라이밍(등산) 가이드를 말할때 쓰는 말이다. 가지고 있던 너무 많은 초코렛바를 같이 먹었다. 이 친구 깔끔한 스타일이 마음에 든다. 어짜피 며칠 동안은 같은 길이다.

 

4.

올라가다 한 근육질의 네팔인이 무거운 카세트라디오를 한 손에 들고 폼을 잡는다. 내가 네팔송이라 물으니 볼륨을 크게 높여준다. 밥을 먹을 때가 되었다. 현지인 식당이 있다. 보통 감자양념과 짜오면 종류를 준비해 놓는다. 감자와 짜파티란 이름의 밀가루부침을 먹었다. 셀파 친구도 같이 먹었다. 드디어 대우달리 고개에 도착했다. 한 식당에서 베낭을 풀고 치즈볶음면를 3개 시켰다. 짜오면이 나오는데 치즈가 없다. 이 아줌마 없으면 없다고 할 것이지 돈을 다 받고 실제는 야체짜오면이 나온다. 이 집에 배낭을 맡겨두고 지도에 나와있는 네팔 첫번째 치즈 공장에 올라가리로 했다. 이 아줌마 자기 아들을 따라 보낸다. 자기집에 묵으라는 얘기다. 

 

5.

이렇게 해서 한국인 둘과 네팔 셀파 그리고 로지 주인집아들이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계속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2700을 넘겼고 조금 있으면 3000미터를 넘는다. 산꾼이 말한 복식호홉을 계속 연습했다. 토둥이라는 치즈공장이 있는 곳으로 가는 길은 가파르다. 오후가 되니 내가 힘이나고 프로그래머가 좀 힘들어하는 눈치다. 난 아침형인간은 절대 아닌가 보다. 한참을 올라가니 가파를 길이 끝나고 평평한 언덕이 나온다. 저기 뭔 집이 보인다. 치즈공장인가 보다. 저쪽 길에서 누가 내려온다. 총을 들고... .

 

6.

그가 험한 얼굴로 다가왔다. 복장이 정규군의 냄새가 안풍긴다.  네팔 셀파에게 뭔가 묻는다. 셀파친구 긴장하면서 대답한다. 주인집 아들도 표정이 언다. 총든 남자 다시 돌아간다. 셀파에게 마오이스트냐고 물으니 그렇단다. 상관에게 알리러 가나보다. 총든 마오이스트 다시 돌아온다. 표정이 약간 풀려있다. 들어와도 좋단다. 치즈공장의 입구다. 철장속에 송아지만한 검은개 두마리가 짖어댄다. 아주 사납다. 몇 명의 사람들이 있다. 한 사람이 다가온다. 마오이스트 이곳 책임자인가 보다. 인사를 나눴다. 그런데 치즈가 없단다. 지금 철이 아니란다. 치즈 대신 마오이스트다.

 

7.

저쪽 배구 네트에서 땀좀 흘린 10여명의 젊은 마오이스트 군인들이 온다. 투박한 농민의 얼굴같이 보인다. 서로 나마스테하면서 인사를 했다. 얼굴들이 밝다. 책임자가 대신에 치즈공장을 구경시켜 주겠단다. 뒤쪽 길로 조금 내려가니 건물이 보인다. 건물안 치즈 공장은 아주 작았다. 마치 강원도 외갓집의 부뚜막을 생각나게 했다. 내가 내 그랜드마더 집에도 이런 큰 솥이 있었다고 말했더니 일하는 사람들이 미소를 짓는다. 처음의 긴장감은 완전히 풀렸다. 몇몇 기구를 만져보고 나왔다. 내가 아는 네팔 단어 전부를 말했다.

 

8.

이 책임자란 마오이스트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든다. 콧수염을 기른 폼이 꼭 체게바라 느낌이다. 지금 네팔은 불과 한두달전에 왕의 군대에 의해 마오이스트 수십명이 본보기처형 된 직후이다.  이들에게는 대학시절 태백산맥 소설을 읽으면서 느꼈던 빨치산의 이미지를 다시 떠오르게 한다. 어떤 비장함이 풍겨져 나오고 간간히 여유도 보인다. 이건 소설의 상상력이 아니라 내 바로옆에 실체로 다가와있다. 다시 입구로 올라갔다. 같이 옆에 걷던 그 마오이스트 책임자에게 조용히 물었다. 내가 히말라야 올라갔다가 다시 이리로 올려면 한달 가까이 걸리는데 여기다시오면 그때도 너 있니? 그가 대답한다. 자기들은 한 군데 머무를 수가 없단다. 그때쯤이면 치즈는 먹을 수 있단다.

 

9.

다시 무서운 개 두마리가 있는 입구까지 왔다. 이제 내려가야 겠다. 책임자와 악수를 했다. 힘껏 쥐는 그의 손아귀를 느낀다. 내가 중국 여행 두달동안 그렇게 물을려고 했던 마오이즘을 네팔에 와서 이 곳 마오이스트들에게서 느낀다. 그 손이 모든 걸 말해주는거 같다. 책임자와 헤어지고 내려오니 처음 만난 총든 마오이스트가 있다. 어느새 순박한 네팔리의 모습으로 얼굴이 바뀌어 있다. 악수를 했다. 한번 더 네팔 마오이스트의 힘있는 손아귀를 느꼈다. good luck! 부디 그들에게 행운이 있기를... .

 

10.

다시 데우달리 고개로 내려왔다. 사람들이 얼굴과 몸에 칠하기 놀이를 하고있다. 어떤 전통행사인가 보다. 오늘은 반다르까지는 내려가야한다. 주인 아줌마 서운해하지만 할 수 없다. 주인 아들 몫으로 수입초코바하나를 사주었다. 반다르 마을이 보인다. 약간 높은 곳의 한 로지에서 묵었다. 셀파 친구에게 방하나를 따로 주었다. 좀 누워서 쉬다 주문한 달밧이 되었다 해서 식당으로 내려갔다. 달(콩스프)밧(밥), 갈릭(마늘)스프, 등등을 먹고 밀크티도 마시고 버터과자도 먹었다.

 

11.

셀파와 네팔 신문을 같이 보았다. 그가 큰 글자를 읽고 내가 따라 읽었다. 네팔숙소의 식당들은 벽쪽으로 등을 대고 빙 둘러 앉는 구조다. 달밧을 먹으러온 몇몇 사람들이 내 네팔어 흉내내기에 웃는다. 바깥 수도에서 세면을 하고 일기를 쓰고 침대에 누웠다. 뭐에 물렸는데 굉장히 간지럽다. 알고보니 빈대다. 오늘은 사건사고가 많았다. 잠에 아떨어졌다.

 

 

050325 (금) 여행 120일차

 

* 같이 계산

(잠) 반다르 로지 트윈룸 2개 방 1500원 (100루피)

(식사) 아침 마늘스프 짜파티 1350원 (90루피) 

          점심 감자 525원 (35루피)

                 치즈볶음면 3개 6750원 (450루피)  

         저녁 달밧3인분, 스프, 네팔막술3잔, 티 5700원 (380루피)

(간식) 티 총 1800원 (120루피)

          미네랄워터 750원 (50루피)

          네팔과자 450원 (30루피) 

(기타)  목욕 600원 (40루피)

 

.........................................같이 쓴돈 총 20,425원,  내가 쓴돈 총 10,215원  

 

 

 


데우달리 고개가는 길


이 정도 산세도 근사하다


여긴 북쪽. 내가 가는 쿰부 히말라야는 동쪽으로 일주일을 걸어가서 북쪽으로 올라간다


네팔리의 얼굴을 찍고 싶지만 아직 어색하다. 살짝


계속 하늘을 쳐다보게 된다. 서울에서는 힘든일이다


이 코스는 지대가 낮아 푸른 풀들이 넘실댄다


풍선 놀이 하는 네팔 아이들


이마 중앙에 또 하나의 눈을 그려넣는 네팔리들이 많다. 세워놓은 것은 이른바 네팔 포켓볼


포즈를 취하는 염소


산 중턱의 한 전자상점이다. 오디오, 카세트테이프, 전기제품, 시계등을 취급한다


이런 포터(짐꾼)들과 수 없이 마주친다. 나마스테 인사를 한다




네팔 포켓볼? 나도 두 번 해 보았다. 한때 유행이었던 알까기가 생각난다


저 안정된자세, 진지한 표정


네팔 한 커플도 관객이 되었다


구름이 이동한다


이곳에서도 티벳 불교가 숨쉰다


색이 바랬지만 고상하다


목련꽃이 탐스럽게 피었다


내가 네팔리 송 하면 관심을 보였더니 볼륨을 높여준다


이 친구가 주인이다. 힘좀 쓰게 생겼다


대우달리 고개에 도착했다


해발고도 표시가 약간씩 차이가 난다


태양열 쿠커


네팔 셀파, 그 식당 주인 아들, 우리. 넷이서 토동이라는 치즈 공장에 오르기 시작했다


주인집 아들, 셀파. 이 셀파 친구 아주 깔끔한 인상이다


3000미터를 살짝 넘으니 풀들이 달라진다


고도가 높아갈 수록 풍광이 달라진다


다시 내리막길. 오늘 묵을 반다르 마을이다


처음 보이는 로지에서 묵었다. 내일 저기를 통과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5/05/12 21:08 2005/05/12 21:08

Trackback URL : http://blog.jinbo.net/aibi/trackback/129

« Previous : 1 : ... 163 : 164 : 165 : 166 : 167 : 168 : 169 : 170 :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