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새벽에 사람들이 북적된다. 일어나니 중국인 부부 차를 마시고 있다. 이닦고 고양이 세수하고 내릴 준비를 했다. 기차역 바로 앞에 버스 정류장이 있다. 중덴으로 가는 버스가 있단다. 중덴까지는 12시간 거리다. 표를 보니 이게 왠일 8시 30분 차가 있다 했는데 그건 없고 오후 5시 30분 출발이다. 지금 시간이 아침 7시전이다. 책지도로 확인해보니 여긴 침대버스 정류장이다. 구이린 갈때 침대버스에 시달렸던 기억에 도저히 침대버스를 탈 수 없다. 여기서는 다른데는 없단다. 지도에서는 근처에 고속버스 정류장이 있다고 나와있다. 베낭을 메고 고속버스 정류장을 찾았다.

 

2.

여기도 중덴은 저녁버스 밖에 없단다. 고민끝에 침대버스를 무르고 9시 40분에 출발하는 리장행 버스를 타기로 마음먹었다. 다시 걸어 침대버스매표소에가서 환불해달라 했다. 처음엔 환불이 안된다는 식으로 나온다. 한 참 실랑이를 하고 있는데 한 중국여자가 무슨일이냐며 영어로 말한다. 그 중국인의 도움으로 환불받기는 했는데 10%를 제하고 준단다. 좋다고 했다. 이번에는 침대버스를 탈 순 없다. 낮에 바깥경치를 보며 올라가야 하는데 침대버스는 아니다. 도와준 중국인에게 고맙다고 하고 다시 무거운 배낭을 매고 고속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3.

중국 야체튀김하나 사먹고 윈난성 지도 사고 표를 끊고 대기실에서 2시간을 기다려 버스를 탔다. 최신형 고속버스가 아니라 30인승 허름한 버스다. 버스가 출발한다. 좀 가다가 다른 버스정류장에 선다. 다 내려서 큰 버스에 타란다. 내 자리는 14번인데 매표소에서 두 번이나 좌석 그림을 그려가며 창가자리를 달라했건만 복도쪽 자리다. 뒤쪽으로 보니 맨 뒤 좌석에 사람이 없다. 차가 출발하고 난 맨 뒤 자리로 갔다. 그리고 잠이 들었다.

 

4.

덜컹거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 비포장 도로로 가고 있다. 쿤밍-다리 구간의 고속도로 확장 공사인가 보다. 기존 아스팔트를 뒤집었는지 차가 심하게 흔들린다. 특히 난 맨 뒤자리라 2분마다 몸이 날라간다. 왜 사람들이 앞쪽 좌석에 몰려앉는지 이제야 알겠다. 하지만 뒷자리에서 시원스레 보이는 원난의 풍경이 조금더 점수를 쳐 줄 만해서 계속 앉았다. 벽돌집과 흙집으로 된 집들이 군데군데 모여있다. 그런데 이 집들에 큰 접시 안테나들이 보인다. 한마을은 대부분이 접시 안테나를 달았다. 엉덩이가 점점 아파온다. 처음에는 그래 비포장길의 맛이 있지. 그래야 도착할때 더 감흥이 있겠지라 생각도 했었다. 3시간이 되어가니 그래 편한길이 좋아 간사해진다. 초기 여행자들은 쿤밍에서 20시간 30시간 이상을 가야 다리 리장이 나오는 모험의 코스였었단다.

 

5.

1시 반 쯤 되어 차가 휴계소 식당 앞에 선다. 식권을 나눠준다. 식당에서 백반을 먹었다. 나중에 보니 백김치가 따로 있다. 백김치에 밥을 조금 더 먹었다. 차는 다시 출발하다. 산이 점점 험해진다. 계림의 아기자기한 산이 아니다. 여기도 긴 옥수수 밭과 푸른 풀들이 이어진다. 6시간이 넘게 걸려 다리에 도착했다. 차는 두사람을 내려주고 바로 출발한다. 다리에는 넓은 호수인 얼하이후가 있다. 아주 넓고 시원하다. 버스는 호수 옆으로 달리다가 산길로 접어든다. 풀과 나무들이 낮아진다. 산은 더욱 험해진다. 버스는 8시가 다 되어 리장에 도착했다.

 

6.

하루종일 널뛰기를 해서 양숴에서 자전거 타기처럼 엉덩이가 부서질 것 같다. 터미널 바로 옆에 있다는 여관에 들어갔다. 도미토리가 없단다. 아니 여관이름은 같은데. 여기는 신관이란다. 100원을 달란다. 택시를 타고 구시가지의 유스호스텔로 가기로 했다. 택시 운전수에게 여기 위치 이 빈관이라 얘기했는데 번화가 한 군데 내려주고 걸어가면 된단다. 아줌마 아가씨해서 한 8명이 우리 빈관에 오라한다. 냉정하게 뿌리치고 운전수아저씨가 가리친 저쪽으로 걸어가는데 한 여자가 바로 여기가 자기 숙소란다. 트윈 35원에 해 주겠단다. 좋다고 하고 따라들어가서 보니 더운 물도 나오고 괜찮다. 한 침대에 무거운 배낭을 내려놓았다.

 

7.

샤워를 하고 길로 나왔다. 바로 여기가 유네스코가 마을 전체를 문화제로 지정했다는 한옥마을이다. 죽 이어지는 화려한 붉은 조명들 마을 중간을 흐르는 냇물에는 잉어들이 헤엄치고 있다. 물이 아주 깨끗하다. 아기자기한 다리들 술집들 갖가지 전통물건을 파는 상점들, 이건 인사동의 확대 업그래이드 판이다. 양숴에서 만난 글장이께서 여긴 테마파크 느낌이다고 말했는데 맞는 말이다. 여긴 마치 영화세트장 같다. 만약 술과 노는 것에 집중하고 싶다면 이 리장의 한옥마을 강력 추천할 만하다.

 

8.

배가 고파 군것질을 하고 다시 한옥마을의 샛길로 들어간다. 론리에서는 길을 잃어도 좋다 했는데 정말로 길을 잃었다. 왔던 길로 다시 돌아가는 걸 무척이나 싫어하는 나의 습성때문이다. 어두운 골목길을 여러차례 헤메다가 큰 길로 들어섰다. 이렇게 헤멜데 큰 수확이 있었다. 무심코 하늘을 쳐다보았는데 별들이 정말 가까이 있었다. 겨우 숙소로 돌아왔다. 여긴 난방시설이 없다.

 

9.

중국 티비에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그 축구 경기를 자주 중계해 준다. 이를 또 보아주어야 한다. 중국와서 심심치 않게 유럽축구 경기를 본다. 스페인의 레알마드리드와 AT마드리드의 경기다. 호화군단의 레알과 투지의 AT의 대결이다. AT는 소위 한국축구다. 투지 열정 그런데 마무리가 안된다. 레알 어슬렁거리던 호나우도 산뜻하고 가볍게 골을 집어넣는다. 사람들은 화려한 레알의 경기를 좋아한다. 한지만 공은 둥글고 레알을 지기도 한다. 지구도 둥글다. 이건 좀 더 큰 경기다.

 

 

*  050111 (화) 여행 47일차

 

(잠) 리장 한옥마을 00빈관 4550원 (35원)

(식사) 저녁 볶음국수 520원 (4원)

(이동) 쿤밍-리장  19760원 (152원)

          리장택시 780원 (6원)

(간식) 야체튀김 130원 (1원)

         소세지  130원 (1원)

         감자꼬치 130원 (1원)

         포테토칩 130원 (1원)

         코코넛 설탕 버무린 과자 460원 (3.5원)

(기타) 원난성 지도 520원 (4원)

         침대버스환불감액 1950원 (15원)

 

.......................................... 총 29,04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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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15 19:37 2005/01/15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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