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산의 고고한 자태
1.
새벽 5시 30분, 추위에 눈이 떠졌다. 파카를 얼굴위로 덮는다. 좀 더 자고 씻고 나와 보니 여관 앞에 아침을 파는 노점들이 죽 늘어서 있다. 한 노점에 앉았다. 푸른 빛을 띠는 쌀 죽, 짠지, 계란을 앏게 부친것등이 메뉴다. 계란이 식어서 인지 맛이 별로다. 한 남자가 조금 먹다 안먹고 가버린다. 또 한 남자가 먹더니 나에게 이게 량콰이(이원)이라 귀뜸해준다. 다 먹고 내가 2원을 내며 량콰이하니 스콰이란다. 중국 숫자발음중 4인 쓰와 10인 스~우는 구별하기 힘들다. 10원이란다. 내가 꾸어러(비싸다)며 5원을 내밀었다. 3-4명의 아저씨 아줌마가 합세해 10원 받는 거라며 내가 계란 두장 먹었지 앉나며 물러서지 않는다. 난 나름데로의 결정타를 먹였다. 베이찡-이것-먹는시늉-량콰이(2원) 결국 7원으로 합의를 보고 웃으며 짜이지엔(감사합니다 또 올게요)했다.
2.
정저우에서 소림사 숭산까지는 한 3시간 거리란다. 역앞에 미니버스가 있다 했는데 보이지가 않고 버스터미널의 노선표를 보니 소림사가 있다. 21원이다. 정저우란 도시는 바로 빠져나가게 생겼다. 나의 루트는 정저우-소림사 숭산- 뤄양- 서안이다. 어느덧 내가 탄 버스는 도심을 지나 고속국도로 들어선다. 소림사 48키로 1시간 남짓 거리다. 고속도로는 이렇게 시간을 단축시켜나간다. 사람들은 여기에 익숙해진다. 버스 앞쪽에 티비에서는 중국 올림픽 선수 환영쇼를 대형 운동장에서 하고 있다. 선수들이 인사하고 노래부르고 중간 중간 가수가 나오고 선수가 나올때 관객들의 반응이 대단하다. 큰 운동장이 작은 오성홍기로 가득찬다.
3.
창 옆은 계단식 논들이 이어진다. 난 버스 앞에서 3번째 자리에 앉았는데 내 앞의 남녀는 벌써부터 연신 부비고 난리다. 중국사람들의 애정표현이 훨씬 자연스럽고 과감하단다. 인터넷의 중국 여름 여행기를 보면 공원이나 거리에서 짧은 핫팬츠와 미니스커트가 정말 많다 한다. 여기에 눈돌리는 사람들은 모두 한국사람이라 하는데. 중국여성들은 미니스커트를 입고도 다 자전거를 탄단다. 속옷이 보이는데 머 대수냐는 식이이다. 중국사람들은 이에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하기야 어제 그 복잡했던 북경서역 대합실 한 복판에서도 키스를 하는 남녀를 보았다. 티비에서는 이제 대형 홍기가 입장한다. 크라이막스인가. 중국에서 홍기 참 많이도 본다.
4.
거의 도착할때가 되었나 보다. 거리마다 무술학원들이 눈에 띈다. 종점에 내리니 소림사 입구가 아니라 숭산 등산로 입구이다. 몇 명이 다가와서 어디가냐고 묻는다. 샤오린스(소림사)라고 하며 내 발을 가리키니 소림사는 여기서 걸어서는 못 간단다. 30원에 작은 봉고차를 타고 소림사로 향했다. 운전사는 연신 나에게 어디서 잘 거냐며 내가 소림사를 걸어갈 수 있는 곳(사오린스 두거두거두거)했더니 이배이(100원)에 잘 수있다. 거기서 소림사 두거두거란다. 입구에 있는 빈관은 량베이 보시(250원)이란다. 가자고 했다. 숙소는 티켓을 끊고 안쪽으로 들어와서 형성되어 있었다. 100원을 치루고 방에 들어왔더니 침대 3개짜리 방에 나 혼자 묵게 되었다. 누구의 연결로 방을 구하면 그 사람의 커미션이 있기에 싼 방을 구할 수 없다. 소위 삐끼없이 스스로 찾아가야 싼 방을 요구할 수 있다. 이게 말처럼 쉬운일이 아니다.
5.
방 열쇠를 받고 이제 소림사로 가 볼까하고 내려오는데 할아버지가 식사를 하고 계셨다. 나에게 밥 먹었냐는 식의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한 식당에 나를 데려간다. 그래 먹고 올라가보자. 또 책과 프린트물을 꺼내어 마파두부, 시금치데침, 밥을 시켜먹는데 주방장 남자가 관심을 보이며 옆 자리에 앉는다. 식구가 다섯이란다. 직업이 요리사 호하냐 물었는데 좋아한단다. 케이블가 둥둥둥둥 얼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내가 앉은 동그란 탁자 밖에는 산이 바로 보인다. 햇살이 따사로이 비춘다. 이제 소림사로 가봐야 겠다.
6.
인도에서온 달마대사가 9년동안 면벽수행 했다는 소림사. 우리에겐 쿵푸로 유명하고 전 세계적으로 쿵푸때문에 여행객들이 소림사를 찾는다. 소림사 안은 공사소리가 요란하다. 별다른 감흥도 없었다. 소림사 바로 위쪽 역대 소림사 승려들의 묘지가 탑으로 세워져있는 탑림이 볼 만했다. 소림사라는 이름은 숭산의 두 산줄기인 태실산과 소실산중 소실산의 기슭인 소림에 절이 세워졌기 때문이란다. 탑립을 나와 산으로 걸었다. 재미없게도 길이 포장이 되어있다. 정상은 걸어서 2키로라 하는데 사람이 안보인다. 론리중국에선 혼자서 산길을 걷지 마라고 소림사 스님들이 충고한다고 나와있다. 케이블카를 타기로 했다. 잘한일이었다. 계단으로 올라가는 길은 단조롭고 엄청나게 힘든 길이었다.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 부근에 내려 걸어가니 음 이곳이 숭산이로군 할 정도로 가파를 벼랑과 시원한 구비구비 전망이 나타난다. 깎아지는 벼랑 중간에 난간을 죽 이어놓았다. 입장하는데 30원. 마치 반지의 제왕 1편에서 겨울 산 벼랑을 아슬하게 지나는 그런 길이었는데 여긴 난간이 있었다.
7.
성스러운 산이라 불리워지는 숭산, 예전 도교사람들이 목화토금수 오행에 가장 걸맞는 산을 찾다가 토가 상징하는 중심의 산이 이곳 숭산이라고 결론을 지었다한다. 그래서 숭산을 중악이라고도 부른다한다. 내 사주 오행 중 토가 제일 많기에 약간의 관심이 더해진다.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다 화장실에서 처음 문없는 칸막이를 보았다. 이 동네는 화장실들이 문제군 내가 묵은 숙소도 더운물도 안나오고 화장실을 가기 싫을 정도다. 저녁을 먹자. 다른 식당을 가 봐야지. 회화책과 프린트물을 꺼내어 닭고기 요리 하나 시키는데 사람들이 하나 둘 식당으로 모여든다. 중국에서 식당은 사랑방의 역할을 하는 거 같다. 일제시대의 역사극이 나오는데 당하는 사람이 한국인인가 보다 한 사람이 나에게 티비를 가리키며 한궈랜(한국인)이란다.
8.
한 사람이 자기는 산스류우, 한 서른 대여섯살 인데 난 스물여섯정도로 보인다. 몇 살이냐고 묻는다. 내 출생연을 종이에 쓰니 약간 놀라는 눈치다. 동갑나이인거 같다. 자기는 결혼했고 아이도 있다며 아이키를 손 대중으로 말해준다. 이 중국인가 종이에 팔괘를 그린다. 그리고 한국태극기가 팔괘를 응용한 것이라는 의미의 말을 한다. 내가 태극기를 그린다. 사방을 3 4 5 6 획의 괘의 위치가 맞았는지 모르겠다. 나도 숭산 중앙 토 등등 좀 아는 척을 했고, 그는 지도에서 남한과 북한을 가리키며 뭐하고 한다. 알아듣지 못했는데 하나가 되어야 한다 말일까? 내가 무겁게 가져간 론리플레닛 중국, 중국 회화책, 기행문, 프린트등이 중국사람들을 만나는데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 좋고 세련된 식당보다 허름한 일반 동네 식당에 들어가면 쉽게 중국사람과 인사하고 대화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대화에서 나의 회화수준이 드러나고 안타까운 면이 있다. 첫 여행에 이정도가 어딘가. 주방장에게 유일하게 남아있는 한국돈 100원 동전을 주었다. 몇 명에게 가져간 카피믹스도 주었다.
9.
소림사에 밤이 저문다. 머리도 못감도 샤워도 못했다. 뭐 하루 이틀 안할 수도 있지...
041205 여행10일차
(잠) 13000원(100원)
(식사) 아침 910원(7원)
점심 2600원(20원)
저녁 술 1950원(15원)
식사 3640원(28원)
(이동) 정저우-숭산 버스 2730원(21원)
숭산 - 소림사 봉고차 3900원(30원)
(입장) 소림사 숭산 입장료 5200원(40원)
숭산케이블카 왕복 7800원(60원)
숭산 절벽 난간입장료 3900원(30원)
(간식) 고구마 520원(4원)
물 260원(2원)
..................................총 46,41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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