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 사원 숭잔린쓰

 

1.

일어나서 문을여니 햇살이 따사롭게 비춘다. 하지만 수도는 얼어있다. 창밖의 한 가족은 도끼로 나무를 쪼개고 있다. 끊인 식수물로 세면을 했다. 체크아웃을 하고 나왔다. 한시간에 3원한다는 스노우카페 컴은 안쓴지 오래되었나 보다. 안된단다. 일단 밥을 먹자. 한국식당에 들어갔다. 찌게 밥류가 20원이다. 싼건 아니지만 홍콩의 66달러짜리 찌게 3번을 먹을 수 있다. 된장찌게를 시켰다. 김치와 함께 된장찌게가 나온다. 주인아줌마는 다리의 한국여관인 NO3에서 요리를 하다가 여기에 음식점을 차렸다고 방명록에 나온다. 방명록에 한국인들의 메모가 가장 많다. 한국에서 먹던 된장찌게와 별 다르지 않다. 김치를 아껴서 먹고 있는데 중국인 종업원이 더 준다한다. 두 접시째 김치는 땀을 뻘뻘 흘리며 먹었다. 방명록에서 빈관정보를 발견했다. 바로 골목길 안쪽에 포탈라 케빈이 좋단다. 처음 사람은 50원에 트윈에 머물렀는데 좋았다고 하고 그 옆에 누가 40원에 흥정가능이라고 써 놓았다. 난 30원이면 되겠군.

 

2.

포탈라 케빈에 들어갔다. 아담한 ㅁ자구조의 2층집이다. 부엌에 가족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한 아저씨가 나온다. 빈관이냐 물으니 2층으로 올라오란다. 트윈방인데 아담하고 깨끗하다. 전기장판도 있다. 그런데 전기 히터는 없다. 하루 묵어보고 추우면 다른 데로 옮기자. 주인아저씨얼굴은 아주 순박해보인다. 나하고 비슷한 나이 또래인거 같다. 내가 왕빠를 찾는다하니 같이 가잔다. 가까운 티벳카페는 한시간에 8원이라 포기하고 중국인 왕빠 두 군데를 갔는데 윈 98이다. 저번에서 한글서체를 다운받는데 실패해서 좀 해보다 나왔다. 나중에 생각하자.

 

3.

3번버스를 타고 숭잔린스에 갔다. 간덴 쑴쩰링 콤파라고도 불리우는 이곳에 수도승 600명이 있단다. 티벳 라사의 포탈라궁과 함게 작은 포탈라궁으로 불리우는 중국 남서부의 중요한 절이란다. 이 절 안에서 티벳의 내음을 확인하리라. 숭잔린스는 버스 종점에 있었다. 절앞 수도가에 티벳 옷차림의 소녀들이 보인다. 티벳 소녀들의 얼굴은 중국 장예모우 감독의 집으로 가는길에 나온 풋풋한 장쯔이의 얼굴들이다. 호기심 많고 야몰찬 느낌이다. 입장료 10원을 내고 올라갔다. 스님들은 친절한 인상이다. 먼저 나에게 니하오하고 인사를 한다.

 

4.

숭잔린스는 그 안에 수십개의 크고 작은 절과 수도공간이 있어 보인다. 계단을 올라 가장 큰 절 두개가 있고 옆으로 또 여러개의 독립된 공간이 있다. 적당한 크기의 사원안으로 들어갔다. 벽에보이는 티벳의 불교미술은 애써 온화하려 하지 않는다. 무섭게 내려보는 사천왕상인가 부터 꺼꾸로 매달린 얼굴과 해골이 이어지는 그림등 나로서는 더 가슴에 다가오는 그림들이다. 저 앞에 달라이라마의 젊었을적 사진이 있다. 태어나기 전부터인가 태어나서 부터인가 달라이라마로 점지(?)되었다는데 어린시절 그걸 감당하기 위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그는 그 벽을 넘어섰다.

 

5.

이렇게 달라이라마와 눈을 맞추고 있는데 한 10대 수도승이 나에게 인사를 한다. 머라 하면서 이리로 와보라 한다. 가보니 절입구 안쪽에 목걸이들이 걸려있다. 이거 봤느냐는 말이다. 약간 김이 샌다. 이 상품이 왜 절 안까지 들어와있나. 그 어린수도승은 아주 천진한 얼굴이다. 부디 그에게 깨달음이 있기를... . 건물 뒤쪽으로 치수어(화장실)이 있다. 여기서도 돈을 받는다. 입장료 10원 받는것도 모자라나. 또 김이 좀 샌다. 뒤쪽에 있는 수도원안으로 들어갔다. 한 수도승이 작은 종을 치며 불경을 읊고 있다. 조심스럽게 한 7미터 쯤 떨어진 거리에 앉았다. 눈을 감았다.

 

6.

이 순간만이라도 저 불경소리에 흠뻑 빠지게 해 주세요. 그동안 나를 부여잡고 있었던 무언가를 슬며시 옆에 놓아두고요. 불경 소리가 점점 빨라진다. 아직은 그냥 홍콩에서의 색소폰 솔로와 같이 하나의 애드립으로 들어온다. 3명의 젊은 남녀가 들어온다. 돈을 넣고 삼보일배식의 절을 한다. 그리고 흰 천을 하나씩 들고 저쪽 구석의 유리앞에서 눈을 부빈다. 아마 눈에서 본 세상의 더러운 것들을 씻는 의식으로 보인다. 그리고 달라이라마 앞으로 가서 기도를 하고 돈을 내려놓고 저쪽으로 가서 손을 씻는다. 그들은 진정 정화된것일까? 상품하나를 산 것일까? 가장 큰 절은 뒤쪽 문으로 들어가게 되어있었다. 큰 스님으로 보이는데 아주 조용히 불경을 외우고 있다. 방해가 될까봐 조심스럽다. 아직 이 절에는 많은 것이 남아있다.

 

7.

여기는 한 번 더 오자. 매표소로 내려오는데 떠들썩하다. 페키지 여행자들이 티벳 복장의 목소리큰 인솔자 뒤로 모여있다. 입구의 늘어선 종들을 한번씩 만져보며 계단으로 올라간다. 적당한 시간에 잘 내려왔다. 저들과 나의 차이는 크지 않다. 한 번 와보았다는 데서 오는 소유적 만족감은 공통이다. 내가 좀 더 분위기를 따지는 것일뿐이다. 나는 거기서 조금이라도 더 나아가고 있는가? 아직은 여행 초입부다. 인생도 전반부다. 기회는 널려있다. 상그릴라를 찾아서... .

 

8.

다시 버스로 시내로 들어왔다. 여기는 작은 시장이다. 네군데의 과일노점이 나란히 있다. 오늘은 어디서 살까? 그동안 과일의 빛깔도 보지만 사람을 보고 더 샀었다. 아줌마, 젊은 여자, 아줌마, 아이 안은 아줌마다. 맨 끝에 아이 안은 아줌마 쪽으로 가서 샀다. 숙소쪽으로 걸어가는데 깔끔한 왕빠 간판이 3층에 보인다. 들어가서 한궈랜이라하니 한 대있는 XP컴으로 안내한다. 제어판으로가 언어 추가 설정을 하고 10일 정도 밀린 일기를 써 내려갔다.

 

9.

밤이 되었다. 왕빠를 나와 중국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여긴 매뉴판이 없어 헤메고 있는데 젊은 여주인이 손님 만났다는 듯, 이저저거 해 줄까 한다. 내가 얼마냐 하니 40몇원이란다. 결국 돼지고기 볶음과 해서 16원 짜리를 시켰다. 맛이 없다. 단지 음식맛 때문만은 아니다. 화장지를 하나사서 숙소에 들어와 주인아저씨가 더운물 떠주는 것으로 세면을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10.

어제 난 잠깐 고산병을 앓은거야. 이젠 나은거 같다. 추운 것도 어릴때 강원도 철원 외갓집에 방학마다 갔을때 윗목에는 얼음이 얼지만 할머니 할아버지가 나를 아랫목에 자게 하던 그때가 떠오르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긴다. 훨씬 춥지 않다.

 

 

* 050113 (목) 여행 49일차

 

(잠) 중덴 포탈라 케빈 욕실없는 트윈 3900윈 (30원)

(식사) 점심 된장찌게 2600원 (20원)

          저녁 돼지고기볶음, 밥 2080 (16원)

(이동) 사원 버스 왕복 260원 (2원)

(입장) 숭잔린쓰 1300원 (10원)

(간식) 포테토칩 130원 (1원)

          귤3개 260원 (2원)

(기타) 인터넷3시간남짓 850원 (6.5원)

          두루마리휴지하나 200원 (1.5원)

 

..................................................총 11,580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5/01/16 16:51 2005/01/16 16:51

Trackback URL : http://blog.jinbo.net/aibi/trackback/53

« Previous : 1 : ... 650 : 651 : 652 : 653 : 654 : 655 : 656 : 657 : 658 : ... 706 :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