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찍 잠이 깼다. 밀린 일기를 좀 쓰다가 책에서 오늘 푸리마을에 3일장 열리는 날이란 정보를 확인하고 길을 나섰다. 어제는 자전거를 탔으니 오늘은 두 발로 가 보리라. 날씨가 흐리다. 다리를 건너 푸리쪽으로 걷고 있는데 터널이 나온다. 보행자에게 터널은 위험지대다. 터널로 들어가니 불빛이 하나도 없다. 한 쪽으로 벽을 집고 겨우겨우 터널을 통과했다. 한 시간 반 쯤 걸었나. 도체체 푸리는 어디쯤 인가. 길가에 한 식당이 보인다. 먹는 시늉을 했더니 된단다.
2.
마파두부를 주문했다. 주인 아저씨 옆의 받에가서 파를 몇 송이 따온다. 흐믓한 일이다. 밥도 압력밥솥에 하는지 압력 공기소리가 난다. 부인은 갓난아기를 안고 있다. 마파두부와 밥이 나왔다. 파오차이(중국식 김치)있나고 물어보니 무 백김치를 내 준다. 맛이 아주 잘 들었다. 밥을 한 공기 더 시켜 먹었더니 배가 부르다. 내가 맛있다고 하면서 얼마냐고 물으니 15원이란다. 양숴 시내에서도 6원인데. 옆의 아줌마가 15원이란 말에 움찔 놀란다. 그냥 깎지않고 고맙다고 하고 나와 걸으니 금새 푸리가 나온다.
3.
푸리시장에 사람들이 북적된다. 시장은 종류별로 아주 잘 구획이 되어있다. 중국의 시장들이 보통 그렇다. 고기를 도마에 내리쳐서 파는 곳 바로 옆에 이불 파는 상점이 있기는 좀 어려울 터이다. 금방 밥을 먹어서 군것질 할 수는 없다. 나도 국민학교 때 해 본 칡 뿌리 비슷한 것을 팔고 있다. 가장 눈에 들어왔던건 20년전 그 카시미론 이불이다. 이불 담는 비닐과 그 손잡이도 그대로다. 손으로 카시미론 이불을 만져보았다. 옛날 그 촉감이다. 이불의 문양들도 별 차이가 없다. 한국에서는 요즘은 훨씬 더 부드러운 촉감의 담요들로 대체되었다. 한국에선 겨울 감옥살이할때나 쓸까... .
4.
장을 나왔다. 이슬비가 내린다. 이젠 버스로 싱핑까지 가보자. 싱핑은 이십여킬로 미터 떨어진 강마을이다. 여기의 강경치가 양숴보다 낫다고 하는데 한 번 가보자. 버스에 내려 강길로 접어들었다. 여기저기 아줌마들이 빨래를 하고 있다. 저기서는 채소를 씻고 있다. 관광지로 잘 꾸며진 양숴보다 평화로운 맛이 있다. 강길로 죽 걸었다. 한 중학교가 보인다. 산 네 다섯개에 둘어싸인 곳이다. 이런데서 다녔어야돼. 집에가서 점심먹고 돌아오는지 아이들이 학교로 들어간다. 돌아올때는 강의 자갈밭길로 걸어왔다. 선착장 부근에서 야체튀김하나 사먹고 다시 버스를 타고 숙소로 들어왔다. 샤워를 하고 앉아있는데 새로운 친구들이 들어온다. 인사를 하는데 한국분이세요하고 묻는다. 청두에서 만난 목사님도 내가 니하오하자 한국분이세요라고 물었었다.
5.
일본인 젊은 청년 한명, 30대로 보이는 한국남자 한명, 내가 20대 후반이냐고 물으니 중반이라고 3등분을 주장하는 여자 두명이 왔다. 내가 그동안 베이징의 고려, 원동빈관등 한국인들이 즐겨가는 숙소로 안 갔었는데 여행 40일이 넘어 한국인 여행자들을 만나니 이 또한 새로운 느낌이다. 그동안 중국여행에선 만리장성에서 우수사원들과 세마디, 청두에서 목회일로 오신 목사님이 전부였였다.
6.
일본인 청년까지 총 다섯이서 밥을 먹으러 나갔다. 깔끔한 스타일의 동경의 정부 공무원, 수더분하고 친근한 스타일의 시나리오 책을 냈다는 글장이, 캐리어우먼 스타일의 차분해보이는 여성, 검은 복장에 피어싱을 한 여성, 그리고 애매모호한 30대 남성인 나 이렇게 다섯이 모였다. 두 여성은 계림에 있는 한 남자와 셋이서 인도로 향해 가고 있는데 나와 루트가 거의 비슷하다. 이들에게서 한 가지 중요한 정보를 들었다. 미안마를 육로로 통과하다 걸리면 곤장을 맞는단다. 곤장이라.
7.
중1때였다. 전두환대통령이 역사적인 동남아 5개국 순방을 떠난다는 뉴스가 들려온다. 난 그당시 우표모은데 열중하고 있던 시기라 언제 그 우표와 시트(우표두장 둘레로 폼나게 설명이들어가있는) 전지(우표 2-30장 묶음 한장)가 나올까 알아보니 한 반 친구가 오늘 조례끝나고 1교시 시작하기 전에 우체국에 뛰어갔다 오잔다. 그래서 보슬비를 맞으며 뛰어가서 우표와 시트를 사고 흐믓하게 학교로 돌아오던 기억이 난다. 그 다음날 지금의 미안마인 버마에서 폭탄이 터져 대통령은 안 죽고 장관 여럿이 죽었다는 뉴스가 들었다. 나도 옛날에 좀 애를 쓴 편인데 이제와서 곤장을 때린다니 이를 어쩌나?
8.
두 여성께서 모르니 한 번 시도해 보시란다. 그래 미안마는 태국에서 고민해도 충분하다. 저녁을 먹고 동네 한 바뀌 돈다음 맥주를 사서 숙소로 들어갔다. 잉글랜드 두 여성과 합세해 놀다가 다시 다섯이 나가 포토카페로 갔는데 정통 욘사마 아줌마 팬을 만났다. 캐리어우먼이 아줌마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주고 피어싱우먼이 우리의 대화를 일본청년에게 영어로 말을 이어나간다. 나도 한두마디 거들었다. 그래 오늘은 한일연대의 밤이다. 대미를 한국식 술 문화인 완샷으로 장식하자. 일본인 청년에게 말했다. 너 완샷아니? 숙소에 들어가서 OK?. 그가 졸린눈으로 OK한다.
9.
숙소에 들어갔다. 두 잉글랜드 여성은 자고 있다. 살금살금 방 앞의 테이블로 나가 내가 소림사 식당에서 사서 부어놓은 휴대용 술병 하나을 테이블에 놓고 순번정해 완샷했다. 그리고 각자 자기의 침대로 들어가 조용히 잠자리에 들었다.
추가 : 다음날 잉글랜드 여성이 우리가 새벽 4시 반까지 그랬다고 말해주었다. 정말?
* 050105 (수) 여행 41일차
(잠) 양숴유스호스텔 3250원 (25원)
(식사) 점심 마파두부 1950원 (15원)
저녁 백반 520원 (4원)
(이동) 싱핑 왕복 1370원 (10.5원)
(간식) 야체튀김 130원 (1원)
물 200원 (1.5원)
맥주 일반맥주640m3원 칭다오맥주4원 7병 3120원 (24원)
포토카페 맥주 650원 (5원)
................................... 총 10,99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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