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0시쯤 일어났다. 이 방은 창문이 없어 불을 안켜면 밤인지 낮인지 모른다. 집에 부칠 엽서를 쓰고 있는데 한 서양여자가 베낭을 매고 들어온다. 잉글랜드 뉴케슬에서 왔단다. 어제 온수를 쓰다 찬물 벼락을 맞은 경험이 있어 온수 쓸때 유의사항을 알려주었다. 온수 끊이는 탱크에 빨간 램프가 다섯 단계가 있다. 계속 10분정도 쓰면 빨간 램프가 다 꺼지고 조금 있다 찬 물이 나온다. 다시 회복되려면 한 이 삼십분 기다려야 한다. 핫 워터이즈 파이브 스텝, 원 투 스리 포 화이브, 탠 미니쯔 레드 램프이즈 턴 오프, 원 미니쯔 에프터 콜드 워터, 리커버 파이브 스탭 투에니 써티 미니쯔... . 어제 머리를 감고 있는데 찬물이 나왔었다.

 

2.

숙소를 나와 우체국으로 갔다. 집과 친구에게 줄 사진집, 천그림, 그동안 쌓인 입장권등을 부치기 위해서다. 소포 두개를 비행기로 부치는데 생각보다 좀 더 많이 나온다. 선물 산 금액의 두 배 반을 내고 나왔다. 예전 쿠웨이트로 길게 출장간 써클 선배에게 부칠때도 그랬었다. 그래도 여긴 바로 옆 중국인데... . 다음엔 배편도 알아보리라. 자전거를 빌리러 갔다. 국제운전면허증을 자전거 빌리는데 써먹는구나. 여권은 어디다가 맡기면 안된다.

 

3. 

자전거를 타고 나와 만두 3개를 사먹고 도로를 달렸다. 빠르다. 동력이 두 발의 회전력인데도 다리보다 서너배의 속도를 낸다. 우리는 속도 조정은 필요할지라도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 골목길로 들어섰다. 공사장이 나오고 길이 없어진다. 자전거를 들고 겨우 공사장을 빠져 나와 윗 길로 올랐다. 사람들이 빌린 것으로 보이는 자전거른 타고 간다. 여기가 위룽강쪽으로 가는 자전거 코스인가 보다. 완전히 시골길로 들어섰다. 페달에 힘이 실리고 자전거와 나는 신나게 달려나간다. 강길로 접어들었다. 강가에 작은 유람배들이 널려 있다. 아줌마 둘이 배를 타란다. 뿌리치고 더 가는데 막다는 길이 나온다. 한 아저씨가 더 이상 못간다 하며 가이드가 필요하냐고 묻는다. 한국어 가이드가 아닌바에야 소용이 없다.

 

4.

다시 돌아가는데 이번에는 다른 아줌마 둘이 배를 타란다. 약간 혹해서 얼마냐고 물으니 80원이란다. 결국 40원에 가기로 했다. 배는 큰 대나무 줄기로 만든 육 칠미터의 길이에 중간에 2명의 자리를 만든 것이다. 아줌마 둘이 뒤에서 노를 젓고 나는 대나무의자에 호젓이 누웠다. 여기서는 배타는 사람이 이 위룽강에서 나뿐이다. 서서히 이동하는 경치에 몰입할려고 할 때마다 작은 뚝이 나온다. 나는 내리고 배를 뚝너머로 내리고 내가 다시타고... . 노 젓는게 문제가 아니라 배를 옮기는 게 그리 쉽지가 않다. 어찌되었든 가고 있는데 저쪽에서 배노점 아줌마가 우리쪽으로 배를 부딪힌다. 중국은 어디나 장사치들이 있다. 내가 먹을 계란두개와 아줌마 둘 줄 걸 샀다. 다시 가는데 그동안의 둑 수준을 뛰어넘는 높은 둑이 나온다. 한 반쯤 왔을까. 한 아줌마가 힘들어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안쓰러워서 더이상 앉아서 못 가겠다. 그냥 자전거를 타고 가겠다고 했다.

 

5.

아줌마들의 표정이 펴진다. 인사를 하고 다시 자전거를 탔다. 다행히 웨량산쪽으로 가는 길이 있다. 웨량산 정문에서 표를 끊었다. 자건거 보관료는 1원이다. 음료수 파는 아줌마가 따라붙는다. 안 산다고 하니 이 아줌마 내려와서 사기로 약속하잔다. 그냥 산으로 올라갔다. 사람이 하나도 없다. 론리에서는 웨량산이 칼을 들고 사람을 헤치는 강도들이 출몰하는 유명한 산이라 절대 혼자 떨어지지 말라 주문한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안 올라 갈 수는 없는 일, 문힐을 거의 올라와서 여자 두명이 내려간다. 드디어 반달모양이 뻥 뚫려 있는 문힐, 즉 달의 언덕에 도착했다.

 

산에 반달모양의 구멍이 뚫려있다. 이른바 문힐. 달의언덕

 

6.

반달 구멍사이로 수 많은 산들이 들어온다. 산 중심에 왔다. 문힐을 비롯해 다섯개의 산 봉우리가 360도 중심을 둘러싸고 있다. 봉우리 중간중간으로 보이는 경치가 이채롭다. 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샛길이 보인다.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 내려가면서 문힐 근처에서 중국인 두명을 만났다. 그동안 나의 여행루트를 말하니 와하며 박수를 친다. 그들에게 중국일주의 열망을 느낄수 있었다. 내려오니 그 음료수 파는 아줌마 대기하고 있다. 슈랙2에서의 고양이의 표정처럼 가장 슬픈 표정으로 사란다. 얼마냐 물으니 물 5원, 콜라7원이란다. 두배의 값이다. 콜라를 하나 샀다. 내가 처음에 10원을 내니 거스름 돈이 없단다. 내가 잔돈으로 줄려고 하자 거스름돈을 내준다. 보니 입구의 8명쯤의 행상들이 여행객이 하나 올라가면 순번제로 따라 붙는 거 같다.

 

7.

이제 양숴로 돌아간다. 큰길로 가면 한 시간 안으로 금방 갈 수 있다. 지도를 보고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이 쪽 길은 좀 더 시골이다. 한 마을을 지나가는데 한 아이가 막 따라서 뛰어온다. 내가 손을 흔들자 아이도 손을 흔든다. 길을 잘 못 들었다. 마을을 통과해서 갈 줄 알았는데 막다른 길이고 과수원이 나오고 한 아주머니가 거름을 주고 있다. 내가 양숴라고 하니 아주머니 다시 돌아가라며 오랜지 하나를 던져 준다. 그래 이거야. 길을 잃었기 때문에 저 아줌마도 만나도 오랜지 하나도 얻어먹고... . 앞으로도 가끔씩 길을 잃어야지. 하지만 점점 힘들어진다. 비포장도로를 계속 가다보니 엉덩이가 부서질 것 같다. 중국의 마을 길은 큰 도로 중간에 있지 않다. 마을은 막다른 골목에 보통 있다. 더 아늑하다고나 할까? 한국의 시골마을 중간에 아스팔트가 뚫리고 차들이 슁슁 달린다. 철원의 할아버지도 오래전 논일을 하고 차길을 건너다가  차에 치인적이 있으시다.

 

8.

날이 점점 어두워지려한다. 한 스무명의 중국인에게 양숴가는길을 물은거 같다. 한 7 8살 학교갔다가 돌아오는 아이부터 허리가 굽으신 할머니까지 길을 잃어야 중국인과 얼굴 맞대고 말한마디 걸 수 있다. 그럭저럭 맞게 가고 있는 건 같은데 엉덩이가 아파 견딜 수가 없다.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걷다가 다시 타다가를 반복하는데 저기 아스팔트 도로가 나온다. 여행하며 계속 떠오르던 삶의 이치가 또 맞는 순간이다. 가장 고통스럽거나 어려운 그 때는 먼가가 이루어지지 직전이기 때문이다. 그 한 발과 한 치를 넘느냐 못 넘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판가름난다.  

 

9.

날은 완전히 껌껌해졌다. 반대편으로 사람들이 일을 마치고 돌아간다.  저기 불빛이 보이고 만두를 판다. 가서 1원에 두개를 샀는데 만두가 아니라 찐빵이다. 주인아저씨에게 국수 되냐 물어보니 된단다. 국수를 시켜 먹고 있는데 이 아저씨 영어를 좀 할 줄 아신다. 곧장가서 오른쪽으로 꺾으란다. 고우 스트레이트, 고우 라이트 턴. 겨우 자전거를 반납하고 숙소를 들어오니 다른 서양여자가 또 있다. 잉글랜드에서 왔단다. 둘이 친구냐 물으니 여기서 만났단다. 잉글랜드 시골 발음인지 말이 거의 안들어온다. 샤워를 하고 나오니 한 중국인이 들어온다. 중국 시안 교통대학 학생이란다. 경제학을 공부한다고 하고 글로벌시대에 영어를 배우겠다고 다짐한다. 한국경제를 칭찬하며 중국이 한국에게서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그냥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10.

일기를 좀 쓰고 숙소 안에서 인터넷을 하는데 한글 서채가 깨지고 쓰기가 한 글자마다 스페이스 바를 쳐 주어야 한다. 밖의 인터넷 바로 나가 인터넷을 했다. 이 인터넷이 내 여행에서 독일까 약일까? 약으로 삼으면 된다.

 

 

* 050104 여행 40일차

 

(잠) 양숴유스호스텔 3250원 (25원)

(식사) 저녁 쌀국수 390원 (3원)

(이동) 배 위룽강 나룻배  5200원 (40원)

          자전거 하루 대여 1300원 (10원)

(간식) 만두3개 130원 (1원)

          계란 등 780원 (6원)

          찐빵2개 130원 (1원)

          코카콜라 캔 910원 (7원)

(기타) 항공소포2개 33,930원 (261원)

          인터넷 3시간 1040원 (8원)

 

........................................... 총 47,06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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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13 19:16 2005/01/13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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