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안행 관광열차 티켓. 환불은 안되고 2틀내에 오면 다른 표로 바꿔준다한다
1.
새벽에 눈이 떠졌다. 배탈이 났나 보다. 하기야 입 짧은 내가 어제 그 탕 그 기름진 음식이 좀 무리였나 보다. 국민학교 어린시절 부산 큰집에 한 4년 산 적이 있었다. 그땐 파도 먹질못해 어른들앞에서 고를 수도 없고 먼저 콩나물국안의 모든 파를 모아 꿀꺽삼키고 그 다음부터 편하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다시 일어난 시간이 9시, 짐을 좀 줄여보자. 우선 책이나 프린트 중 중국관련자료가 반이상이되어 베트남 넘어가기 직전에야 그 짐을 덜 수 있다. 커피믹스 한 30개, 튜부식 고추장 6개(아직 띁지도 않았다) 미수가루 선식 한 봉지, 가그린 작은병 5개 이런것들이 골치다. 어머니가 신경써서 싸우면서 넣은 것이라 그냥 버리기도 뭐하고 중국땅에서 누굴 주기도 쉽지 않다. 시간이 지날수록 어께도 가벼워지겠지... .
2.
11시 경 체크아웃을 하고 뤄양 기차역 앞 광장에서 햇볕을 쬐다가 대합실 입구로 들어갔다. 중국은 기차역에도 공항같이 적외선 짐검사를 한다. 컨베어에 배낭을 내려놓고 통과하는데 내 짐중 뭐가 걸렸나 보다. 부저가 울린다. 담당직원이 모니터를 가리키는데 보니 휴대용 술병이다. 소림사에서 먹다남긴 이과두주를 부어 놓았는데 이게 왜 문제인가. 술병을 꺼내 보여주고 먹을 거라 했다. 직원이 냄새를 맡아본다. 별 이상은 없는거 같다. 대합실에서 귤을 먹으며 기다렸다. 개찰이 시작되었다. 이 기차가 내가 타려했던 2층 기차였다. 내가 탄 2호차 하는 대부분 외국인이었다. 한 스무명 가까이되는 가족을 포함한 무리가 탄다.
3.
두명씩 마주보는 좌석 4인좌석에 혼자 앉게 되었다. 통로 맞은 편에는 할머니 두 분이 마무보고 앉아 있었다. 한 할머니는 뜨게질을 시작한다. 뤄양에서 시안가는 풍경은 별반 다른게 없었지만 동굴을 파서 집을 짓고 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밥을 안먹어서 중간역에서 밖으로 나와 도시락하나를 샀다. 닭다리 하나, 고기야체덮밥이었다. 밥이 차갑다. 그냥 먹고 있는데 2호차 담당승무원이 보더니 도시락을 가져가 뜨거운 물을 살짝 부어준다. 세세 고맙다고 하고 밥을 먹으면서 보니 그 승무원은 영어도 좀 할 줄 알고 외국인 전용칸 담당인가 보다. 그 승무원은 능숙하게 시간때마다 장기, 사각형스퀘어맞추기등을 팔기 시작했다. 나에게도 큰 정사각형이 꼭맞는 아래쪽 입구로 빠져나가게 하는 놀이기구를 해보라며 테이블위에 놓는다. 아니 이건 국민학교 3학년때인가 방학때면 철원 외갓집에 갔었는데 외할아버지가 베니어판 짜투리와 작은 못과 망치로 뚝딱만들어준 그 놀이기구였다.
4.
결국 이것과 정사각형 맞추기등 두개를 25원에 샀다. 그 승무원과 잠깐 얘기를 나누었다. 가족은 자기 남편 아이 세식구란다. 하루에 8시간을 일한다고 하고 일은 재미있단다. 만나는 사람마다 일이 호하냐고 물으면 그렇단다. 중국인들의 체면치례일까? 8시간을 어떻게 일하는지 정저우와 시안노선은 7-8시간거리다 집이 정저우라면 시안갔다가 집으로 퇴근할 수 없는데 그러면 아이는 어떻게 하나. 그는 다른 자리로 물건을 팔러가야 되어서 물어보진 못했다. 나에게 중국어를 잘한단다. 얼마인지 숫자 겨우 알아듣는 나에게 말이다.
5.
예정보다 20분 늦은 7시경에 서안에 도착했다. 여행에서 가장 큰 걱정거리는 잠자리다. 다시 어렸던 시절, 90년에 한 6개월 수배된적이 있었다. 그때 처음 한 달 저녁의 고민은 오늘은 어디서 자나 누구에게 전화하지 였다. 지금은 전화할 곳도 없다. 하지만 돈이 있기에 어디든 묵을 수는 있다. 오면서 3군데 숙소 후보지중 고심했다. 명함받은 조선족 민박집은 한국인을 만날 가능성이 있다.지금까지 한국사람을 거의 만나지못하고 한국말도 쓸일없이 지내오고 있다. 이게 좋다. 서안교통대학은 80원에 더블방을 제공한다는데 숙박비를 좀 줄여야 한다. 그래 45원 하는 런민다사 궁위로 가자고 결정했다. 서안역앞에 나와 지도의 위치인 정류장을 찾는데 안보인다. 밤에 세세한 것은 무리다. 방향은 확인했고 택시를 타자. 운전수에게 위치 간체자를 적어 보여주었는데 어디엔가 전화로 물어본다. 나에게 그 건물 앞까지 데려다 줄 테니 15원을 달라한다. 기껏해야 10원나오는 거리인데... 좋다고 했다. 순식간에 유스호스텔 앞에 도착했다.
6.
침대 6개 한방 하루 40원, 침대 4개한방 45원, 공용 침대4개 방을 선택했다. 여권을 보여주며 숙박계를 기록하는데 생각보다 말이 잘 통한다. 영어로 하지않고 직원이 뭔가 쓰면 감이 잡힌다. 오늘은 대화가 좀 되는 날인가 보다. 샤워를 하고 빨래 신청해 겉옷과 대부분의 옷을 다 빨았다. 내일 점심까지는 겉옷말고는 마를것이다. 프런트 옆의 피씨에 앉았다. 시간당 6원(780원) 제어판에 언어 시간에 들어가 한글입력키 설정 음 된다. 윈도우 XP밑의 아이콘언어메뉴에 한국어가 들어와있다.
7.
인천-탕구-북경-정저우-소림사-뤄양-서안 약간 부피가 쌓여간다. 기차에서 오던 방향을 보며 상상에 잠겼었다. 내가 저 쪽 끝 바다건너편에 살고 있는데 이 쪽으로 건너와서 이렇게 밑으로 내려와서 다시 서쪽으로 가고있구나... . 나의 삶의 부피도 이만큼일 것이다. 앞으로 가야할 길이 더욱 많다. 스스로 뚫으면서 가야할 길도 있을 것이다. 부디 더 성숙해지고 당당해지길 스스로 다짐해본다. 2층 침대 두개의 방, 나혼자다. 자는 데 먼가 가렵다. 뿌리는 모기약을 몸에 뿌렸다. 화장실에는 작은 바퀴벌레 두세마리 놀고 있다. 이제 그만 쓰고 불을 꺼야지.
041208 여행13일차
(잠) 5850원 런민다사궁위 4인실 도미토리(45원)
(식사) 점심 기차 도시락 650원 (5원)
(이동) 낙양-서안 열차 11310원(87원)
서안역-여관 택시 1950원(15원)
(간식) 귤 260원(2원)
(기타) 놀이도구 3150원(25원)
IC전화카드 6500원(50원)
세탁 1300원(10원)
인터넷 2시간 20분 1820원(14원)
.......................................................총 32,790원
Trackback URL : http://blog.jinbo.net/aibi/trackback/16
배인정
2004/12/09 13:13 Delete Reply Permalink
황정일. 돈 너무 많이 쓰는거 아니야? 오백만원? 일년에?
고양이
2004/12/10 10:21 Delete Reply Permalink
맞아! 하루 1~2만원 쓴다고 하더만. 여유가 좀 있나부네. 여튼 좋겠다. 카메라를 잃어버렸으니 그 좋은 경치를 보긴 다 틀렸구만.. 모쪼록 건강하게 남은 여행기도 잘 쓰시고.. 난 열심히 읽을팅께.
ljh1976
2004/12/10 15:45 Delete Reply Permalink
글게~ 많이 초과하겠는걸요~ 시간이 없어 글은 다 못보았는데..정말 좋은 풍경들 못봐서 어쩌~~
슈아
2004/12/12 03:08 Delete Reply Permalink
여행가면 정말 잠자리가 제일 중요하고 걱정거리죠. 그리고 돈도 많이 들고. 제가 보기엔 이 정도면 매우 선방하는 거라 생각이 드는데. 홧팅. 여행 중에 넘 돈 생각하면 그것도 나중에 보면 남는 장사가 아니더라구요. 건강이 최고니 건강 잘 돌보길.
생존확인
2004/12/14 11:03 Delete Reply Permalink
며칠째 그대로네...
살아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