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디엔 동굴. 푸른빛은 조명발이다

 

1.

오늘은 저번에 보지 못한 곳을 가보리라. 시내 반대편으로 걸었다. 골목에 시장이 나온다. 만두3개를 사먹었다. 날씨가 춥다. 파카와 솜바지를 입어야겠다. 다시 숙소로 돌아가 옷을 껴입고 나와 식당으로 갔다. 낙양에서 맛있게 먹은 티에르반니우로(쇠고기 야체 철판요리)를 시켰다. 고기 맛이 거기 만 못하다. 혼자 요리를 시켜먹으면 과식을 하게된다. 요리를 남기기가 아까워 밥을 많이 먹게 된다. 감자볶음과 함께 밥 두 공기를 먹었다.

 

2.

그동안 산은 실컷 보았으니 산속을 들여다보자. 계림근처에 루디엔이라는 종유동굴이 있다. 역 맞은 편에서 3번 버스가 간단다. 론리에서는 종점에 내리면 된다하여 느긋하게 있었다. 내릴 거리가 지났는데 버스는 계속 간다. 종점은 한 주택가 나무 정자 로터리 였다. 운전사아저씨에게 지도를 내미니 다시 타란다. 루디엔 입구에서 내려준다. 덕분에 주택가도 좀 더 보고 나쁠 거 없다. 입장료가 60원이다. 중국의 입장료들은 글로벌스텐다드의 완성단계인가 보다. 2003년 업데이트 버전 책에서 40원이었는데 50%가 인상되었다. 중국 페스트푸드점의 한시간 시급이 3~4원으로 들었는데 여하튼 관광지마다 중국인들은 차고 넘친다.

 

3.

마침 페키지 일행 30명이 입장을 시작하고 있었다. 마이크를 든 가이드가 설명을 시작한다. 여기는 동물원, 여기는 채소, 여기는 꽃과 새, 여기는 마천루 이런식으로 종류석의 모양을 나름대로 갖다붙여 팬조명으로 설명을 한다. 나도 그동안 말을 갖다붙이기를 잘한다는 얘기를 종종 들었지만 좀 장난친다는 느낌이다. 조명도 한 수 거든다. 꽃 모양에는 빨간색, 채소모양에는 녹색, 진지하게 듣는사람들도 있다. 드디어 1000명이상의 사람을 수용한다는 용왕의 수정궁까지 왔다. 실제 언젠지는 몰라도 전시때 더 많은 사람들이 포격을 피해 여기로 피신했었다한다.

 

4.

조금 쉬었던 페키지 일행이 다시 출발한다. 뒤따라갈까하다 혼자 거닐어 보기로 했다. 시끌벅적하던 넓은 수정궁이 조용해진다. 동굴의 제모습이 조금 들어온다. 저기 또 한팀이 오고있다. 마이크소리가 들린다. 나는 적절히 두팀의 중간에서 거리를 유지하자. 이곳의 색색조명도 페키지 팀의 이동에 맞춰 켜졌다 꺼졌다 한다. 다시 좁은 길로 이동하는 데 조명이 꺼지고 어두워진다. 이제 내가 동굴에 있다는 느낌이 제대로 온다. 억만년 시간동안 만들어진 종유석들을 지나친다.

 

5.

10대때 한 문화사전에서 겁이라는 단어를 본 적이 있다. 겁이란 어떤 시간단위인데 특히 겨자겁과 반석겁이 기억에 남는다. 겨자겁은 사방 1000리의 성에 겨자를 가득 채워넣고 100년에 할알씩 빼내어 겨자가 다 없어지는 시간을 말하고 반석겁은 사방 1000리 크기의 반석에 100년에 한번 부드러운 행주로 한 번씩 반석을 훔쳐 반석이 다 닳아 없어지는 시간을 말한단다. 몇년전 본 한 출판사의 매스터마인즈시리즈중 시간박물관인가 독일에서 프로잭트 시계로 3000년에 한 초씩 가는 시계를 만들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현 세태에 대한 상징적인 저항의 의미로 이 프로잭트 시계를 만든것이리라. 한편 요즘 느림이란 단어도 코드화 상품화되어 서점 대중매체 여행사에 수익증대에 기여하고 있는지라 조심스럽기도하다. 그동안 난 사람들에게 느리다는 말을 듣는 편이었다. 이 말에는 항변하고 싶다. 난 느린게 아니라 겨우겨우 따라가고 있다고... .

 

6.

좁은 굴을 빠져나왔다. 다시 돈 받고 사진찍어주는 광고가 보인다. 아주 잠깐 동안이었지만 억만년 시간의 역사와 함께 호홉했다. 그 종유석들은 큰 별일이 없다면 계속 거기에 있을 것이다. 색색 조명발을 받으면서... . 다시 버스를 타고 기차역으로 왔다. 반대쪽으로 걸었다. 골목으로 들어갔다. 가전제품 골목이다. 강이 나오고 계림미술관이다. 지도에도 없었던 것이라 반갑다. 안에 들어가 보고 있는데 정전이다. 그냥 나왔다. 멋진 복장의 경비원에게 난시공원이 어디냐 물어 걸어갔다. 분위기가 한적하고 좋다. 산이 나오고 매표소가 보인다. 난 뒤쪽길로 그냥 들어온것이다. 입장료를 보니 27원이다. 이 또한 흐뭇한 일이다.

 

7.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아침에 갔던 시장에 들렸다. 김치절임을 판다. 그래 저거야! 작은 두 포기를 1원에 사고 걸어나와 봉지에서 한 잎띁어 깨무는 순간 이게 아니다. 절인게 아니라 그냥 밍밍한 맛이다. 오랜지가 싱싱한 노점이 있다. 청년이 시식해 보란다. 맛이 있다. 5개를 골랐는데 1.5원이다. 숙소 앞 까지 걸어오는데 택시 기사 아줌마가 나에게 손짓하며 뭐라고 한다. 나는 택시를 타라 하는 줄 알고 모른체하며 걸었는데 손이 허전하다. 중국 시장 비닐은 얇고 부드러워 쑥 빠져 버린거다. 어디에 균형을 맞추어야 할까? 다 들어주기도 그렇고 안들으면 이렇게 벌받고... .

 

8.

김치를 버릴 수는 없다. 속의 맛있는 부분을 잘게 찟어 가지고 다니던 중국 파오차이와 버무렸다. 김치를 급조했다. 기념으로 숙소 입구의 뚝배기 밥집에 가서 이 김치와 밥을 먹었다. 맛이 좀 있다.

 

 

* 050109 (일) 여행45일차

 

(잠) 화만루 싱글룸 5200원 (40원)

(식사) 점심 소고기철판 감자볶음  3150원(25원)

         저녁 뚝배기 밥 650원 (5원)

(이동) 버스 왕복 390원 (3원)

(입장) 루디엔 동굴 7800원 (60원)

(간식) 만두 130원 (1원)

          오랜지 470원 (3.5원)

          씻은 배추 130원 (1원)

(기타) 인터넷 5시간 3150원 (25원)

 

.................................................총 21,07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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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15 16:47 2005/01/15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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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양이
    2005/01/17 10:53 Delete Reply Permalink

    느리다? 겨우겨우 쫓아간다? 난 그런 여유가 필요하다. 정말 또 부럽다. 떠나는 자만이 인도를 꿈꿀수 있다는데. 나도 떠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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